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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함락]
“……부인께선 여성으로서의 매력이 다소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네?”
이런 말에 부인은 적잖게 당황한 모양인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나를 쳐다보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부인의 미모가 떨어진다거나 몸매가 뒤쳐진다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부인의 속궁합이 남편 분과 잘 맞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는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그 말은 제게 밤일을 제대로 못 해서…….”
부인은 양 볼을 새빨갛게 붉히며 어쩔 줄 몰라해했다.
그 태도를 보아하니, 무언가 집히는 구석이 있는 모양이었다. 이에 나는 재빨리 입을 열었다.
“어디까지나 제 추측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제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역시 남편 분이 밤늦게야 귀가하는 걸 보고 이리 생각을 한 겁니다.”
“그 이가 늦게 귀가하는 것과 밤일이 무슨 관계가 있는 거지요?”
“관계가 있지요. 보통 아내가 매력적이라고 한다면, 남자는 그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일찍 귀가하려 합니다. 더구나 그것이 한창 때의 신혼부부라면 더더욱요.”
이러한 내 말에 부인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 그녀는 아차 싶은 표정을 지어보이며 다급히 입을 열었다.
“그럼 제가 어떻게 해야 되는 걸까요?”
내게 도움을 구하는 부인의 태도에 나는 담담하게 웃어 보이며 해결책을 내어주었다.
“간단합니다. 부인께서 밤일에 능숙해지면 됩니다. 옛날부터 그런 게 있지 않습니까? 왕의 첩실들이 왕의 총애를 받기 위해서 매일 같이 방중술을 다듬는 그런……. 물론 부인을 그런 첩실들에 비유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부인의 이해를 돕기 위한 예시일 뿐이지요. 그러니 너무 불쾌해 하지 말아주세요.”
점차 표정이 어두워지는 부인의 모습에 당황한 내가 이리 말을 덧붙이자, 부인은 내가 오해했음을 깨닫고는 재빨리 고개를 좌우로 저어보였다.
그 후, 부인은 착잡해 보이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입을 열었다.
“그런 게 아니에요. 제가 걱정하는 건, 어떻게 해야 그런 쪽으로 익숙해질 수 있을지……. 그게 걱정 되서 그런 거였어요.”
이러한 부인의 말을 들은 나는 짐짓 안심된 표정을 지어보이며 말문을 열었다.
“너무 그렇게 고민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원래 이런 건, 경험이 쌓이면 쌓일수록 늘어나는 법이니까요. 물론 부인의 경우에는 이미 혼인한 상태이기 때문에 경험을 쌓을 수 있는 방법이 오로지 남편을 통해서만으로 한정되지만요. 그렇지 않나요?”
“네, 맞아요. 그래서 제가 이렇게 고민하고 있는 거고요.”
“그러니 지금 부인께서 하실 수 있는 방법은 이전의 경험들을 되살려 스스로 다듬는 것뿐입니다.”
“이전의 경험……. 하지만 저…….”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난색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부인의 태도에 내가 의문을 갖고 물음을 던지자, 부인이 슬쩍 나를 올려다보며 부끄러운 듯이 수줍은 어투로 말을 내뱉었다.
“그 이와 혼인하기 전까지 처녀여서……. 제가 그렇게 경험이 많지 않아요.”
“아.”
이 말을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감탄을 내뱉고 말았다.
요즘 같은 세상에 혼전순결이라니……! 그것도 이 정도의 미인이 말이다. 모든 남성들이 성욕을 잃지 않는 이상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물론 부인의 미모가 감히 넘볼 수 없는 수준이라는 점도 유효하게 적용되었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런 미인을 놔두고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다니!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나?’
쉬이 믿겨지지 않는 이야기였지만 유감스럽게도 부인이 내게 거짓말을 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그럴 필요도 없고 말이다.
그러니 즉, 이 말은 사실이었다.
“요즘 같은 세상에 혼전순결이라니……. 우습죠?”
스스로가 생각해도 우스꽝스러웠던 모양인지, 부인은 우울해하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내게 말을 걸었다. 이에 나는 재빨리 고개를 가로저으며 입을 열었다.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전 대단하고 생각합니다.”
“그, 그런가요?”
“물론입니다. 그러니 자신감을 가지세요.”
이리 말한 나는 부인을 한차례 다독여 준 뒤에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아무튼 부인께서 경험이 그리 많지 않다니…….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이걸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어떤 걸요?”
“그게……. 아, 아닙니다. 역시 그만두는 편이 좋겠군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너무 이르다는 생각에 나는 서둘러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러나 부인은 그녀 나름대로 상황이 급박했기에 필사적으로 내게 매달리며 어서 말해달라며 부추겼다.
“괜찮아요. 뭐든 물어봐주세요, 세현 씨.”
“하지만…….”
“이렇게 부탁드릴게요.”
그 부추김에 나는 결국 양 손을 들어 올리며 질문을 할 수밖에 없었다.
“평소 수음 행위를 얼마나 하십니까?”
“네? 수, 수음이라니요?”
내가 말한 단어의 뜻을 알아듣지 못 한 모양인지, 부인은 당혹스런 표정을 지어보이며 내게 되물었다.
“자위 말입니다.”
울컥하고 치솟는 흥분을 가까스로 꾹 억누르며 최대한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자위만으로도 어느 정도 능숙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렇게 실례를 무릎 쓰고 물은 겁니다.”
“그, 그렇군요.”
“아무튼 부인께선 주에 몇 번 정도 하십니까?”
이런 내 물음에 부인은 고개를 푹 숙인 채, 검은색 눈동자를 이리저리 배회시켰다.
더불어 옅은 다홍색의 보드라운 입술이 연신 오물거리며, 요염한 광택을 내기 시작했다.
“자, 자위는……. 에, 그러니까, 그, 그……. 저는…….”
부인은 어떻게든 내 질문에 대답을 해보려고 하지만, 결국에는 하지 못 했다.
정확히는 한숨을 내뱉으며 수치심에 대답하지 못 한 것이다.
“힘들면 말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니에요, 저 괜찮으니까…….”
숨을 들이켠 부인은 슬쩍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손가락을 하나씩 쥐어보며 기억을 곰곰이 되짚어보더니, 이윽고 부끄러움이 가득 실린 목소리로 대답했다.
“……딱히 세어보지 않아서 정확하진 않지만,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하는 것 같아요. 어쩔 땐 아주 하지 않을 때도 있어요.”
혼전순결을 이루어 낸 당사자답게 자위 횟수도 상당히 적은 편이었다.
이 정도면 거의 하지 않는다고 생각해도 무방했다.
‘성에 대해선 아주 숙맥이라 해도 무방하겠네.’
만일에 부인의 남편이 처녀를 싫어한다고 가정했을 때, 그의 입장에선 부인을 데리고 밤일을 치른다는 게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었을 것이 분명했다. 심지어 부인은 성행위라는 것 자체를 이제 막 알기 시작한 여자였다.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이제 막 울음을 터트리기 시작한 유아기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 신생아를 데리고서 밤일을 해야 한다니, 확실히 막막하기 그지없을 게 틀림없었다.
‘신혼 첫날밤에 꽤나 고생 좀 했겠군.’
성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여자를 아내로 맡이 해서 첫날밤부터 고역을 치렀을 남편을 생각하니 쓴 웃음이 절로 터져 나왔다.
‘부인의 겉모습만 보면 여러 남자 꽤나 울렸을 것 같은데 말이야.’
확실히 외양만 가지고 보았을 때, 부인은 여타 남성들로부터 꽤나 인기가 많았을 것 같은 외모다. 아니, 실제로도 많았을 것이다. 그 만큼 부인은 절로 눈이 돌아가는 미인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이 정도의 미인이라면 분명 경험도 많을 거다……. 라는 게 보통 남성들의 인식이었다.
“확실히 횟수가 떨어지시네요.”
“그 정도인가요?”
“제가 여성이 아니라서 잘은 모르지만, 일주일에 적게는 두세 번, 많게는 네다섯 번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그, 그렇군요. 그럼 횟수를 늘려야 할까요?”
고개를 살짝 기울인 부인이 조심스레 물음을 던졌다.
“그러면 좋겠지만 무리해서 늘릴 필요는 또 없겠지요. 성욕도 없는데 무턱대고 한다고 해서 몸이 즐거워지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럼 전 어떻게 해야 될까요?”
내게 필사적으로 도움을 요청해 오는 부인의 태도에 가슴이 벌컥벌컥 떨려온다.
‘저질러 볼까?’
다소 이르긴 했지만 이 정도 분위기라면 충분히 가능 할 것도 같았다.
“남편 분의 것을 애무해 보신 적은 있으십니까?”
“에, 네?”
이러한 내 질문에 부인은 당황해하며 얼굴을 붉혔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대답해야만 된다는 강박관념 같은 것이 머릿속에 새겨진 모양인지, 부인은 필사적으로 입술을 벌려 대답해주었다.
“……네. 애무해보았어요.”
“정말입니까?”
재차 확인하는 내 질문에 부인은 작게 고개를 끄덕여 수긍해보였다.
다소 의외가 아닐 수 없었지만, 확실히 부부라면 응당 할 수 있는 행위였기에 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이런 미인 부인이 해주는 애무라니, 새삼 그녀의 남편이 부러워진다.
“그 이가 해달라고 해서……. 손과 입으로 몇 번…….”
“남편 분이 만족해하셨습니까?”
“…….”
별로 만족해하지 못 한 모양인지, 부인은 서글픈 표정을 지어보이며 고개를 푹 숙였다.
“곤란하군요.”
이 상황을 이리 평한 나는 부인을 지긋이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어쩔 수 없군요. 조금 극단적이긴 하지만 제가 직접 부인의 문제점을 지적해드리겠습니다.”
“세현 씨가 제 문제점을요? 하지만 어떻게……?”
“간단합니다. 제가 부인의 애무를 직접 받아보면 됩니다.”
이러한 내 말에 부인은 얼굴을 붉히며 어쩔 줄 몰라해했다. 당혹스럽겠지. 남편도 아닌, 그렇다고 해서 숨겨둔 애인도 아니다. 그저 옆집에 사는 이웃 남성일 뿐이다. 그런데 그 남성에게 애무라니……. 아무리 좋게 생각해보아도, 일반적인 통념상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 그럴 순 없어요.”
애써 거절의 의사를 내비쳐 보이는 부인의 태도에 나는 다정히 웃어 보이며 입을 열었다.
“괜찮습니다, 부인. 저는 신경 쓰지 말아주세요. 물론 제 몸이 실험대상으로 쓰인다는 것은 별로 달갑지 않는 상황임이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매일 아침마다 남편과 다투실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닙니까? 그리고 이웃된 입장에서 매일 아침마다 옆집이 소란스럽다는 건……. 솔직히 말해서 좀 고역입니다.”
“아, 에……. 죄송해요.”
이런 내 말에 부인은 도리어 당혹스러워하는 표정을 지어보이면서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내가 하는 말은 부인이 희생하는 것이 아닌 내가 자진해서 희생하겠다는 말이었으니 말이다. 거기다가 끝에 불쾌한 기색을 내비쳐 보임으로서 부인이 더 이상 거절하지 못 하도록 만들기까지 했다.
소위 말해서 이것은 이웃의 정당한 권리인 셈이었다. 물론 다소 어긋난 방법이긴 했지만 말이다.
실제로 나는 얼굴에 철판을 깔고서 뻔뻔하게 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