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화 〉밤꽃무림 세계에 갇히다
무림맹으로 갔던 주홍희의 사신 일행은 곧 십만대산의 천마신교로 돌아왔다.
천마신교 내에서는 이미 주홍희가 무림맹에서 한 일들이 소문이 난 지 오래였고, 천마신교의 교주 주진악은 광기에 차오른 눈빛으로 자신의 친딸을 노려보았다.
주진악은 칠흑의 흑발을 늑대처럼 장발로 등까지 길게 기르고 있었다.
눈썹이나 턱수염도 짙은 흑색이었고, 전체적으로 매우 날카로운 인상이었다.
짝-
주홍희는 대략 2주일 만에 보는 아버지의 얼굴을 보기 무섭게, 자신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음을 뒤늦게 인지했다.
오른쪽 볼이 화끈해지는 걸 느끼며, 멍한 표정으로 자신의 아버지를 다시 바라보았다.
짝-
이번에는 그녀의 고개가 반대로 돌아갔다.
그녀의 코에는 어느덧 코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이 도움도 안되는 미친년. 사회성이 부족해 세상 경험도 좀 하고, 무림맹과 친해져야 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그토록 주의해줬건만. 결국 하는 짓은 그런 병신 같은 짓밖에 없더냐!"
퍽-
"끄허어어억-"
주진악은 자신의 훈육에도 그닥 반응도 없어보이고, 반성의 기미도 없어보이는 주홍희에 더 열받아 그녀의 배를 발로 차버렸다.
그녀의 입에서 풍선 꺼지는 듯한 소리가 나오며, 그대로 앞으로 쓰러져버렸다.
"일어나, 이 미친년아. 넌 나를 어디까지 실망하게 만들어야 만족할 셈이더냐. 이 아버지가 진정으로 화내게끔 하는 게 네 숨겨진 목적이더냐?"
주진작의 말에 주홍희는 그저 영혼없듯 초점없는 눈으로 멍하니 교주전의 천장을 바라보았다.
교주의 호법 이막과 각후는 이 광경이 익숙한 듯, 아무렇지 않게 아버지가 친딸을 패고 있는 광경을 보았다.
"호법, 그 린이라는 여자를 데려와. 이 년의 호법을 데려와, 당장!"
"..!"
"알겠습니다"
호법들은 이미 오래 전에 고문을 받아 만신창이가 된 린을 교주 앞으로 데리고 왔다.
지금껏 반응이 없었던 주홍희는 만신창이가 되어 나타난 린에 눈을 부릅 떴다.
아버지의 폭력에도 반응조차 없던 몸은 부들부들 떨리기까지 했다.
"이 미친년아. 그렇게 여자가 좋더냐? 응? 정신차려, 내 사랑스러운 딸아. 네가 좋아해야 할 건 여자가 아니라, 남자야"
"으흐흐흑-"
만신창이가 된 린의 모습에 주홍희가 흐느끼며 울기 시작했다.
주진악은 린의 옷을 벗겼고, 애무도 없이 곧 바로 자신의 성기를 꺼내 그녀의 보지 깊숙히 박아버렸다.
고문으로 인해 기절한 린은 마치 인형처럼 저항없이 주진악의 몸 움직임에 맞춰 그의 성기를 몸 속에 받아들였다.
"린, 린, 린-! 제발, 린만큼은 제발- 제바아알- 흐으으끄흐읍"
주진악의 광기가 파도처럼 몰아치는 광경에 주홍희는 옛 악몽 같은 기억을 떠올리며 호흡 곤란 증세를 느끼기 시작했다.
애무도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아, 거칠게 주진악의 자지가 린의 보지 깊숙히 박히며 피부가 찢어졌는지 애액이 아닌 핏물이 음양의 결합 주위로 배어나왔다.
주홍희는 애타게 린의 이름을 부르짖었고, 핏물과 정액이 섞인 혼탁액이 음부 사이로 질질 새는 걸 보자 결국 기절하고야 말았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주홍희는 차가운 감각과 호흡이 끊어질 것 같은 감각에 깨어났음을 인지했다.
기절한 주홍희를 호법들이 차가운 물에 고개를 처박아, 강제로 깨운 것이었다.
"흐흐흑-"
주홍희의 입 속에서 처절한 울음소리가 터져나왔다.
자신의 아버지는 원래 이렇지 않았다.
여자를 좋아하는 자신을 충분히 이해해주었고, 나름 자상했던 아버지였다.
그러나, 어느 순간 미치기 시작했고, 그 광기는 날이 갈수록 더해갔다.
이후로, 그녀 본인도 주진악의 광기에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단지, 여자지만 여자를 좋아했을 뿐이었던 그녀는 광기에 차오른 주진악이 저지른 최악의 사건으로 인해 완전히 흑화해버렸다.
이어지는 주진악의 고문에 주홍희는 의식이 심연속으로 스며드는 것 같은 착각을 느끼며 다시 기절했다.
'아쉬워, 여기서 더 내공이 탄력적으로 움직이면 좋을텐데-'
당가려는 당문 여고수에게 특화된 초식인 천녀산화天女散花를 운용하며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천녀산화는 만천화우에 비하면 부족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당문 여고수에게는 최고의 초식이나 다름없었다.
하늘 위에 수없이 흩뿌려진 꽃은 아름다웠지만, 상대에게는 절망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하지만-
구결에 따른 내공의 운용이 복잡하고, 그걸 조절하는 능력에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그녀였다.
"뭔가 좀 아쉬운데?"
"누, 누구세요?"
태수가 손을 흔들며 가까이 다가왔다.
당가려의 입장으로서는 기척도 없이 갑자기 남자가 나타난 셈이라, 부끄러웠다.
특히, 다른 이의 무공 시연을 몰래 보는 건 실례이기도 했는데, 태수 같은 고수가 자신의 하찮은 무공을 보고 있었다는 사실이 그녀의 얼굴을 확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그래도, 술상 옆자리에 앉았는데 벌써 얼굴을 까먹은 건 아니겠지?"
"아-"
그 말에 당가려는 태수가 자신의 허리에 아무렇지 않게 손을 둘렀던 게 떠올랐다.
정말, 너무나 자연스러워 그녀는 '아무나 4명의 여자를 두고 있는 건 아니구나' 라는 생각도 했었다.
"이 부분에서 잘 안되는 거지?"
"어머멋-"
이번에도 자연스레 자신의 겨드랑이 부근을 꾹 누르는 태수였다.
무공에 대해 배우는 것 이전에, 조금 민망해진 당가려는 얼굴을 붉혔다.
"맞, 맞아요"
"이 부분에서 내공이 탄력적으로 움직여지지 않아, 기의 운행이 초식의 형形을 못 따라가고 있어"
"맞아요. 그래서 팔이 움직이는 것도 부자연스럽고"
"그렇다고, 기의 운행에 집중하면 초식의 형을 놓치게 되고"
"맞아요, 어떻게 그렇게 잘 아세요?"
당가려는 진심으로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태수에게 물었다.
"내 눈에는 다 보이거든"
"그러면, 저는 어떻게 해야 될까요. 사실, 몇 달 전부터 이 부분에서 계속 막혀서-"
그 말에 태수는 씨익- 웃으며 그녀의 등 뒤로 다가왔다.
당가려는 설렘 반 기대 반의 심정으로 등 뒤의 태수가 뭘 할지 기다렸다.
"이 상태로 지금 바로 네 몸 속에 내공을 주입할 거야"
"내공을요?"
"응, 그러니까 마음 차분히 가라앉히고, 내공을 받아들여-"
태수는 선하에게 해주었던 대로 비슷한 방식으로 처방전을 당가려에게 내릴 생각이었다.
백회혈을 통해 내공을 주입했고, 그녀가 평소에 사용하는 혈도들을 청소해나가기 시작했다.
특히, 겨드랑이의 부근에 담천혈痰喘穴은 기이할 정도로 노폐물이 많이 쌓여있었고 태수의 내공이 그곳을 지나가며 노폐물들을 태워버렸다.
순간, 당가려는 계속 무겁게 느껴졌던 팔이 매우 가볍게 느껴졌고, 지금은 충분히 천화선녀 초식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와, 신기해요. 팔이 가벼워졌어요"
"이제 다시 해봐"
당가려는 내공의 기세를 끌어올렸고, 소주천을 마치자 구결에 따라 자연스럽게 내공을 운행해 천녀산화를 펼쳤다.
아까와는 달리 몸을 자연스레 물 흐르듯 펼쳐졌고, 하늘에 꽃잎들이 날라다니는 듯한 착각을 자아냈다.
'내가 결정적인 부분을 도와주긴 했어도, 정말 엄청난 재능인데?'
막힌 부분이 원활하게 뚫렸다고는 해도, 그걸 잘 살려 바로 초식의 형形과 의意를 살리는 것은 순전히 당가려의 몫이었다.
타고난 재능이 아니였으면 절대로 불가능했을 일.
"와, 해냈어요. 우와-"
당가려는 자신이 해놓고도 신기한 듯, 방방 뛰며 감탄의 목소리를 계속 냈다.
"너, 정말 재능있는 아이구나?"
"아, 아녜요"
당가려는 현경의 고수에게 그런 칭찬을 받는 게, 쑥쓰러웠는지 얼굴을 붉히며 아니라는 듯 손사래를 쳤다.
태수는 그녀의 머리를 잘했다는 듯 쓰다듬어주었다.
"아-"
당가려는 그 쓰다듬는 느낌이 나쁘지 않은 듯, 자연스레 고개를 숙이며 태수가 더 잘 쓰다듬을 수 있도록 했다.
"저어- 공, 공자님?"
당가려는 태수에게 공자라는 말을 쓰는 게 어색한 듯, 쭈뼛쭈뼛한 자세로 태수를 불렀다.
"응, 왜?"
"이, 이거-"
태수는 사실, 한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머지 손으로는 그녀의 허리를 감아 그녀를 끌어안고 있었다.
남자와 이런 접촉을 한다는 것 자체가 그녀에게 있어서는 처음있는 일이었기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태수에게 처음으로 여자로서 남자의 향기가 느껴졌다.
"부, 부끄러워서"
"놔줄까? 난 좋은데?"
"절 안고 있는 게 좋, 좋으세요? 그러면-"
당가려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어졌고, 그녀 본인도 지금 자신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심히 가슴이 두근거리고 있었다.
당가려는 부끄러움에 몸을 쭈뼛쭈뼛 뒤로 주춤 빼던 걸 태수가 편하게 안을 수 있도록 앞으로 몸을 기울였다.
"이러면 차라리 그냥 꼭 안고 싶은데?"
태수는 쓰다듬던 걸 멈추고는 두 손으로 당가려의 몸을 꼭 껴안았다.
'내가 본 눈이 틀리지 않았구나-'
태수는 가슴팍에 닿은 그녀의 풍만한 가슴을 느끼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래서 D컵은 은혜로운 유실이라 할 수 있겠다.
"아아-"
당가려는 태수의 단단한 몸을 느끼며, 깊은 탄식음 같은 소리를 냈다.
뭔가 수컷의 강인함에 취하는 것 같은 느낌에 그녀는 다리에 힘이 풀리는 걸 느꼈다.
"아앙-"
태수의 입김이 그녀의 귀에 닿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앙앙- 거리는 소리를 내버렸다.
물론, 그녀는 태수의 움직임에 정신이 없어 자신이 그런 소리를 냈다는 것도 자각하지 못했다.
"귀여워"
'몸매는 D컵의 모델인데, 외모는 마이유처럼 귀엽다니. 정말 밤꽃무림 만만세다'
태수는 당가려의 입에 입맞춤하고 싶다는 욕구에 순순히 응했고, 그대로 그녀의 앵두 같은 입술에 입맞춤해버렸다.
"아아, 공자님-"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당가려는 화악- 느껴지는 입맞춤에 몸이 달아올랐고 두 다리에 힘이 풀린 탓에 더욱 더 태수를 꼭 껴안아왔다.
당가려는 애처로운 눈빛으로 태수를 바라보았고, 태수는 그런 그녀가 더 앙앙- 거릴 수 있게끔, 그녀의 몸 곳곳을 애무해주었다.
그런데-
그런 둘의 사이에 불청객이 나타났다.
'흠흠, 녀석- 결국 우리 려아와 그렇고 그런 관계를. 흠흠- 나는 물론 이 둘의 관계를 찬성한다만'
당천휘는 아주 재미있는 구경을 하고 있다는 듯, 기척을 감추고는 뜨겁게 달아오른 둘을 지켜보고 있었다.
'노인네, 내공 훈련은 안하고 여기서 뭘 하고 있나'
태수는 깨달음을 주었더니, 훈련은 안하고 딴짓거리를 하고 있는 당천휘가 괘씸했다.
'소청마지주小靑魔蜘蛛'
태수의 몸 속에서 초미세한 거미들이 기척을 감추고 나오기 시작했다.
이 초식은 본래, 조교를 위해 만들었으나 당천휘가 괘씸해 그 첫 대상으로 사용할 생각이었다.
차자작-
소청마지주는 순식간에 당천휘의 뒤까지 움직였고, 소청마지주는 태수가 가진 중단전의 효과를 그대로 받는 듯 당천휘는 작은 거미의 기척을 느끼지 못했다.
"아니, 저 녀석 왜 갑자기 진도를 나가지 않지? 에잉, 여자 4명과 사귄다는 소리는 거짓말이었나, 저때는 그냥 화악 밀어붙여야 응-?"
당천휘는 갑자기 항문 속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감각에 자리에 급히 일어났고, 거미들은 당천휘의 항문을 자글자글한 치아로 뜯어먹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아아아-"
"꺄아아악-"
당가려는 태수의 탄탄한 몸을 느끼며, 달아오른 몸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의 비명소리가 들려오더니, 익숙한 얼굴이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연무장 담에서 쓰러졌다.
"할, 할아버지?"
"끄응-"
태수가 소청마지주로 이어지는 내공의 흐름을 끊어버리자, 거미들은 재가 되어 사라져버렸고 그제서야 당천휘는 소청마지주가 주는 극한의 고통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당 소저, 이 다음은 축제에서 하는 걸로 합시다"
"아아, 공자님-"
태수는 그렇게 말하며, 당가려의 이마에 입맞춤해주었고 그녀는 그 자리에 몸이 굳은 채, 멀어지는 태수의 등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자, 오늘 우리 당문의 최고 손님, 아니 우리 아버지는 생명의 은인이라고까지 합니다! 자, 오늘 같은 좋은 날에 태수 대협 모시겠습니다"
가주로서 당우민이 신난 듯, 축제사에 힘을 잔뜩 실었다.
당천휘는 누구보다도 그 축제사에 나서서 박수를 천둥치듯이 쳐주었다.
그러고는 옆에 앉아있는 이들에게 '니네들이 뭔데 안쳐? 나도 치고 있는데' 이런 눈빛으로 노려보았고 당문의 사람들은 결국 같이 자리에 일어나서 박수를 쳐주었다.
짝짝짝-
"태수 대협, 우리 당문이 대협을 위해 약소하게 이렇게 준비했으니 천천히 즐겨주길 바라오-"
약소?
태수는 휘황찬란하게 펼쳐진 상을 보고서, 절대 '약소'라는 두 글자가 떠오르지 않았다.
사실 태수는 휘황찬란한 밥상은 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옆에 앉은 당가려가 더 맛있어보였으니까.
태수는 자연스레 당가려의 허리에 손을 둘렀고, 당가려는 저번, 사천명루 때처럼 단순히 부끄럽기보다는 애인의 애정표현이 상황에 맞지 않게 짖궂다는 의미로 부끄러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