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화 〉2.라인리히 백작년의 성노예.-5
"지금 백작가와 척을 지겠단 소리입니까?"
겨우 노예 하나 때문에 백작가와 척을 지겠다고?
지금까지 이계인 노예들을 가지고 마석을 캐면서 쌓아온 헤론느 교단과 라힌리히 백작가의 정이 있지.
그리고 노예인들을 관리하는 백작가와 척을 지게 될 시, 교단은 다시 고귀한 성직자들이 곡괭이를 쥐고 다시 마석을 캐야 하는 신세가 될 것이다.
"어이."
"어이?"
눈탱이가 맛이 간 세린느.
"지금 그딴 계약은 중요하지 않아."
아까 분명 헤론느 여신에게 성약을 맺어서 라힌리히 백작가의 여식을 지켜야 한다는 의무인가 뭔가 그 딴 소리 지껄이지 않았냐라고 묻고 싶지만.
현실로 따지면, 기업가 재벌 2세와 재벌 2세 따까리, 그리고 뭐, 교회인가 아니면 대기업이랑 계약한 안전빵이니 공기업같은 것들 고위직들이 으르렁 거리는 중이다.
'좆되기 싫으면 닥치고 있어야지.'
부모가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고 하며 이혼도장 내밀며 싸우는데, 자식이 솔직한 마음으로 '그냥 전부 꺼졌으면 좋겠다'라고 한다면 그건 진짜 개판인 집안이지 않을까.
흠, 끝장인 것은 내 신세도 마찬가지군.
"여신님의 총애를 받는 아이들을 구원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야."
헤론느 여신의 교단의 교리는 잘 모르지만, 저런 맛탱이간 눈을 보면 분명 이교도가 분명해보인다.
다른 말론 사이비.
"성녀의 이름으로!"
라고 외치자, 언제 나타났는지 뒤에 하얀 갑주 혹은 하얀 신복을 입은 성직자들이 우르르 몰려든다.
'오 씨발, 어디서 나타난거야?'
이미 머리에서 맛탱이가 가서 동공이 미친듯이 흔들리며 입가 끝까지 올라가웃고 있는 그녀.
하얀 장갑 속으로 손가락이 마구 흔들리며 최현기를 향해 손을 내밀고 있다.
"더러운 손 치워라."
검을 빼들고 허리를 곧게 피며 경계의 자세를 취하는 레이나.
"교단의 이름으로, 믿지 않는 더러운 성도를 정화하라, 너희들이 그릇된 것을 믿게 될 시 그것을 스스로 제거하며, 주위의 이웃들에게 불신을 심어줄 시 그것에 대해 죄를 물으라하시니 딱한 일이라 눈을 감추고 싶어도 그러하지 못하리라."
'오 진짜, 미친거 같아.'
"이계인이 알려준 헤론느 교단의 성령의 기도."
괜히 알려준 그 말.
"하일 헤론느."
"끼요오오오옷!"
뒤의 미친 성직자들이 이상한 소리를 내며 등 뒤에서 철퇴나 메이스, 쇠가시가 가득 달린 놋쇄나 등불을 꺼내든다.
'스릉!'
세린느의 등 뒤에서 꺼내지는 십자가 모양의 검.
"헤론느 여신의 여식으로서, 시스터들에게 고한다. 여신의 사랑을 받는 남아는 없도록 없기에, 나타나는 즉시 헤론느 교단에 모셔올 것이며 앞으로 헤론느 교단의 충실한 심복으로 자라게 할 모든 의무를 다하라."
"전쟁인가?"
테이블에 앉아 손을 깍지끼고 매서운 얼굴로 묻는 엘리스.
"엘리스. 딱한 공녀여. 이것은 전쟁보다 더욱 안쓰러운 결과가 될 죄를 사하지 못한 불쌍한 존재들에게 행하는 정화의식이라네."
그런 말을 하면서 흐흐흐하고 웃으며 십자검으로 자신의 입가를 가린다.
등 뒤 50인은 넘어보이는 성직자들이 웃으며 목숨 바쳐 최현기를 교단에 데려갈 각오를 마쳤다.
"뭐, 이 정도 지랄을 치는걸 보니 나도 까야겠군. 더 지지부진하게 놀지 말자고. 내 정체는 사실 마도학 마기의 정수 마녀란다."
"뭐라고 하였나?"
"아니! 마녀였다니! 역시나!"
"마녀가 지금까지 저 성녀에게 접근한건가요? 파렴치하군요!"
'그게 뭔데...씹덕들아...'
지금까지 그래도 좀 친분을 과시하던 세린느와 렐리오르.
렐리오르의 마녀 공표에 광기로 번들거리던 세린느의 눈이 더욱 크게 충혈되며 그녀에게 순식간에 십자검을 찔러들어온다.
"더러운! 어어어언데에에에드으으!!!"
"쳇! 이로써 교단 성녀에게 접근하여 타락시키는 계획은 이미 무리가 되었군."
"왜 이런 중요한 얘기들 사이에 제가 끼어야 하나요?"
원초적인 최현기의 질문을 받아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집에 가고 싶다.
"마녀 렐리오르가 아닌 진명 아렐리오르로서 명하니."
"갑자기 덧붙여서 미안한데 가명을 너무 대충 지은거 아닌가요?"
또 모두가 최현기의 말을 무시하고 있다.
너무하네.
"나의 충복 언데드!들이여!"
뒤로 나타나는 창백한 표정의 더 아주 먼 옛날 귀족옷을 입고 있는 자들과, 대놓고 가슴근육을 자랑하는 형님들 혹은 누님들이 나타났다.
가슴근육 자랑하는 헬창남녀들의 손에 갈기털이 가득했으며 귀는 머리 위로 뾰족한 것이 짐승의 그것과 같았다.
"뱀파이어랑 라이칸 슬로프?!"
"아니, 던전이나 도는 파티에 성녀랑 마녀가 있는 미친 전개는 어떤 새끼가 구상한거냐."
"우리 귀여운 뉴비는 가만히 있어."
옆을 힐끔거리면서 엘리스가 말을 건넨다.
"지금까지, 전쟁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양의 마석들이 라힌리히 백작가에서 수급되었다. 전쟁 혹은 종족간의 마찰이나 영역 싸움을 중재하기 위해서 마석은 전 세계로 수급되었지."
그런 중요한 일에 참여하는 노예였다니.
'너무 급전개인데.'
"그런 와중 약한 코스프레를 하며 접근하는 쁘락치들이 없지 않다면 이상한 일이지."
"그건 백작가 공녀님도 마찬가지시지 않습니까? 흐흐흐."
약한 코스프레를 했던 엘리스와 레이나.
"왜 둘도 약한 척을 했나요?"
최현기 자체가 이해하기 위해서 사이에 앉아 질문을 한다.
"교단 측도 그리고, 그 반대파인 언라이프 연합도 마탑의 이름을 빌려 접근할 것임이 분명했기 때문이지."
"그럼 저희와 손을 잡고 언라이프 연합을 쓸어버리면 되지 않습니까? 백작가에 유입되는 더러운 피를 정화하시지요."
"우리는 교단 너희들이 마석을 가지고 거래를 충실히 이뤄줘서 유지한 것 뿐이지, 마석들을 가지고 종교전쟁을 일으킬 것임을 이미 알고 있다."
오우, 쓋 도망치고 싶다.
갑자기 분위기 전쟁.
"중생이여, 이건 전쟁이 아닙니다. 그저 정화의 업일 뿐이지요."
"마석을 캐는 노예들은 전부 백작가의 귀속이네. 언라이프 연합이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면 우린 충분히 교단과의 거래를 끊을 자신이 있네."
백작가가 노리는 것은 둘 사이의 중재로 벌어들이는 막대한 흥정효과.
누가 선인가는 상관이 없는 거대한 백작가의 여식이라는 것을 잊고 있었다.
'자지를 프로펠러처럼 빨아들이길래 창녀로 오해했네.'
미안해진다.
"그런데."
'콰아아아앙!'
테이블을 부술 듯 내려찍는 엘리스.
"감히 성녀? 마녀? 그딴것들이 내가 침 발라놓은 섹시한 어린 뉴비를 넘봐!!!!"
"미래의 성기사를 인도하여 주시길!"
"언라이프 교단은 살아있는 다크나이트의 몸이 될 육신을 내게로!"
와아, 씨이이이발.
최현기 때문에 지금 흥정이고 뭐고 막 나가자고 이러는건가.
[근데, 왜 얘네들 네 명이서 홉코볼트 던전 가서 줘 털린거임? 전투력 벨런스 막장아님?]
이라는 얘기는 잠깐 풀어주자면.
넷은 보이지 않게 서로 숨긴다고 하며 눈 가리고 아웅짓을 하고 있었다.
현찰로 따져봤을 때 전쟁이 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대규모의 마석이 왔다리 갔다리 하는 현장.
거기서 기사로서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엘리스가 던전을 돈다는 것은 명분일 뿐.
그 안에 두 명인 파티 렐리오르와 세린느 같은 각기 다른 세력의 주요인사들과 만나서 돌려가며 흥정을 하는 것이 중요한 자리였다.
원하는 것이라곤 마약같은 담배와 쎅스 뿐인 잭슨과 집에 가고 싶어하는 최현기는 그런 자리에 드롭템 먹는 노예로 참여한 것이고.
마나를 끌어올려 적에게 자신의 수준을 들키고 싶지 않은 이 네 명은 홉코볼트가 나왔을 때 자리를 피한 것이다.
[그럼 레이피어랑 검을 되찾아올 수 있었잖아요.]
라는 질문에 대답.
며칠 동안 성녀 세린느와의 교류에서 흥정 쪽으로 마찰이 빚어지고 있었고, 엘리스가 세린느라는 교단의 사람이 던전용으로 필요함을 적극적으로 어필하던 순간이었다.
친해지니 '어? 성녀셨어요?'라는 말같지도 않는 연기를 하며 '하하, 친해지고 보니 성녀였네요. 앞으로 흥정할 때 좋은 관계를 유지합시다'라는 말을 해주기 위해 약한 코스프레를 해야했다.
그래도 큰 맘 먹고 어머니가 주신 레이피어라든지, 죽은 아버지의 유산인 레이나 검도 떨구고 연기를 했다고 한다.
[연기를 하려면 그냥 다른 검 같은걸 떨구고 왔으면되는데. 굳이 유품을 꼭...]
사실 딱히 레이피어나 검을 잃어버려도 상관이 없었다.
백작인 엘리스의 어머니도 살아계시고, 레이나의 아버지는 어릴 때부터 기사로 키우기 위해 학대란 학대는 다 한 쓰레기같은 양반이라고 했나.
세린느나 렐리오르에게 죄책감을 심어주기 위해 병사들에게 노발대발하고 있는데, 이 야한 냄새를 풍기는 강아지 같은 뉴비가.
[ㅎㅎ떨구셨네요. 여기요.]
하고 아무 기대도 안한 노가다팟 뉴비의 선의로 검 돌려받으니, 고인물들 입장에서는 맛이 가버리게 되버리는 것이다.
설명끝.
"크아아아악!"
"헤일 헤론느!!!!"
"죽음의 데쓰입니다!!!"
드래x볼처럼 기운을 낼 때 고함을 쳐야 하나.
서로 모든 기운을 끌어내며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이 여관 안에서 술을 먹거나 음식을 먹거나, 불륜을 하거나, 연예질을 하거나, hito...같은 짓을 하던 사람들은 이미 도망쳤다.
원형 테이블 안에서 뉴비를 가지기 위한 피비린내나는 전쟁이 시작되기 직전.
"엘프들의 습격입니다!!!"
"엘프의 습격이다!!!"
멀리서 외치는 고함소리.
모두가 살벌한 기세를 감추지 않은채 서로를 바라본다.
"일단 협상 유지군요."
"또 좋은 자릴 마련되길 바라죠."
엘프라는 소리에 모두가 최현기를 바라보고 있다.
"언라이프 연합은 모든 힘을 다해 미래의 다크나이트를 지킨다."
"무슨 소리! 성기사가 되실 몸이시지."
"백작을 넘어 우릴 후작, 자작까지 올려줄 충성을 다한 노예기사를 지켜라."
니들은 주석을 너무 많이 다는거 아닐까?라는 병신들이라는 소리를 해주고 싶지만, 자기들끼리 내가 더 잘났다고 떠드는 협상?의 장이라고 하기에 주둥이는 다문다.
"엘프들이 온다는데 왜 위험한겁니까?"
최현기의 다음 궁금증은 엘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