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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함락]
“고마워서요?”
“네, 네……. 이제까지 세현 씨가 많이 도와주셨잖아요.”
수줍음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말하는 부인의 태도에 나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자연스레 말을 이었다.
“그럼 이왕에 말이 나온 김에 예나 씨가 직접 제 입에 묻은 걸 닦아주시겠습니까?”
“네? 제가요?”
“네, 예나 씨가 직접이요. 뭐, 안 될 이유라도 있습니까?”
“그, 그건 아니지만……. 남들이 보면 오해할 거예요.”
그러면서 양 볼을 발그레 물들인 부인은 조심스레 주변을 둘러보았다.
혹시라도 다른 누군가가 우리를 이상하게 쳐다보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런 부인의 걱정이 무색하게도, 우리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그저 다들 삼삼오오 짝을 이루어 제 갈 길을 갈 뿐이었다.
“무슨 오해요?”
“저, 전 결혼했잖아요. 세현 씨는 아직 총각이고…….”
말끝을 흐리며 내 눈치를 보는 부인의 태도에 나는 보란 듯이 어깨를 펴며 입을 열었다.
“글쎄요? 어차피 남들 눈에는 예나 씨가 제 여자 친구로밖에는 안 보일 텐데요?”
“여, 여자 친구요?”
“싫으세요?”
이 물음에 부인은 잠시 눈동자를 데구루루 굴리더니 얌전히 답했다.
“시, 싫지는 않아요.”
이러한 부인의 대답에 만족한 나는 짐짓 환하게 웃어 보이며 입을 열었다.
“그럼 된 거 아닙니까?”
“그, 그런가요?”
“물론이고말고요.”
이런 내 말에 부인은 재차 주위를 확인하고는 살짝 내 곁으로 몸을 기울였다.
“그럼 떼어드릴게요.”
라고 말한 부인은 조심스레 손을 뻗었다. 그리고는 내 뺨에 살포시 손가락을 가져다댄 그녀는 손끝으로 슥슥 몇몇 어루만지고는 내 입가에 묻어있던 음식 부스러기 같은 것을 떼어내어 주었다.
“……돼, 됐어요.”
부인은 재빨리 손을 거두며 고개를 아래로 푹 숙였다. 귓불이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새삼스레 부인이 결혼 전까지 순결을 지켰을 만큼 남자 경험이 적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가슴이 세차게 뛰었다. 부인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워서 참을 수가 없었다. 나는 이 충동을 이기지 못 하고, 그대로 부인의 턱을 잡아 시선이 내게로 향하도록 만들었다.
“아!”
부인의 입술 사이로 짤막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동시에 부인의 눈동자가 내 입술에 고정되었다. 지금 여기서 내가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직감한 모양이었다. 하긴 아무리 남자와 사귄 적이 한 번도 없었던 부인이라고 할지라도, 드라마나 영화를 보았다면 이것이 키스를 위한 준비 동작이라는 것쯤은 눈치 챌 수 있을 것이다.
“세, 세현 씨……. 누가 볼 지도 모르는데…….”
입술이 닿기 직전, 부인이 다급한 목소리로 나를 제지했다. 이에 나는 입술이 서로 닿을락 말락한 거리에서 딱 멈추며 속삭이듯 말했다.
“누가 좀 보면 어떻습니까? 요즘에는 다들 이렇게 키스하기도 합니다.”
“그, 그렇지만…….”
“남편 분이 예나 씨에게 이렇게 키스하려고 할 때도 막으실 겁니까?”
“…….”
이런 내 말에 부인의 입술이 꾹 다물어졌다. 그리고 그렇게 한동안 생각에 잠겨있던 그녀는 이윽고 수긍한 모양인지, 어깨에 힘을 빼고서 나를 올려다보았다. 약간 물기가 어린 눈동자, 그 검고 짙은 눈동자와 눈을 마주친 나는 다정하기 짝이 없는 미소를 지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눈을 감으세요, 예나 씨.”
“아, 네…….”
그제야 두 눈을 꼭 감은 부인은 부들부들 몸을 떨며 내가 키스해주기만을 기다렸다.
그 모습이 마치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는 강아지와 같아서, 나도 모르게 그만 부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말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본래의 목적을 떠올리고는 그대로 고개를 숙여 부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흐음.”
입술이 서로 맞닿은 순간 내 입술에 부드러운 감촉이 한가득 퍼졌다.
“하으, 으, 으응. 음…….”
몇 번이고 내 입술과 얽힌 부인의 입술은 이윽고 작은 한숨과 함께 떨어져 나갔다.
“하아…….”
부인의 입술 사이로 새어나온 숨결이 달콤한 향기를 풍기며 내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었다. 단언컨대 부인의 숨결이야 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향수일 것이다. 나는 천천히 숨을 들이켜며 부인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그러자 어느새 눈을 뜬 부인이 무척이나 황홀하단 표정을 지어보이며 나를 올려다보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신기해요.”
“뭐가요?”
“세현 씨하고 하는 거면……. 그게 뭐든지, 전부 다 기분이 좋아요.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그러면서 부끄러운 모양인지 부인은 황급히 고개를 떼어내며 말을 이었다.
“……그래도 부끄럽네요. 밖에서 이렇게……. 남들이 보는데서 키스를 하니까…….”
“남편 분과 이렇게 밖에서 키스한 적이 없습니까?”
이런 내 질문에 부인은 대답 대신에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이에 나는 부인의 잘록한 허리에 팔을 두르며 재차 질문을 던졌다.
“연애 할 때도요?”
“네…….”
고개를 끄덕이며 솔직하게 대답해주는 부인의 태도에 나는 대뜸 고개를 내밀어 부인의 입술을 덮쳤다. 그리고는 몇 번이고 입술을 부딪친 나는 뜨거운 숨결을 그녀의 입 안 깊숙이 불어넣으며 입을 열었다.
“지금 제가 한 것처럼 예나 씨가 먼저 남편 분에게 해봐야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보셨습니까?”
“에……. 네? 제, 제가 먼저요? 아뇨, 한번도…….”
그러면서 수줍어하는 부인의 태도에 나는 살며시 허리를 풀어주며 말을 이었다.
“그럼 이번 기회에 한번 해보세요.”
이런 내 말에 부인은 씁쓸해하는 미소를 지어보이며 자신 없어 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 그렇지만 만약에 그 이가 싫어하기라도 하면…….”
“분명히 좋아할 겁니다.”
이리 말하며 손을 잡아주자, 부인의 얼굴에 화색이 약간 돌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부인은 다시금 안색을 어둡게 하며 입을 열었다.
“제가 실수할지도 모르잖아요.”
“그거야 연습해보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연습이요?”
“네, 아까 전에 식당에서 했던 것처럼요.”
이 말과 동시에 성큼 한 걸음 앞으로 내딛자, 이 기색을 느낀 부인이 조심스레 고개를 들어 올려 나와 시선을 마주했다.
“제가……. 정말로 세현 씨에게 키스를 해도 되는 걸까요? 세현 씨는 아직 결혼도 안 했고……. 저 같은 아줌마한테 받는 것보다는 역시……. 어리고 예쁜 아가씨한테 받는 게 더 좋으실 텐데……. 괜히 저 때문에 무리하지 않으셔도 되요.”
라며 고개를 가로젓는 부인의 태도에 나는 단호할 정도로 강하게 부인의 양 어깨를 꽉 붙잡았다.
“결혼했으면 뭐 어떻습니까? 저랑 동갑인데요. 게다가 예나 씨도 충분히 어리고 예쁩니다.”
“그, 그렇지만…….”
“아니면 제가 싫으세요?”
“아뇨! 그건 절대로 아니에요.”
눈물까지 글썽이며 필사적으로 부정한다. 그만큼 내가 좋다는 뜻이겠지. 이런 부인의 사랑스런 몸짓에 나는 만족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그럼 된 거, 아니겠습니까?”
이런 내 말에 부인은 수긍한 듯이 얌전히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고마워요, 세현 씨.”
진심어린 감사와 함께 부인의 얼굴이 점차 가까워져 왔다. 그녀의 마음가짐이나 표정을 보아하니, 진심으로 키스를 할 생각인 것 같았다.
‘진심어린 키스라…….’
그 생각만으로도 흥분되어 온다.
“하아…….”
입술과 입술이 서로 맞닿기 직전, 부인의 뜨거운 숨소리가 들려왔다. 숨소리만이 아니다. 숨결도, 체온도, 심지어 달콤한 체취까지도 느껴졌다. 평소보다 훨씬 더 붉게 물들어 있는 부인의 가련한 입술이 점차 내 입술 쪽으로 가까워진다.
“흐음, 으……. 흐읏, 음……. 하아, 아…….”
그렇게 부인의 모든 것을 코로, 피부로, 귀로, 눈으로 느끼고 있을 때, 내 입술에 부드러운 감촉이 퍼졌다.
“으응, 응…….”
꽉 눌린 입술 사이로 부인의 달콤한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그저 입술을 가볍게 맞대었을 뿐인데, 입술이 합쳐진 이 감촉은 도저히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아찔했다. 최고다. 내가 부인의 입술에 입을 맞출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이게 바로 키스 당하는 느낌인가? 심지어 미인이 해주는 입맞춤이다.
그 느낌은 무어라 달리 표현할 수 없는 바로 그런 것이었다.
“하응, 응.”
그렇게 얼마 되지 않아 내 입술로부터 자신의 입술을 떼어내려 하는 부인의 행동에 나는 좀 더 키스를 해달라고 보채는 어린 아이마냥 고개를 내밀어 부인의 입술을 탐했다. 그리고 이런 내 행동에 부인은 작게 웃음을 터트리며 내 어리광을 받아주었다.
“흐으, 응.”
하지만 그저 입술을 맞대고 있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 한 나는 그대로 입술을 살짝 벌려 부인의 입술 표면을 간질이듯 핥기 시작했다. 이에 부인은 무척이나 곤란하단 표정을 지어보이며 몸을 살짝 비틀었다. 그리고는 기어코 내게서 벗어난 부인은 마치 아이를 타이르는 듯한 부모의 말투로 나를 꾸짖었다.
“남들이 흉볼지도 몰라요.”
그러면서 부끄러운 모양인지 부인은 황급히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여기까지만 해요.”
라며 콱 하고 못을 박아버린다. 아주 큰 대못을 말이다. 이에 나는 짐짓 상처받았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부인에게 말했다.
“그렇게나 싫으셨습니까?”
“시, 싫다니요! 그렇지 않아요.”
“그럼 왜 그렇게 정색하시는 겁니까?”
“정색이라니요……? 제가요?”
이러한 내 말에 부인은 무척이나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며 더듬더듬 자신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그리고는 곧 당장에라도 울 것만 같은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워 보여 나는 대뜸 고개를 숙여 부인의 입술을 덮었다.
“흐으, 응.”
갑작스런 내 행동에 놀란 부인이 내 가슴께를 밀치며 저항했다. 그러나 나는 한 치의 밀림도 없이 그대로 몇 번이고 부인의 입술을 탐하며 입 안으로 혀를 밀어 넣기 위해 혀로 꾹꾹 입술 사이를 눌렀다.
“하읍, 응.”
그리고 그 끝에 기어코 부인의 입 안으로 혀를 밀어 넣는 데에 성공한 나는 입천장이며, 볼의 안쪽, 심지어 혀 아래 부분까지 애무하며 깊은 입맞춤을 했다. 보통은 이 정도까지 하지 않는데, 오랜 노력 끝에 쟁취한 것이라서 그런지 왠지 모르게 달고 맛있게 느껴졌다.
더 하고 싶단 간절한 욕망도 일어났다.
“흐으, 으으응. 하응, 응.”
이처럼 내가 평상시라면 자극될 리가 없는 부위를 혀로 꾹꾹 누르며 자극하자, 부인은 이 자극을 도무지 참기가 힘들다는 듯이 얼굴을 붉히며 몸을 베베 꼬았다. 그 애처로운 몸짓이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아름다워서 지금 당장 여기서 범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하으, 읏, 세, 세현 씨…….”
애원하는 기색이 가득한 목소리다. 그 목소리를 들은 나는 천천히 입술을 떼어내었다. 그러자 부인이 가쁘게 숨을 몰아쉬며 입을 열었다.
“……이, 이제 그만해요. 아까부터 저기, 저 가게 직원이 우리를 보고 있어서…….”
그러면서 힐끔 가게 쪽으로 시선을 던지는 부인의 태도에 나 또한 가게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그리고 이처럼 한꺼번에 우리 두 사람의 시선을 받게 된 가게 직원은 화들짝 놀라며 짐짓 딴청을 피우기 시작했다.
“저 직원뿐만이 아니에요. 다들, 다들 보고 있었다고요.”
눈물을 글썽이며 당황해하는 부인의 태도에 벙긋 미소 지어보인 나는 그대로 부인의 손을 잡아 인적이 드문 골목길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그대로 부인을 벽 쪽으로 몰아붙인 나는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단단히 잡으며 물음을 던졌다.
“그럼 여기라면 괜찮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