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화 〉6.노예전쟁.4(진지모드 끝 ㅇㄷㅇ//)
깨어났다.
눈을 떴다.
태어났다.
다시 시작되었다.
그 말들이 하나로 통용될 수 있는 순간이 언제일까 생각이 들 것이다.
그렇다.
그렇게 사람들은 단 한 사람이 겨우 눈을 떴을 뿐인데 그 생각에빠져들었다.
"......."
"아아아아!!!!"
감격에 차서 제대로 말이 나오질 않는 자가 낼 수 있는 신음소리.
무릎을 꿇고 눈을 뜬 존재에 대한 경건함을 표현하기 위해 그저 머리를 숙일 뿐이었다.
"서,성자시여..."
"성자시여..."
주위 다른 성기사들이나 성직자들 또한 모두가 무릎을 꿇었다.
대 전쟁 속 피비린내가 나는 와중, 그 속에 빛이 있노라니.
모두가 싸움을 멈추고 그 진위를 보려했다 하니라.
"......."
의자에서 일어난다.
미스릴로 되어 있던 손을 묶던 수갑은 어느샌가 풀려있었으며, 그 옆에는 피투성이가 되었지만 경건함을 유지하려는 성녀가 고개를 숙인다 하였다.
'저벅!'
모두가 보는 와중,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그의 머리 뒤에서 빛나는 저 빛은 사람들이 본 적 없는, 그리고 가끔 교단에서 나오는 그리고 전설로만 내려져오는 이야기를 사실로 보여주는 하나의 방증이었다.
"시,신의 사자다!!!"
"성자!!!"
사람들의 고함소리가 들려온다.
총성과 함께 창칼이 부딪치는 소리가 이윽고 멈춰지기 시작하더니, 모두가 위를 바라보며 머리에서 빛이 나는 한 사내를 바라보고 있다.
날씨는 벌써 어둑해져, 그의 머리에서 나오는 빛은 더욱 세상을 비췄고, 마치 또 하나의 태양이 되는 양 모두가 그것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크윽! 이미 늦었는가..."
엘리스.
꽤나 격렬한 싸움 중, 오리하르콘은 대마법,대정령력의 무구였지만 대신성력의 무구가 아니었기에 쓰러져서 절규했다.
"...젠장할..."
퍼스티니.
그녀는 이미 세린느를 아득히 넘어선 존재였지만, 세린느는 최현기의 목숨줄을 쥔 사람이었다.
[하하! 만약 제가 죽는다면, 성자님은 남은인생을 폐인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이도교 교정 철관.
그것도 이도교 중 그들의 주교관이나 대 신부 급 정도 되는 거물을 개종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철관이라고 했다.
그런 아티펙트를 주관하고 하나되서 조종할 수 있는 자는 헤론느 교단의 성녀 뿐.
모든 기억을 제거하고, 몸의 다른 에너지들을 추출한 후 신성력으로 가득 메워 어린 아이로 만들어버린다고 했다.
[만약 제가 신성력을 반응시켜주지 않는다면, 평생 최현기님은 식물인간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강짜로 목숨을 건 수.
그렇기에 퍼스티니도 다른 아렐리오르 조차 제대로 세린느를 죽일 수 없었다.
날 죽여?
그럼 너희도 못 가져.
같은 죽여봐 죽여봐 식으로 달려드는 그녀의 행동에 결국 대치만 하다 최현기가 깨어나고 만 것.
'어찌 된 일이지?'
분명 깨어나게 된다면, 이지를 상실한 바보가 되어, 몸에 신성력만 가득한 저장탱크로 있어야 한다.
그것에 거짓된(교단들끼리는 개종된) 기억을 주입시켜 자신들만의 성자로 만들어낸다.
헌데, 깨어난 그는...머리에서 빛을 뿜으며 아득하리만치 깊은 눈을 하고 천천히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무릎을 꿇고 싶다.
이것은 헤론느 교단으로서 그녀가 가진 깊은 본능이었다.
"성자님!!!"
"성자님!!!!!!"
수 많은 성기사들이 진열을 포기하고, 무기를 내던지며 무릎을 꿇었다.
최현기는 모든 것들을 바라본다.
빛이 멈추지 않고 마치 끝없이 개화하는 꽃처럼 피어나고 있었고, 그의 걸음은 천천히 그리고 웅장히 세 여인에게 향한다.
[마치, 그것은 장렬한 성자의 걸음과도 같았으며, 이 전쟁을 슬퍼하는 자의 애도와 비애의 길 같았다.]
성자의 고된 순례길이요, 슬픈이 전쟁의 희생자들을 위한 애도니라.
하나하나 된 걸음을 바라보며 슬퍼하지 않는 자 없었노라.
"크흑!"
눈물을 터트리며 헤론느 교단이 아닌 자 마저 무릎을 꿇었고.
"저게...인간들이 믿는 신의 성자로군..."
"젠장할."
총을 내려놓으며 고개를 돌리는 드워프들이 있었다.
"인간들의 신의 사자..."
"정령력과 비슷하다..."
트리움들은 과거 성전을 기억하며 향수에 취해져 눈을 감았다.
"따뜻하다!..."
"아..."
정령들은 그의 걸음에 맞춰 날아와 춤을 췄으며 최현기를 축복해주기 시작했다.
"신의 사자다!"
"더러운 헤론느 교단의 성자!"
"왜! 왜! 우리를 핍박하고 죽였는가!!!"
소리를 지르는 마도학의 군인들.
그들을 한번 바라보는 최현기.
아.
짧은 단말마가 생길 정도로 아득히 바라보는 그의 눈에 모두가 할 말이 없어졌다.
비애일까.
저 눈에 보이는 수 많은 생각들을 가진 것을 입으로 표현하지 않는 것은.
죄책감일까.
"크흡! 흡!"
그 순간 지금까지 차별받으며 숨어살아왔던 이들과 종족들이 눈물을 터트렸다.
수 많은 미사여구를 달고 사과를 하는 자들보다 저 아득해보이는눈 하나가 더욱 그들을 어루만졌다.
피로 얼룩진 칼들이 떨어져내리고, 그만두고 싶었다고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며 포기하고싶었던 그들의 감정에 어깨를 두들긴다.
"......"
뒤를 따르던 성녀 세린느.
그리고 앞에는 쓰러진 엘리스와 한탄을 머금은 퍼스티니.
등 뒤의 촉수가 몇 개 부서진 아렐리오르.
"이,이게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는 폐인 성자라고?"
그렇다고 하기엔 저 신의 성물과 같은 아름다움이 어린 등 뒤의 휘황과 아득한 신의 눈을 보라.
저 아이가 폐인이라고?
아득할 정도의 따스함이 가슴 깊숙히 어루만져주고 있는데?
"이게 어찌 된 일이냐? 분명...폐인이 된다고 하지 않았느냐?"
퍼스티니가 뒤의 세린느에게 묻는다.
"그게..."
그녀도 모른다.
분명 머리가 텅 빈 식물인간 같이 되어 눈을 떠야 하는데, 등 뒤 후광과 함께 눈을 뜨고 일어나 걷고 있는 그.
"세린느."
뒤를 바라보며 최현기가 말을 건넨다.
성녀 세린느는 그의 물음에 답하고 싶어 안달이 나게 되었다.
그는 진실되며, 그는 날 바라보고 있으며, 그는 날 생각하고 있다.
그것에 감격되어 자신도 모르게 무릎을 꿇었으며 웃음을 지었고 기도를 올리며 찬양하게 되었다.
"성자 최현기님!!! 하일!!! 헤론느!!!"
손을 들어 경례를 하는 그녀.
피투성이가 된 채로 하는 경례라.
굳은 얼굴과 함께 최현기는 주위를 바라본다.
모두, 이제 석양이지고 있는 와중 황폐화된 땅과 쓰러진 사람들, 그리고 지쳐가는 군인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들이 최현기가 깨어나고 그저 걸었을 뿐인데 전쟁을 멈추게 되었다.
누가 무시할 수 있을까.
지쳐가고 그만두고 싶고 아득할만큼 느끼는 분노 속에 달려온 그들이었다.
눈가에 핏발이 맺히고 동료가 죽어나가며 서글픈 단말마가 울려퍼질 때.
'파아아앗!'
하늘을 감싸는 후광과 함께 하얀 빛을 뿜으며 최현기가 걸어왔다.
'성자시여...'
'성자시여...'
죽음이 만연한 곳에 당도한 신의 사자.
그는 이 지옥에서 답을 알고 있을까.
제발 멈춰달라.
그 마음으로 그들은 성자를 바라본다.
"......."
최현기의 입이 달싹인다.
모두가 그의 입을 바라보며 두근거린다.
주위를 날고 있던 정령들 또한 그의 말을 귀담아 듣기 위해, 그리고 세계 곳곳 다른 정령 친구들에게 전하기 위해 수다쟁이인 그들은 바람을 타고 날아갈 것이다.
기다린다.
제발 성자로서 모두가 바라는 그것을 외쳐주길.
사과도 좋다,용서도 좋다, 안쓰러워해도 좋다.
그저 성자로서 이 사태에서 그들을 토닥여주는 것.
그것 외에는 바라는 것이 없었다.
'히이잉!'
말들이 투레질을 하는 것 또한 진정시키며 그들은 찬 바람을 맞으며 최현기의 말을 기다렸다.
이미 창 칼은 땅에 떨어졌고, 렌스 또한 끝이 땅에 박혀 나올 기미가 보이질 않았고, 총포에 달린 심지들은 꺼진지 오래였다.
성자인 최현기가 직접 전쟁을 막으러 전쟁터에 걸어나왔다.
그렇기에 무슨 말을 하든, 그는 우리를 위해 싸워준 성자인 것이다.
"좆븅신 새끼들이 씨발, 뭐 때문에 처 싸우고 지랄들이야. 하다하다 씨발 것들이 어휴 씨발..."
.
꽤나 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사태를 수습한 자들 중 하나인 그리고, 요즘 입교가 활발해져서 문전성시를 이루는 헤론느 교단은 가르침을 전한다.
"헤론느 교단 현 시대 1장 3절, 성자님께서 아뢰되 좆븅신 새끼들이 씨발, 뭐 때문에 처 싸우고 지랄들이야. 하다하다 씨발 것들이 어휴 씨발..."
"좆븅신 새끼들이 씨발, 뭐 때문에 처 싸우고 지랄들이야. 하다하다 씨발 것들이 어휴 씨발."
"하일 헤론느."
"하일 헤론느."
한창 교단 가르침이 한창일 때 였다.
아이들은 재잘거리며 오늘 아카데미에서 열리는 헤론느 교단 말씀을 듣기 위해 온 부모들을 따라와 신이 났으며, 전쟁을 끝낸 성자 최현기의 얼굴을 본 뜬 동상이 조각되고 있었다.
"어...씨발..."
이 좆 같은 뒤의 후광이라는게 사라지질 않는다.
[직업이 성노예에서 성자 노예로 변경되었습니다.]
성자면 성자지, 성자 노예는 씨발 무슨 직업일까 싶은 감정으로 현재 변해가는 꼬라지를 바라보며 담배를 문다.
'좆븅신같네 진짜...'
전쟁이 일단락되어 버렸다.
창칼과 총성, 그리고 쓰러지는 군인들의 사이에 애도의 눈빛으로 걸어온 성자.
자신의 목숨이 아깝지 않다는 듯 아무갑옷도, 어떤 무기도 들지 않았으며 그저 손을 내리고 나와 전쟁을 막아냈다고 한다.
어디 뒤에 있지도 않고 스스로 걸어와 따스함을 전파했으며 그 날 모두가 하나 되어 무기를 내렸다.
"씨이이이발! 여기 맥주 하나 더! 그래서 말이야! 모두가 보는 와중 성자님께서!"
"벌써 며칠 째 전쟁 이야기인가! 어휴, 귀가 닳겠구만!"
"닳아야지! 성자님이 모두가 슬퍼할 때 걸어와 우릴 애도했다니까!!! 이건 축복이야! 축복!"
떠들어대는 용병들과 기사들.
그 날, 어린 아이처럼 펑펑 울던 사람들.
다 좋았다 치자.
그래.
그가 말한 좆븅신들이란 말에, 감사하다고 절을 올리는 병신새끼들이란 것만 빼면 다 좋다 그래.
"좆븅신 새끼들이라 말한 것은 신성 계도학에서 살펴보면, 좆이 븅신이다. 즉 좆이 병신이다라는 말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직설적으로 표현할 것이 아니라 은유적으로..."
"즉, 사내로서 제대로 된 뜻을 품지 않았다는 뜻이 될 수 있죠..."
"성자의 말은 결국 이 전쟁은 남자로서 칼을 빼들고 의기를 세운 것이 아닌 그저 과거 전쟁의 비극의 되풀이일 뿐, 절대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라는 뜻이 됩니다..."
마도 학파의 교수들 또한 성자의 말을 분석하여 그의 참된 뜻을 기리며, 떨리는 손으로 책을 덮는다.
"우린, 과거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지녔습니다...성자는 그런 우리들을 다시 되풀이하지 말란 의미로 이렇게 거칠게 말한 것이겠죠."
천천히 안경을 벗고 닦는다.
"신이란...믿지 않는 자 마저 위로하는 존재군요."
몇 백년 만의 성자의 등장.
과거 신성 전쟁에서는 성자들이곧잘 있었다고 했다.
허나, 전쟁 속 수 많은 성자들이 죽음 뒤로 사라졌고 맥이 끊겼다 싶은 순간, 딱 과거 상처를 헤집는 전쟁이 시작될 때 다시 성자가 등장한 것이다.
"아...아직도...아직도..."
수명이 긴 늙은 하프 엘프의 몸으로 이제 생명이 다할 때.
신성 전쟁을 겪었던 과거 군역에 있던 사람은 성자의 등장에 기도를 올린다.
"우리를 생각해주신단 말입니까..."
신이슬퍼할 정도로 거칠게 피를 흘렸다.
그리고 죽였고, 이젠 자신들이 가해자인지 저들이 가해자인지헷갈릴 지경에 이르렀다.
그 때, 성자들은 사라졌고 신은 우리를 버렸다고 생각했다.
허나, 다시 상처를 헤집는 전쟁에서 다시 성자가 등장했다.
그 소식은 사방으로 번졌고, 언제든 활화산처럼 전쟁을 일으킬 준비를 하던 사람들의 마음을 녹인다.
"서,성자님 오셨습니까!!!!"
분명 노예, 상인 전용 수업관에서 꺼지라고 했던 직원은 그가 들어가자마자 절을 올린다.
"......"
"헤론느 교단이라고 하나, 과거 전쟁사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활약을 하시고, 신들의 메세지를 인간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메시아! 이곳은 어인 일로!!!!"
당장 꺼지라는 표정은 온데간데 없고 열심히 손바닥을 싹싹 비비고 있는 그.
최현기의 등장에 난리가 난 것은 당연.
우아아아악! 소리를 내며 쿠당탕탕 소리가 나며, 그를 소파에 앉히고 최고위 담당자가 나타나기 까기 10여분이 걸렸다.
"무,무슨 일이십니까! 헤,헤론느 교단 성자님이시여!"
"거..."
신성한 자의 품에서 나온 종이.
큼직하게 자퇴서가 적혀있었다.
"자퇴할려구요."
"으아아아악!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과거, 저희들의 불순한 행동 때문에 그런 것이라면!!! 사죄를!!!"
쾅쾅 거리며 머리를 박아대기 시작한 꺼지라는 듯 말했던 직원.
피가 날 정도로 머리를 박는다.
"아니, 그게 아니라..."
"이,이 개 같은 새끼!!! 감히 성자님께 무례하게 말했다는게 사실이었더냐!!!"
라고 말하며 초고위 담당자가 그들에게 달려가 배에 사커킥을 먹인다.
"......."
"이 좆븅신들! 성자님께서 말씀하신 좆븅신은 너를 두고 하는 말이렷다!"
이미 아이덴티티로 사내로서 잘못된 의기를 세우는 자, 혹은 무례한 자들에게 좆븅신이라고 하는 유행이 번지기 시작했다.
"아니...그냥..."
"사죄를! 무례하게 군 이녀석은 이도교로 치부하고 헤론느 교단에 정식 죄인으로 보내겠습니다!"
90도를 넘어 120도 폴더 인사를 하는 초고위 담당자.
"아,아뇨. 그...제가..."
머리를 긁적이다 말한다.
"성자로서 해야할 일이 있어서요...수업을 빼먹을거 같아서..."
멍해진 그들은 최현기를 바라보며 할 말을 잊는다.
사커킥과 머리를 하도 박아 이마와 코, 입으로 피를 질질 흘리고 쓰러진 직원만 안쓰러울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