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6화 〉9.오우거 주먹이면 너도 한 방, 나도 한 방.6
이데오라 영지, 사건 사고는 커녕, 몬스터들 잡는 일이 주 업무일 정도로 몬스터들만 잔뜩 있어 아무 일도 없는 깡촌 영지. 다른데선 내분이다, 혹은 영지전이다, 정계진출을 위한 동맹 혹은 동맹파기다 난리가 나는데 이곳은 천해의 몬스터 대숲으로 인해 아주 조용한 곳이었다. 숨어드는 범죄자들이나 사고 친 모험가들이 딱 알맞게 숨어있기 좋은 곳.
"그런 곳에서 난리가 나 봤자..."
"도심가에 키메라가 출몰했다네!!!"
정말 난리가 나버렸다. 천해의 몬스터 요새인만큼 이데오라 영지는 몬스터들을 막고, 방어하는데 특화 되어 있었다. 몬스터들의 대숲을 정벌하자는 각오 따윈 옛날 역사 속에 사라진지 오래. 그들은 최선의 책략으로 어떤 몬스터들도 침입하지 못하는 이름 난 방어진지를 구축했던 것이다. 다른 말론 이종족들이 만들어낸 세실 왕국과 아스테아 아카데미가 속한 중립 왕국인 밀리언 왕국 사이에 국가경계선이 만들어진 이유가 몬스터들의 대숲 때문이라는 설이 유력했다.
"그런데 왜 저한테 그러세요?"
도끼 눈을 부릅 뜨고 외부에서 달려온 사람이 최현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부탁함세! 마을을 구해준 은인이여!"
이곳은 이데오라 영지 내에 속한 그나마 이름난 마을. 밀리언 왕국 수도 아스테아 아카데미가 있는 평화의 땅과 이어지는 길이 있기 때문일까, 대부분의 수입원이 몬스터들의 부산물인 만큼 왕래를 하는 상인들에게 의지하던 이데오라 영지의 제일 큰 마을이었다.
"아니, 전 그냥 다른 일 하러 온 성기사인데..."
"상단과 모험가들에게 큰 피해를 입히고 있던 트윈 헤드 오우거를 격파한 성기사!"
"오우! 성기사가 나서준다면야 괜찮지!"
"트윈 헤드 오우거 슬레이어면 끝났지 그냥!"
이게 그 빌어먹을 용사의 임무라는 것이다. 어떻게 말하든 그냥 들어준다는 식으로 몰아가는 군중들은 연신 환호를 외치며 그가 해결해주길 바랬다.
"다른 새끼들은!"
모험가들을 손가락으로 겨냥했는데, 바로 꿀먹은 벙어리마냥 고개를 푹 숙이고 술 잔만을 기울이고 있다.
"대체 어떤 건데요?"
키메라도 종류기 있다.
"오! 들어주는겐가?"
"아니, 뭘 들어줘요. 해결이 가능한 수준이어야 들어주지."
물리공격이 통하지 않는다면 매우 귀찮은 키메라 종류가 될 것이 뻔하다. 그리고 물리 공격이 통한다 해도 그 녀석과의 도심가의 전투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피해보상을 최현기에게 요구한다면? 눈 앞이 아득해지는 현실에 따른 현실적인 퀘스트 조건을 봐야 했다.
"얼마 그리 쎄진 않아."
"그러면 그냥 마을 자경단이 해결하면 되겠네요."
"것보단 쪼금 더 쎄네.'
"자경단 숫자가 얼마나 있는데요?"
"한 100명?"
"이런 지미랄. 존나 힘든 퀘스트구만."
"내,내 이렇게 부탁함세! 응? 성기사!"
무릎까지 꿇는 중년의 남성.
"자네가 아니면 우리 가게, 아,아니! 마을이 전부 박살나고 말 것이야!"
아마 키메라가 출몰한 것이 이 중년 아저씨의 가게 근처인 모양이다.
"아이고! 나 죽는다! 나 죽어! 몹쓸 키메라 때문에 죽는다!!!"
"힘내세요. 뭐 인생 좋은 일 있겠죠."
다시 맥주를 들이키려는 최현기. 참지 못하고 그는 일어나 최현기의 팔을 잡는다.
"뭐 하세요?"
진지한 얼굴로 바라보자 흠칫 거리며 뒤로 물러나는 그.
"서,성기사가 사람들의 힘든 일! 그,그리고 외도의 몬스터인 키메라를 보고도 물러나도 되는가?"
"일단 저 방랑성기사고 모험가 일을 하고 있어서 돈 아니면 안 움직이는데요?"
이 좆같은 중년 남성 새끼는 마을을 위해서, 도심가를 위해서, 지 가게를 위해서 도와달라고 외칠 뿐, 한 푼도 뭘 주겠다는 소리를 하지 않았다.
"......."
"공짜로 부려먹으려고? 심보가 아주 씨발이시네."
가볍게 그의 손을 뿌리친다.
"여,영웅님! 제발 우리 마을을 살려주십쇼!"
"제발! 아이고! 마을 다 죽습니다!"
최현기가 이 여관에 있단 소리를 들은 키메라 출몰 소식을 들은 마을 사람들이 우후죽순 몰려와 양 손을 깍지끼며 애걸복걸을 한다.
"헤론느 교단 성기사시여!"
"내 이번 일이 끝나면 헤론느 교단에 귀의하겠네! 아니! 아예 머리도 밀고 성도가 되겠어!"
헤론느 교단에 머리 미는 조건은 없다.
"아이고! 마을 살려주세요! 용사님!"
이런 씨발 같은 퀘스트.
"아저씨, 아저씨가 성기사에요?"
그리고 꼭 이럴 때 나오는 좆같은 영화적인 클리셰. 아마도 이 클리셰는 어른 새끼들이 돈 가지고 해결보기 싫으니 눈물샘 건드려서 의도적으로 용사를 부려먹기 위한 클리셰일 것이 뻔했다. 어린 여자아이가 와서 묻는다.
"아니. 방랑성기사 돈 되는 것에만 움직이는."
"그,그럼..."
또 또 눈물샘 자극 2 파트. 여자 아이가 자신의 저금통을 내민다.
"엄마한테 받은 용돈 다 모았어요. 그러니까...제발 부탁이에요."
고개를 푹 숙이는 그녀.
"에라이 염병이네 염병이야. 공짜로 사람 부려먹으려고 애 저금통 내밀게 하는거 봐."
"도,돈 주겠네! 얼마면 되는가?"
"제발 구해주세요!"
"1골드 이하는 안 받아요."
그러자 그들 모두가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요즘 1골드 2골드 이런 식으로 돈이 푹푹 오가다보니 은근히 시세가 잘 체감되지 않지만 1골드 하면 시세로 천만 원 쯤 되는 숫자였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눈치만 볼 뿐, 선뜻 돈을 내겠다 나서는 이가 없었다.
"얘야."
돔보가 여자 아이에게 다가간다.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구나."
저금통을 받아들며 영웅놀이 중인 병신 돔보.
"흐아아앙! 변태 아저씨다!!!"
하지만 그의 차림새가 중요했다. 빨간 팬티만 입고 영웅놀이 하는 것은 좋지 않은 페도 새끼로 보일 수 있었다.
"애를 울리다니! 용사가 그래야 쓰는가?!"
이젠 막장으로 애를 울렸다고 몰아간다.
"쟤네 뭐래?"
엘리슨이 어이가 없어서 묻는다.
"1골드 내주기 싫어서 바락바락 떼 쓰는거지 뭐야."
그들의 말을 무시하고 엘리슨에게 대답했다. 이를 악물고 노려보는 그들. 숫자가 많아지니 어디서 힘이 샘솟는 모양이다.
"그 분노로 키메라나 막으러 가지 그래요? 눈으로 충분히 사람 천 명은 잡겠구만."
"흣! 그,그게 아니라..."
"왜? 나는 인간이라 말이 통하니 죽이진 않을 거 같아서 맘대로 눈깔 관리 해도 괜찮은갑지?"
최현기 등 뒤의 그레이트 소드가 눈에 띈다.
"아,아니라네! 그.그럼 우리 일다 가보겠네!"
그들이 우르르 사라진다.
"하,씨발. 명성만 높아지면 뭐해. 돈 나올 데보단 저 딴 거머리들이 우후죽순 나올텐데."
충분히 돈을 모으면 내줄 수 도 있는 금액인데도 지들 돈 아까워서 한 명도 내겠다 외치는 이 없었다. 만약 한 명이라도 내겠다 말했다면 아무리 인색한 최현기라도 디스카운드를 팍팍 해줄 요량이었던 것.
"저금통 안에는 얼마나 있어?"
돔보가 저금통을 살짝 흔들어본다.
"흠, 흔들어보니 동화 세네 개 쯤 있는 것 같군."
"씨발, 어떤 부모가 어린 애한테 지금까지 용돈을 3 동화만 줘. 간식도 못 먹을 돈이네."
가난해서가 아닌 급하게 멘트 치려고 가져온 저금통이라 그랬다. 1골드 짜리 의뢰를 3 동화 혹은 공짜로 부려먹으려던 마을 새끼들. 벌레가 따로 없었다.
"좆같은 놈들."
"그런데...이도교 잡으러 간다고 하셨잖아요?"
에멜른이 옆에서 말을 건넸다.
"그래서?"
"키메라는 대부분 이도교들이 만들어내는 괴수거든요. 그리고 마을 방비가 잘 되어있는데 도심가에서 키메라가 출몰했단건..."
"....어?"
결국 최현기의 일이 된다.
"그걸 왜 지금 말해!!!!"
급히 최현기는 그레이트 소드를 빼어들고 밖으로 나섰다.
'키야아아악!!!'
멀리서 들려오는 키메라의 비명소리.
"가자!"
"에이, 우리 일도 아닌데."
"아깐 동행하자며?!"
"돈이 될까봐 그랬지."
투덜거리는 돔보.
"1골드!"
"콜이지! 하하하! 힘세고 강한 전투! 싸움은 피하지 않는 것이 도리!"
그 사이에 돈이 되는 이라는 말이 빠졌다. 하여간 지 좆대로 바바리안 컨셉이다.
"의뢰를 수락하지."
카이로제 또한 단검을 빼들고 읊조렸다. 이 새끼들은 언제 혓바닥에 담배빵 한 번 해서 주둥이를 착하게 놀릴 수 있게 만들어야겠다는 각오가 다져졌다.
"가자!!!!"
키메라 헌팅이 시작되었다.
'쿠르르릉!'
마을 벽이 박살나며, 우르르 도망치는 자경단들.
"으아! 좆됐다! 튀어!"
"영지병들은 언제 와?!"
"몰라, 씨발 좆됐으니까 튀라고!"
개판인 자경단의 모습.
'펄럭!'
최현기의 모포와 보자기용 망토가 휘날리고, 풀플레이트가 빛을 뿜기 시작한다.
"이도교가 만든 키메라는 신성력에 약하다고?"
"네, 키메라들은 대부분 마기와 신성력의 조화를 한 신을 믿는 자들이 만들어낸 산물이거든요."
"신성력이랑 마기?"
그 말에 모두가 최현기를 바라본다.
"키메라?"
"아니야, 시발."
마녀의 장기를 주입했으니...비슷학다고 볼 수 있나 싶은 고민이 들었다.
"원래는 마도학의 정수였는데...사역마가 아닌 키메라가 도심가에 풀리는건 대부분 이도교들의 짓이죠. 그들은 혼돈과 파괴를 신앙으로 삼으니까요."
"그렇구만."
저 멀리 몬스터들의 머리를 박아놓은 것처럼 생긴 꿀렁한 키메라를 바라본다. 대체적으로슬라임처럼 뭉틍그러진 몸에 몬스터들의 팔 다리로 움직이며, 각종 머리들이 요상한 울음소리를 뽐낸다.
"저거 물리력은 안 통하겠네."
어려운 싸움이 될 듯 하다.
"씨발 몰라! 가자!"
어찌됬건 박아보면 안다. 그레이트 소드를 찌르는 자세로 취하며, 바르게 발을 내딛었다.
"후아아!!!"
고함과 함께 사출되는 신성력. 종아리와 등에서 사출구의 빛이 뿜어져나오며 전진한 그는 그대로 키메라를 찔러들어간다.
"키에에에엑!!!!"
키메라의 고함. 다른 이들도 마나를 일으켜 싸움에 참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