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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화 〉밤꽃무림 세계에 갇히다 (25/90)



〈 25화 〉밤꽃무림 세계에 갇히다

태수가 집 밖으로 쫓기듯 나간 이후로, 소혜는 집 안에서 안절부절못했다.


"혹시, 나 때문에 이곳을 영영 떠나신 걸까?"


그런 생각을 하니 눈에 눈물이 핑- 돌았다.

알고는 있었다.

태수 같은 대단한 남자가, 이런 외진 마을 구석에  그릇이 아니라는 걸.


영웅은 삼처사첩도 기본이라는데-

옆에서 내조해줘도 모자랄 판에 눈치나 주고 있었으니, 자신이 한 행동이 얼마나 속좁은 행동이었는지 깨달은 소혜였다.

"돌아오세요, 가가. 흐흐흑-"

"그 분은 분명 돌아오실거야, 소혜야"

거의 반나절 자고 있었던 선하는 눈을 떴다.


하지만, 여전히 그녀의 몸은 휴식이  필요했고 이불 밑에 누운 채로 따뜻한 차를 마시고 있었다.


"제가 잘못을 많이  거겠죠? 가가는 저희를 위해 밖에서 많이 힘드셨을텐데, 흐흐흑-"


선하는 눈이 퉁퉁 부은 소혜를 꼭 껴안아주며 말했다.


"언니가 아직 사, 사랑은 잘 모르지만 그래도 정말 죽도록 좋아하는 남자 곁에 여자가 늘어나면 기분이 좋지는 않을  같아"

"아, 아니에요. 제가 잘못한 것 같아요. 가가哥哥가 돌아오면 꼭 사과를 하겠어요. 흐흐흑-"

"소혜야.."

선하는 소혜가 눈이 퉁퉁 붓는 일이 많아질 것 같아, 그녀가 안쓰러웠다.

미래시에 태수 주위로 얼마나 많은 여자가 있었던가?


자신의 경우, 미래시로  수 없었기에 알 수는 없었지만 아마 자신도  근처에 있을지도 몰랐다.

'미리 말해주는 편이 차라리 더 나을지도-'

선하가 그렇게 생각하며 고민하고 있는 도중, 태수가 집 안으로 들어왔다.

'소혜는 좀 화가 가라앉았을려나'


더 화가 많이 나있으면 좀 곤란해질 것 같았다.


"가가-!"

태수가 집으로 들어오자 소혜가 눈이 퉁퉁 부은 채로 버선발로 달려와 껴안아왔다.

"어, 어?"

"제가 잘못했어요, 가가. 말없이 떠나지마세요 흐흐흑-"

"어, 그래. 미, 미안"


혹시, 말없이 떠난 바람에 소혜가 더 화가 난 건 아닐지 걱정이 되었던 태수였다.

'다행이네, 일이 쉽게  풀려서-'

"소혜, 미워하지 않으실거죠오-?"

"하하, 내가  왜 미워해"


"그러면-"


소혜가  눈을 감은 채, 입술을 내밀어왔다.


태수는 그런 소혜가 귀여워 두 손으로 그녀의 엉덩이를 우악스럽게 쥐었다.


"하으읏-"


소혜의 입에서 달뜬 신음소리가 터져나왔다.

태수는 그 소리마저 삼키겠다는 듯, 입을 맞춰왔다.

혀를 내밀었고, 소혜의 달콤한 설근을 희롱했다.


"하아아, 너무 좋아요. 가가-"

"나도 소혜가 좋아"

소혜는 뜨거운 눈빛으로 태수를 바라보았다.

혼자 가질 수 없다면, 나눠 가지면 될 것을-


 그렇게 편협하게 생각했을까.


'부, 부럽다-'


이불 밑에 누운 채로 그 둘의 뜨거운 애정행각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던 선하는 가슴이 아릿해지는 걸 느꼈다.

손으로 가슴을 문질러봤지만, 그 감각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유는   없었지만, 왠지 모르게 가슴이 답답했다.

"어이- 옷도둑 변태년. 일어났냐?"


애정행각을 마친 태수는 선하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선하는 태수가 가까워질수록, 가슴이 세차게 두근거리는 걸 느꼈다.

그러다, 옷도둑 변태년이라는 말에 김이 확 새고,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나, 나는 옷도둑 변, 변태 아니 그러니까-"


"어, 둘이 아는 사이였어요?"

소혜는 태수가 마실 차를 찻잔에 채워주며 의외의 표정을 지었다.


서로 알고 있을 줄이야, 어느 정도 예상은 하긴 했어도 둘 사이에 사연이 깊은 것 같았다.

"어, 소혜야. 이름이 선하라고 했나? 분명, 옷을 바위 위에 올려놓고 폭포물에 몸을 씻고 있었는데 갑자기 옷이 사라진 거야. 알고 보니 이 옷도둑년이 내 옷을 훔쳐갔었지-"

"언, 언니  그런 짓을-"

소혜마저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선하를 바라보자, 그녀는 너무나 부끄러워 더 이상 참을  없었다.


"나는 옷도둑 변태가 아니라니까아아-!"


"그럼 뭔데"


태수가 곧 바로 반문했고 선하는 얼굴을 붉힌 채, 어벙벙거리며 말을 더듬거렸다.

솔직히, 자신이 생각해도 그 이유가 너무 어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그러니까 그 폭포  속으로 누군가 오는게 솔직히 마음에 안들었어-"


"아니, 그럼 말로 해야지. 왜 옷을 훔치고 그래? 그건 그렇고, 네가 뭔데 사람이 폭포 안에 들어가든 말든 무슨 상관이야"


"그, 그곳에는 돌아가신 사부님이 묻혀있었어. 근데 나, 나는 소심해서 사람 면전 앞에서 직접 대놓고 나가라는 말, 잘하지 못하니까아아-"


"아니, 그래서 옷을 훔쳤냐? 말이 된다고 생각해?"

"옷, 옷은 어떻게든 반드시 돌려주려고 했어!"

"그런 것치고는 엄청  도망치던데?"

"그, 그렇게 갑자기 달려오니까 도망칠 수밖에 없잖아-!"


선하는 부끄러운 마음에 열변했고, 숨이 가파올랐는지 하악하악- 거리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흐음-"


"오, 오해는 풀린 거지?"

"그런데, 왜 자꾸 반말이야"

"그러는   나한테 반말하는데에-!?"

"나, 이제 26살인데 넌  살이야"


"21살.. 죄송해요"

"이제부터 말 놓으면 아주 큰일   알아"

"네.."

"큭큭-"


유치한 둘의 대화를 옆에서 듣는 소혜는 재미있었는지 가지고 온 다과를  안에 넣으며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너는 왜 이곳에 왔지? 아무런 연고도 없을텐데. 소혜한테 듣기로 두 모녀를 지켜주고, 마을사람들을 위해 싸우다 이렇게 휴식을 취하고 있는 거잖아"


"그건-"

선하는 태수에게 미래시를 통해 미래를   있는 것과 그 전후사정을 대략적으로 알려주었다.

'아, 그래서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었구나-'

소혜는 그제서야 선하가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새삼 가가哥哥가 얼마나 대단한 남자인지 깨닫게 되었다.

무려, 무림의 종말을 막을 남자이지 않은가.


"그래서, 당신은 지금부터라도 힘을 기를 필요가 있어요"

"힘?"


"네, 당신은 재능은 엄청나지만 아직 무공에 대해 잘 모르니까요"

"내가 무공을 잘 모른다는 말, 책임질 수 있어?"

"물론이죠. 내공도 없었던 당신은 과거 폭포에서 기척을 숨기고 저에게 그 옷을 도로 가져가는 엄청난 재능을 보여주었었죠. 하지만, 그것은 우연에 불과해요"

선하는 그 전이나 지금이나 태수에게  어떠한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다.

 당시에도, 신법도 느려서 한참이나 추격해도 자신을 따라잡지 못하지 않았던가?

어제는 미래시의 주인공답게 어떤 요행으로 오코를 처리했는지는 몰라도, 지금처럼 기본기가 없으면 무얼 해낼  있겠는가.

아니, 지금 보아하니 오코를 모두 처리한  이 남자가 한 짓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하는 이 남자를 미래시에 보이는 그 대단한 주인공으로 만드는 건 자신의 몫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현재 그녀의 생각에는 엄청난 오류가 존재했다.

폭포에서의 태수와, 지금의 태수는 전혀 다른 의미로 몸에서 내공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폭포에서의 태수는 말그대로 내공이 없어서, 아무런 기세가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의 태수는 하단전이 중단전으로 전이되며 등봉조극登峰造極의 경지에 올랐다.

등봉조극의 경지에 오르면, 기존의 것은 모두 자취를 감추게 된다.

그 말은 곧, 하단전을 사용하는 일반적인 무인은 등봉조극의 경지에 오른, 중단전을 사용하는 무인의 경지를 절대로 읽을 수 없다는 뜻이었다.


그야말로 무無, 그 자체였다.

선하는 태수에게서 무공의 경지를 읽어낼 수 없었고, 그 당시처럼 그 어떠한 심법도 몸에 자리잡지 않아 내공이 단 한 줌도 없는 것으로 착각했다.

"그러면 나와 비무하면 당연히 네가 이기겠네?"

"물론이죠. 당신은 일단 월하심법月下心法부터 익혀야 해요. 몸에 내공이 전혀 자리잡지 않았으니까요"

월하심법은 월녀심법의 남자 버전이었다.

피식-

태수는 자연스레 웃음이 터져나오는  가까스로 막았다.

저 비현실적인 아름다운 외모로 아무것도 모르는 채, 혼자 열을 내며 말하고 있는 게 너무나 귀여웠다.


"그럼 내기를 조건으로 비무할래?"


"내, 내기요?"

선하는 도대체 태수가 무슨 자신감으로 내기를 하자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무리 타고난 재능과 힘이 있어도, 무공을 익히지 않은 자와 익힌 자의 차이는 너무나 현격했다.

'그렇긴 해도, 뭔가 믿는 구석이 있으니까 저런 자세를-'


"뭐야, 겁 먹은 거야?"

"제, 제가 왜 겁을 먹어요. 내공도 없는 사람한테"

"그럼, 고민없이 내기하면 되잖아"

"그, 그럼 해요 내기"

"좋아"


태수는 속으로 음흉한 표정을 지었다.


"내기는 간단하게, 진 사람이 이긴 사람의 부탁을 들어주는 것. 단, 어떠한 부탁이든 허용이야"

"어, 어떠한 부탁이든 모두 허용이요?"


"그래야 재밌겠지?"

"좋, 좋아요. 당신이 지면 당신은 제 말대로 군말없이 월하심법을 배우고 힘을 기르면 돼요"


"그래, 푸훕-"


"왜, 당, 당신은 조건을 안 걸어요"

"꼭, 비무 전에 조건 걸라는 법 있어? 끝나면 알려줄게"

"비, 비겁해"


'가가, 괜찮으실까?'

소혜, 역시 태수가 과연 선하를 이길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녀 역시 청독각마공을 익히기 전, 태수를 봐왔었지  이후로는 오늘이 처음이었다.

그에 반해, 월광난무에 녹아든 선하의 모습은 무인답게 너무나 아름답고 멋있었다.

"일단,  몸조리를 해야 할 필요가 있으니까 오늘 저녁에 비무하기로 하자"


"좋아요"


그렇게 둘의 비무가 성사되었고, 소문이 났는지 마을 사람들도 둘의 비무를 보러왔다.

"주인님, 꼭 이기세요오-!"


"가가, 다치지마세요!"

"사, 사위"


태수를 응원하는 사람은 그의 여자들이었다.

태수를 응원하는 몇몇 마을사람들도 있긴 했다.


소혜는 혜수의 '주인님'을 의식했고, 혜수는 소혜의 '가가'를 의식했다.


태수를 지칭하는 단어로 저런 말을 쓴다는 게 서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달자는 서로 말없이 신경전을 하는  사이에 껴서 조용히 태수를 응원했다.

"와, 달의 여신님 꼭 이기세요-!"


"너무 아름답다! 예쁘다!"

"와아아-!"

반대로, 선하를 응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마을남자들이었다.


비록 마지막에 오코를 모두 처리한 것은 태수였지만, 사실 너무 한순간이어서 마을사람들이 그의 활약을 길게 보지 못했다.


그 대신에 마을사람들은 선하가 고생하며 싸워온 걸 두 눈으로 직접 봐왔고, 결정적으로 그녀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마을 남자들이 왜 둘이 비무를 하는지는 몰라도, 일단 찾아와서 그녀의 외모를 구경하며 응원했다.

'흐음, 누가 소문을 냈는지는 몰라도 뭐- 재밌네'

태수는 모여든 마을사람들을 돌아보며 미소를 지었다.

지금이 아니면 이 마을 외진 곳에 언제 사람이 모여들까.

두 모녀도 태수와 같은 심정이었는지, 이 마을 외진 곳에 모여든 마을사람들을 보며 마음이 가득 부풀어오르는  느끼며 미소를 지었다.


"왜,  이렇게 일이 커졌는지 모르겠지만 바로 끝낼 거예요"

"뭐, 좋으실대로"


3수 양보도 필요없다는 듯한 태수의 태도에, 약이 오른 선하는 속으로 '내공도 없는 주제에'라고 생각하며 월녀검법을 꺼내들었다.

"월녀검법月女劍法,  1초식 월광검月光劍!"

"와아아아-!"

'확실히, 내가 지금 비무를 하고 있긴 하구나'


태수는 초식명을 일일이  외치는 선하를 보며, 확실히 지금 자신이 비무를 하고 있다는 걸 실감했다.


비무가 아닌 이상, 실제 전투에서 누가 저렇게 초식명을 말하며 싸우겠는가.

마을사람들은 아름다운 선하의 검劍사위에 환호를 보냈고, 그저 피하기만 하는 태수에게 야유를 보냈다.


"남자가 되서 여자 상대로 뭐하냐!"

"고추 떼라!"


'이, 이것들이 지금 자신이 무대 위에 올라와있지 않다고 말을 막 뱉네-?'

태수는 일부러 힘들게 피하는 척을 했다.


 이유는 그렇게 하는 것이 더 재미있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말대로 내공이 없는 무인인 척을 하다가, 갑자기 가볍게 이겨버렸을 때 그녀가 느낄  당혹스러운 감정.

그리고, 어떠한 부탁이든 다 들어줘야 하는 조건이 걸린 내기.


아, 정말 얼마나 재미있겠는가.

"위험해요, 가가-!"

"주인님이 왜 저렇게 봐주는 거지?"


소혜와 혜수의 반응도 사뭇 달랐다.

태수의 본 힘을 알고 있는 혜수는 태수가 지금 얼마나 봐주고 있는지 아주  알고 있었고, 소혜는 선하의 검 끝이 태수의 몸을 스칠 때마다 자신의 몸이 베인 것처럼 반응했다.


"흐흐흑-  못보겠어"


급기야, 소혜는 울기까지 하며 소매로 눈을 가렸다.


"월녀검법月女劍法, 제 3초식 월광참月光斬!"

파괴력이 상당히 높은 그녀의 초식이 태수에게 크게 타격을 주지 못하고, 허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하악하악- 언제까지 그렇게 도망만  거죠?"

"허억허억, 피하는 것만 해도 급급한데,  소리야!"


"정, 정말 이러다 제가 당신 급소라도 실수로 노리면 모든 게 끝장이 나요. 이만 항복하시는 게 어때요?"

"항, 항복은 무슨. 아무리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해도, 남자가 되어서 그럴  없지!"

"좋, 좋아요. 조금 상처 입을  있긴 해도, 이건 당신 탓이에요. 일단, 이 내기에서 이겨야 하니까-"

진지함을 예고하는 듯, 선하는 검세를 바로 잡았다.

"월녀검법月女劍法,  5초식 월광섬月光閃!"

월광섬은 효율성보다는 오로지 대인전만을 위한 초식으로, 기습에 특화되어 있었다.

내공을 극한으로 끌어올려, 신법에 집중해 발을 앞으로 전진하는 것과 동시에 검을 발검하여 상대를 초고속으로 베는 기술이었다.

하지만-


비무 내내, 계속 연기를 하고 있었던 태수는 가까스로 참고 있었던 웃음을 결국 참지 못하고 피식- 웃었다.


"..!?"


선하는 태수의 그 웃음을 보았지만, 허세라 생각했다.

조금은 월광섬의 위력을 줄여야 하는 게 맞지 않나?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대로 나아가기로 했다.


미래시대로라면 저 남자는 월광섬을 맞고도 반드시 살아남을  분명했으니까.


선하의 검 끝이 태수의 몸에 닿으려고 하는 순간-


태수는 손가락을 튕겼고,  순간 선하가 나아가고자 하는 발 바로 앞에 미세한 거미실이 생겨났다.

선하는 감히  실의 기척을 읽어내지 못했고, 실에 발이 걸려 모양새 좋지 않게 앞으로 고꾸라지며 태수의 품에 자연스레 안겨왔다.

"아직도 모르겠어?"

의도치 않게 태수의 단단한 몸에 꼭 껴안긴 선하는 어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피하기 급급한 태수는 온데간데 없어졌고, 장난기 가득한 태수가 히죽거리며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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