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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화 〉밤꽃무림 세계에 갇히다 (12/90)



〈 12화 〉밤꽃무림 세계에 갇히다

진사는 달자를 마치, 사냥감을 노리는 듯한 눈빛으로 보았었다.

내가 나타난 이후에는, 잠시 사냥감을 내려놓는 듯했다.

언젠가 기회가 생긴다면 바로 노리겠다는, 그런 느낌-


"이제는 제가 있으니까 걱정 할 필요 없습니다"


"안그래도 자네가 정말 든든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네"

진심이었다.


태수가 근처에 없었다면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 앉았을 것이다.


하지만, 태수가 있었기에 믿고 의지할 수 있었다.


일이 마무리  이후에도, 태수는 계속 진사가 신경쓰였다.


'두 모녀가 이렇게 외진 곳에 살게 된 가장 결정적이고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소혜의 말로는 마을사람들이 미라로 변해 죽은 두 남자를 꺼려했다고 한다.

처음에 들었을 때는, 옛날 사람들이 미개해 충분히 그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청독각마공에 대한 진실을 듣고 나서는 그 이유가 너무나 빈약해보였다.

'진사는 분명 두 모녀가 외진 곳에 사는 걸 막을 만한 권한이 있었어-'


대다수의 마을사람들이 원한다고 해서 한 가족을 외진 곳에 보낼 권한은 어디에도 없었다.


관청의 대리를 하고 있는 진사에게만 허락된 권한이었다.

'그럼에도, 진사가 억울한 두 모녀를 외진 곳에 이렇게 보냈다는 건-'


순간, 태수의 머릿속에  장면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 장면은 아주 근원적인 수컷의 본능 그 자체였다.

'진사는 음흉한 눈빛으로 달자를 보며 입맛을 다시며, 한 손으로는 아랫도리를 긁고 있었지-'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그제서야 얽히고 얽혔던 이야기의 실타래들이 풀리는 듯했다.

청독각마공의 연구와 두 부자의 억울한 죽음.

관청의 대리인 진사와 두 모녀.


이들의 관계 속에 어느 모종의 계략이 있음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 관계 속에서 누가 배후에 있는지 확인만 하면 되었다.

당일 날, 밤.


태수를 사이에  두 모녀는 말도 안된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가가-?"

"사, 사위-"

모녀덮밥을 약속한 태수는 피곤하다는 이유로 나중에 하자고 미루었다.


두 모녀는 그런 태수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토록 성관계를 좋아하는 태수가 성관계를 미루다니-


다음 날, 해가 서쪽에서 뜨려나?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 확실했다.

'혹시-?'


달자는 설마 아까 낮에 있었던 일 때문에 태수의 마음이 심란해진 건 아닌가, 생각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달자와 소혜의 시선이 허공에서 교차했다.

두 모녀의 몸은 이미 달아올랐지만, 열쇠가 없으면 자물쇠는 열리지 않는다.

태수에 의해 하루라도 남자가 없으면 못사는 여자가 되어버린 그녀들은 태수를 야속한 표정으로 바라보았지만, 이미 태수는 잠든 후였다.

그 다음 날, 아침 식사를 한 태수는 곧 바로 나무 일을 하러나갔다.


벌컥벌컥-

태수는 나무 하나를 해결하고, 가지고  물로 목을 축였다.


쓰으윽-!

그때였다.

태수의 심장을 향해 단검이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푸욱-

반사적으로 태수는 몸을 비틀어 단검을 피했고, 그 자리에 등을 기대고 있던 나무에 단검이 박혔다.

"누구냐-!"

태수의 심장이 거칠게 뛰었다.

게임이 아니라 현실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방금 것도 맞았으면 바로 저승행이었다.


무공은 익히지 않았어도, 지속적인 단련으로 갈고 닦은 신체능력으로 피할 수 있었다.


"하아하아-"

태수는 가까스로 호흡을 다스렸다.

집에 놓고 온 흑천도가 아쉬웠다.

이럴 줄 알았으면 항상 들고 다닐 걸 그랬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몸에서는 내공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데, 그 정도의 민첩성이라니"

일격에 암살을 실패한 복면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암살 의뢰 내용은 태수가 외진 곳에 혼자 있을 때, 암살한 뒤 시체의 흔적도 모두 없애라는 것이었다.

그 기회를 계속 엿보던 중, 마침 혼자 집 밖으로 나와 인적이 드문 산 속에서 나무일을 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시기적절했다.


의뢰주는 무공을 익힌 무림인인 것 같다고 했으나, 실제로 보니 몸에 내공이 아주 미약했다.


 정도의 수준은 심법을 익혔다기보다는, 인간이 천성적으로 가지고 있는 내공이라 봐도 무방했다.

스르르-


살수의 몸이 태수의 시야에 순식간에 사라졌다.


정확히 태수의 안력이 살수의 신법을 따라가지 못했다.

푸슉-!


그럼에도 태수는 살수가 뒤에 나타나 휘두르는 검에 반응할 수 있었다.

"어제 밤자리가 불편하다고 느꼈던 건 너 때문이었구나-"

[특성 '악의 심판자(S)'가 조건에 맞아 발동됩니다]
-모든 능력치가 50% 증가합니다


태수는 몸의 힘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걸 느꼈다.

무기가 없어 싸워서 이기진 못해도, 아까의 살수의 공격을 보건대 이곳에서 마을까지 도망치는 데 충분했다.


태수는 도망치기 시작했고, 살수가 신법으로 추격했다.

악의 심판자(S)에 의해 신체능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했어도, 신법을 익힌 살수의 추격을 완전히 떨쳐내는 건 불가능했다.

나무 위를 도약하며 태수를 추격하던 살수는 품속에서 비수를 꺼내들었다.

사아아악-

비수는  살수에 의해 출수되었고, 정확히 태수의 목덜미를 향해 날라갔다.

태수는 뒤에서 느껴지는 불길한 감각에 고개를 숙여 피했다.

퍽-


고개 숙인 시야에서 바로 단검이 바로  밑에 박히자, 태수는 간담이 서늘했다.

"도대체 어떻게 되먹은 반응속도냐-!"

살수는 무공도 익히지 않은 태수가 어떻게 저렇게  피하는지 이해할  없었다.

속도도 일반인치고는 거의 준무림인에 가까웠다.

살수들은 기본적으로 신법을 아주 능통했는데, 그런 자신과 비교해도 그닥 꿀릴 게 없었다.

태수는 살수의 헛수고로 날라간 땅바닥의 단검을 주웠고 품 속에 집어넣었다.

마을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조급해지는 건 이쪽이 아니라 저쪽이었다.


"쳇-"

살수는  앞에 마을의 풍경이 그려지자, 조금 무리하는 판단을 내렸다.


빈틈을 보이더라도, 속도를 더 내어 직접 단도로 녀석의 숨통을 끊을 생각이었다.


내공을 끌어올렸고  주위로 증기가 일어났다.

살수의 몸이 일순 태수의 몸에 가까워지며, 들었던 단도로 태수의 목덜미를 일자로 그었다.


살수는 곧 단도에 녀석의 핏물 냄새가  것이라 생각했지만, 오착이었다.

태수는 그렇게 나올 것이라고 예측했고, 고개를 비트고는 그대로 몸을 회전해  반동으로 품에 숨겨두었던 단검을 살수의 몸통을 향해 휘둘렀다.

사실, 그 반격 자세는 도법에 해당했고, 단검으로 하기에는 맞지 않았다.


하지만, 순간 빈틈을 보인 살수에게 유효타로 들어갔다.

"크읍-!"

타격이 깊게 들어가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충분했다.


살수는 전의를 상실하고 도망치겠지.

그런데-

"요노오오옴-!"


살수는 도망가지 않고서, 분노에  고함소리를 냈다.

살수가 입은 야행복에 핏물 자국이 배어나왔다.

무공도 배우지 않은 일반인에게 타격을 허용했다는 사실에 살수는 심히 분노했다.

사실, 아까의 공격은 자신이 낼  있는 최대한의 공격이었다.


이류와 일류 사이에 걸친 자신의 기습은 일반인이 절대로 쉽게 피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그럼에도- 녀석은 능숙하게 피했다.


그것은 재능의 영역인가?

그렇다면  재능의 싹이 꽃을 틔우기 전에 잘라버리겠다-!

살수는 단검을 출수해 태수에게 날렸다.

그러고는 곧 바로 도약해 시간차 공격으로 단도를 목을 향해 휘둘렀다.


"이것으로 끝, 어-?"

살수는 몸이 붕- 뜨는 걸 느꼈다.


정확히는 자신의 목이 그대로 잘려나가, 마치 몸이 붕- 뜬 것처럼 착각했다.

태수는 몸과 목이 분리되어, 땅바닥에 아무렇게나 나동그라진 살수를 보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정말 죽는 줄만 알았다.

사실, 살수를 죽이지 않고서 제압할 수 있는 실력만 있다면 그러고 싶었다.

묻고 싶은 게 있었으니까.


"하지만, 굳이 묻지 않아도 될  같아. 누가 시켰는지 다 알  같으니까"

태수는 나무에 기대앉아 호흡을 가다듬고는 살수가 입었던 야행복과 복면을 벗겼다.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에 딱히 큰 죄책감을 느끼진 않았다.

창천무림에서는 유저를 죽이면, 핏물 가득한 시체가 남지 않고 소금결정처럼 분해되어 사라진다.

우습게도 그게 예습이라도 되었던 걸까?


그닥 아무렇지도 않았다.

태수는 시체의 흔적을 없애고는, 야행복과 복면을 챙겨 나무일을 마저했다.

오늘은 아무래도 재미있는 일이 많이 벌어질 것 같았다.


일을 마친 태수는 마을의 터줏대감 진사가 있는 집으로 갔다.

멀리서부터 봐도 여전히 대단한 집이었다.

아주 으리으리했다.

"계십니까-?"

"누구십니까? 어- 너는"

문지기는 오랜만에 본 태수를 보며 불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번에는 거지였지만, 그래도 지금은 마을에서 평이 좋은 인물이 되어버렸으니까.


"무슨 일로 왔소?"


"내가 생각해보니 진사 어르신에게 많은 은혜를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소. 그래서 오늘 해온 이 나무 땔감을 드리려고 하는데, 혹시 직접 뵐 수 있겠소?"


"호오-? 땔감을 준다고?"

"그렇소"

문지기는 의외의 표정을 지으며, 태수를 바라보았다.


이렇게 공물을 바치는 건 언제나 환영이었다.

마을의 터줏 대감, 진사 어르신은 이런 공물이라면 아주 환장하는 인간이었으니까.

"여기서 잠시 기다리시오-"


"알겠소"

문지기는  안으로 들어가, 진사가 있는 사랑방  앞에 왔다.


"진사 어르신, 어르신에게 땔감을 바치고 싶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호오-! 그게 누구냐?"


진사의 밝은 목소리에 문지기는 속으로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잘 모르겠습니다. 이제 마을사람인 것 같긴 한데- 애매합니다"


"알겠다. 내가 바로 나간다고 전해라"

곧 문지기는 진사와 함께 태수 앞에 나타났고, 진사는 태수의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씹은 표정을 지었다.

'지금 당장에라도 내쫓고 싶은 심정일 거야- 죽었어야 할 내가 여기에 있으니까'

태수는 비릿한 표정을 숨기고는 웃는 표정을 지었다.


"진사 어르신을 뵙게 되어서 정말 영광입니다. 오늘 이렇게 땔감을 해왔는데, 진사 어르신에게 좀 드릴려고 합니다"


"흐음- 뭐 고맙게 받겠네. 안에서 시원하게 차라도 하겠는가?"

손님은 손님이었다. 그것도 공물까지 가지고 온 손님.

이대로 내보낸다면 마을의 평이 좋지 않을 게 분명했다.

"진사 어르신이 주는 차라면 당연히 넙죽 받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태수는 능청스럽게 대답했고, 진사는 그런 태수가 도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알 길이 없어 속이 답답했다.

진사의 장원으로 들어온 태수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반응했다.


"와, 정말 집이 좋습니다. 어르신이 사는 곳은 어딥니까?"

"아, 이곳이 하인들이 사는 곳이군요"


"이곳은 그 소문의 아름다운 부인분이-?"


태수는 유심히 부인이 살고 있는 방을 기억하겠다는 듯 노려보았다.

태수의 말을 듣다못한 문지기가 결국 조금 화를 냈다.

"진사 어르신 앞에서 못하는 말이 없소. 아무리 공물을 바치러왔다지만, 조금은 조심하쇼"

"예예, 알겠습니다"

태수는 머리를 긁적이며, 딱히 반성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그 모습에 문지기는 속에 열불이 났지만, 정작 진사가 가만히 있으니 나서지 않기로 했다.

사랑방에 들어온 진사는 대뜸 태수에게 물었다.


"자네, 무슨 꿍꿍이인가?"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모르는 척하지 말게"

"무슨 말을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서 차를 마시고 싶군요"


"... 알겠네-"


계획대로라면 살수가 오늘 움직여야 했으나, 무슨 일이 있어 움직이지 않을 수도 있다고 가정했다.

"캬아- 차 맛이 정말 좋습니다. 다과도 정말 맛이 훌륭했습니다. 진사 어르신, 조만간 다시 뵙겠습니다"

태수는 하인이 가지고 온 다과를 전부  먹고, 차마저 깔끔하게 비웠다.

그 천진난만한 모습에 진사를 혀를 내둘렀다.


저게 연기라면 정말 소름돋는 인간이지 않은가.


"뭘 봅니까-?"

대문에 태수의 짐을 보고 있는 문지기를 보며 태수가 차갑게 내뱉었다.


"아니,  수상한 게 있나 싶어서. 원래 문지기의 역할이 그런 게 아니겠나?"


"그 역할은 아까 했어야 하지 않습니까?"


비웃는 어투로 대꾸한 태수는 땔감이 가득 들어있는 지게를 업고는 진사 장원 밖으로 나왔다.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거야- 진사 어르신'

밖으로 나온 태수는 인간이 지을 수 있는 최대한의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당일 날, 밤.

태수는 살수가 입었던 야행복과 복면을 입었다.

단검에 의해 훼손된 야행복 가슴 부근은 달자에게 부탁해 바느질을 하게끔 했다.

그러고는 태수는 진사 댁 근처에 인적이 드문 풀숲으로 들어왔다.

'비밀스러운 조교의 방 오픈'


[비밀스러운 조교의 방] - 2단계
-지속시간 15분
-조교 대상 정신 디버프 2단계 적용
-민감도, 예민도, 흥분도, 통각 2단계 적용
-최대 조교 대상 2명
-최대 조교 도구 4가지
-대상의 거리가 300m 이내 사용가능
-옵션 체인지 활성화 On/Off
-하루에 사용가능한 횟수 2번(재사용 대기시간 30분)
-서치 기능 On/Off


태수는 조교의 방이 2단계가 되며, 새롭게 생긴 서치 기능을 활성화했다.

[서치 기능 On]

자신으로부터 300m 이내의 생명체들이 흑색 화면으로 태수의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사람의 얼굴을 확인하는 것이 조금 부정확하긴 해도, 태수에게는 문제가 없었다.


아까 낮에 사전정보를 얻어왔기 때문이었다.


'저 여자가 진사의 젊은 부인인가보군- 소문대로 엄청나잖아'


진사의 부인은 마을사람들에게 성격이 좋지 않은 것으로 유명했다.

아름다움으로 가난한 신분에서 탈출하자마자, 그녀는 자신의 옛 신분이 뭐였는지 잊고서 마음껏 아랫사람을 부려댔다.


마을사람들은 표독한 그녀의 시야망에 걸리지 않도록 무던히 애를 써야만 했다.

특히, 그녀에게는 엄청난 콤플렉스가 있었는데, 그녀의 근본은 정실부인이 아닌 '첩'이었다는 것.


정실부인이 모종의 이유로 죽고, 첩인 자신이  자리에 올라간 것이었다.

마을사람 입에서 그 이야기가 나오면, 해당 마을사람은   없는 곳에서 매를 죽도록 얻어맞기도 했다.


태수는 그런 진사의 부인을 마음껏 요리할 생각에 마음이 들떴다.


고추도 점점 단단해져갔다.

부인은 방에서 차와 다과를 마시며, 책을 읽는 듯했다.


태수는 그런 부인을 조교의 방으로 불렀다.

은은한 묵광빛으로 빛나는 조교의 방 안.


"꺄아아악-!"

갑자기 끌려온 진사의 부인은 주변을 둘러보며 비명을 질렀다.


한 차례 소리를 지르니 그제서야 조금 안정을 찾았는지, 태수를 발견하고는 고함을 질렀다.


"너, 누구야-!"

어후-


생긴 것만 예쁘지, 목소리에 아주 표독함이 많이 묻어있으시네.

저걸 어떻게 요리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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