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7화 〉10.이 정도면 그냥 동창회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7
그 날밤, 아렐리오르와 최현기는 열락에 취해 서로를 탐닉했다. 부정된 존재들끼리 묶은, 동양에서든 서양에서든 천대받는 뱀들처럼, 서로를 묶고 서로를 엮는 그런 뜨거운 체온들 사이로 숨을 가쁘게 쉬며 침대 속에서 하나가 되어갔다.
"아아..."
그 누구보다 독점이라는 희열감에 빠져있는 아렐리오르. 최현기가 의도한 바 그대로, 아렐리오르는 자신만이 하루를 가졌다는 생각에 빠져들어 행복에 젖어들었다. 안은 채로 그녀의 부드러운 유방을 뭉그러트리고, 허리, 옆구리, 목, 팔, 다리, 종아리, 발, 손 등등을 전부 만지며 함께 한다. 그렇게 둘은 혀와 혀, 그리고 팔, 다리. 모든 것을 함께 하고 또 만지며 신음을 토하고 주무른다.
"흐응..."
억세게 쥔 젖가슴에 신음을 토하는 아렐리오르.
"해피..."
그녀의 트라우마는 어떻게 보면 헤론느와 연관이 있기 때문에 최현기와 연관이 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알게 뭐야.'
그렇다고 해서 최현기가 한 것도 아닌데, 굳이 그것을 따질 필요는 없었다. 욕을 한다면 헤론느를 욕하면 되는 것이지, 그의 성자가 되어버린 그를 욕할 필요는 없다. 그저, 눈 앞에서 내 몸에 맞춰 흔들리는 그녀의 나신을 만끽하면 되는 것이다.
.
"아. 좋았다."
"흐음. 내일도?"
"그건 좀 모르겠네요."
이미 만족스럽다는 듯 얼굴이 탱글탱글하게 윤기가 나는 아렐리오르와 같이 나온 최현기. 다른 여성들은 밤을 지새웠는지 눈이 퀭해졌다.
"아 씨발! 여기 있는거 맞아?"
이데오라 영지를 뒤지고 뒤져도 볼캄이란 단체의 파편이나 조각 따위도 나오지 않았다. 그저, 조폭, 소매치기, 갱단, 마약범, 인신매매범들 등등. 뒷돈을 만지는 것들이란 것들은 전부 헤론느 교단 이름 하에 목을 매달게 했을 뿐 정화작업만 지속되었지 이도교 색출은 진전을 보이지 않았다.
"으어어! 시발, 착하게 살게요!"
"의도치 않았지만 범죄자들은 헤론느 이름 하에 살려둘 수 없다 쓰레기!"
자신들도 쓰레기면서 헤론느 교단 이름 하에 정화 작업이라며 사형을 행하는 그들. 약식으로 성기사들이 자신들의 성서에 손을 얹고 말한다.
"하일!!! 헤론느!!!"
우와, 씨발. 절망편 세상 살이라고 볼 수 있었다.
'덜컹!'
목을 축 늘이며, 지금까지 여자들을 납치하여 강간과 함께 성노예로 팔아재낀 인신매매범이 최후를 맡이한다. 잘 죽었다 욕하는 사람들도 있는가 하면, 털어서 먼지안 나오는 사람 없다고 그와 연관 있던 사람들이 덜덜 떨고 있다.
"이번 정화작업은 이도교 색출이 목적이다! 그러니 적극적인 이상행동자 보고와 함께 직접적인 범죄에 연루되지 않았다면 우리 헤론느 교단은 정화작업에서 고해성사를 한 자들의 죄를 묻지 아니한다!!!"
그 성기사의 외침에, 모두가 난리가 나며 만세 삼창을 한다. 지들은 살았다. 아? 옆 집에 살던 착해보이던 과거 범죄자였던 샘튼이 죽었다고? 알게 뭐야 난 살았는데. 라는 이기적인 대중심리가 그들을 하나로 만들었다. 자신들은 성자가 있는 위대한 헤론느 교단에서 고해성사로 죄인이 아니게 되었다. 그러니 더욱 적극적으로 성기사들에게 사실을 고한다.
"사실, 저번에 수상한 그림자들이 움직이는 걸 봤습니다."
"정말인가? 이 쪽으로 오게나!"
간이 고해성사실에서 어깨춤을 들썩이며 들어가 사실을 고하는 한 녀석. 중요한 정보를 고하면 그 만큼의 보상이 따른다. 짤랑이는 돈주머니를 들고 엉덩이까지 흔들며 나오는 사람.
"이 새끼는 고해성사를 한다 했으면서 거짓된 정보를 누설했다! 이것은 여신님을 모독한 죄와 비견된다! 죽어라! 이 쓰레기!"
미친 세상. 성기사가 돈에 눈 멀어 사기를 친 시민의 목을 뎅겅 하고 베어내고, 직접적인 죄가 없던 사람들은 그것을 보며 웃으며 '하일! 헤론느!'를 삼창한다.
"오."
딥다크 판타지도 이런 딥다크 판타지가 없다.
'이게! 내가 만든 세상!'
미친 세상이었다. 역시 헤론느 여신의 성자, 그녀와 비견될 정도로 거대한 파급효과로 세상을 더욱 얼룩지게 만들었다.
[제 교리가 그런거 아니거든요?!]
'사랑과 평화라며? 범죄자가 아닌 사람들이 저렇게 행복해하는게 니들 교리 아냐?'
[아니...씨발!]
헤론느가 또 말빨로 쥐어 털리고 묵음모드가 되었다.
"데,데레브 교단도 고해성사실을 만들었습니다. 데레브 교단 신도님들께서는 이 쪽으로 와주세요!"
저 멀리 에멜른이 고해성사실을 만들어 엘리슨과 크리스나를 돕는 모습이 보인다. 하꼬 쩌리 그들끼리 사람들에게 도움을 바라는 모양.
'눈물이 앞을 가리네.'
저 돈 많은 성녀 세린느가 나서서 대대적인 공표 작업을 하는데, 대기업 사이에 낀 스타트업 회사마냥 빌빌 거리는 그들.
"바바리안들끼리 뭉쳐야 하지 않겠나?! 어디 수상한 낌새를 보이는 자들은 없는가?!"
"하하! 자네 바바리안이군! 정보료는 성기사들만큼 챙겨주는가?!"
그 말에 돔보는 새로이 만난 바바리안보고 꺼지라는듯 가운데 손가락을 올린다.
'크읍.'
역시 바바리안. 돈 앞에서 동족애도 없다.
"나는 도적...어둠 속에 숨어살며...정보를 습득하지."
카이로제의 말. 하지만 하꼬 병신 돚거 새끼 답게 소매치기범 마냥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나 엿듣는 것이 전부였다.
'컹! 컹!'
울부짖는 들개들. 늑대인간 개조 아렐리오르 직속 부대로서, 그들의 냄새탐지는 한 달 전에 지나갔던 사람들마저 수색할 수 있었다. 즉, 카이로제의 추적기술은 개만도 못했다.
"아."
불쌍하다. 이 정도면 동정심이 들지 않는가? 거대기업들에 밀린 하꼬들의 서러움. 하지만.
'그런다고 내가 공평하게 대하면 이런 수색작업도 지지부진해지겠지.'
경쟁하며, 최현기의 하룻밤을 가지기 위해 노력해줘야 한다. 아렐리오르의 탱탱해진 피부를 보며, 더욱 이를 가는 여성들.
"나는! 왜! 하루도 못 가지는거냐!"
성을 토하며, 아직 제대로 밤자리도 가지지 못한 세렌시스는 결국 폭발했다.
"첫가입시 맛만 보는 그런 혜택은 없는건가요?!"
눈이 맛가버린 세렌시스가 내게 다가와 묻는다.
"거...고객님. 그런 조건은 없습니다..."
"으아아아!!!"
머리를 쥐어싸매는 세렌시스. 희망도 없는 최현기 남창 시스템은 그녀를 절망으로 물들었다.
[잘한다, 잘해.]
'그럼, 누구 성자인데.'
핀잔을 주는 헤론느의 말을 끊고 담배를 입에 문다.
"불."
아예, 최현기 불셔틀이 된 성기사가 이젠, 기사 서약의 한 쪽 무릎을 꿇는 자세로 손을 올려 미니발화석 발화기를 누른다.
'화륵!'
불이 피어나고 맛 좋은 헤론느 교단 특제 발화기의 불을 맛 보며 담배 맛을 그윽하게 본다.
"역시 아침부터는 모닝빵이지."
폐를 작살내는 이 맛. 머리가 나가리 되고, 뿅가서 뇌세포가 파괴되며 신선한 폐에 들어오는 덩어리진 타르덩어리와 몸 안을 감도는 니코틴의 맛은 끊을 수가 없다. 생명을 쥐어짜내 얻는 이 맛은 역시, 최고였다.
'내가 마약이 없어서 다행이지.'
전 세상은 한국이라, 마약을 구하기 힘든 세상이어서 다행이었다. 너무 좆같아서 주변에 마약이라도 있다면 빨았을 그의 가치관.
[몸을 망치는걸 아주 맛깔나게 피시네요.]
'거럼거럼. 원래 밀가루 덩어리와술, 담배는 최고지. 인생 길게 살거 같다면 템플스테이 가서 절밥 먹고, 고기 최소한으로 먹으며, 항상 마인드 컨트롤 하고 명상에 좌선에 지루하게 평생 살라 그래. 그렇게 90이상 처먹고 남들 술 처먹고 담배 피고 섹스하고 뒤질 때 오래오래 살아서 겨우겨우 버티다 침대에서 한 이십 년 버티는 엔딩 맞고 뒤지겠지. 난 침대 누우면 안락사 부탁해야지.'
[진짜 남들이 들으면 논란거리만 충분하고, 인류애 상실된 개새끼라고 돌팔매질 맞을 발언인거 알죠?]
'어차피 대가리 나간 뒤로 끝났어. 솔직해지면 좀 좋아? 흡연인구, 애주가, 밀가루 성애자들이랑 고기, 지방덩어리 성애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걔네들이 미친듯이 좋아하는 그것들 끊는 대신, 오래도래 똥칠하며 살라고 해봐. 다 하고 사는 삼십년이 낫냐, 다 못하고 사는 90년이 낫냐 하면 뭐, 편은 갈리겠지만 내 쪽도 은근히 많을걸?'
[극단주의자. 병신.]
'그게 네 성자.'
무슨 말을 하든 응 그게 니 성자라고 하면 끝난다. 어떻게 보면 폐륜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부모가 없는 최현기였지만, 말 끝날 때마다 '응 니 아들임'이러고 하는건 부모 억장 박살내는 발언이지 않을까.
'뭐, 나 낳은 것도 아닌데.'
어차피 남이다. 아무리 자신 여신이라고 해도, 강제적인 철관 쓰고 어쩔 수 없이 전직한 성자인데 무슨 상관?
'그리고 지금도 내 존재 하나로 헤론느 교단 떡상하고 있다며? 그럼 좀 큰 무리 없으면 지켜보라고.'
거의 폐인 아들이 '아 내가 알아서 잘한다고!'하는 그런 느낌의 자부심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래. 우리 성자. 난 항상 우리 성자를 믿어.]
'좆같은 엄마모드 따라하면서 지랄거리지 마라. 엄마 없는 놈한테 드립을 아주 개새끼처럼 치네.'
[흥, 먼저 지랄놓는게 누군데.]
한 마디를 안지네 아주.
"떴다!!!"
한 성기사가 외쳤다. 모두가 그를 바라봤고, 주변에 있던 무기들을 바리바리 싸며 그를 문초한다.
"세린느님! 여기 정보입니다!!!"
큰 소리를 치며 그가 정보가 담긴 두루마리를 그녀에게 던진다.
"잘했어요!"
신성력과 신성력의 싱크로. 연결된 신성 루트에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성역이 만들어졌고, 세린느는 편안하게 그 두루마리를 전달받을 수...없었다.
"잡았다!"
아렐리오르가 자신의 몸에 담긴 신성력을 이용해 두루마리를 빼앗았다.
"저 쌍년 하루 가졌는데 더 가지려 한다!!!!"
발악하며 소리치는 퍼스티니.
"이게 바로 빈인빈 부익부 현상! 당신네들은 갑부들이 선동하며 말하는 낙수효과라는 노예들 정신지배 효과나 믿으며 기다리시지요! 호호호!"
마녀처럼웃으며 사라지는 그녀.
"이 씨발! 엘프들 추적 시작!!!!"
"카르르륵!"
"쿠에레레렉!"
미쳐 날 뛰는 엘프들과, 전진하기 시작한 라인리히 백작가의 개인 군사들과 다크엘프 정예 이인 부대. 그리고 성기사들.
"이 개쌍년이 헤론느 교단에 대한 빅엿을 날렸다! 우리는 뭐다?!"
"좆같은 새낀 좆같게 대한다! 하일!!!"
"헤론느!!!!"
그들의 찰진 하일 헤론느는 멈출 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