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화 〉밤꽃무림 세계에 갇히다 (3/90)



〈 3화 〉밤꽃무림 세계에 갇히다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청독각마공의 성취를 대성까지 이루지 못할 것이다.
처음 입문할 때, 느껴지는 몸이 타들어가는 듯한 증상을 결코 막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극빙의 기운을 갖고 있는 빙정을 복용해도 해결될 수 없는 문제였다.
애초에, 인간과 거미는 전혀 다른 종류의 생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조건만 갖춰진다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


게임 시스템이 적용되는 태수는 무공 포인트를 모아, 단번에 청독각마공의 성취를 대성까지 올리는 것이 가능했다.

'청독각마공의 성취를 이루는 데 필요한 무공 포인트는 1, 2, 3, 4.. 1성을 올릴 때마다 1씩 증가해'

그렇다면 12성, 대성을 이루는 데 필요한 무공 포인트는 총 78포인트가 된다.
레벨을 올리면 무공 포인트를 올릴  있다는 건 메뉴얼을 봐서 익히 알고 있다.


그리고, 밤꽃무림 - 이계편에서는 '이계편'이란 것이 붙은 만큼, 세계관 특성상 곧 무림에 이계인들의 침공이 들어오기 시작할 것이다.
이계인은 몬스터일 수도 있고, 하프 인종일 수도 있고, 인간일 수도 있다.
그들을 쓰러트리면 경험치가 올라, 레벨을 올리는 것이 가능하다.


제일 중요한 문제는 그들을 쓰러트릴 무공이 지금 나에게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상적인 무공 테크를 탄다면, 어떻게든 레벨을 올려 무공 포인트를 받아 적절한 하급 무공을 구해 속도는 느려도 꾸준히 강해지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그렇긴 해도, 청독각마공의 성취를 대성으로 이루었을 때 얻을 수 있는 메리트를 포기하는 건 아쉬워-'

좋은 방법이 있을까, 생각해보았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머릿속이 복잡해져만 갔다.
안그래도 엉킨 실타래가 풀리는 것이 아니라, 서로 얽히고 얽혀 더더욱 꼬이는 듯했다.

[청독각마공을 무공 비전에 등록하시겠습니까?]
[무공 비전에 등록하면, 훗날 책이 없어도 무공 포인트만 있으면 무공의 성취를 올리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것에 대한 답은 너무나 당연하다.


'무공비전에 등록하겠어'


[청독각마공이 무공비전에 등록되었습니다]
[무공비전(1/5)] - 청독각마공 등록

뭐, 이렇게 해두면 포인트가 쌓이는 대로 청독각마공을 훈련할 수 있겠지.
청독각마공에 대해 생각하는 건 일단 그만두자.
지금은 일단 마을에 가서 밥 벌어 먹고 사는 것부터가 먼저다.

"그나저나, 그 여자랑 복면인들은 뭐였을까?"

지나고 나서야, 그들의 관계가 머릿속에 그려졌다.
흔하디 흔한, 무림의 은원 관계?
혹은 약점을 잡혀 그걸 없애기 위해 여자를 추격하는 중인가?


뭐, 둘 중 하나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지만 다행인 건 그들의 은원 관계에 휘말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걷다 보니 점점 시야에 마을의 윤곽이 보이기 시작했다.

"호오, 이런 식인가-"

마을은 4~5가구들이  곳에 모여사는 집촌 단위로 이루어져 있었다.
 마을은 30집촌 정도가 모여살고 있는 정말 아주 작은 마을이었다.

'광서의 작은 마을. 딱 들어맞는 말이네'

태수는 미니맵을 켰다.


 마을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그저 까맣게 되어있어 어디인지 확인할 수 없었지만, 눈으로 직접 확인하자 이곳의 지명이 '하운 마을'인 걸  수 있었다.


하운 마을 북측에는 조금 더  폰트로 '광서'라 적혀있는 듯하다.
아마, 아직 가보지 못해 광서 폰트의 윗부분이 어둡게 블러처리된 것 같았다.

"이곳에 일단 며칠 묵다가, 시간이 되면 광서로 가봐야겠어"

사람이 많이 살수록 발전한 번화가일 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돈도 더 많이 벌 수 있고 고급 무공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예쁜 여자를 보는 것도 크게 무리는 아닐 거야'


아마, 이곳 세계는 보통 현실보다, 혹은 일반적인 무림 세계보다 더 예쁜 여자들이 많을 것이다.


왜냐고?


밤꽃무림은 원래 그런 목적으로 만들어진 세계였으니까.
예쁜 여자들이 수없이 많으며, 주인공은 그 수많은 히로인들과 그렇고 그런 관계를 맺는 아주 아름다운 세계.

태수는 히죽거리며 마을의 출입을 통제하는 문지기도 없는 하운 마을 초입에 들어섰다.


지나치며 눈이 마주친 마을사람들은 낯선 태수의 옷가지에 관심을 보이더니, 이내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그들은 처음에 태수가 관청에 온 사람인 줄 알았다.

하지만, 살펴보니 분위기가 그런 것 같지도 않았고 외국 출신으로 길을 잃어버린 방랑자처럼 느껴졌다.
한마디로 괜히  마주쳤다가 밥 달라고   같아서, 사전차단 목적으로 고개를  돌려버린 것이다.


'끄응- 뭔가 내가 어떻게 나올지  알고 있는 듯한 행동들이시네'


태수는 무언가 말을 걸어보려고 해도, 눈이 마주친 마을사람들 표정은 '동냥질은 절대로 받지 않아' 라는 의미를 띄우고 있었다.

'거지 마을인가? 다들 먹고 살기 힘드니까 이런 거겠지?'


아무래도 번지수를 잘못 찾아온 듯했다.

이래서는 일 삯으로 뭐라도 얻어 먹고 잘 공간이라도 찾기는 상당히 힘들 것 같았다.

"그나저나, 겨울인가? 슬슬 추워지네"

태수는 쌀쌀함을 느끼며,  손으로 교차해 팔뚝을 마찰해 열을 냈다.
아직 해가 지지도 않았는데, 날씨가 이런 걸 보면 밤이 되면 무진장 추워질 게 분명했다.

'잘 곳을 못 구하면 군대 혹한기 훈련 이상이다, 반드시 구해야 돼'


관측병이었던지라 해발 1050m인 산에서 추위와 강풍에 파르르- 떨며 철야를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제는 필사적일 수밖에 없다.
무공이고 뭐고 간에 어떻게든 잘 곳을 구해야만 했다.

'최대한 부잣집으로 보이는 곳으로 가야 비교적 인심이 후하겠지?'

태수는 그렇게 생각하며, 마을의 집촌 중 가장 집이 괜찮은 곳으로 갔다.
이 집은 다른 집에는 없는 대문도 큼지막하게 있을 정도로 조선으로 치면 대감들이 살고 있을 법했다.

"저기요"


태수는 머쓱한 자세로 대문을 두들겼다.
대한민국에 살면서  번도 남의 집 두드리면서  달라고 해본 적이 없었기에 쑥쓰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옛날에는 이렇게 거지들이  벌어 먹고 살았겠지?'

벌레 바라보는 표정으로 날 보는  얼마든지 괜찮았다.
다만, 그렇게 바라보더라도 밥과 잘 곳을 제공해주었으면 하는 것이 내 솔직한 심정이었다.

"누구십니까?"


대문을 두들기자, 문이 열렸고 갑옷 차림의 문지기가 서있었다.
문지기의 표정은 무표정이었다가 험악하게 변해갔다.
문지기의 험상궂은 인상을 보니 왠지 이 집의 정서가 읽혀오기 시작했다.


'놀부 심보 같은 분위기잖아'


"밥 좀 얻어먹을 수 있을까요?"

이런 분위기 속에서 '잠도  수 있을까요?'라고 묻는 건 어불성설이다.
밥이라도 얻어먹을 수 있으면 다행이다.

"밥? 여기가 무슨 절인  알아? 밥 얻어먹게?"


내 행색이 그렇게 구리게 보였나?
처음에는 존댓말을 썼다가, 이제는 반말을 사용하네?

"그러고보니 처음 보는 얼굴이네?. 너희들 같은 거지들은 한 번 죽도록 처맞아봐야 정신차리고 얼씬을 안하지-!"


아니 반말을 사용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이제는 문지기한테 처맞게 생겼다.

'밥 주고 싶지 않으면, 그냥 없다고 하면 되지 무슨-!'


이토록 인심이 괴팍하다니.
태수는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인심이 각박해진 현대에서도 거지 행색으로 식당에 들어가, '배가 고프다, 먹을  좀 줄 수 있습니까?' 라고 물으면 대부분 다 준다고 한다.

'일단, 도망가야겠다. 문지기 주제에 설마 쫓아오지는 않겠지'

태수는 문지기가 몽둥이를 들고오려고 하자, 후다닥 도망쳤다.
마을이 좁긴 해도, 설마 밥 달라고 했다고 뭐 어떻게 하겠는가?

"참 야박하네"


내쫓긴 태수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터벅터벅 걸었다.


'사냥이라도 해야 하나?'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나 사냥이란 걸 해본 적이 있으려나.
어렸을 때, 개미 잡고 놀던 시절을 제외하면 사냥이란 걸 해본 적이 없다.

물론, 창천무림에서 게임을 할 때, 당연히 몬스터 사냥을 해본 적은 있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게임 시스템이 작용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지금처럼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사냥을 한다는 건 어불성설이었다.
마을사람들이 자신을 기피하는 것이 느껴졌다.


이미 이방인 거지 한 명이 마을의 터줏대감 같은 곳에 가서 동냥질을 하다가 내쫓겼다는 소문이 온 마을에 퍼졌고 터줏대감집 눈치가 보여 괜히 도와주기도 껄끄러웠던 것이다.

태수도 그런 분위기를 느끼며, 이곳의 북측으로 올라가 번화가인 광서로 올라갈 생각을 갖고 있었다.


'거지 소굴 같은 곳으로 들어오니  모양이지'


하운 마을에 대해 안좋은 인식이 가득 생긴 태수는 그렇게 생각하며 미니맵을 켜, 대강 길을 살펴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저기.. 밥 있는데, 저희 집으로 오실래요?"


마을 초입, 인적이 드문 곳에서 태수에게 반가운 말을 건네는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토록 듣고 싶었던 말을 듣게 되었으니, 태수는 자연스레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허어-'

목소리만 들어도 예쁘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예상은 제대로 적중했다.
시골 여자답게 수수하지만  안에 기품이 느껴졌다.


화장을 전혀 하지 않았지만,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눈이 커서 아이라인을 그린 웬만한 여자보다 얼굴이 입체적으로 다가왔다.

'그 밑으로 몸매도..'

게다가 아래는 환상적인 바디라인.

밤꽃무림 세계 여자들은 다 이렇나?
무림미녀가 아닌, 이 시골바닥 여자도 이렇게 예쁘다고?

꿀꺽-

태수는 최대한 자신의 이런 모습을 숨기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정말 밥을 줍니까?"


"네, 원하시면 잘 곳도 제공해드릴게요. 이곳으로 따라오세요"

여자는 화사하게 웃었고,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지 않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혹시, 납치? 라는 생각이 태수의 머릿속에 잠깐 들었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지 않았던 곳으로 여인이 갔던 이유는, 집이 굉장히 마을 외진 곳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을은 5집이 모여 1집촌을 이루는 형태로 서로 모여 살고 있는 형태를 취했는데, 이 집은 외진 곳에 딱 하나만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나-?'


게다가, 집도 굉장히 허름했다.


물론, 이런  따질 여유는 없었다. 오히려, 이렇게 가난함에도 선뜻 누군가에게 밥과 잘 곳을 제공해주었다는 사실이 더욱 가슴을 뭉클게했다.


"어머니, 데려왔어요-"
"그래, 소혜야. 잘했다"
"아, 안녕하세요-"


태수는 머쓱머쓱한 태도로 90도로 소혜라 불린 여자의 어머니에게 인사를 땅에 박듯이 했다.


'아무래도, 어머니께서 날 오게끔 한 거구나'


"그래요, 청년. 젊어서 굶으면 안되지"


역시, 유전의 힘은 대단했다.

딸이 아직 고등학교 3학년 정도로 보이는 외모라 그런지, 어머니도 아직 많이 젊게 보였고 그 미모도 대단해보였다.
물론, 미시 취향은 없어서 아랫도리가 크게 반응하지는 않았다.

'크흠- 지금만큼은 이런 생각을  때가 아니잖아'


태수는 스스로를 다독이며, 어떻게 하면  집에 도움이 될  있을지 떠올렸다.


"곧, 밥을 해드릴테니까 여기에 앉아 계셔. 잘 곳은 그 이후에 알려줄게요"
"아, 네 감사합니다.  혹시 제가 도와드릴 일이라도 있을까요?"
"에이, 됐어요. 내 아들 같아서 그래, 내 아들"
"아들이요?"
"이제는 없지만 2년 전만 해도-"


소혜의 어머니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목소리의 떨림이 공기를 타고 태수에게 전해졌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괜한 걸 물었네요"


소혜의 어머니는 손짓을 치며, '아니라고' 대답하고는 이내 말이 없어졌다. 밥을 짓는 옆모습이 왠지 모르게 쓸쓸해보였다.

그 사이, 소혜는 시원한 물이 들어있는 주전자와 물컵 2개가 올려져있는 쟁반을 가지고 오는 중이었다.
태수는 안그래도 오랫동안 걸은 탓에 갈증이 있었기에 반가운 미소를 지었다.
태수는 그녀를 도와주기 위해 자리에 일어나, 두 손을 내밀어 쟁반을 받으려고 했다.

그런데, 소혜가 발을 헛내딛는 바람에 그녀는 들고있던 쟁반을 놓쳐버렸고, 그대로 앞으로 몸이 기울어 넘어질려고 했다.

태수는 순간, 기지를 발휘해 한 손으로는 바닥에 떨어지고 있던 쟁반을 잡았고, 나머지  손으로는 급한 마음에 그녀의 가슴에 손을 갖다댔다.

뭉클-!


자연스럽게 손을 타고 탱글탱글한 감촉이 느껴졌고, 본능적으로 그녀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미쳤다, 이 감촉은-'


태수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소혜를 앞에 두고, 이 순간만큼은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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