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1 / 0052 ----------------------------------------------
[부인함락]
“세현 씨의 집에서요?”
부인과 함께 저녁 늦게까지 모텔에서 오붓하게 시간을 보낸 직후, 우리는 때늦은 식사를 하기 위해서 근사한 레스토랑을 찾았다.
물론 평소라면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함께 있을 수 없었겠지만, 오늘부터는 달랐다.
김 이혁, 그 남자와 갈라서기로 한 이상 구태여 서둘러서 집에 들어갈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네, 어차피 오늘 집에 들어가 봤자 예나 씨 말고는 올 사람도 없지 않습니까? 차라리 그럴 바엔 저희 집에서 지내세요.”
“하지만…….”
“제가 싫어서 그런 겁니다.”
나는 부인의 손을 꼬옥 붙잡아주며 말을 이었다.
“……예나 씨를 그런 집에 놔두는 게요.”
이런 내 말에 부인은 감격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동시에 미안해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죄송해요…….”
“죄송하다고 하지 마세요. 남편인 제가 자기 마누라를 챙겨준다는 건데, 그게 무슨 미안한 일입니까?”
“그래도요.”
“그렇게 미안하면…….”
“미안하면……?”
부인의 호기심을 유발시키고자 일부러 말꼬리를 늘여놓자, 그녀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며 내 다음 말을 재촉했다. 이에 나는 부드럽게 미소 지어보이며 다음 말을 내뱉어주었다.
“차라리 키스를 해주세요. 뺨에도 좋고, 입술에도 좋습니다. 좀 더 아래쪽에 해주면 더 좋고요.”
“세, 세현 씨……!”
이런 내 말에 부인은 얼굴을 확 붉히며 주변을 정신없이 둘러보았다. 다행히도 늦은 시간이었기에 레스토랑 안에는 손님이 그리 많지 않았다. 이에 안심한 부인은 작게 숨을 내뱉으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남들이 들었으면 어쩌려고요.”
“제가 무슨 이상한 말이라도 했습니까? 그냥 제 목에 키스 좀 해달라는 거였는데요?”
그러면서 능청스럽게 어깨를 한 차례 으쓱여보이자, 부인은 양 손으로 자기 얼굴을 살짝 감싸며 민망하단 표정을 지어보였다.
“정말 못됐어요.”
부인의 입술이 삐죽 튀어나오긴 했지만, 나를 바라보는 눈동자엔 애정만이 가득 담겨있었다.
완전히 사랑에 빠진 여성의 모습이었다. 나는 싱글벙글 웃으며, 부인의 손을 마치 애무하듯이 부드럽게 어루만져주었다. 그러자 부인은 마치 은밀한 곳을 애무 받는 것처럼 입술을 파르르 떨며 가쁘게 숨을 내쉬었다.
“주문하신 음식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좋은 분위기도 잠시, 레스토랑 종업원이 나타나면서 흐트러지고 말았다. 이에 나는 종업원이 식탁 위에 음식이 담겨져 있는 접시를 내려놓을 수 있도록 손을 치워주었다. 그리고 이처럼 내가 손을 거두자, 부인은 무척이나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 모습을 보아하니, 어지간히도 기분이 좋았던 모양이었다.
아까 전에 모텔에서 그렇게나 해놓고도 말이다.
‘늦바람이 무섭다더니…….’
쿡쿡, 웃음을 터트린 나는 슬쩍 부인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앗! 하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마치 못된 장난을 치다 걸린 아이처럼 어쩔 줄 몰래하는 부인의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당장에 이쪽으로 잡아당겨 남들이 보든 말든 상관 않고 부인과 섹스를 하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나는 이 욕망을 꾹 억누르며 입을 열었다.
“배고플 텐데, 어서 먹죠.”
“아, 네.”
얼른 고개를 끄덕여 대답한 부인은 접시에 담겨져 있는 고기를 나이프로 썰어 한 입에 쏙 넣었다.
“……음, 맛있어요.”
다행히도 입맛에 맞았던 모양인지, 부인은 작은 탄성과 함께 무척이나 행복해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더불어 허기도 졌었던 모양인지, 평소보다 조금 빠르게 고기를 썰어먹는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특히 고기를 오물거리며 씹다가 마지막에 꿀꺽 삼킬 때면, 그 모습이 마치 내 정액을 삼키던 부인의 모습과 겹치면서 재차 발기할 것만 같았다.
‘나도 참 중증이군.’
혀를 내두른 나는 부인을 따라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슬슬 배가 찼을 무렵, 나는 부인에게 이런저런 화제를 던졌다. 물론 이 이야기의 주된 화제는 결혼에 관한 것이었다.
아무래도 지금 부인의 머릿속에는 나와 하게 될 결혼에 대한 것들로 가득 차 있을 테니 말이다.
실제로 이런 내 추측대로 부인은 식사를 하는 내내 환한 미소를 띠우며 결혼에 대한 이야기만 쏟아내었다.
‘즐거워 보이네.’
나는 만족한 미소를 띠워 보이며 부인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그리고 슬슬 식사가 끝나갈 때쯤, 부인이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나며 입을 열었다.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이리 말한 부인은 종종 걸음으로 화장실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살랑살랑 예쁘게 흔들리는 흑발이 무척이나 매력적으로 보였다. 점점 멀어지는 부인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나는 결국 욕정을 참지 못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고 말았다.
‘잠깐이라면 괜찮겠지.’
음흉하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부인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그 후, 나는 부인이 볼일을 다 보고 나올 때까지 화장실 앞에서 기다렸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서, 볼일을 마친 모양인지 한결 개운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화장실 문을 여는 부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여보?”
부인이 화들짝 놀란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이에 나는 옅게 웃음을 터트리며 부인을 도로 화장실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앗? 저, 저기…….”
“싫으면 밀쳐내도 좋습니다.”
이리 말한 직후, 나는 부인과 함께 비어있는 변기 칸 안으로 들어갔다.
“안 돼요, 여보. 하으, 이런데서 이러면…….”
싫다며 나를 밀쳐낼 줄 알았던 부인은 의외로 저항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부인 또한 흥분되는 모양인지, 목소리가 살짝 갈라져 있었다. 물론 부인은 그녀 나름대로 안 된다며 나를 엄하게 꾸짖고 있었지만 말이다.
“……앗!”
하지만 내 손이 부인의 커다란 가슴을 강하게 움켜쥔 순간 그 목소리는 금세 수그러들고 말았다.
“흐읏! 아아……. 그, 그럼 빨리 끝내주세요. 다른 사람들이……. 들어올지도 모르니까……. 흐읍!”
부인은 최대한 신음성을 억누르며 움찔움찔 몸을 떨어대었다. 그 순종적인 태도가 나를 흥분시켰다. 이 얼마나 순종적인 부인이라는 말인가? 솔직히 말해서 이렇게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면 조금이라도 화를 낼 줄 알았다. 아니면 나를 어떻게든 달래며 장소를 옮기자고 할 줄 알았다. 그러나 부인은 이런 내 요구를 최대한 들어주며 어떻게든 나를 기쁘게 해주려고 하고 있었다.
이 얼마나 사랑스런 여자란 말인가? 결코 미워할 수가 없다. 이번 생에 이어서 다음 생에서도 내 아내로 삼고 싶을 정도였다.
“하앙!”
아래에서 받쳐주듯이 가슴을 움켜쥐자, 부인의 입술 사이로 자지러지는 듯한 신음성이 터져 나왔다. 만약에 화장실 안에 다른 누군가가 있었다면 단번에 들켰을 것이다. 작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묵직한 중량감이 느껴지는 부인의 가슴을 몇 번이고 문지르며 괴롭혔다.
“……후읏, 하아. 아앗!”
거듭된 자극에 부인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서 숨을 헐떡였다. 이에 나는 만족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부인의 윗옷을 위로 걷어내었다. 그러자 곧 브래지어에 가려져 있는 부인의 커다란 가슴이 내 눈에 들어왔다.
그 멋진 광경에 잠시 탄성을 내뱉던 나는 브래지어마저 위로 걷어내었다.
“여, 여보…….”
부인의 입술 사이로 두려움에 젖은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혹시라도 들키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다른 사람 몰래 한다는 흥분감이 분명하게 서려있었다. 그리고 이 행동이 마치 내 남근을 조르는 것만 같았다.
어서 빨리 자기를 범해달라면서 말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나는 그럴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런 화장실에서 하는 섹스가 싫다는 건 아니다. 오히려 환영하는 쪽이었다.
혹시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지는 않을까, 최대한 숨을 죽여가면서 몰래 하는 섹스! 그저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흥분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런 매력적인 상황을 놔두고서 구태여 거절하는 이유는 바로 부인의 몸이 좀 더 안달이 나도록 만들기 위해서였다.
짓궂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부인의 유두를 입술로 살짝 깨물었다.
“힉!”
유두를 깨문 순간 부인의 입술 사이로 날카로운 교성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부인은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며 양 손으로 자신의 입을 가로막았다. 그리고는 불안감에 떠는 표정으로 사방을 둘러보았다. 혹시라도 누가 듣지는 않았을까, 걱정이 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화장실 안에는 오직 우리 두 사람뿐이었다.
“……하아, 하아……. 아앗! 흐으, 안 돼요. 소리가 나와 버려서…….”
“여기서 더 크게 소리를 냈다가는 밖에까지 들릴 겁니다.”
이리 말한 나는 부인의 유두를 혀끝으로 쿡쿡 찔렀다. 그러자 날카롭게 선 유두가 이리저리 흔들리며 움찔움찔 떨었다.
나는 말랑거리는 유두를 입술로 물고 빨며 몇 번이고 맛을 보았다. 그리고 이 자극에 부인은 간드러지는 신음성을 내뱉으며 경련했다.
“아, 아아앗……. 후아아, 아! 아, 안돼요. 흐으읏, 그렇게 하면…….”
“조금만 더 참으세요.”
“하지만 더는……. 아, 후아아앗……!”
내 말대로 어떻게든 신음성을 참아보려고 노력해보지만, 결국 부인은 날카로운 신음성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 신음성이 거의 끝나갈 때쯤, 덜컹 소리와 함께 화장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히잇!”
그 소리를 들은 부인은 새된 비명소리를 내뱉으며 눈물을 글썽였다. 동시에 어떻게든 신음성을 억눌러보려는 듯이 두 손으로 자기 입을 꽉 하고 감쌌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좀 더 노골적으로 부인의 가슴을 빨았다.
“……읍! 으읏, 응……. 아아, 읏.”
어떻게든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신음성을 참고 있는 부인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흥분감이 날로 치솟았다. 게다가 옆 칸에서는 소변을 보기 시작한 모양인지, 쪼르르르 하고 변기물 위로 소변이 떨어지는 소리가 나고 있었다.
“흐읏, 응……. 아읏.”
시간이 갈수록 부인의 몸이 한층 더 격렬하게 경련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부인의 다리가 부들부들 떠는 게 느껴졌다. 슬슬 절정에 달하려는 모양이었다. 이에 나는 왼손으로 부인의 유두를 비비며 괴롭혔다.
“……세, 세현 씨……. 흐읏, 안돼요……. 정말로 목소리가 나와 버려서……. 흐읏, 그만…….”
부인의 목소리가 크게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옆 칸에선 볼일을 마친 모양인지, 물을 내린 뒤에 변기칸 밖으로 나갔다.
“아아아…….”
절정의 전조를 알리는 신음성이 들려왔다. 그걸 느낀 나는 화장실에 들어온 여성이 밖으로 나갈 때까지 기다린 뒤에 덜컹 소리와 함께 완전히 나간 것을 확인하고는 곧바로 부인의 유두를 강하게 문지르며 절정을 유도했다.
“……하으읏!! 아앗! 햐으응! 아앙!”
이윽고 절정에 달한 부인은 날카로운 비명소리와 함께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동시에 다리에 힘이 풀린 모양인지, 부인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으려고 했다. 이에 나는 재빨리 부인의 몸을 붙잡아, 바닥에 주저앉지 않도록 해주었다.
“하아, 하아.”
“어때요? 기분 좋죠?”
“조, 좋긴 좋았지만……. 하으, 부끄러워요.”
부인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 귀여운 소감에 작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부인의 가슴을 깨끗하게 닦아내어준 뒤에 함께 화장실 밖으로 나갔다.
이 때, 화장실 문 앞에서 어느 남성과 마주치는 바람에 부인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어쩔 줄 몰라 했다.
그 모습에 쿡쿡, 웃음을 터트린 나는 부인을 차분히 다독여준 뒤에 레스토랑 밖으로 나갔다.
∴ ∵ ∴ ∵ ∴
다음날 아침.
잠에서 깬 나는 제일 먼저 옆자리를 살펴보았다. 혹시라도 부인이 밤중에 깨서 몰래 방을 빠져나가지는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당황해하며 벌떡 일어나는 추태는 부리지 않았지만, 그 일련의 행동에 다급함이 서리는 것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
그렇게 내 옆자리를 살펴본 순간, 새근거리며 여전히 잠에 취해있는 부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에 가볍게 안도의 한숨을 내뱉은 나는 부인이 혹시라도 깨지 않도록 조심히 몸을 빼어 침대를 빠져나왔다.
‘하긴 어젯밤에 그렇게나 괴롭혀댔는데, 일어날 수 있다면 그게 더 신기한 일이겠지.’
이리 생각한 나는 가볍게 웃음을 터트렸다.
어젯밤 저녁 식사를 마친 뒤에 집으로 돌아온 나는 침대에 눕기가 무섭게 부인을 몇 번이고 연달아 탐했다. 탐하고, 탐해서 자궁은 물론이고 새하얀 피부에까지 내 정액이 스며들 정도로 흠씬 뿌려주었었다.
내 생에 가장 행복하고 보람찼던 밤이라 할 수 있었다.
이 정도로 사정을 했으니, 십중팔구 내 아이를 가졌을 게 분명했다. 설혹 임신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상관없었다. 오늘부터 계속 며칠이고 몇 번이고 안아주면 되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어쩌면 내 입장에선 그러는 편이 더 나을 수도…….
‘부인과 나 사이의 아이라…….’
이러한 생각에 한 차례 콧노래를 흥얼거린 나는 곧장 옷을 차려입고는 부인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는 메모 하나를 적어 잘 보이는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괜히 아무 말도 없이 집을 나가, 부인에게 불안감을 줄 필요는 없으니 말이다.
물론 마음 같아서는 부인이 깨어날 때까지 기다리고 싶었지만, 유감스럽게도 내 마음은 한시 바삐 부인과 결혼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여유가 없었다. 일분일초가 아깝다. 서둘러 부모님에게 결혼을 허락받아, 부인과 식을 올려 어엿한 내 아내로 맞이하고 싶다.
물론 다른 이유도 있었지만…….
아무튼 그런 관계로 나는 서둘러 외출 준비를 마친 뒤에 집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