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4 / 0052 ----------------------------------------------
[부인함락]
“더 이상 문제가 없다면 서둘러 시작하도록 하죠. 저도 언제까지 여기에만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내 욕망을 실현시키기 위해서 입술에 침도 바르지 않은 채로, 술술 새빨간 거짓말들을 늘여놓았다. 내 자신 스스로가 생각해보아도 정말로 그럴듯한 말들이었다.
“네, 그럼 저……. 실례할게요.”
이리 말한 부인은 내 쪽으로 몸을 완전히 돌려 앉았다. 가지런히 양 손을 무릎 위에 올려놓은 채로 나를 올려다보는 부인의 태도에 나는 최대한 담담해하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후, 바지를 내린 나는 한계까지 한껏 발기해 있는 남근을 부인의 앞에 내보였다.
“…….”
그것을 본 부인은 뭐라 말을 해야 할지 몰라해하며, 얇게 편 다홍색의 빛을 담은 요염한 입술을 연신 오물거렸다. 그 입술을 가만 내려다보고 있자니, 절로 마음이 동해지며 당장에라도 부인의 입술을 더럽히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인다.
지금 당장 그녀의 입 안 가득 내 남근을 밀어 넣어, 몇 번이고 범하며 질퍽한 정액으로 더럽혀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어디까지나 친절한 이웃의 남성으로서 부인의 애무 솜씨를 평가해주는 입장이었다.
“뭐하십니까, 부인? 어서 시작하시죠.”
“아, 저…….”
“무슨 할 말이라도 있으십니까?”
이런 내 물음에 부인은 큰 눈망울을 파르르 떨며 조용히 시선을 아래로 떨어뜨렸다.
“너, 너무 커서…….”
“제 것이 크다고요?”
“아, 네……. 그 이 말고 다른 남자의 것은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제가 보기에 세현 씨의 것은 정말…….”
‘크네요.’ 라고 작게 속삭여 말한 부인은 양 볼을 수줍게 붉혔다.
“제 것에 비해서 남편 분의 것은 어느 정도입니까?”
“이것보다 더 작은……. 절반 정도일거에요.”
이리 말한 부인은 작게 한숨을 내뱉으며 슬쩍 내 남근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내 것의 절반이라고? 그럼 혹시 부인의 남편은 발기부전증을 앓고 있는 게 아닐까?’
만일에 그것이 아니라면 부인의 남편은 정말 소물……. 그것 참 유감스런 일이다. 전자든, 후자든 둘 다 남성에게 있어서 괴로운 일임이 분명했다.
게다가 이런 미인인 부인을 두고서 말이다.
“저기 그럼……. 시작할게요, 세현 씨.”
“아, 네. 시작하십시오, 부인.”
내 허락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부인의 작은 혀가 남근의 첨단 부분을 조금 핥았다.
“흐으, 음.”
그저 혀로 핥았을 뿐인데 꽤나 아찔한 쾌감이 등허리를 관통하며 뒤통수를 후려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부인의 혀 놀림은 꽤나 단조로운 움직임이었기 때문에 그 이후에 마땅히 이어져야 할 쾌감이 전혀 전해져 오지 않았다.
“후으, 읍. 으응, 응.”
부인 나름대로 열심히 귀두 부분을 핥고는 있었지만, 유감스럽게도 나를 만족시키기엔 턱 없이 부족한 쾌감이었다.
“흐으, 하으, 읏.”
간간히 신음성을 흘리며 내 남근을 핥던 부인이 빼꼼히 나를 올려다보면서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만 같은 태도를 보였다.
“벌써 지치신 겁니까?”
“아뇨, 아니에요. 흐음.”
그렇게 말하며 부인은 재차 남근을 빠는 행위에 몰두했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 부인이 내게 원해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는 무슨 말을 듣고 싶어 하는 건지 대충 짐작하고는 있었지만 굳이 지금 당장 이야기해 줄 필요는 없었다.
좀 더 부인의 애무를 만끽하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지만, 그것보다 더 앞선 건 역시 어쩔 줄 몰라해하며 내 남근을 핥고 있는 부인의 반응을 계속 즐기고 싶다는 욕망 때문일 것이다.
“흣, 아……. 응…….”
약간 괴로운 듯이 뜨거운 숨을 입술 사이로 흘리면서 혀끝을 계속해서 꾸준히 움직인다.
“이건 좀 괜찮군요. 계속 거길……. 네, 좋습니다.”
“아, 응……. 응, 으읏…….”
이런 내 칭찬에 자신감이라도 붙은 모양인지, 부인은 한층 더 활기찬 움직임을 보이며 적극적으로 내 남근의 귀두 부분을 핥기 시작했다. 가끔씩 입술을 사용해 귀두 부분을 꾹꾹 물기까지 했다.
“후으, 웅. 으읍.”
이대로 곧장 부인의 입 안에 남근을 밀어 넣은 뒤에 사정 할 때까지 움직이고 싶었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래서는 안 되었다. 만일에 내가 그렇게 한다면 괜히 부인에게 자신감만 붙여주는 꼴이 될 테니 말이다.
그리고 이 자신감을 바탕으로 부인이 남편과 화해하기라도 한다면, 그건 내게 있어서 최악의 상황임이 분명했다.
그야말로 죽 쒀서 개 준 꼴이었다.
“좋습니다, 부인. 금방 배우시는군요.”
“아…….”
이런 내 칭찬과 함께 슬쩍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나자, 부인은 어떻게 반응해야 좋을지 몰라해하며 얼굴을 푹 숙였다. 그러다 몇 초가 지나자, 부인이 불쑥 불안해하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어, 어땠나요, 세현 씨?”
라며 초조해하는 부인의 모습에 나는 차분히 입을 열었다.
“솔직히 말해서 부인의 애무 솜씨는 형편이 없습니다.”
“…….”
이러한 내 말에 부인은 실망한 기색을 잔뜩 내비쳐 보이며 도로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배우시는 속도가 굉장히 빠르더군요.”
“그, 그런가요?”
“네, 부인. 확실히 숙달 연습만 할 수 있다면……. 남편 분을 만족시킬 만한 매력적인 여성이 되실 수 있을 것 같더군요.”
“숙달 연습을…….”
그렇게 중얼거린 부인은 슬쩍 나를 올려다보았다. 사람이란 것은 본능적으로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은 찾는다. 막연한 문제는 그 사람에게 불안을 초래하기 때문이었다. 예로서 바로 내 앞에 있는 부인이었다.
그녀는 지금 부부 다툼의 원인을 해결하고자, 내게 필사적으로 도움을 구하고 있었다.
“세현 씨, 저 좀 도와주시면 안 될까요?”
“…….”
내가 그토록 원해하던 부탁이 부인의 입을 통해 밖으로 흘러나왔지만, 나는 선뜻 입을 열어 허락하지 않았다.
“염치없지만……. 제가 지금 당장에 도움을 구할 만한 사람이 세현 씨 밖에 없어요. 만일에 불편하시다면, 적어도 다른 방법을 찾을 때까지만이라도 절 도와주시면 안 될까요?”
그러면서 애절하게 부탁해오는 부인의 태도에 나는 힘든 결단을 내린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그런 조건이라면 다른 방법을 구할 때까지 만이라도 부인을 도와드리겠습니다.”
이러한 내 허락이 떨어지자 부인은 정말로 고마워해하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고개를 숙였다.
“고마워요, 세현 씨.”
“고맙긴요. 아무튼 그럼 다음에 또 시간이 나는 대로 찾아오겠습니다.”
본심에도 없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낸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부인을 내 앞에 두고서 이런 저런 짓을, 평소 생각으로만 했었던 행위들을 하고 싶은 게 내 마음이다. 더불어 이 자리를 떠나고 싶은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여기서 자리를 뜨려는 이유는 역시, 쉼 없이 몰아붙이면 상대 쪽에서 부담을 느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나중에 부인이 나를 무의식적으로 피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니 말이다. 그러니 그렇게 되기 전에 적정선에서 알아서 끊어주는 절제가 필요했다.
“언제 온다고 알려주실 순 없는 건가요?”
“아무래도 저도 일을 하는 입장이다 보니…….”
라며 잠시 말끝을 흐린 나는 바지춤을 고쳐 매며 말을 이었다.
“……그래도 이번 주 내에 다시 방문 할 수는 있을 겁니다.”
“이번 주 내로…….”
“그렇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주말에 방문하거나 그러지는 않을 겁니다. 부인도 남편 분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셔야 할 테니까요. 아직 신혼이지 않습니까?”
그러면서 내가 웃어보이자, 부인은 무척이나 안타까워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사실 주말이라고 해서 이들 부부가 깨가 쏟아지게 애정행각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남편은 남편 나름대로 평일 동안 쌓인 피로를 풀고자 하루 종일 잠을 자거나 못 본 친구들을 보기 위해 집을 나선다. 그리고 홀로 남은 부인은 쓸쓸히 주말을 보내며 외로움을 눈물로 달랜다.
이게 바로 이들 부부의 주말이었다.
신혼 초의 부부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는 주말 생활이다. 중장년 부부도 이러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튼 평소 남편 분과 자주 이야기를 해보세요. 이야기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속내를 털어놓게 되어 있으니까요. 그러면 부인의 남편 분도 불만을 쏟아내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그렇게 되면 또 다투게 될 텐데요.”
“두려워하지 마세요. 다투는 걸 두려워해서 대화를 포기하면 그걸로 끝입니다.”
라면서 부인을 다독인 나는 제법 그럴 듯한 말들을 늘여놓았다. 좀 더 솔직한 속내로는 부인이 남편 분과 좀 더 말다툼을 해서 사이가 틀어지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그래야지 내가 좀 더 수월하게 이 둘 사이를 파고들게 아닌가?
“그렇군요. 고마워요, 세현 씨. 세현 씨가 아니었으면 저 정말…….”
이런 내 충고가 진심으로 고마웠던 모양인지, 부인은 그 끝에 눈물을 글썽였다.
“자신감을 가지세요, 부인.”
“네, 그럴게요.”
부인은 조신하게 고개를 숙여 내게 재차 감사의 인사를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후, 나는 부인에게 배웅을 받으며 집을 나섰다. 이렇듯 미인의 배웅을 받으며 집을 빠져나온 나는 마침내 부인과의 접점을 얻었다는 생각에 속으로 환호성을 내질렀다.
‘예상보다 빠르긴 하지만, 이건 정말로 예상외의 수확이야.’
이 기쁨에 온 몸이 저릿저릿 거릴 정도였다.
‘운이 너무 좋아서, 마치 누군가가 날 도와주고 있는 것만 같군.’
아마도 신이 있다면, 그 신은 분명 내가 부인과 엮이기를 바라고 있는 게 분명할 것이다.
‘자, 어떻게 할까?’
오랜만에 뛰는 가슴의 감동을 마음껏 느끼며 나는 천천히 내 집 안으로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