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7화 〉4.아스테아 아카데미의 노예.-6 (27/86)



〈 27화 〉4.아스테아 아카데미의 노예.-6

일단 노예, 상인 학부는 난리가 났다.


투톱인 엘리슨과 크리스나는 항상 언제 칼과 창을 빼들어도 이상하지 않는 견원지간.

서로 너무 성향이 안 맞아 따로 놀던  사람은 어느샌가 자신들의 정예병들을 데리고 경쟁하는 사이가 되었다.

엘리슨은 어차피 기사 자격증 확정이며, 크리스나 또한 조금 노력만 한다면 기사 자격증을 수여받을 수 있다고 알려진 인물.


어디에 줄을 데야  지 고민인 사람들은 일단 확정인 엘리슨에게 붙어있지만 크리스나 또한 자격증을 받게 될 시를 생각해 크리스나가엘리슨에게 시비를 걸어도 고개만 추욱 늘어지고 아무 말도 하지 않던 것이다.
그런데!




[진정하세요.]


둘을 말리고 든 최현기.


다들 미쳤나하고 그를 바라봤다.

그런데, 엘리슨과 크리스나의 얼굴이 붉게 물들더니 창과 검을 거두지 않는가?




'아마도  최현기라는 신입이 자신을 위해서 말렸다고 생각하는거 같지?'
'둘다 그런 망상에 빠진 거 같아.'


어맛? 들어온 상큼한 신입이 자신과 라이벌의 싸움에서 자신을 위해 나서서 막아주는 드라마?


 짜릿할 정도로 귀엽고 앙큼한 신입에 엘리슨이든 크리스나든 밤잠을 못 이루게 되었다.

[최현기는 이제 기사 수업 뺐다.]

하루 만에 수업 포기.
낙오되지도 않고 수업을 잘 들었다던 최현기가 갑자기 수업을 그만뒀다고 한다.

'나 때문에?'


혹여 수업을 계속하게 된다면, 엘리슨이 최현기를 건드릴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크리스나는 막으려 들어 싸움이 날 것이라는 망상에 빠졌다.

엘리슨 또한 반대로 마찬가지.

'건방진 신입이 날 걱정해서 수업을 때려쳐?'
'어째서 날 위해...'

둘은 각기 성향은 다르지만 완전히 비슷한 망상에 최현기가 살고 있다던 기숙실까지 찾아가 말을 건넨다.

[수업을 들어와라. 크리스나나 엘리슨은 내가막아주마.]


그 두 사람의 말을 들은 최현기는 어이가 없어 물구나무를 설 지경이었다.



"뭔 씨발..."



그냥 좆같아서 그만둔건데.


와서 말리는 좆같게 만든 수좌들.


엘리슨은  꼰대문화의 수장이고, 크리스나 또한 꼰대문화를 가진 그런 과의 이인자이니 영향력이 없다고  수 없다.

그런 미친 사람들이 왜  꼬신단 말인가, 거기 근육마초남이나 최현기보다 좀더 여리여리한 남자들도 있던데 걔네들이나 꼬시지.



'오늘 신성력 수업이나 있으니 들으러 가야겠네.'



대충 그녀들의 행동을 씹고 신성력 수업을 간다.



"자, 각 교단의 힘을 이끄는 방법은 기도입니다. 모두 기도를 올리며 신실한 마음을 가집시다.'

헤론느 교단 측 사람들 쪽으로 가서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리는 최현기.


'이것도 지루하네. 때려칠까.'



기도를 올리는 와중.


"아."
"음."




우연의 일치일까.

크리스나와 엘리슨이 지나가다가 최현기가 헤론느 여신을 위한 기도를 올리는 모습을 바라본다.

'아름다워...'
'저런 약한 면모가...'




아름답고 청아한 그런 신입이 자신을 위해 수업을그만두고, 다니는 것은 성직자같은 기도문?


추악하고 더러운 자신의 마음을 씻겨준다 싶었더니 역시 그런?!



'어디서 뭔가 소름이 돋을 정도로 불안한 시선이 느껴지는데.'


제발 조용히, 그리고 무난히 졸업이나 하고 싶은 최현기는 기도가 끝나고 다리를 탁탁 털고 일어난다.




"헤론느 교단 성직자가 되고 싶으신거죠?"



여럿 여성들이 다가와 말을 건넨다.


"아, 뭐...네."
"반가워요. 저흰 볼튼 왕국에서 온 헤론느 교단 시스터들인데.고등교육을 위해서 온 것이거든요. 바라는 직업이 성기사? 아니면 고위성직자?"
"...그냥 헤론느 여신님께 기도를 올리는 것 뿐입니다."
"아아! 물욕 없는 성직자?"
"예...뭐."
"헤론느 여신님의 신실한 신자시네요! 우리 가서 포도주나 한 잔 어떠세요?"



헤론느 교단은 술과 밤자리를 거부하지 않는 교단이다.

여성 세명이 둘러싸고 말을 건네는데, 멀리 아는 사람이 보인다.



"어! 세린느님!"
"네?!"


모두가 눈이 커져서 뒤를 바라본다.

그저 웃는 얼굴로 가만히 최현기를 바라보고 있던 세린느.

"최현기 신도님? 안녕하셨습니까?"



지금까지 마차에서 이렇고 저런일들은 전부 없던 일이었다는 듯 말을 건네는 그녀.

"그, 여기 온 이후로 왜 모두들 안 보이는지..."



다섯이서 대학을 다니는 와중, 스스로 수업을 선택해 내기를 강화시킬 때까지 건드리지 말자는 계약을 한 그녀들.



'아...'




지금도  최현기에게 아슬아슬한 달콤한 냄새가 농익게 피어나오고 있다.

꽈악 그를 안고 농익은 과일향이 느껴지는 살결을 마구 깨물고 맛보고 싶은 그녀.

허나, 지금  많은 헤린느교단의 사람들이 보는 와중, 마치 신부처럼 하얀 드레스를 입고 면사포를 둘러쓴 그녀는 고고하게 손을 모으며 인사를 올린다.


"모두들 아카데미에서 할 일이 있는 법이죠. 잠시 헤론느 여신에 대한 기도를 같이 나누실까요?"
"음...네."

뭔 사정이 있겠지하며 최현기는 눈을 감고 기도를 올린다.




'신성력 올라라, 신성력 올라라.'




세린느의 머릿속에 가득한 생각.


빨리 신성력이 쭉쭉 올라 완벽히 그를 차지하고 홀리나이트로 만들어 매일매일 고해성사실에서 박아대는 미래를 기대한다.


[성녀와 함께 헤린느 여신에 대한 기도를 하셨습니다.]
[누군가의 깊은 욕망에 관련되어, 신성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흐음...뭐 좋은거겠지.'

성기사가 될 마음은 없지만, 몸 안의 내기가 증가한다니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 최현기.



"그럼 가보겠습니다."



정중하게 고개를 숙인 후 헤론느교단을 나온다.



"우와...개쩔어. 성녀님과 친분이 있는 신입이야?"


대체 정체가 무엇일까 고민에 빠진 그들이었다.


"어이!"




뒤에서 양아치처럼 말을 건네는 목소리.

흠, 이런 뒷골목 같은 곳에 오자마자 느껴지는 목소리에, 제대로 기척도 못 느꼈다라.


한 사람 밖에 생각이 안 나네.


"잘 살고 있나봐? 연락도 안 하고."
'턱!'


벽치기?!

큰 흉부의 젖가슴이 출렁거리며, 가까이 숨결을 내쉬며 다가오는 여자.

엘리슨이 어느샌가 나타나  끝으로 최현기를 몰아세우며 이를 갈고 있다.



"그 헤론느 교단이라고 했지? 그곳에서 성녀랑  좋은 이야기라도 했어?"
"...안녕하세요?"
"그래,  같은 멍청하고 교양도 없는 년보단 교단 같은 곳에서 기도를 올리며 하하호호 하고 싶다 이거지?"




 시비일까.

아, 신입 대표 한다고 왔는데 나가버려서 그런건가?

흠, 지금 개구리라고 했던 2학년 대표든 3학년 대표든 개 털리고 있겠구만.


내 인생 아니지.

"야."
"네?"
"나 그 교양없는 무식한 년처럼 보이냐?"




딱 그래보이긴 하지만.

"카리스마가 있어보이십니다."
"칭찬이냐?"
"그렇죠?"




붉게 물든 볼.

살짝 사춘기 소녀처럼 변한 그녀의 부끄러운 얼굴.


흔들리는 눈동자를 가진 채 천천히 다가오는 그녀의 새빨간 입술.



"야."



숨소리까지 느껴진다.
오늘은 술 냄새가 안 느껴지는군.



"죽기 싫으면 수업 다시 나와라."

저,벽치기는 이제 그만 하고 말해주시지.

여기서 그냥 입술을 아예 가져다 박아주고 싶긴 한데, 노비 신세라서 남 껄떡대고 하다 걸리면 뒤져.

물론 너도 나도.

여기서 엘리슨을 조금이라도 터치한다면 바로 엘리슨이 입술을 거침없이 박아댈테고, 여관방 잡고 뚜쉬뚜쉬 각이긴 한다.


그 댓가가 무시무시해서 그렇지.

그러니 먼저 여자를 건드리지는 말아야 한다.


여자가 나중에 엘리스한테 걸려도 '내가 먼저 건드림'같은 사실을 이실직고하면 적어도 최현기는 살아남을테니까 말이다.

"엘리슨님을 생각해선 저흰 만나면 안됩니다."


크리스나를 생각해서  말로 오해한 엘리슨은 더욱 붉게 볼이 불들었다.

"내가 이기지 못할거 같아?"
"위험해지는 것은 피하는게 낫습니다."
"하루만 본 애송이 주제에  안다고!"
"뭐, 하루만 봤다고 해도 여자를 위험에 빠트릴 수 없는 것이 남자니까요."


대충 뭐 이렇게 신사적으로 나오면 비키겠지.

당장 비켜 썅년아.

집 돌아가서 퍼지르게 누워있고 싶으니까.

흠, 신상 담배가 나왔다고 하는데 그거나 오지게 피면서 내일 마기 수업 들을 준비를 해야겠네.


"이 좆같은 새끼가."


바로 최현기의 머리채를 잡는다.


야이...




'텁!'

입술박치기.



"흡?!"
"너,안 오면 죽는다."



그리고 도망가는 엘리슨.


'에라이...'

저 미친 스토커 같으니라고.

상대방 의사 따윈 무시하고 입술이나 박는 꼬라지 봐라.



'탑!'

허리춤에서 담배를 꺼낸다.


뒷골목에서 나온 후 불을 붙이고 쪼그려 앉아 피려는데.



'툭!'
"피지마."



이번엔 또 뭔데!

"누구...크리스나님."
"건강에 안 좋다. 기사가 되고 싶다면 체력을 생각해서 피지마라."




에라이, 쌍년들아.


어제 하루 봤는데 갑자기 이딴 식으로 진도 빼지말라고.

"내놔주세요."



돗대라고 진짜, 아 장난치지마.



"피지말라고 했다.  진심으로 걱정해서 하는 소리다."
"이거라도 있어야 제가 빌어먹을 노예 생활을 버틸 수 있단 말입니다."
"......"

잠시 침묵.
고민하던 크리스나가 담배를 아직 돌려주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나 또한 몰락 귀족으로써, 네가 얼마나 힘든 인생인지 잘 알고 있다."



지랄, 몰락귀족인데 이렇게 아카데미 다니는거 보니, 망해도 삼년은 간다고 어디 돈이 꽤 있어서 부흥시키려고 노력은 하는 희망있는 인생이겠지.


희망도 없이 지금은 몰락귀족인 니 년에게 담배나 뜯기는 삶이라고 나는!



"날 왜 지키려 한 것이냐?"



아니, 너나 엘리슨이나 지키려고 한게 아니라 그냥 내가 귀찮아서 떠나려고 그만두라고 한거라니까!



"제가 위험하니까요."
"...그렇구나."



저저, 믿지 않는다는  눈 살짝 내리깔며 관조적인 웃음 짓는거 봐라.

하여간 요즘 쌍년들은 남 말은 절대  믿는건가?



"담배 여기있다."

진작 줄 것이지.


손을 내미는데, 그대로 손을 잡아 채서 마치 귀족들끼리 춤을 출  여자 허리를 뒤로 젓치며 키스를 나누는 자세를 취한다.

물론 지금 안겨서 허리를 꺾은 사람은 최현기였다.

"또 보자꾸나."

한 쪽 눈을 살짝 가린 청색 머리카락을 손으로 뒤로 넘기며 유유히 물러난다.

....야, 내 담배.

"에라이..."

이미  타버린 담배가 땅바닥에 떨어져있다.


돗대라고...

지금 당장 쫓아가 야이 개년아 돗대의 댓가다라고 하면서 여관에 집어넣고 위아래로 아주 그냥 흡연가의 비애를 알려주기 위해 박아대고 싶지만.


'약한 내가 씨발이지 진짜.'


약하고 노예인 자신이 문제일 뿐이다.

왜 자꾸 저딴 괴물 같이 강한 년들만 꼬이는지.




[그럼 네가 약한 년들을 꼬셔서 해먹던가. 걸리지만 않으면 되잖아?]

라는 알림음.


'오?'

 그 생각을 못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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