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5화 〉10.이 정도면 그냥 동창회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5
"헤론느 교단 특제 성주랍니다. 드세요."
"아니, 씨발 어떤 교회가 술을 팔아 재껴?"
"헤론느 교단은 사랑과 화합이 중심이니까요. 그럴 때일 수록 술이 없을 순 없죠."
물론, 그 술이 사랑과 화합이라면서 부르는게 값인 특제 헤론느 교단주로서, 돈 없는 하층민들은 입에도 못 댈 그런 술이지만, 성기사들이 척척 들고 오는 오크통만 봐도 숫자가 10개는 넘어보였다.
"야, 이거 이번에 밀리언 왕국 왕족가와 세실 왕국에 보낼 사절 교주 아니었냐?"
엘리스의 물음에 세린느가 코웃음을 친다.
"저희가 대접하라구요? 요즘 근황 모르시네. 요즘은 밀리언 왕국이나 세실 왕국이나 술 좀 달라는 말은 고사하고, 성자님 한 번 와서 손 흔들어달라고 애걸 복걸하는 중인걸요?"
자랑스럽게 최현기를 팔아재끼는 세린느.
"그 정도로 내가 인기 있어?"
"엄청난걸 넘어 미쳤습니다! 과거 몇 백 년 전 사라진 성자들로 인해 지금 이 세상은 버려졌다, 이제 멸망 뿐이다하는 멸망론이 일어나고, 그게 대 성전 이후로 왕국 전쟁의 시발점이 되었는걸요? 성자 한 명만 나타나도, 신들이 우리 하찮은 인간들을 버리지 않았다는 증명이 되는 셈이죠. 세실 왕국도 지금 국교를 헤론느 교단으로 하자고 말하던걸요?"
12성의 여신들 중 이종족들이 믿는 어떤 신도 있었다. 허나, 그들 또한 신자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 그렇기 때문에 스멀스멀 그들도 본 국교가 없는 핑계를 대면서, 헤론느 교단에 끊임없이 추파를 던지고 있었다.
'아 그 토끼.'
거대한 젖가슴을 자랑하던 그 토끼 이종족의 공주. 그녀가 속한 왕국이 세실 왕국이었으며, 지금 이데오라 영지와 대숲을 경계선으로 두고 있는 곳이었다.
"한 번 가서 손이나 흔들어줄까?"
토끼녀의 거대한 젖가슴이 생각나며, 충분히 그래줄 수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헤론느 교단을 위해서라면 성자로서 열심히인 최현기님은 정말...사랑을 넘어 존경, 아니 영원한 충성입니다!"
머리라도 쓰다듬어달라는 듯 다가오는 세린느.
"그래, 술이나 먹자."
새로 따라진 벌꿀 맥주를 마시며 세린느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아, 미니건 그거 부러졌는데 고쳐줄 수 없어?"
"감히, 성자님의 무기인데도 부러지다니! 당장 새것, 아니 더 좋은 업그레이드 품을 대령하겠습니다!"
"아, 고마워."
다시 세린느가 머리를 쓰다듬어달라는 듯 다가온다. 아예 팔짱을 끼며 하얀 살결이 느껴지는 젖가슴을 최현기의 팔에 비비는 그녀. 은근슬쩍도 아닌 대 놓고 팔을 그녀의 가슴 사이에 끼웠다.
"야야, 술 먹는 중이잖아."
"그럼, 멈추고 올라갈까요?"
"...가져온 교주도 있잖아?"
"그렇죠! 빨리 안 가져와?"
시니컬한 세린느의 말에 성기사들이 급하게 교주를 담은 오크통을 그녀 뒤에 내려놓는다.
"흠, 마법무구가 필요하다면 라인리히 백작가에서도 충분히 줄 수 있네. 투핸디드 소드는 어떤가?"
레이나가 입을 열었다.
"투핸디드 소드?"
"본래 다루던게 츠바인 핸더였는데, 그레이트 소드로 하던 검법은 전부 쓸 수 없게 되지 않았나? 좀 불편할텐데?"
"그렇긴...하죠?"
"그러니까."
엘리스가 말을 받는다.
"라인리히 백작가에서는 이미 우리 노예님을 위해서 마법능력을 지닌 츠바인 핸더를 만들어놓고 있다는거지."
"아, 고맙긴 한데..."
일단 손에 익은 지금 묵색 그레이트 소드가 마음에 들었다. 뭔가 손에 착 감기고, 거인인 트윈 헤드 오우거와 키메라를 잡은 기억 덕일까. 다른 것보다 손맛이 좋기 때문에 츠바인 핸더도 그리 메리트가 없단 기분이 들었다.
"그,그런!"
마치, 어느새 커버린 아들이 말도 없다가, 갑자기 이상한 새 며느리를 데려온 것 같은 시어머니의 표정을 짓는 것 같은 엘리스와 레이나.
"버려졌네?"
옆에 아렐리오르가 말을 건넨다.
"닥쳐라! 노예, 아니 최현기! 우리와 검술을 배웠던 기억은 버렸는가?!"
화를 내는 레이나. 버렸다고 해도...그땐 하꼬 노예놈이었고, 그리고 그 전에는 곡괭이질만 죽어라 해서 안 좋은 기억만 가득한 라인리히 백작가였는데...추억보정이라도 되었을까. 은근히 그곳도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뭐, 츠바인 핸더도 한 번 보죠."
"됐어! 키워봤자 사내새끼들은 돈만 보고 산다더니!"
그거 꽃뱀한테 하는 남자들 대사 아닌가?하는 기분이 들었다. 하긴, 지금 세린느가 풀플레이트에 미니건까지 준 마당에...그리고 아직도 팔 사이에 가슴을 끼우고 파이즈리라도 하듯 비비는 세린느.
"돈으로 남자 사냐?"
퍼스티니의 비아냥.
"흥, 아무 것도 못 주고 나이만 든 엘프는 닥치시죠?"
"저...씨발년이..."
맥주 손잡이가 우그러트려진다. 다 마신 벌꿀 맥주 위로 들이차는 하얀 빛 성수스러운 교주.
"자, 이 술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비싸고 맛난 술이랍니다. 엘프들이 마시는 값싼 벌꿀 맥주와는 비교도 안 될 거랍니다?"
세린느가 은근히 퍼스티니를 까대면서 교주를 마시게 하려 한다.
"너는 안 좆같냐?"
아렐리오르에게 묻는 엘리스.
"어차피 저 교단 년 따위가 주는건 그저 편리한 그런 것이잖아? 나는 직접적으로 저 해피를 살렸는걸? 내 장기로 말이야."
"아."
최현기는 아무리 아렐리오르가 미쳤다고 해도, 자신의 장기를 직접 내어준 희생적인 일을 기억해냈다.
"그렇긴 하죠?"
"후후후, 그런 해피가 날 신경쓰지 않을 리는 없잖아?"
불편하다는 듯 은근슬쩍 최현기는 세린느를 떼어낸다.
"서,성자님?"
불안한 표정으로 변한 세린느.
"그...오랜만에 한 잔 하고 싶은 사람이 아렐리오르잖아? 성자 된 이후로 지금까지 보지도 못했고."
"마,말도 안되는! 더러운 계집년을 성자님 곁에 둘 순 없습니다!"
"비켜 썅년아. 이게 바로 희생정신이란 거다. 니들이 말하는 세크리 파이스. 몰라?"
세린느는 비참하게 아렐리오르에게 밀려 그녀 옆 자리로 밀려났다.
"꺄아아악! 이게 바로 헤론느 여신님께서 마녀 학살을 말한 이유! 성자님을 감히 타락시키려 하다니!!!"
"타락 안 했어! 그리고 그거 피해자한테 떠들지마!"
"죄송합니다! 성자님! 이 잘못은 죽음으로!"
"아니, 죽지마 미친년아!"
"그럼 몸으로 갚겠습니다!"
"아니, 씨발!"
세린느를 겨우 말리고, 옆 자리가 아렐리오르로 바뀌었다. 눈치 없는 돔보마저 숨을 죽이고 묵묵히 벌꿀 맥주를 들이키고 있다. 광경은 개판인데, 거기에 끼어들었다간 짜증난다며 바로 목을 날릴 수 있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었기에.
"심장은 어때?"
"잘 뛰죠."
"나도 해피 네 심장이 잘 뛰는걸 느낀단다. 매번, 이렇게 심장이 거칠게 뛰어서 힘들다니까."
브이 라인으로 내려가는 드레스가 점점 길을 튼다. 가슴 사이, 그리고 배까지 점점 갈라지는 드레스.
"느껴지니? 네 심장과 내 심장이 하나된 고동소리가?"
모두가 이를 갈고 있지만 나댈 수 없다. 감히 '니들은 우리 해피 뒤질 때 뭐해줬는데?'라고 물으면 아갈 싸물고 짜져야 하는 입장이었기에.
'어? 그렇다면?'
지금 일을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머릿속에 스쳤다.
"아, 아렐리오르님이랑 오늘은 함께 있고 싶네요."
꺄악거리는 세린느의 비명과 이를 갈다 소리치는 엘리스, 고함 치는 레이나, 왜 씨발 오늘도 난 아닌건데 하는 세렌시스, 미쳤냐고 묻는 퍼스티니. 엘리슨과 크리스나도 닥치고 있다가 야이 개새끼야라는 소리를 한다. 뭐, 씨발 어차피 세상 이 꼬라지인데 이용해야지.
"지,진짜?"
"네. 제 생명을 구해주셨는데 당연하죠."
모두가 할 말은 없다.
"그래서 말인데, 제가 요즘 헤론느 여신 명 때문에 일을 하나 하거든요?"
"서,성업 말씀이십니까?!"
세린느가 소리치며 일어나고, 주위에서 엿듣고 있던 성기사들도 난리가 났다.
"제가 그거 해결하고 싶은데...진짜 곤란한데 말이죠."
어차피 쌍놈이 잘 사는 세상이면 쌍놈이 되어도 상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망할 이도교들 볼캄이라고 있는데...걔네를 좀 처치하고 싶거든요. 그러면 진짜 고마울 것 같은데. 아렐리오르님께서 해주신 일처럼 말이죠."
천천히 아렐리오르의 엉덩이를 움켜잡는다.신음을 토하며 안겨오는 그녀.
'씨발 나도 모르겠네.'
흑화한다. 어차피 씨발인 세상.
[와, 씨발 이제 타락 루트 타는거 보소.]
닥쳐 씨발년아. 너만 아니었어도 나도 이렇게 흑화 안 했어.
"볼캄이라고?"
손을 들어올리는 퍼스티니.
'푸슛!'
사방에서 튀어나오는 수 많은 매드맥x 스타일 아포칼립스 적인 엘프들.
"전원.이 깡촌 뒤져서 볼캄의 ㅂ자라도 있는 새끼들 전부 끌고 와."
"추우우웅!"
크게 소리치며 사라지는 엘프들.
"이렇게 우리를 이용해 먹으려고 드는건가?!"
소리치는 레이나, 하지만 불안한 얼굴로 엘리스를 힐끔 바라본다.
"라인리히 백작가의 개들과 아스테아 아카데미 여성 귀족가 다크 엘프 두 년 풀어."
"예!"
고개를 숙이는 레이나.
"성기사들! 출동입니다! 정의와 평화를 위하여!"
"성자과 성녀님을 위하여!!! 히일!!! 헤론느!!!"
소리치며 뛰쳐나가는 성기사들.
"뱀파이어, 늑대인간 개조병력. 산책이나 다녀오세요."
"로드의 명에 따라."
아렐리오르의 그림자 속에 숨어있던 수 많은 박쥐떼와 주변 들기슬에 있던 들개 무리가 눈을 빛낸다.
"아니....시발."
엘리슨, 크리스나는 서로를 바라본다. 그리곤 경쟁상대가 너무 쎄다는 것을 느꼈다.
"엄마 젖이나 더 먹고 와라. 애새끼들아."
퍼스티니의 말을 끝으로 그들은 무너질 수 밖에 없었다. 돔보와 카이로제, 에멜른은 그저 그녀들을 위로하며 술이나 따라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