소설리스트

〈 46화 〉밤꽃무림 세계에 갇히다 (46/90)



〈 46화 〉밤꽃무림 세계에 갇히다

최근에 계약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고, 이제 중앙상단은 탄탄대로를 걷는 일만 남았다.

그 가운데, 역시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는 사람은 단언컨대 중앙상단주 송인수의 딸, 송유린이었다.


태수를 제외하면, 모든 계약 체결 부분에 있어서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었고 이제 상단의 기능성 옷 제작에 심혈을 기울여 최적화는 일만이 남았다.


"내일, 하운 마을로 간다고 하셨지. 그래, 꼭 내일 아침에는 만나뵈어야 겠어"


남녀 관계에 있어서,  많이 좋아하는 사람이 손해라고 한다.

그런데, 뭐 별 수 있겠나. 태수는 입으로는 자신이 예쁘다며 말하며, 그녀의 마음을 뒤흔들어놓았지만 그 말에 대한 책임은 전혀 지지 않았다.

"가는 길에 드시라고, 떡을 드리면 좋아하실 거야"

그녀는 침대에 누우며, 내일 태수를 만날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크으으윽-!


"방금, 소리는"


멀리서 들려오긴 했지만, 분명 사람의 비명소리였다.


설마,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스물스물 그녀의 가슴속에 불안함이 자리잡았다.


"아무리 중앙상단이 지금 많이 성장하고 있다고는 해도"


싸우는 것은 그녀의 특기가 아니였다.

"무서워-"


끄아아악-!

 와중에 연이어 들리는 비명소리에 그녀는 눈에 눈물이 핑- 돌기 시작했다.

'제발, 제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으로, 제발'

송유린은 속으로 간절하게 기도하며, 가까스로 집 밖으로 나갔고 어두웠지만 멀리서도 보이는 수많은 인영에 숨이 턱- 막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뜀박질도 하지 않았는데, 호흡이 가파오르는  느끼며 송유린은 어서 이 사실을 아버지에게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중앙상단을 상시 호위하는 전속 계약된 무인들이 몇몇 있긴 하지만, 대부분 일류고수 정도로 지금 아예 중앙상단을 뒤엎으려는 저 세력들을 막아내진 못할 것 같았다.

"아버지!"
"린아야"

송유린이 그 소리를 들었듯, 마찬가지로 송인수도 밤늦게 책을 읽던 도중, 비명소리를 듣고 불안함을 느낀 나머지 집 밖으로 나와있었다.


"흐엉엉, 중앙상단의 성장을 시기한 사람들이 보낸 자객들이 분명해요"
"단순히, 자객이라고 하기에는 숫자가 너무 많구나-"
"숫, 숫자가 갑자기 왜 이렇게 많이-"


한밤중에 중앙상단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은 계속해서 늘어났다. 많아도 너무나 많았다.

시간도 그렇고, 그들이 좋지 않은 목적을 가지고 중앙상단에 오고 있다는  거의 확실했다.


"최근에 진표상단주와 같이 식사를 한 적이 있었는데, 재미있을 거라는 뜻은 바로 이것이었나"
"진, 진표상단주가 그런 말을 했어요? 저희 이제 어떻게 해요, 흐흐흑"
"아버지가 멍청했다. 저번에 현경의 고수이신 태수 대협에게 이 말을 건네줬어야 했는데, 아버지는 그저 중앙상단과의 경쟁이 재미있을 거라는 뜻으로 해석했단다"
"무서워요, 아버지. 흐흐흑"
"미안하다, 린아야. 못난 아버지 덕분에 일어난 일이다"

부녀는 서로를 부둥켜 안은 채,  다가올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송유린은 마지막 희망으로, 태수를 떠올렸다. 현경의 고수라면 이 판도를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해주세요, 태수 공자님. 흐흐흑'

"저기요, 이제 안전해요"
"누, 누구세요?"
"그렇게 경계안하셔도 돼요. 저는 여러분을 구하기 위해 온 것이니까요"

밤에 편하게 돌아다니기 위해, 야행복을 입은 당가려가 안심하라는 듯 웃는 표정을 지으며 두 부녀에게 다가왔다.

"가가哥哥가 저한테 임무를 주셨거든요.  부녀의 안전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고. 아, 가가는 태수 공자님을 뜻하세요"
"태, 태수 공자님이 당신의 가가?"
"네, 맞아요"

송유린은 위급한 상황에 자신을 도와주러 온 당가려에게 정말 고마운 감정이 드는  확실했지만, 마음 한 켠으로는 가슴이 아릿아릿한 게 마음이 아팠다.

"공자님은 지금 어디 계세요?"
"이미, 밖에 나와 있으세요"
"아아-"


어느새, 태수는 거의 수백에 달하는 사람에게 둘러쌓인 채, 중앙상단 앞마당을 지키고 있었다.

"공자님, 괜찮으실까요?"
"걱정마세요, 가가는 엄청 강하시니까요"


'불안해하지 않고 있어. 절대적으로 믿는 눈빛이잖아'

송유린이 보는 태수를 향한 당가려의 시선은 거의 절대적이었다. 절대 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깃들어 있었다.


그 생각의 차이도 자신의 가슴을 아프게 만드는 것 중, 하나이기도 했다.


"혹시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아, 저는 당문의 당가려라고 해요"
"그,  사천당문의 당문? 허억, 저는 중앙상단의 송유린이라고 해요"
"네, 우리  지내요"
"아, 네네-  지내요"

사천당문이라는 말에 옆에 있던 송인수도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천당문 사람들은 대부분 보통내기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나도 이분처럼 공자님을 믿고 싶어. 그나저나, 나한테 엄청 살갑게 대하시네'

처음 보는 사이임에도, 마치 이제 오랫동안 같이 지낼 사이인 것처럼 가까이 다가오는 태도에 송유린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태수, 역시 너라면 올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 어떻게 하겠는가? 너는 함정에 걸린 것이나 다름없다. 중앙상단을 미끼로 하여, 너를 이곳으로 끌어들인 것이나 다름없단 말이다"

우문택은 뒤에 고수들을 등에 업고,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거의 광서지부의 고수가 대부분 모인 셈이었다.


광서지부의 핵심을 이루는 점창파, 황산파, 공동파 문파 세력에, 우문가라는 가문 세력이 모였으니 말다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머리 숫자 늘리기 용으로 무백산과 임훈도 이 무리에 껴있었고, 심지어 진표상단과 계약된 고수들마저 껴있었다.


우문택을 비롯해 중앙상단 일대에 모인 고수들은 태수가 겁에 질려, 도망이라도 칠 것이라 예상했다.

다른 건 몰라도 아마 소문의 그 현경의 고수라면 혼자 도망치는  정도야 할 수는 있을테니까.

하지만, 그것까지 예상하여 이 일대를 거의 뒤덮을 정도로 고수들을 배치해놓았다.

그야말로 모든 경우의 수를 분석해, 퇴로를 차단해버렸다.


이들의 머릿속에는 지금 이후로, 태수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푸핫-!"


그런 이들의 예상을 깨고, 태수는 웃기 시작했다.


복면까지 벗은 마당에, 웃음을 참을 필요가 없으니 아예 박장대소를 해버렸다.


"푸하하핫-! 크크크큭-, 푸흡, 으하하하하하하-!"


귀신 들린 듯, 광기에 찬 웃음소리는 듣는 이를 질리게 만들었다.


태수는 고개까지 젖히며, 실컷 박장대소한 후 이내 젖혔던 고개를 다시 원래대로 하고는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우문택을 바라보았다.

"이 모든 걸 예상하고, 이렇게 너희들을 이곳으로 끌어들인 것은 바로 나다"
"뭐뭣?"
"혼자서 우리를 다 이길 수 있다는 뜻이야, 뭐야"
"아니, 혼자는 아냐. 저기 뒤에 누군가 있잖아"

태수의 말에 무리들 사이에 웅성거리는 소리가 커졌다.


마치, 혼자서 모두를 상대로 이길 수 있다는 것처럼 들렸기에 무리들은 태수의 저런 자신감을 허세라 생각했다.

"가가"
"선하야,  나를 지키기보다는 려아와 두 부녀를 습격하려는 적을 막아내는  집중해줘"
"알겠어요, 하으읏!"
"오늘 일이 끝나면, 많이 사랑해줄게"
"아아앙, 기대할게요. 가가"

자신의 꽃잎을 쓰다듬어주며 많이 사랑해준다는 태수의 말에 선하는 진심으로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당가려와 두 부녀를 습격하려는 적을 막아내기 위해 감각을 극도로 활성화했다.


선하는 화경의 고수였기에, 아무리 기척을 감추는 데 능하더라도, 중단전으로 전이할 수 있는 등봉조극의 경지가 아니라면 그 누구도 그녀의 감각망에서 벗어날  없을 것이다.

"비류, 넌 선하를 습격하려는 적을 암살해. 그게 네가 죽여야 할 대상이다. 이후로 손발이 자유로워지면 네가 죽이고 싶은 적을 죽여라"
"그 말씀은-"
"너, 무백산과 임훈  일당들을 죽이고 싶어하지 않았어?"
"물론입니다, 주군. 맡겨만 주십시오"

비류는 그 어느 때보다도 신이 난듯, 태수 앞에서 격하게 고개를 숙이며 예를 다했다.


녀석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얼마나 칼을 갈았던가?

지금이 바로 그 숙원을 풀 날이었다.

대답과 함께 어둠 속으로 사라진 비류는 암살자로서의 임무를 열심히  해줄 것이었다.

"잠시만, 저 녀석 진무 아냐?"
"진무가 왜 저기있지?"
"설마, 녀석 태수라는 남자한테 붙은 거야!?"
"능력도 없고, 뒷배경으로 대주가 된 주제에 눈치도 드럽게 없군. 어디에 붙을지 모르고 있는 거야"


광서지부의 사신대는 기본적으로 광서지부의 3대 문파와 관련되어 있고 나머지 대주들도 전부 이 3대문파 소속이었다.

그렇기에, 진무가 광서지부 연합파가 아닌 태수와 같은 편이라는 게 이상하기만 했다.


"흥, 나를 깔보기는"
"진무, 너는 충분히 깔보일 만하다"
"주군도 저를 무시하시는 겁니까?"
"그렇다면, 오늘 네 능력을 보이겠느냐?"
"절정고수로서 저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는 녀석들이 있을 겁니다"
"후훗, 너무 무리는 하지 마라. 뭐 너 한 명 정도면 내가 충분히 신경써주면서 할 수는 있겠지만"

놀리는 듯한 태수의 말에 진무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아무래도, 자신이 모시는 주군의 인식을 확실히 바꿀 필요가 있었다.


괴물 같은 주군 앞에서만 한없이 약해보이는 것이지, 자신 역시 일반 무인을 만나면 상당히 강한 축에 속하다는 걸 보여줘야 했다.


연합의 수장이나 다름없는 우문휘가 연합 앞에 나섰다.

"태수, 너는 실로 현경의 고수인가? 아니면, 허세를 위한 위장에 불과한가"

태수를 처음 보는 우문휘는, 태수에게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기세에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그가 지금껏 1갑자(60)년이라는 긴 시간을 무림에서 보내며, 봐왔던 무인들 중  한 번도 아예 기세를 못 읽어내는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게 궁금하면 먼저 덤비는 건 어떻나?"
"무례한!"


뒤에 서있던 우문책이 태수의 경망스러운 언동에 역정을 냈다.


자신은 몰라도, 우문가의 가주인 아버지를 모욕하는 건 우문가 전체를 욕보이는 것이었다.

광서 지부의 3대 문파가 다 보는 앞에서, 우문가의 명예가 실추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했다.

"책아, 가만히 있거라"
"알겠습니다, 아버지"


우문책은 인사를 하며 뒤로 물러났고, 우문휘가 앞에 나섰다.

"그러면, 내가 한 번 자네와 승부해보기로 하지"
"휘,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있나? 바로 한 번에 승부보는 것으로 하지"
"그건 녀석의 실력을 확실히 알고 난 이후에 해도 괜찮아. 혹시 모르는 일이니"
"설마, 녀석의 기세가 읽혀지지 않아서 하는 말인가? 하, 기세조차 읽을  없는 고수라 해도 이만한 숫자가 쌓이면 차륜전으로 몰고 가면 그만이야. 어디, 내공이 무한한 고수가 있겠나"


공동파의 장문인인 위배극이 그렇게 말했지만, 우문휘는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뭐, 자네 생각이 그렇다면  번 맡겨보지"
"믿어줘서 고맙네"


우문휘는 태수의 앞에 섰고, 우문휘에게 느껴지는 기세에 절정고수인 진무는 한참이나 뒤로 물러나야만 했다.

"푸흡-"
"왜 웃는지 모르겠지만, 그 웃음이 진심으로 허세가 아니길 바라야겠군"

기세를 끌어올린 우문휘는 순식간에 다가가 태수의 어깨를 베어나갔다.

그가 익히고 있는 혼원일기공混元一氣功은 내공을 극한으로 모으는 심법으로, 우문가의 독문전승 비전은 아니었으나 어렸을 때, 공동파의 인연으로 공동파의 비전을 얻어 사용하고 있었다.

우문휘의 검에 담긴 기운은 확실히 강기였다.

이것은 그가 화경의 고수란 걸 알려주는 징표이기도 했다.


강기를 보는 무인들의 눈빛에 동경과 존경이 담겨져 있었다. 분명, 우문휘의 검에 곧 태수가 갈기갈기 베어질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주사강막蛛絲强幕'

태수의 어깨에 너무나 자연스레 거미실이 둘러지며, 어깨를 베려는 우문휘의 검이 막혀버렸다.


'혼원섬混元殲'

우문휘는 한 번의  이후, 쉼없이 내공을 바로 끌어올렸고, 혼원검법 중에서도 내공의 소모가 극심하지만 파괴력이 가장 높은 초식인 혼원섬을 사용할 생각이었다.

"끝났다!"

태수의  그 자체를 베어버릴 것 같은 혼원섬에 무리들은 끝났다고 예상하며 연호했지만, 그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다시 한 번 주사강막에 의해, 막힌 혼원섬이었다.

'이 초식이라면 분명 강막마저 꿰뚫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게 고작인가?"
"뭐뭣?"
"겨우, 이게 고작이란 말이냐"
"무, 무례한"

깔보는 듯한 태수의 말투와 눈빛에 무리들은 참지 못하겠다는 듯, 기세를 끌어올리려 했다.


"우문휘, 이만하면 됐다. 우리들도  합세하겠다"
"... 알겠네"


우문휘는 오만한 태수의 태도에 질려버렸고, 합세하겠다는 위배극의 말을 받아들였다.

중앙상단에 모인 수백명의 인원들이 모두 기세를 끌어올리자 상당히 볼 만했다.

주변의 대기마저 파장을 일으키며, 굴절 현상이 일어나고 있었다.

"푸핫! 으하하하하!"


 와중에 태수는 광기에 찬 웃음소리를 보이며, 비릿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무리들은 기세가 끌어올리고 대략, 1~2초 후 태수의 몸이 수많은 초식에 의해 갈가리 찢겨나갈 것이라 필히 예상했다.


하지만-

"청마대미궁靑魔大謎穹"

청마대미궁 초식이 펼쳐지는 순간,  모든 예상이 말그대로 뒤엎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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