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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9화 〉9.오우거 주먹이면 너도 한 방, 나도 한 방.9 (69/86)



〈 69화 〉9.오우거 주먹이면 너도 한 방, 나도 한 방.9

"어서오게나, 키메라와 트윈 헤드 오우거를 물리친 성기사 최현기여. 나는 이 이데오라 영지를 다스리는 시폰 남작이라고 하네."
"아, 안녕하세요?"


꽤나 무례한 인사였지만, 애초에 이데오라 영지 자체가 하꼬 촌놈 백성들과, 범죄자들의 집단이니 상관이 없다 싶었다.


"그래, 이번에 함멜이 실수를 했다지?"

최현기는 제대로 전달했냐는 얼굴로 기사 도베트를 바라본다. 그의 얼굴이 시뻘개져 있었다.

"남작님! 함멜이 행했던 일은 실수가 아니라 대역죄에 해당하는 바! 당장 제대로 잡아서 죄를 물어야 합니다!"
"도베트경은 조용히 하시오."

남작은 빤히 최현기를 바라봤다.

"그래, 그럼 성기사 최현기 경에게 물으면 되겠군. 어떤 보상을 바라시오?"

남작의 직권 아래서, 강짜를 부린다면 트윈 헤드 오우거 현상금, 키메라 현상금에 함멜이 했던 실수까지 쳐서 곱절로 뜯어낼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도베트라는 이 머리까지 무식한 기사정신 딸딸이 놈은 그런 것은 모르고 그냥 함멜을 족쳐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일이 그렇게 하게 된다면 최현기도 곤란해진다. 미녀기사 같은 사람이 기사도 정신을 내걸고 외치면  꼴리겠지만, 이런 수염난 아재가 충신인 척 하면서 남작이 원하는 바를 박살내니, 남작 위치에서도 참 고생이다 싶었다. 믿을만한 놈은 대가리가 이상하고, 그렇다고 정치적으로 머리 좀 쓸  같은 함멜은 모험가 잘못 건드려 피떡이 되고.

'분명 어디어디 잘난 구석지에서 낙하산으로 들어온 인재인데.'

함멜이 기사라는 타이틀을 달 수 있을 정도라면 뒷 빽이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남작이 대충 넘어가자는 말투로 하는 것도 이해가 가는 부분. 이데오라 영지가 그런 쓰레기를 받아들여 걔 때문에 영지 분위기가 씹창이 나든 말든 최현기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그저 보상이나 좀  받으면 그만.


"볼캄이라는 단체를 아십니까?"
"볼캄?"


여기까진 보통의 민간인들이 모른다고 했던 반응과 비슷하다.

"이상한 단체 사교 모임 같은 건 없었습니까?"


대놓고 자기들이 볼캄이다 교단이다 하며 떠들고 다니지 않는다는 것을 남작의 모른다는 얼굴에서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그들은 숨어서 뭘 하는 야리꾸리한 집단이라는 이야기.

"확실히...요즘 경비병들의 보고로 수상쩍은 움직임이 보인다고는 알고 있다네. 뭐, 평범하게 생각해보자면 이곳에 몰려드는 범죄자...아니 신원미상의 존재들이 많아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네만."

신원미상의 인원들이 어중간하게 들어오면 난리가 난다. 허나, 신원미상의범죄자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걔네가 오히려 정화시키지.'

오염수에도 물고기나 생명체가 살고는 있다. 그들이 새로운 유입어종 들이 들어올 때 합심해서 박살내는 일들은 비일비재. 아무리 지들끼리 이런 쓰레기 영지 먹겠다고 날 뛰어봤자 이미 포진된 개쓰레기 집단에 박살이 날테니 영주인 남작도 원래 있던 것들에게 수금이나  하면서 다니는 것이다.


'오 부패한 정치인 같네.'


이 세계에서 정상인을찾는다는 것은 참 놀라울 정도로 어려웠다.

"그럼 그 정보만 원하는건가?"


당연히 아니었다.

"마차랑 말, 그리고 돌아갈 때까지 쓸 마부와 돈이 필요하죠."
"그렇구만. 시일을 주고 다시 돌아오게 된다면 내 준비를 해줌세."

오랫동안 이야기하기 싫다는  남작는 손을 휙휙 저었다. 어차피 깔린게 모험가들이고 거기서 유입 모험가가 엄청 세다고 영지로 스카웃될 확률도 없다는 것을 인지한 모양. 그저, 돈이나 달란  말에 오히려 쉽다는 듯 그리고 다른말 하지 말라는 듯 넘어가버린다.

"자네! 자네는 우리 영지에서 제일 문제였던 트윈 헤드 오우거와 재앙이었던 키메라를 잡아주었다네! 그렇다면 여기서 남작님께 명예 훈장 정도는 요구할 수 있는  아닌가?!"


귀가 따가워진다. 최현기는 옆에서 꽥꽥거리는 도베트를 한심하게 바라본다.

'왜 네가 아니라 함멜이 출세하는지 알겠네.'


 없는 기사라는 무가 대빵 타이틀을 달고 있으면서 저렇게 먹통같은 놈일 줄이야. 남작의 주름살이 하나 더 늘어나는 것이 느껴졌다.

'너나 많이 다세요.'

아마 도베트는, 꼬실 때에 훈장 하나  달아주고 감사패 1실버도 안하는  건네주면 눈물 질질 짜며 감사하다고 하며 양손으로 받드는 그런 놈인  같았다. 병신. 참고로 훈장이 아무리 수여된다고 해도 보상금만 못하다. 아마, 옛날부터 그랬듯 감사패 주고 들어오는 보상금은 위에서부터 줄줄히 뜯어먹겠지.함멜도   빼처먹을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흐윽흐윽 남작님께 충성충성이러고 있는 병신을 아무리 계몽시켜주려고 해도 답도 없다.


"잘 살아라."

그래도 애는 착해요 같은 동정심 어린 얼굴로 최현기는 남작 성 밖으로 나갔다.


"뭐래?"
"돈하고 마차하고  준데. 그리고정보도."
"잘됐네?"

엘리슨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도베트 그 새낀 병신이 맞아."

다신 보고 싶지 않을 정도로 병신인 그를 생각하며 잠시묵념. 그  다시 여관으로 돌아왔다.


"어이구, 많은 일들이 있었군."

마을을 지나 그 나마 깡촌 중 제일 발달한 이데오라 도심가에 온 그들. 돔보가 옆에서 실실 거리고 있다.

"진짜 안 꺼지냐고..."
"어어! 저건 놀랍구만! 이번에 판 와이번 시체 중 돈이 안되는 부위로 만든 새꼬치가 아닌가?! 어서 가서 먹지 않고 무엇하는겐가?!"

최현기의 갑옷을 잡고 흔드는 녀석. 이젠 꺼지라는 말까지 무시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어이구! 트윈 헤드 오우거, 키메라 슬레이어 아니십니까?!"


최현기를 알아보는 노점상. 이 영지에서 어지간한 이야깃거리가 없다보니 더욱 빨리 최현기가 소문이 나는 모양이었다.

"...새꼬지 여섯 개만 주세요."

뒤에 모두가 기대하고 바라보고 있다.

"니들은 돈 안내냐?"
"째재하게 그러지 말게나! 자네는돈을 많이 벌지 않았나?!"

7대 3으로 가른 순간부터 은근히 최현기가 물주가 되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생각해보면  새끼들 있어서 키메라 잡았으니까.'


보상금이 나오면 또 두둑해질 주머니를 생각해서 아낌없이 새꼬지를 나눠주었다.


"꼬지군! 꼬지야! 꼬치가 아닌 꼬지군!"


저걸 드립이라고 치고 있는건가? 먹는 사람 드럽게 꼬치꼬치 저러는 돔보를 한 대 때리주려는 듯 주먹을 꽉 말아쥐었다. 역시 병신들끼리 통하는게 있는지 에멜른과 카이로제는 그 말을 듣고 시시덕거리고 있었다.

"우와! 성기사 오빠다!!!"


멀리 기억이 있던 여자 아이가 달려온다. 분명...키메라를 잡아달라고 말할 때 저금통을 내민 그 여자 아이.


"어...안녕?"


일단 물들지 않은 순수한 존재는 매우 보기 힘들었기에, 최현기는 가볍게 손을 들어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녀석이 꾸벅 고개를 숙인다. 모두가 좀 마음이 녹아지는 광경.

"그래, 앞으로는 그런 푼 돈으로 사람 꼬시지 말고 정당하게 값 치루고 사람 고용하거라."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을 해주기로 했다.

"푼돈이요?"
"어, 3브론즈 있는게 사람 새끼가 할 짓이냐?"
"야."

엘리슨이 옆에서 최현기에게 눈치를 준다. 어린 애에게 말이 심하다는 투.

'아니야, 저 눈 봐.'


최현기는 확신을 가졌다. 왜냐하면 푼돈 소리 나오고 동화 소리 나오니까 은근히 눈이 떨리는게 지금까지 그런 짓으로 꽤 많은 엿되는 일을 해결한 모양이었다.


"어..."
"됐으니까 앞으로는 그런 짓 하다간 칼 맞아. 그러니 크고 나서는 하지마."
"아! 걱정마세요! 제가 크면 제가 낳은 애한테 부탁할거니까요!"

싱글벙글하는 여자애. 모두가 멍하니 그녀를 바라봤다.

"봤지?"


엘리슨 또한 입이 벌어진채로 최현기와 소녀르 번갈아봤다.

"세상 하루 이틀 사나?"



이제반년이 꽤 넘어가는 최현기마저 적응한 세상이다. 어린애가 이런 사고관념을 가진다고 해서 이상할 것은 없었다.

"...크흠흠! 그럼 여관으로 가서 키메라를 잡은 축하파티라도 하지 않겠나?!"


돔보가 분위기 전환을 한다. 소녀는 아직 기웃대고 있다.

"하아 씨발...여기 새꼬지 하나 더."
"예!"


노점상 주인장은 새꼬지를 쥐어준다.

"야, 가지고 꺼져. 이제 국물도 없으니까."
"감사합니다! 성기사님!"

이제서야 꺼지는 소녀. 바라는 바가 있지 않는 이상 절대 다가오지 않는다니. 역시나 씨발같은 세상이다.


"...큼흠!"

이젠 자신도 포기라는 듯 돔보도 헛기침만 할 뿐이었다. 물론 이도교들을 색출하기 위해 나선 것이지만, 자신들이 했던 뭔가 보람찬 일이 저런 드러운 수작질에 들어갔다고 생각하니 좀 겸연쩍은 모양.


"우린 돈이나  벌었잖아. 그러니, 돈만 보고 축하나 하러 가자."
"...그러세나! 하하! 돈이 있어야 명예도 찾고 그런거 아닌가?!"

"그래, 지미랄. 세상은 돈이지."

뭐? 남작이 주는 명예 훈장을 받고 정신 딸딸이를 치며 기사도를외쳐? 차라리 함멜이 더 나은 수준. 세상은 돈이다.


"하하! 오늘 코가 삐뚫어지게 마시세나!!!"


돔보가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다.

"아, 담배 하나만 주지 않겠나?"

옆에 카이로제가 말했다.


"이 좆같은 새끼야!"


바로 최현기는 카이로제의 머리를 친다.


"아악! 때리나?!"
"이제 도심가까지 왔으면 담배는 좀 사서 피라고! 이 한입충 새끼야!"


더는  참고 최현기는 카이로제를 밟기 시작했다.

"카이로제! 잘못하지 않았나?!"


돔보가 소리친다. 그래도 이 놈은 정상인가?

"담배가 아니라, 연초라고 조심스럽게 부탁을 해야 하지 않겠나?! 자! 다시 연초 하나만 달라고 말해보게나!"
"이 병신 좆같은 새끼들아!!!!"

결국 최현기는 카이로제와 돔보를 있는 힘껏 밟기 시작했다.


'나도 달라고 하려 그랬는데.'

엘리슨 또한 가끔 흡연자로서 기분 전환 삼아 달라고 하려다가 머뭇거렸다.


"난 괜찮아?"

"어, 넌 괜찮아."


밟다가 최현기는엘리슨에게 담배를 준다. 떡정이 있는 여자는 괜찮다. 하지만 자지 덜렁덜렁 새끼들은 아웃이다. 그게 세상살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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