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화 〉밤꽃무림 세계에 갇히다
아직 이런 성인 아이템은 지금 나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것들이 아니었다.
진동기 외에도 바이브레이터, 딜도, 최음제, 애널 비즈 등 정말 다양한 상품이 존재했다.
하지만, 지금 일단 생존이 중요했다.
생존에 필요한 아이템을 사는 게 현명한 선택이었다.
[힘 스탯 증가 물약] - 1단계
-강해지고 싶으면 이걸 드세요. 당신의 힘 스탯이 영구히 1 증가합니다.
-1단계에서 최대로 올릴 수 있는 힘 스탯은 5입니다.
-필요 CP 3
[내공 스탯 증가 물약] - 1단계
-내공이 없으면, 밤꽃무림 세계에서 고수가 될 수 없습니다.
-1단계에서 최대로 올릴 수 있는 내공 스탯은 5입니다.
-필요 CP 3
태수가 꽂힌 아이템은 이 두 가지였다.
당장 필요한 건 힘 스탯이었다.
태수는 오늘 아침에 인심이 착한 이 집을 위해 열심히 땔감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힘 스탯 증가 물약] - 1단계' 5개를 구매했습니다'
'[내공 스탯 증가 물약] - 1단계' 2개를 구매했습니다'
순식간에 보유 CP가 0이 되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미래를 위한 투자였기에 오히려 마음이 홀가분했다.
물약들은 인벤토리에 자동으로 들어왔고, 아공간 열 듯 인벤토리에서 물약을 하나씩 꺼내 마시기 시작했다.
[힘 스탯이 생성되었습니다]
[힘 스탯이 1 증가했습니다]
[힘 스탯이 1 증가했습니다]
...
불끈-!
하나 마실 때마다 힘이 솟는 것이 느껴졌다.
전에는 일반 남성이었다면, 1단계 스탯을 모두 채운 지금은 스포츠 선수의 근력 정도는 되었다.
이어서 내공 물약도 마셨다.
[내공 스탯이 생성되었습니다]
[내공 스탯이 1 증가했습니다]
[내공 스탯이 1 증가했습니다]
..?
그에 반해 내공 물약은 마셔도 그닥 변화가 없었다.
배꼽 아래에 무언가 꿈틀거리는 것인 느껴졌지만, 그게 끝이었다.
하지만, 무협소설을 자주 읽어 본 태수는 이것이 얼마나 사기적인 능력을 내포하고 있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상관하지 않았다.
훗날 아주 큰 힘이 되어줄 것이기 때문에.
태수는 자신의 힘을 실험해볼 방법을 찾으려 했다.
단순히 나무 같은 곳에 주먹을 휘두른다는 건 미친짓이었다.
힘이 강해진 만큼, 주먹뼈가 그대로 아작이 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돌 같은 걸 던져볼까? 뭔가 휘두를 거라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태수는 집 근처에 작은 바위 같은 걸 발견했다.
아무래도 오래 전, 뒷산에 있던 바위가 바람이나 비에 침식되어 굴러떨어진 듯했다.
"저걸 들 수 있다면 정말 힘이 엄청 강해진 거겠지?"
지금 몸에서 느껴지는 힘을 보건대, 충분히 들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으랏차-!
강한 힘을 내기 위해 절로 포효하는 듯한 소리를 지르며 태수가 바위를 들어올렸다.
바위의 무게는 대략 150kg.
바위 특성상 들기 힘들다는 걸 고려하면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심지어, 태수는 그 바위를 멀리는 아니더라도 조금 던지는 것까지 가능했다.
"후아-!"
물론, 자주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스탯 물약으로 올린 근육들이 힘들다고 아우성치는 듯했다.
"그러고보니 몸도 좀 좋아졌네?"
원래 자신의 몸은 지방과 근육이 같이 낀 근육돼지였는데, 지방의 비중이 더 높았다.
당연히 복근은 없고, 뱃살만 툭 튀어나와 있었는데 이제는 뱃살이 많이 줄어들었다.
그 외에 태수가 확인하지 못하는 어깨 근육, 등 근육도 굉장히 많이 커졌다.
한 마디로 태수는 하룻밤 사이에 몸의 밸런스가 굉장히 좋아졌다.
"이 정도면 무한 동력이다. 어제의 은혜를 보답하자-"
태수가 어제 어머니에게 느꼈던 감동은 자고 일어난 이후에도 씻겨나가지 않았다.
곧 모녀가 일어났고, 어머니는 곧 아침 식사 준비에 들어갔다.
소혜는 아침밥 짓는 어머니를 도와주었다.
"어디가셨지?"
곧 아침밥이 완성되었고, 소혜는 태수를 불러오라는 어머니의 말에 태수를 찾아나섰다.
그러자, 자연스레 어젯밤이 떠올랐다.
'설마 나를 좋아하시는 걸까?'
남녀 사이에 그렇고 그런 관계는 서로 좋아하는 사이에만 하는 걸로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어머-!'
잠시 망상을 하고 있던 소혜는 집 뒷편에 몸을 단련하고 있는 태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분명 어제까지만 했어도 뱃살이 있을 것 같은 외형이었지만, 지금은 아주 상남자처럼 탄탄한 몸이었다.
'옷을 벗으니 완전 남자였어-!'
'그렇다면, 어제 저 탄탄한 몸으로 나를..'
소혜는 몸을 배배 꼬았다.
"공자님, 아침밥 드세요"
"아, 네"
팔굽혀펴기를 하던 태수는 소혜의 부름에 그만두고는 옷을 갈아입었다.
사실, 아까 바위를 들어올리며 그 이후에도 단련을 계속해서 이어나갔던 것은 몸을 단련하면 관련 스탯이 증가하기 때문이었다.
[지속적인 단련으로 스탯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강도가 높을 경우, 단련 효율이 높아집니다
-현재 수준에 맞지 않는 단련을 할 경우, 스탯이 증가하지 않습니다
-너무 높은 강도의 훈련은 오히려 일시적인 스탯 저하를 일으킵니다.
덕분에 체력 스탯 1을 올릴 수 있었다.
[힘] - 5
[내공] - 3
[체력] - 1
창천무림 상위 랭커였던 나로서는 정말 형편없는 스탯이었지만, 오히려 지금은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에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그나저나-'
태수는 소혜를 따라 집으로 들어가며, 아까 보았던 시스템 문구를 떠올렸다.
'애액이 나왔다고 했지'
그 말은 곧 소혜도 어젯밤 제대로 즐겼다는 말이 된다.
지금 분위기도 수줍수줍한 것이 어제 그 일 때문에 나를 미워하는 등 그런 일은 없을 것 같았다.
'흐음- 맛있는 냄새'
부엌으로 가자 앞치마를 하고 있는 소혜의 어머니가 보였다.
그나저나, 정말 어머니도 몸매가 장난이 아니란 말이지.
저게 30대 후반, 40대 초반의 몸매야?
대한민국에서 동안으로 유명한 30~40대 여자 연예인을 보는 듯했다.
'허리와 골반의 굴곡진 라인은 정말 말도 안된다고-'
식탁에 좀 앉아있으니 곧 밥과 반찬들이 올라왔다.
어제랑 크게 다를 건 없었다.
밥과 장국, 거기에 채소 같은 것이 곁들여져 있었다.
"맛있게 먹겠습니다"
태수는 어제처럼 식사가 맛있지는 않아도, 이게 얼마나 소중한 식사인지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이 집 상황도 그렇고 말이다.
"저, 오늘부터 일을 하려고 합니다"
"일?"
"네, 여기 와서 밥만 축낼 수는 없으니까요. 저도 도움되는 일을 하겠습니다"
"꼭 그렇게 하지는 않아도.."
"아뇨, 제가 하고 싶어서요"
태수가 확고하게 대답하자, 소혜의 어머니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사실, 그녀도 태수가 일을 한다는 사실이 달갑게 느껴졌다.
몸도 튼튼한 것이 일을 한다면 정말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제 땔감이 부족해보였는데, 나무 일을 하는 걸 돕겠습니다"
"나무 일은 혼자 하기 엄청 힘든데, 괜찮겠어요?"
"물론입니다. 저 혼자로도 충분합니다"
태수는 힘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확고한 태도를 보였다.
'그나저나 호칭을 어떻게 해야되려나. 소혜는 나를 공자님이라 부르지만, 소혜 어머니는 나를 딱히 부를 이름이 없잖아. 나도 그렇고'
"저 소혜 어머님, 태수라고 부르세요. 저도 어머님으로 모시겠습니다"
"그래도 되겠니?"
"네, 잠시 이곳에서 지내는 동안은"
"알겠어, 이렇게 하니까 편하긴 하네, 태수야"
'잠시, 이곳에서 지내는 동안은..?'
태수와 어머니가 대화하는 동안, 소혜는 태수의 말에 표정이 어두워졌다.
잠시, 지내는 동안이라는 말은 언젠가 이 집을 떠난다는 말과도 같았다.
만약에 태수가 사라진다면 많이 우울해질 것 같았다.
아침 식사가 끝나고, 태수는 잠시 쉬었다가 곧 일할 준비에 나섰다.
집에 있는 도끼가 날이 많이 낡아, 그것부터 갈 필요가 있었다.
애초에 쓸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인 듯했다.
'이런 일 거의 해본 적 없는데 말이지-'
결국, 마을 대장간으로 가는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그 삯으로 줄 수 있는 것도 딱히 없다는 점.
'협상은 그 도끼로 해올 수 있는 나무를 조금 주는 것, 정도로 해야 되겠지-'
50대로 보이는 대장간의 주인장은 마을에서 처음 보는 태수를 몇 번 힐끗 보고는 나무를 일정량 주겠다는 조건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이제 막 겨울이 시작된 터라, 땔감이 아주 많이 필요했는데 덕분에 잘됐다는 표정이었다.
"자네는 어디서 왔나?"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자신이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있나? 이상한 청년이군. 아무튼 삯은 오늘 내일 안으로 줬으면 하네. 당장 3일 후에 쓸 땔감도 없거든"
"알겠습니다"
태수는 날이 살아난 도끼와 몇몇 연장을 챙기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소혜는 벌목한 것들을 챙겨올 수 있는 지게를 준비해두고 있었다.
"아, 오셨어요?"
"응"
태수는 소혜에게 말 놓기로 했다.
소혜도 그걸 원했다.
실제로 나이도 8살이나 많았으니까. 물론, 나이를 직접 밝히지는 않았다.
"그러면 갔다올게"
"저, 저도 같이 가도 될까요?"
"소혜도?"
"네. 딱히 집에서 할 것도 없어서-"
"어머님이 허락해주실 것 같지 않은데. 위험하기도 하고"
"어머니한테는 말씀드렸어요. 그랬더니 공자님을 도와드리래요"
"흐음-"
태수는 소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떠올려보았다.
'아무것도 없겠는데? 지게도 하나밖에 없고'
굳이 찾는다면 일하는 중에 므훗한 일을 벌이는 것? 고것 아주 힘이 많이 되어줄 것 같긴 하네.
소혜는 이제 막 남자에 눈을 뜬 참이었다.
어제 한바탕 그런 일을 벌이니, 오늘 아침부터 태수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사실 이 시대에 17세의 여자가 가질 수 있는 취미는 거의 없었고, 소혜는 더욱 더 그러하였다.
가슴이 들뜨는 일, 재미있는 일을 하는 것 이전에 그런 일들이 지금껏 없었다.
이제는 원래 그런가보다, 하며 살아왔지만 태수를 만나고 나서 본능적인 속삭임에 가슴이 두근거리고 마음이 들떴다.
이런 감정은 처음이었다.
만약에 태수 혼자 벌목하러 간다면, 자신은 집 안에서 태수 생각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 같이 가자"
"정말요!?"
"뭐, 안될 것도 없지. 산에 오르면서 다치지 말고"
"주의할게요!"
태수는 소혜가 저렇게 좋아하는 모습을 처음 보는 것 같았다.
수수하고 차분하면서도 집안인을 잘 도와주는 전형적인 효녀의 이미지였기에 태수도 덩달아 웃음이 나왔다.
광서의 하운 마을은 광서의 중앙관청에서 관리하고 있다.
관리 목록에는 대표적으로 세금도 있지만, 하운 마을은 뒤에 큰 산이 있기 때문에 산을 관리하는 비중이 유독 많은 편에 속했다.
어제 스타트 지점이었던 울창한 숲부터 시작해서, 여기까지 걸어온 거리 모두 광서의 관리 하에 있으니 그 범위가 얼마나 방대한지 잘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덕분에 관청은 마을사람들이 벌목하는 것에 대해 딱히 크게 제한을 두지는 않았다.
오늘 벌목을 한다는 형식적인 허가서만 있으면 마음껏 벌목하는 것이 가능했다(산불 같은 것만 내지 않으면 된다)
애초에, 이곳 사람들의 기술 수준으로는 다 함께 하루종일 벌목해도 산의 1/10을 도려내는 것조차 불가능했으니 가능한 처사일 것이다.
'자 이제 해볼까-'
노력한 만큼, 땔감을 가져갈 수 있으니 힘이 났다.
물론, 지게가 작아 한 번에 많은 양을 가져갈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으랏차-!
벌목질은 창천무림에서 생활 컨텐츠를 할 때, 잠깐 즐긴 적이 있었다.
물론, 오래 되어 익숙하지는 않았다.
군대에서 벌목하는 거 보면 전기톱이라도 있어서 다행이었지, 이렇게 생으로 벌목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야말로 원시시대.
그 당시, 군대에서 벌목하는 걸 옆에서 지켜보며 들었던 말이-
-벌목은 결을 파악하는 것과 나무가 쓰러질 위치를 정하는 것. 이 두 가지가 제일 중요하다.
였던 걸로 기억하고 있다.
나무는 쓰러지기 전까지, 쓰러질 기미가 아예 보이지 않다가 갑자기 확 쓰러져 버린다.
그렇기에 늘 조심하고, 조심해야 한다고 들었다.
쓰러지는 나무에 몸이 맞으면 그대로 뼈가 아작날테니까.
으랏차-!
퍽- 퍽- 퍽-
벌목질은 등 운동에 가까웠다.
손 힘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온 몸을 실어야 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상의를 탈의한 채, 힘 있게 도끼를 내려찍었고 순식간에 나무 하나를 쓰러트렸다.
그 과정 속에서 얼마나 열이 많이 났던지, 태수의 몸에 증기가 올라왔다.
"와아-"
소혜는 그 장면을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태수의 근육질적인 몸도 대단했지만, 이렇게 힘이 강한 사람도 처음 본 것 같았다.
이 정도면 마을사람들 중에서도 아마 힘이 제일 강하지 않을까, 싶었다.
"후아-!"
태수는 이어서 나무 한 개를 더 쓰러트리고는 거칠게 심호흡을 했다.
힘은 충분했지만 체력이 문제였다.
온 몸에 땀이 흘러 거의 땀으로 샤워를 하는 듯했다.
날씨가 추워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물 드세요, 물"
"아, 고마워"
소혜가 가지고 온 시원한 물로 온 몸을 적시고, 입 안을 적신다.
'소혜 데려오길 잘했네. 물 가지고 올 힘도 없었는데-'
만약에 혼자 왔다면 이렇게까지 열심히 하지는 않았을 것 같았다.
소혜가 옆에서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조금 오버해서 한 것도 없지 않아 있다.
뭐, 아무튼 소혜가 날 바라보는 표정을 보아하니, 내 벌목질을 보고 나에게 조금 반한 것은 아닐까싶다.
아까 쉼없이 벌목질을 하며, 메시지가 떠올랐던 걸 기억하고 있다.
이제서야 그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미확인된 메시지]
-지속적인 단련으로 체력 스탯 1이 증가합니다
[체력] - 2
'이 맛에 몸을 단련하지-'
체력 스탯도 올리고, 땔감도 얻고, 소혜의 마음도 얻고.
1석 3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