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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함락]
‘이걸로 한 시름 덜은 건가.’
별다른 탈 없이 무사히 결혼 허락을 받아낸 나는 안도의 숨을 내뱉으며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아까 전에 미인인 형수를 본 탓인지, 욕정이 자꾸만 치솟았기 때문이었다. 어서 빨리 부인을 안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이러한 생각에서 나는 평소보다 서둘러서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이윽고 아파트에 도착한 나는 당장에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구수한 된장찌개의 냄새와 보글보글 끓고 있는 찌개의 소리가 나를 반겨주었다.
“응?”
전혀 예상지도 못한 상황에 나도 모르게 그만 흠칫 몸을 굳히는데, 불현듯 내 앞에 부인의 모습이 들어왔다.
“다녀오셨어요, 여보?”
라며 다정하게 웃어 보인 부인이 나를 살갑게 반겨주었다.
“…….”
여보라는 호칭이 이렇게나 듣기 좋은 말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아니, 그보다 이렇게 집으로 돌아왔을 때, 아내가 나를 맞이해준다는 게 이리도 즐거운 일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
“왜 그러세요? 아, 역시 좀……. 이상했나요?”
“아뇨! 전혀요. 오히려 예나 씨가 이렇게 매일 저를 마중 나와주셨으면 할 정도인 걸요?”
“정말로요? 다행이다.”
이런 내 말에 부인은 자기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미소를 지어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부인은 아차 싶은 표정을 지어보이며 다급히 입을 열었다.
“……어머, 내 정신 좀 봐! 얼른 들어오세요. 아직 식사 안 하셨죠?”
이리 말한 부인은 내 팔을 잡아당기며 ‘여보’라고 불러주었다. 아직 결혼식을 올리지도 않았건만, 벌써부터 결혼한 느낌이 물씬 들었다.
물론 이렇게 되도록 내가 어느 정도 의도를 하긴 했었지만, 지금 이 상황은 내가 의도한 것보다 훨씬 더 좋았다. 아니, 좋다 못 해 너무 행복해서 이대로 죽어버리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금방 다 차리니까,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이 말과 함께 부인은 서둘러 부엌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이에 고개를 끄덕여 수긍한 나는 부엌 쪽으로 다가서는 부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잘록한 허리 밑에 자리 잡고 있는 토실토실한 엉덩이가 연신 탐스럽게 흔들리며 내 시선을 즐겁게 해주었다.
‘이런 아내를 놔두고서, 다른 여자한테 눈을 돌리다니…….’
김 이혁이란 남자가 도통 이해되지 않았다. 혀를 내두른 나는 부인을 따라 부엌 안으로 들어섰다.
‘……그림 좋네.’
부엌 안으로 들어서자, 숟가락으로 찌개의 간을 보고 있는 부인의 뒤태가 내 눈에 들어왔다. 솔직히 말해서 그 모습이 놀랄만큼 사랑스러웠다. 특히나 저 탐스러운 엉덩이는……. 어젯밤에 그렇게나 잔뜩 주물러댔는데도 여전히 떡 주무르듯이 만지고 싶을 정도였다.
‘확 해버릴까?’
부인의 잘록한 허리를 두 손으로 꽉 붙잡은 뒤에 젖은 음부 안으로 남근을 밀어 넣고 싶은 충동이 불쑥 일어났다. 그리고 내가 이런 식으로 부인의 뒤태를 빤히 쳐다보자, 마치 이런 내 시선을 느끼기라도 했다는 듯이 부인이 양 볼을 붉히며 몸을 내 쪽으로 돌렸다.
“왜, 왜 그러세요? 뭐 할 말이라도 있으세요?”
“네?”
“아! 그, 그게……. 세현 씨가 그렇게 계속 쳐다보시면……. 그게 좀 부끄러워요.”
수줍게 말한 부인은 정말로 부끄럽단 듯이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다른 여자들과는 다르게 유난히도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부인이 너무나도 예뻤다. 양반집 규수가 있다면, 딱 저런 모습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나는 잠시 넋을 잃은 채, 부인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이윽고 정신을 차리며 입을 열었다.
“아, 아…….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그만……. 그런데 이렇게 예나 씨가 부엌에서 요리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까…….”
잠시 말끝을 늘린 나는 짐짓 감격에 겨운 표정을 지어보이며 말을 이었다.
“……너무 예뻐서 눈을 못 떼겠더라고요.”
“네? 아……. 세현 씨도 참……! 너무 그렇게 띄워주지 마세요.”
내 칭찬에 부인은 부끄럽다는 듯이 몸을 베베 꼬면서도 그리 싫지만은 않은 모양인지, 입가에는 기분 좋은 미소를 자연스레 띠고 있었다.
“예나 씨만 괜찮다면, 여기 앉아서 구경해도 될까요?”
이리 말하며 식탁 의자를 빼자, 부인은 어째서인지 얼굴을 붉히며 어쩔 줄 몰라 했다.
“괘, 괜찮긴 하지만…….”
제 가슴 앞에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서 말꼬리를 길게 늘어트리던 부인은 이윽고 나를 힐끔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세현 씨가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긴장이 되어서……. 실수할지도 모르고……. 게다가 누가 이렇게 보는 앞에서 요리한 적도 없었고…….”
“전 남편 앞에서도요?”
“네? 아, 네. 그 사람은 항상 거실에서 신문을 읽거나 뉴스를 봤으니까요.”
이런 부인의 대답에 나는 살짝 당황한 목소리를 내며 재차 물었다.
“같이 요리를 한다던가, 설거지를 하는……. 그런 것도 해본 적이 없으세요?”
“네……. 없어요. 그 사람은 절대로 부엌에 들어오지 않았으니까요.”
“예나 씨가 먼저 같이 해보자고 한 적은 없으세요?”
내 물음에 부인은 잠시 곰곰이 기억을 되짚어보더니, 이내 한 가지 생각나는 것이 있다는 듯이 얼른 말문을 열었다.
“예전에 딱 한 번, 제가 요리를 같이 하자고 했었어요.”
“그랬더니요?”
“남자가 부엌에서 요리하는 건, 보기 좋지 않다면서…….”
그다지 좋지 않은 기억이었던 모양인지, 부인의 얼굴이 다시금 어두워졌다.
“그렇군요.”
정말이지 안타까운 일이다.
이렇게나 아름다운 아내가 모처럼 용기를 내어서 같이 요리를 해보자고 한 건데, 그걸 매몰차게 거절하다니……. 게다가 남자가 부엌에서 요리하는 건, 보기에 안 좋다니! 그건 도대체 어느 시대적 발상이란 말인가? 아무리 그 남자가 남성 우월주의에 찌들어있다고는 하지만 이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이었다.
이것이야 말로 구시대적인 발상이 아니던가?
나는 혀를 내두르는 동시에 부인 쪽으로 다가가 몸을 끌어안아주었다. 그러자 앗! 하는 소리와 함께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나를 올려다보는 부인이다. 이에 나는 다정하기 짝이 없는 미소를 지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전 남편하고 있었던 일은 전부 다 잊으세요.”
이리 말한 직후, 나는 부인의 입술에 키스해주며 말을 이었다.
“……이제까지 예나 씨가 힘들었었던 만큼, 제가 행복하게 만들어드리겠습니다.”
“여보…….”
이런 내 속삭임에 부인은 이제야 겨우 안심하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리고는 이내 비 온 뒤에 맑게 갠 하늘처럼 해맑게 웃으며, 자기가 먼저 고개를 내밀어 내 입술에 키스를 해주었다. 쪽 소리와 함께 닿은 부드러운 입술의 감촉이 너무나도 기분 좋았다.
“고마워요, 여보.”
부인의 입술에서 고마움과 황홀함, 그리고 사랑이 듬뿍 담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저 이렇게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달콤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이제 긴장 안 돼요.”
라고 말한 부인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내 몸을 강하게 끌어안은 뒤에 놓아주며 개수대 쪽으로 몸을 돌렸다. 이에 나는 아쉬움을 느끼며 천천히 뒤로 물러나, 아까 빼놓은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이처럼 내가 보는 앞에서 부인은 능숙하게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주부는 주부구나.’
능숙한 손길로 요리를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부인의 모습에 나는 작게 감탄하며 실룩실룩 흔들리는 엉덩이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아, 저기 여보! 이거 잡채 맛 좀 봐줄래요?”
그 때, 부인이 맛깔나게 버무려진 잡채를 접시 위에 조금 덜어서 가져왔다.
연갈색의 당면이 잘 익어 탱글탱글해 보였다. 또한 당근이며 시금치 같은 각종 채소들도 고유의 색을 잃지 않고 선명하게 발하는 것을 보니, 한 눈에 봐도 잘 된 잡채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럼 어디 한번…….”
나는 군침을 꿀꺽 삼키며 잡채를 한 젓가락 집어서 후루룩 먹어보았다.
“어떤가요?”
“진짜 맛있네요.”
이 순간, 나는 한 점 거짓 없이 진심을 담아서 말했다. 그리고 이런 내 말대로 잡채는 더할 나위 없이 맛있었다.
새삼 부인에게 결점이란 게 있는 건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이긴 했지만, 내 눈에 비추어진 부인은 그야말로 완벽한 이상 속의 여인이었다. 요리도 잘하고, 성격도 좋다. 게다가 얼굴도 예쁘고, 명기이기도 했다. 물론 약간 순진한 면이 없잖아 있기는 했지만, 그건 그것 나름대로 마음에 들었다.
“정말로요? 입맛에 맞는 거죠?”
부인은 무척이나 안도하며 내게 재차 물었다.
“딱 제 입맛입니다.”
“다행이다……. 세현 씨, 입맛에 안 맞으면 어쩌나 했거든요.”
“이렇게나 맛있는데, 어떻게 안 맞을 수가 있겠습니까?”
이리 말하며 두 손을 뻗어, 부인의 몸을 품 안에 끌어안자 부인이 수줍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고마워요, 여보.”
“고맙긴요, 여보.”
고맙다는 부인의 말에 내가 이리 대답하며 여보라고 불러주자, 부인의 두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그리고는 한참 동안 어버버 거리던 부인은 서둘러 제 몸을 일으켜 개수대 쪽으로 도망치듯 가버렸다.
그 모습이 마치 사냥꾼을 만난 암사슴과도 같아서, 일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부인을 덮치고 싶었지만 나는 애써 그 성욕을 꾹 억눌렀다.
‘그나저나 내가 예나 씨를 여보라고 부른 건, 이번이 처음인가.’
확실히 부인이 부끄러워 할만도 했다. 동시에 부인에게 있어서 경사스런 일이기도 했고 말이다. 이를 반증하듯이 부인은 작게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요리를 만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어지간히도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이에 나는 부인의 기분을 망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성욕을 억누르며 요리가 완성되기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그렇게 10여분 정도가 흐르자, 마침내 완성된 요리들이 식탁 위를 가득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