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화 〉4.아스테아 아카데미의 노예.-4
"빨리 빨리 안 움직여?!"
"발 보인다! 발!"
왜 갈구는 것일까.
일단시키는대로 나가서 일렬로 서 있는 오전 수업을 같이 들었던 남자들과, 몇몇 처음 보는 사람들이 보인다.
노예,상인 학부 기사지망생들과 마법사지망생들이겠지.
다 돈 내고 학교 다니는데 왜 이렇게 일렬로 서 있는짓을 할까.
"오늘 오전 수업에서 교수님께 반항한 새끼 나와. 오리엔테이션 한 지얼마나 되었다고 벌써부터 성격 나오지?"
오, 교수를 끔찍히 생각하는 뭐 그런 종류의 사람인가?
머리가 교수 덕에 벗겨지고, 턱이 한 번 빠졌던 글라디우스가 천천히 앞으로 나온다.
"야. 정신 나갔냐?"
"아닙니다!"
"여기선 써 옛써와 써 노써만 말한다는거 잊었냐?"
"써! 노써!"
미국식 해병대 따라하는건가?
이 문화를 만든 사람이 누군지는 몰라도, 미국 전쟁 영화광이 만든 문화인가 본데.
"왜? 지랄 같으면 그만두지? 아무도 안 말리는데."
자기 돈 내고 들어와서 욕먹다 머리 벗겨지고 턱 빠졌는데, 여기서 자퇴 권유까지 당한다.
뭐, 지들도 지 돈 내고 다니니까 할 말은 없긴 하는데, 왜저 지랄일까.
교수한테 학생이 지랄할 수 있는 권리는 없지만 교수도 학생에게 지랄하는 권리도 없는데.
흠, 어디부터 잘못된 건지는 몰라도 다 꺼졌으면 좋겠는 아카데미 생활.
"써! 노 써!"
"너, 내가 앞으로 지켜본다."
어차피 여기 나가면 남남이고 아무리 봐도 갈구는 새끼보다 훨씬 덩치가 큼직한 글라디우스인데, 밖에서 만나게 된다면 줘 털리지 않을까?
아마 얼굴 알아차리자마자 저 선배라고 한 녀석은 누구보다 빠르게 도망치겠지.
흠, 아니면 친한 척 하거나 학교 생활 못 잊어 시비털다 뒤지려나.
'어째서 저렇게 완장질하는거지? 지들도 돈내고 갈궈지는 병신들이면서.'
"우리 노예, 상인 학부는! 옛부터 전통스럽게 있던 학부로! 걸출한 선배님들께서 자리를 깔아주신 훌룡한 학부다!"
그 말은 좋은데, 왜 다들 서 있다가 갑자기 엎드려 개새끼들아!소리를 들으며 엎드리면서 들어야 하지.
"대답 없나?"
"써! 옛써!"
"그리고늦게 입학해서 오리엔테이션 안 온 새끼들 누구야?"
몇몇이 급하게 일어난다.
그 중에는 최현기도 포함되어 있었다.
'짝!'
"아주 신입들이라고 퍼졌지? 분명 오리엔테이션 있다고 공지 갔을건데? 참가비가 아까웠냐?"
듣도보도 못한 정보를 알게 되었다.
"아,아니 그게 아니고..."
"허 씨발, 이 똥멍청이는 어디에서 온 새끼야? 써 옛써랑 써 노써만 쓰라고 안 했냐?"
눈 큼지막한, 이름도 못 외울 싸이코 스러운 선배가 띨빵해보이는 후배 한 명을 제대로 잡고 협박하고 있다.
"동기 잘못은 모두의 잘못! 모두 어깨동무!"
왜?
난 씨발, 쟤 처음 봤고 그냥 혼자 다니면 안되나?
'그냥 혼자 다닐까.'
"씨발 새끼들 거 말 존나 많네."
라고 하며 한 명이 용감하게 나선다.
"우리 자랑스러운 노예, 상인 학부에 대한 반감인가?"
오, 바로 칼 꺼내드는 선배들.
이런 일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던 모양인데?
딴에는 기사지망생들이라고 조금이라도 반항하면 모욕같은 그런 입장으로 죽여버릴 생각인가보다.
"이, 씨발 정정당당하게 다이다이 까자! 좆같은 새끼야!"
"거 좋지!"
선배라고 한 새끼.
글라디우스보다 체구가 작긴 하지만, 몸에 단단히 자리잡은 근육들 사이로, 최현기가 느낄만한 뭔가가 일렁이는 것을 느낀다.
'오, 소드...익스퍼드 그건가?'
몸 안에 있던 기운처럼 넘실대는 기운이 손에서 뿜어져나와 검에 흐르는 그의 기운.
"자, 들어와라."
"......."
아직 마나에 대한 감흥도 제대로 느끼지 못한 신입.
그는 다시 깨갱하며 검을 도로 넣지도 못하고 내세우지도 못한채 고개를 푹 숙인다.
"왜? 덤빈다며?"
노예, 상인 학부에 선배라고 있는 놈이 소드 익스퍼드라 흠, 고개는 잘 숙이고 다녀야겠네.
"그리고 오전 수업에서 츠바인 핸더 들고 훈련 받은 새끼."
누군가가 빠르게 등을 밀었다.
개새끼들...몰랐다고.
"너냐?"
"써 옛써."
"목소리 봐라!"
"목이 좀 안 좋습니다."
"...차렷!"
차렷자세를 취한다.
"왜 츠바인 핸더 차고 훈련 받았나?"
"몰랐습니다."
"하...너도 오티 안온 새끼냐?"
"써 옛써."
"넌 따로 우리 학과장님이랑 면담할거니 대기하고 다른 놈들은 모두 어깨동무!"
"써 옛써!"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는 그들.
오, 난 안 하네? 개꿀.
하다가 느려지는 놈 있으면 발로 좀 까주니 다 같이 엎어진다.
일어나라고 소리친 후 다시 일어났다 앉았다하는데 결국 다리가 후들거려 쓰러지는 애들은 열외시켜 엎드려뻗쳐를 하고 몽둥이 질을 한다.
"야, 필래?"
옆에 선배들이 와서 최현기에게 담배를 건네준다.
"아, 감사합니다."
"그래, 군기 외에는 써 옛써 안 써도 되는데 이건 나중에 설명해줄테니까 일단 피워."
"네."
담배를 뻑뻑 하며 피워대고 옆에서 군기 주던 저 눈 부리부리한 선배는 힐끔 최현기를 바라보다 다시 신입들을 갈군다.
정의롭게 지금 뭐하는겁니까!하고 나서기엔 최현기는 지 앞가림도 못하는 노예 새끼일 뿐이다.
그리고 어찌보면 한 놈 갈궈대며 죽이는 것처럼 해서 오늘 깝친 글라디우스나 방금 나댄 놈들도 똑같이 군기만 받게 하니 평등하다고 해야하나.
흠, 착한병신?
그런 느낌일 것이다.
근데 왜 난 열외냐?
"우리가 사실 신입들 관리할 대표 찾고 있거든."
"대표요?"
"어, 근데 아무리 봐도 제대로 힘 쓰는 새끼가 없잖아?"
아, 신입들 저 나대는 실력가들 사이에서 압도적인 무력을 가진 사람을 대표로 써야한다?
아마 저 눈 부리부리한 녀석도 2학년 중 대표겠지.
"교수님이 눈여겨 봤더라고. 우리도 좀 봤고."
아무도 없었던 줄 알았는데, 신입들 훈련 좀 눈여겨 본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다.
"대표가 되면, 군기잡히는건 열외고 장학금을 받을 수 있어."
오, 이렇게 달콤하게 꿀을 파는 것을 보니, 좆같은 일을 대놓고 많이 시킬 것 같다는 뉘앙스인걸?
"저, 사노예라서 등록금 주인님이 내주는데요?"
아, 예 전 병신이라 그런거 못합니다라는 식으로 돌려 말하기 창법을 쓰는 그.
그리고 여기 좆같으니 바로 내일 자퇴신청 할 계획이다.
이런 광경을 보고 탈출하지 않으면 지능이 딸린 병신이란 소리를 들을 것이다.
대학교 인맥 쌓고 기사되려고 이 수업 듣는게 아니니까.
"장학금 등록금에서 까지는형식이 아니라 직접 돈을 주는 형식이지."
즉, 사노예니 개인 사유 재산이 인정됨으로, 전부 최현기의 돈이 된다는 뜻이다.
"여기 귀족들에게 잘 보여 대학 다니는 사노예들 꽤 많아. 그리고 그런 애들이 은근히 사회생활도 쩔고 학과장까진 못되지만 신입 대표로 있기엔 적합한 인재지."
츠바인핸더를 가지고 교수 첫 수업을 완벽히 해낸 신입.
"어때? 관심있어?"
"주인님한테 물어봐야 할 거 같아요."
물론 물어보지도 않고, '아 주인님이 이거 듣지 말래요'하면서 내일 수업 포기 신청서를 낼 계획이다.
"일단 학과장님이나 만나러 가자."
최현기를 끌고 가는 여럿 선배들.
그래, 일단 좀 어울려주다가 빠져나가야지.
"오, 신입이야?"
티셔츠로 '최강 노상학부'라는 티를 입고 다니는 수 많은 사람들.
쪽팔려서 옆에 있기도 싫은 기분.
남녀 여럿이 웃으며 이야기하고 있다가 최현기가 나타나니 모두가 그를 쓰윽하고 바라보고 있다.
"예, 선배님. 이번에 눈에 띈 녀석입니다."
"이름이 뭔데?"
"최현기...입니다."
여럿이 보고 있으면 주눅이 좀 든단 말이지.
"여기 와서 앉아."
삐쩍 말라보이는 그의 첫 인상에 마음에 안든다는 듯한 사람들도 꽤 있었지만, 은근히 존중 받는 분위기.
"술 마셔야지?"
술은 좀 하나?같은 질문도 아니고 당연히 주니 당연히 마셔라라는 이야기를 한다.
술 못합니다. 아뇨. 싫어요 하는 순간부터 저 미친 놈들이 어떤 짓을 할진 모르기에 내일 나간다고 해도 일단은 들어줘야 한다.
"예."
양 손으로 술을 받고 뒤로 돌려 술을 쭉 마시는 그.
"오, 생김새에 비해서 강단이 있는걸?"
팔짱을 끼던 근육 우락부락한 남자가 마음에 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이 술 은근히 꽤 독하다.
"얘가 이번 신입들 대표냐?"
"그렇습니다. 선배님."
아니, 하겠다고 말한 적 없는데.
"근데 사노예 출신이라 주인님께 보고해야 해서 잘 모르겠다고 합니다."
"아카데미까지 와서 주인 허락을 받아야하냐?"
꼭 부모님께 물어보고 해야하냐?라는 듯한 질문을 하며 최현기의 자존심을 살살 긁으려는 듯한 남자의 목소리.
"...네."
노예가 주인허락 받아야 한다는데 거기서 네라고 하면 할 말이 없긴 하다.
"뭐, 아카데미에서 어디 대표가 되면 주인도 좋아하지 않을까?"
"일단 물어보고 좋아하면 하겠죠?"
다 엘리스 탓으로 떠넘긴다.
역시, 남탓이 최고다.
"요즘 애들은 왜 이렇게 의지박약이냐?"
흠, 아까 갈구니 못 참고 나댄 애 한테는 요즘 애들은 왜 이리 나대냐?라고 하고, 주인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하니 '요즘 애들은 왜 이리 의지박약이냐'라고 하네.
지들 입맛에 맞춰 그냥 떠드는거구만.
"학과장님 오십니다."
라는 말에 모두가 일어선다.
뭐야, 가운데 앉은 놈이 대빵 아니었어?
"어, 쉬고."
라는 말을 하며 다른 놈들은 검정색 '최강 노상학부'라는 티를 입고있는데 붉은 색 티를 입고 있는 사람이 나타난다.
'음?'
남자만치 넓은 어깨와 굵은 팔뚝.
허나 가슴만큼은 여성임을 강조하고, 포니테일로 꽉 묶은 머리에 성격이 한 성격 제대로 한다는 듯한 올라간 눈.
붉은 입술에 팔에는 잔상처들이 많아 쉽게 쉽게 산 사람이 아니라는 듯한 야성미를 팍팍 내뱉는 여자의 등장에 모두가 90도로 고개를 박는다.
"학과장님을 뵙습니다!"
뭐, 따라서 고개 숙여줘야지.
"얜 누구니?"
"이번 신입들 대표입니다!"
아니, 한다고 한 적 없다고.
"오, 이름이 뭐야?"
"최현기입니다!"
다른 녀석이 대신 말해준다.
"고개 들어봐."
가운데 제일 푹신해보이는 소파에 앉으며 말하는 여자.
고개를 들자, 손가락으로 얼굴을 몇 번 그리듯이 휘젓더니 웃는다.
"와꾸 합격."
오, 뭔가 성차별 당한 기분?
인정받으니 알게 모르게 기분은 좋아지는데, 더럽기도 하네.
"근데 몸이 좀 빈약하다?"
"헤헤, 요즘 슬랜더가 유행이지 않습니까?"
어? 설마 내가 대표로 뽑힌 이유가 힘이 쎄서가 아니라...
"내가 이번에 좀 그...말한 스타일과 비슷한 애로 좀 뽑으라고 했지만서도좀 너무 빈약하지 않냐?"
다른 여자애가 손을 싹싹 비비며 긍정한다.
"언니, 그래도 생김새는 나쁘지 않잖아? 술 고분고분 따라주게 생겼지?"
"좀 참한 맛은 있겠네?"
이 씹새끼들이 날 대표로 만든 이유가 설마 이거였냐?
처음 신입들 갈굴 때 열외시키고 담배도 물려주고, 일부러 여기까지 모시고 와서 술 주고 그런 이유?
[학과장 엘리슨.]
어깨를 그나마 좀 곱상하게 생긴 남자 학생이 주무르고 있으며 여유롭게 술을 받아먹는그녀.
"애기 술 좀 따라보지?"
좆같네 진짜 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