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4화 〉10.이 정도면 그냥 동창회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4 (74/86)



〈 74화 〉10.이 정도면 그냥 동창회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4

술을 퍼먹는다 싶은 그런 생각이 들 때쯤, 다른 이들이 봤다면 배 아파 죽을 만한 그런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술 먹자! 술! 빨리 쭉쭉 마시자!"

퍼스티니가 기분 좋다는 듯, 벌꿀주를 내오더니, 맥주잔에 콸콸 붓는다. 참고로, 이 세게관에서는 500cc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맥주는 기분좋게 한 사람 당 뒤질 만큼 따라야지!]

라는 드워프들의 논리로 퍼진 맥주여서 그럴까, 커다란 오크 통을 기본으로 한, 한 손에 들기도 버거운 큰 잔 위에 쏟아부어지는 벌꿀주.


"자, 여기에."

지금까지 못 먹고 놔둔 술들을 아까워하는 그런 부류였을까, 퍼스티니는 벌꿀주를 들이부은 후, 그대로 맥주  병을 그대로 쏟아부었다.


"자! 특제 벌꿀맥주 등장이요! 첫맛과 뒷맛이  다른, 씁슬한 맛을 느끼다 청량함, 그리고 뒷맛의 달달한 맛 덕분에 안주가 필요없지!"

최현기와 다른 여자들 사이에서 제일 연장자여서 일까, 그녀는 순식간에 벌꿀맥주를 만들어 그들에게 돌린다.

"오늘, 주점은 헤론느 교단에서 전부 사들였습니다."

흉흉한 얼굴의 헤론느 교단 성기사들이 보초를 서며, 주점을 아예 독점해버렸다. 난리 통 속에서도 지들은 일이 아니었다는 잘도 돌아가는 주점에 들어차서, 원래 있던 손님들과 여관 주인들에게 금화 몇  건네주니, 어깨춤을 들썩이며 탭댄스를 추듯 흥얼거리며 나간 녀석들. 주점 주인은 신나게 안주를 미친듯이 만들며 제시하고, 모두가 크게 짠을 한다.


"자자, 화해하자. 원래 싸우던건 술로 푸는거지!"


최현기가 싸우는 것에 대해 싫어한다는 의견을 피력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쉬려고 들어왔던 여관이 박살나 곤란해하는 그를 풀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정쩡한 자세로 벌꿀맥주를 받아들고 그들과 건배를 한다.


"휴전을 알리는 건배라고 생각하겠어."


엘리스가 흥 하는 소리를 내며 건배를 받았다. 아스테아 아카데미의 소규모 전쟁은 서로의 이득을 재기 위해 협상에 들어갔고, 결국 휴전이라는 명목을 얻어냈다고 한다. 피해보상을 외치는 언라이프 협회는 헤론느 교단에서 적절한 보상을 내걸었고, 귀족 연합의 수좌인 엘리스는 이번 교단과의 전쟁 배신 명목을 들어, 꽤 많은 지분을 차지했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헤론느 교단은 손해만 보았냐?

'몇 백년 만에 성자 등장.'

헤론느 교단에서 처음으로 성자가 등장해서, 헤론느 교단은 돈을 쓸어담는 중이라고 한다.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헤론느 여신을 칭송하며 기도를 올리고, 제국의 국교라고 하지만 은근히 괄시 받던 낮다고 치부된 성령은 그것으로 인해 성자가 등장했다며, 다른 교단들의 의미를 담은 성전을 내리까고 있다고 한다. 한 마디로 전세 역전. 다른 교단들이 예전부터 들먹인 '헤론느 교단의 어긋난 성령과 마녀 학살의 증론'을 내걸지만 헤론느 교단이 아닌 다른 사람들마저도  말 한 마디를 하며 묵살시킨다.


[그래서 님 교단 성자는?]


여신들의 메시아이자, 세상의 구원자 성자. 성자가 있고 없고로 교단의 존폐도 결정되며, 마치 그 중심 국가의 시초 두령마냥 '저 새는 해로운 새다'라고 하는 순간 그 날로  새는 사라져버리는 특권을 가졌다. 어느 정도로 대단한 것인지 모르는 최현기.

"그런데 성자님."

옆에서 기도를 올리는 자세로 최현기를 바라보는 헤린느.

"왜?"

최현기는 자신도 모르게 반말을 하고 있었다.

"헌데 어째서...성자의 증명이라는 후광을 뿜지 않으시고 계신거죠?"
"아, 그거."

분명, 아렐리오르의 과거를 답습하고, 헤론느 여신이 구역질  정도로 거지 같아 몬스터들을 하루 종일 총질  때, 후광이 사라졌다. 야, 씨발년아.


[아니, 여신 보고 씨발년이라뇨! 진짜, 사람이 맞는건지.]

그건 그거고, 네가 씨발년은 맞고. 근데 후광은 어떻게 키는거냐?

[그냥 신성력 돌리면 되요. 그거 불편하다고 계속 문의 넣어서 어떻게든 온 오프 모드로 바꾼거니까.]


응? 풀플레이트 입어도 안 되던데.

[아까, 풀플레이트 부를 때 저희찬송가 부르며 후광 생겼잖아요. 그거 때문에 성기사들도 공격 멈춘거고.]

아, 그래서  미친 성기사들이 총격을 멈췄구나.

최현기는 갑자기 알 몸으로 노래를부르고 있자, 성기사들이 총질을 멈춘게 자신의 후광을 보고 알아본 뒤 공격을 멈춘 것으로 이제야 이해했다. 풀플레이트 입었다고 공격 안하는  성기사들이 비겁하다 생각했었는데, 조금 거리가 있는 밤 중에 성자를 구분하는 방법은 후광이 있고 없고라 배웠겠지.


'우리는 헤론느 여신님을 사랑해.'


대충 속으로 흥얼거리자, 눈이 따가운 하얀 빛이 뒤통수에서 피어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역시! 역시! 우리 성자님! 이젠 후광이 나오고 들어가는 것을 배우셨군요! 이건 문헌에도 없던 사실!"

모르는데 그런거...


"헤론느 교단은 고행과 사랑의 교단! 스스로의 정체를 감추고 굳은 일에도 손수 들어가 행복의 전도를 행하시며, 마음을 전파하기 위해 스스로 성자의 후광까지 꺼버리시다니! 아아! 놀라워라!"

라고 말하며 옷을 벗고 있는 세린느.

"미친 년아! 여기서 옷을  벗어?!"


엘리스가 급하게 말린다.

"놓으세요! 이런 신의 기적을  앞에 보면서 성녀로서, 어찌 참는 단 말입니까?!"
"이 미친년아! 다른 사람들 다 보잖아! 됐다! 씨발, 네가 알 몸으로 스트립쇼를 하던 말던! 그냥 벗어재껴!"
"성녀로서 제일 순수한 모습으로 성자님을 배알해야 한다!!!"

당장에 옷을 벗어재끼는 그녀를 측은하게 바라보는 최현기.

'너도 미쳐도 단단히 미쳤구나.'
"세린느."
"네! 성자님!"

옷을 벗다말고 주인 맞이하는 강아지마냥 초롱초롱하게 바라보는 세린느.

"옷 다시 입어."


있는 힘을 다해 표정을 찡그리며, 그는 다시 벌꿀맥주를 마신다.

'다른 애들은 잘 있나.'

지금 여섯 명의 여자들 사이에 둘러쌓여 술을 먹고 있는 와중, 엘리슨, 크리스나, 돔보, 카이로제, 에멜른이 생각났다.

"근데 제 일행들은요?"


알몸으로 도망칠 때 지들끼리 뭉친거 같긴했었는데, 그 뒤로 소식이 없다.

"아, 일단 성기사들 보고 잡아두라고 했습니다! 수상한 불신론자들은 가두고 고문이 먼저죠!"
"이 씨발, 당장 풀어서 데려와!"


세린느가 네!하고 큰 소리를 치며 성기사들에게  짓을 한다. 경례를 취한 후 녀석들이 포박된 엘리슨, 크리스나, 돔보, 카이로제, 에멜른을 데려왔다.


"뭐야? 새로운 썅년들이야?"

퍼스티니가 눈초리를 좁히며 엘리슨, 크리스나에게 다가갔다.


"이 년들에게서 우리 귀염둥이 냄새가 나는데?"

엘프는 기본적으로 개 코를 탑제한 것일까? 아니면 그녀 특유의 엄청난 광기일까.


"저,저는 안 했습니다! 살려주세요!"

거물들을 눈 앞에 둔 에멜른은 눈물까지 보이며 쓰러져 빌고 있다.

"근데 왜 쟤네들은 뒤지게 맞은거 같데?"


돔보는 사람꼴이 아닐 정도로 피멍이 들어있었고, 카이로제는 뭘로 처맞았는지 허리가 살짝 구부러진 채로 빌빌 거리고 있었다.

"저 야만인은 대놓고 팬티만 입은 변태기 때문에 몽둥이찜질을 했고, 이 새낀 하도 병신같은 소리를 하길래 쥐어 터트려줬습니다."


성기사가 보고를 마친다. 꼴좋다 병신들.

"치료."
"넵!"

후광만 키면 성기사들은  자지 짜르라고 명령해도 웃으며 짜를 미친 놈들 뿐. 바로 성법을이용해 돔보와 카이로제를 치료한다.


"으어억! 전 변태가 아닙니다!"
"살려주세요! 다 컨셉입니다!"


정신을 차리고 소리치는 병신들.


"으휴, 언젠간 니들 좆될줄 알았다."


고생해서 나온 병신에겐 담배가 제일이다. 인벤토리에서 담배를 꺼내 그들의 입에 물린다.


"어엇! 방랑성기사! 자,자네가 왜?!"


지금 꼴을 보면, 거물 중에 씹 거물인 여섯의 수좌들 가운데 앉아있는 최현기.


"내가 말했던 그...경험했던 사람들."
"자네는 현재 제국 국교에다 최고위 성녀인 철혈 헤론느 교단 세린느 성녀님! 그리고 전투광 라인리히 백작가의 후계자 엘리스님과 그녀의 오른팔 레이나, 그리고 각광받는 왼팔 세렌시스! 엘프들의 수좌이자, 자연 연합 대표 인외의 괴물 퍼스티니! 마녀 학살의 피해자이자 언라이프 연합의 2군단장으로 추대받는 환희의 마녀 아렐리오르!가 자네가 따먹은 여자들이라고 하진 않았잖나?!"

그렇게 대단한 사람들인가?

"한 명  명이 드래곤이 아닐까 싶은 그런 괴물들이 자네 여자들이었다고?!"


큰 소리로 외치지 좀  병신아. 돔보에게 불을 피우고 같이 맞담배를 피운다.


"그래서 좆된거지 뭐."
"그리고 자네 지금 후광을 보면, 요즘 소문의 주범! 헤론느 교단의 새로운 성자이자 아스테아 아카데미에서 제대로 홍보를 하고 있는 그 헤론느의 메시아 최현기였나?!"


생각해보면 방랑성기사라고 말했지, 최현기는 자신의 이름을 말한 적이 없다.


"왜 그리  아는데?"
"모험가라면 요즘 들리는 소문을  캐치해야 하네. 그래야 돈벌이가 어디로 흐르는지 알지 않겠나?! 하하하!!!"
"크큭! 역시나, 내 운명의 데스티니는...후후, 사건의 중심을 흐르는군."

처맞다가 컨셉이에요 살려주세요 엉엉 하며 기절한 주제에, 최현기의정체를 알자 바로 컨셉질인 카이로제. 이 새낀 더 맞아야 한다.

"데레브 교단은...헤론느 교단과 친교입니다! 살려주세요! 지금까지 건드린건 그저, 데레브 교단의 교의 때문이지 제 의도가 아니었습니다!"


지금까지 추근대던 에멜른은 감히 성자의 위치가 교단의 어느 수준인지 알고 있기에 바로 무릎을 꿇고 싹싹 빌기 시작했다.

"아니, 에멜른!  그러는가? 아까까지야 오해가 있었다 하지만, 우리와 같이  이 방랑성기사가 성자이면 우리에게 좋지 않겠나?!"


에멜른은 '제발 좀 닥쳐 이 병신아'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쨋건, 뭐...그렇게 됐으니 준 돈은 안 토해내도 상관없는데, 꺼지려면 지금 꺼져."
"하하하! 무슨 소린가?! 우리가 이제 제대로  돈줄, 아니 친구를 만났는데 함께 했던 일을 싹 잊고 일을 하지 않는 사람으로 취급할텐가?"


돔보의 눈에 물욕이 감돈다.


"병신아, 그러다 성기사들에게 다시 처맞을 수도 있어. 쟤네는 나도  안 통할 정도로 병신들이야."
"크흠!"

돔보가 카이로제와 에멜렌의 눈치를 살핀다.

'위험부담이 있지만, 돈줄 하나 제대로 잡자는 의견인거 같고.'

돔보의 눈치는 그런 것이었고, 에멜른은 급하게 고개를 젓고 있다. 다른 교단이라고 하지만, 성자의 위치는 다른 교단일 수록 더욱 위험한 존재. 만약 최현기가 '아 데레브 믿는 신도  명이 병신같더라' 혹은 '씁, 데레브 교단 좀...그러네?'했다간 최현기와 인연이 있는 데레브 교단 교인들은 싹다 쓸려나간다. 감히 성자도 없는 병신 교단 따위가 성자를 불편하게 해?하는 순간 바로 이도심문관들이 철퇴들고 나와 붕붕질을 하며 머리를 여름 날 수박처럼 깨트릴 것이다.

"일만 열심히 해. 일만. 그러면 아무 탈도 없어."


에멜른이 히끅 소리를 내며 최현기를 바라본다. 그리고 그의 말을 이해했다.


[지금까지 떠들고 건드린거 니네 교단에 안 떠벌릴테니까,  좀 해라?]

에멜른은 바로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어찌 된건가? 방랑성기사이자 성자라면서...그...듀얼의 힘은?"

신성력과 마기의 조화. 딱히 숨길 이야기는 아니기에 그대로 말한다.


"전에 말했잖아. 몸에 마녀의 장기가 들어갔다고. 내가 죽을 뻔 하니까."

엄지로 뒤를 가리킨다. 아렐리오르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설마...환희의 마녀의 장기? 키메라의 대가, 언라이프 교단의 2인자 아렐리오르의 장기?!!!!!"
"그래서 이렇게 듀얼이 되었지."
"우아아악! 그래서 성자가 된 거구만! 마녀 학살의 주범 헤론느 교단과 마녀들의 대표 아렐리오르의 남자!!!! 제국을 넘어 인간계를 평화로 물드는 화합의 남자!!!!"

귀가 아파진다.

"크크큭! 특별히, 내가 걸을 길을 먼저 걷는 남자는 그 정도는 되어야지."


이제 신경쓸 것 없이 머리를 퍽퍽 치는 최현기.


"시발, 진짜  새낀 좀 처 맞아야 한다니까."
"나서실 것 없습니다! 성자님! 저희가 해결하겠습니다!"

성기사들이 우르르 몰려와 철편을 박은 철군화로 밟으려고 하니, 바로 깨갱하며 몸을 웅크리는 카이로제.

"아 됐어. 애새끼 정신교육인데 뭘 그리 패려고 해."

카이로제는 이제서야 최현기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자, 가서 술이나 더 먹자. 아까 끊겼잖아."


아렐리오르가 등장하고 나서, 회식자리가 씹창이 되어버렸다. 그들은 눈치를 보다가 슬그머니 최현기를 따라 바로 옆 테이블에 앉았다. 결국, 최현기의 여성들만 있는 자리와, 지금 볼캄을 잡기 위해 모인 파티 중간에 대충 낀 최현기. 본래 최현기  자리에 앉아있었던 세린느가 붙여진 테이블에 앉은 파티들을 노려본다. 땀을 삐질삐질 흘리는 에멜른과 엘리슨, 크리스나. 병신 바바리안 돔보와 컨셉질 장인 카이로제는 좋다고 흥얼대며 맥주를 받아든다.

"그럼 쟤네들도 우리랑 경쟁 상대인건가?"
"겨우? 쟤네들이?"



하꼬 병신 엘리슨과 크리스나가 슬슬 다른 여성들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노력하면 엘리슨과 다이다이를 뜰 수도 있겠으나, 엘리슨의 능력은 그 정도가 아니었다.

'라인리히 백작가에서 운용하는 군사만 해서 1만 군대는 넘는다지.'

거기에 끈끈한 동맹 관계 귀족들과하급 마나석을 팔아서 번 돈만 운용해도 용병들로 산을 이룰  있다. 지금 이곳에 거물이 아닌 존재들이 없는 것. 마치, 병장들의 캠프 같은 곳에 쓰리스타 여섯이 와서 술자리를 가지는 것과 비슷한 느낌일까.

'몰라, 씨발 내 인생인데.'


어차피 모로 가도 이렇게 된거 술이나 빨자 같은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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