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화 〉1.라인리히 백작가의 능력치 보는 노예.-3
101일 째의 아침.
잭슨씨와 프레이가 옆에서 귀뜸을 해준 것처럼, 간수장이 이젠 3분의 1 밖에 남지 않은 노예들 앞에서 소리를 고래고래 지른다.
"그 나마 이 돼지새끼들 중 사람 말을 잘 알아듣는 돼지새끼! 최좆기! 사무좆 잭슨! 앞으로!"
최현기와 사무엘 잭슨 둘이 열심히 앞으로 나온다.
"너넨, 간수장인 나 쿠렉의 소개로 라힌리히 백작님의 따님 엘리스 라힌리히 님의 휘하로 짐꾼일을 수행하게 된다! 좋지 않느냐!"
"좋습니다!"
"좋습니다!"
열심히 외치는 두 사람.
"그래! 너희 돼지들만 믿는다."
돼지들을 믿는다니.
너도 인간적으로는 끝장인 인생이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최현기는 자신의 노예 생활을 돌이켜 본다.
[최씨. 잘 들어. 앞으로 잘만 하면 고급 사모님의 창남으로 들어가 인생 호의호식을 하며 살 수 있을지 몰라.]
같은 잭슨과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노예 생활.
[뒷구멍으로 내 흑룡을 넣어 흔들면 앙앙거릴 계집년들이 창이랑 석궁을 들었다고 나대는군.]
간수들에게 뒷담을 하는 내용이 뭔가 위험한 잭슨이었다.
[잭슨. 간수들 중 여자 간수들을 보며 하는 말이지?]
[응? 물론 남자 간수도 포함이지. 사람은 뒷구멍이 무조건 있는 법이야.]
[씨발. 너랑 룸메이트라니. 뻐킹 니그로 꺼져!]
[이봐.치그로브로. 말 잘 가려서 해. 너랑 난 브로라서 건드리지 않을 뿐, 그 딴 말을 계속하게 될 시 니 뒷구멍은 비행기 활주로보다 커질 수 있어.]
다행히 잭슨의 뒷구멍 개조는 동료가 아닌 적을 굴복시키기 위한 방법이라고 했다.
3일에 한 번 있는 샤워시간 때 저 잭슨씨의 덜렁덜렁 거리는 세 번 째 다리.
잭슨은 다른 흑인들보다 훨씬 거대한 괴물이었고, 뭔가 남다른 그 건재함은 뒷구멍 대화 뒤로 며칠 간 절대 그에게 뒷모습을 보여주지 않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럼 가기 전에 노예복무신조!"
"노예복무신조! 하나! 우리는 라힌리히 백작가의 충성스러운 노예가 된다!"
"둘! 라힌리히 백작가의 명이면 죽으라면 죽는다!"
열심히 목청터지게 노예복무신조를 외치고 흡족한 간수장 쿠렉이 어깨를 두들긴다.
그는 하프 오크.
즉 사람과 오크의 혼혈로, 역시 노예 정신 개조는 노예물이지라는 정신 나간 생각이 들었지만 티내지 않고 다시 자리로 돌아온다.
"지금까지 이 달의 mvp 노예로서 굳센 정신을 보여준 최좆기와 사무좆 잭슨에게 박수!"
모든 노예들과 간수들이 하프 오크 쿠렉의 명에 열심히 박수를 친다.
"그리고 최좆기 새끼의 세계에서 위대하신 헤론느 여신님께 보이는 경외어린 기도법을 실시한다! 하일 헤론느!"
"하일 헤론느!"
다른 노예들이 아니 이 새끼들이 쓰는 기도법은 나치 새끼들이 쓰던 개같은 경례법입니다라고 꼰지르지 않을까 걱정이었는데, 하일 헤론느 덕분에 노예들은 이곳 여신을 엿먹일 수 있었고, 간수들은 하일 헤론느를 외치는 노예들에게 열 번 찌를 창을 다섯 번으로 줄여주니 밀고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래, 살아남은 노예들이라면 그 만큼 눈치가 강해지는 법이지.
"자! 이 느린 굼벵이 새끼들을 보았나! 빨리 마석채굴장으로 이동!"
"이동!"
살아남은 고분고분하거나 머리 좋은 노예들이 열심히 곡괭이를 들고 마석채굴장으로 간다.
"가자, 최씨, 잭슨씨."
최현기와 사무엘 잭슨이 서로 최씨와 잭슨씨라고 하는 것을 아는 중년의 머리 벗겨진 프레이가 다가와 웃음을 짓는다.
"가시죠. 간수님."
"뭘, 셋만 이렇게 있을 때는 프레이님이라고 해도 좋아."
음! 편하게 말하라면서 님이라는 말을 붙이라니.
참 바람직한 개새끼인걸!
"네, 프레이님."
"자, 가자고!"
프레이가 어제 얘기했던 엘리스 라힌리히의 성격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정도의 개판일 것이다.
'오 정규팟.'
최현기는 잭슨과 같이 열심히 귓속말을 했다.
지금, 보이는 사람들은 마법사 한 명, 신관 한 명, 전사 한 명, 그리고 딱봐도 엘리스 라힌리히로 보이는 머리를 귀족이라고 열심히 꼬아놓은 금발의 그녀가 보인다.
100일이 넘도록 여자 구경도 못해본 최현기는 일단 롤링 머리 엘리스의 몸매를 스캔한다.
터질듯한 가슴과 골반, 얇은 허리에 여왕님 스타일의 고고한 년.
합격.
"왜 이렇게 늦은것이냐?"
"죄송합니다!"
대머리의 프레이가 햇빛에 머리를 반짝이며 차렷자세를 취한다.
"최씨, 지금 저 파티 모두 여자인거 맞지?"
"잭슨씨. 일단 주둥이를 닫는게 중요한거 같아."
강해보이는 저 네 사람이면 자신들의 귓속말도 들리지 않을까?
조금만 신경이 뒤틀려도 바로 레이피어로 목을 베어내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런 사람의 곁에서 귓속말도 조심해야한다 생각한 최현기.
잭슨은 지금까지 노예짓을 하며 노예 일에 베스트라고 생각되는 사람이 최현기였다.
그가 입을 다물라고 했으니 그것은 분명 있을 법한 이유.
잭슨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
"이번 노예들이야?"
"예, 그렇습니다."
"비실해 보이지는 않네."
듬직해 보이는 흑인 할렘가에서 마약 팔 때 총들고 나오는 덩치로 보이는 잭슨과, 3개월 내내 신성력 가득한 마석채굴장에서 열심히 괭이질을 해서 다 찢어진 푸른 죄수복 소매 사이로 보이는 잔근육 가득한 최현기.
"말 잘 듣는 놈들이지?"
"예, 물론입죠. 특별히 노예장에서 제일 말 잘 듣는 놈들로 골라왔습니다."
"그런데 감히 날보고도 이렇게 멀뚱히 서 있단 말이지?"
엘리스의 저 말 하나를 끝으로 허리춤에 달린 레이피어에 모가지가 덜렁거릴 잭슨과 최현기.
급하게 잭슨의 등에 손을 올리고, 빠르게 무릎을 꿇리며 자신도 무릎을 꿇는다.
"......."
지금 뭐하는 짓이냐고 물을 뻔한 잭슨.
허나, 최현기는 입을 다물고 있으라고 했고 지금도 입을 꾹 다물고 있다.
"나쁘지 않네. 짐 챙겨서 나와."
고귀한 라힌리히 백작가의 따님이다.
그런 그녀에게 빨리 충성심을 보이는 것이 호감도를 올리는 비결.
[엘리스 라힌리히가 충성심을 보며 흡족해합니다.]
[엘리스 라힌리히의 호감도가 상승합니다.]
[힘 스텟이 주인님의 안배 효과로 1 상승합니다.]
'흠, 좀 더 똥꼬를 빨면, 진짜 똥꼬를 자지에 끼워주지 않을까?'
자존심이 강한 그녀가 만족스러운 얼굴로 노예에게 하는극찬인 듯 침을 뱉어준다.
오, 포상.
여기와서 제일 놀란 것은.
'스텟창과 스킬은 나만 보인다.'
잭슨도, 다른 간수들이나 사람들도 스탯과 스킬알림창을 보는 사람은 없었다.
그가 유일한 것.
그리고 빠르게 엘리스의 말에 행동하고, 100일 동안 눈치껏 s급 노예로 살아갈 수 있었던 이유.
[띠링! 노예 간수인 프레이는 헤론느 교단의 신도입니다. 헤론느 교단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호감도를 올리시는 것이 좋습니다.]
[띠링! 간수장인 크록은 대답을 크게 하는 노예를 좋아합니다. 대답을 크게 하여 호감도를 올리시길 바랍니다.]
[띠링! 노예복무신조를 외우는 것이 간수장 크록에게 좋게 보일 수 있습니다. 노예복무신조를 외워 호감도를 올리시길 바랍니다.]
[띠링! 엘리스 라힌리히는 귀족적인 성격입니다. 먼저 묻기 전에 대답하지 말 것이며, 무릎을 꿇으시길 추천드립니다.]
이런 알림음이 아니었다면 최현기는 절대 s급 노예로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하늘이 밀어주는 진정한 노예 새끼였다.
"넌 진짜 진정한 치그로다."
"닥쳐. 니그로."
잭슨의 귓속말에 대답해주는 최현기였다.
"엘리스 라힌리히님의 행차시다!!!"
마치 승마를 할 때 입을 법한 여행복에 허리춤은 레이피어, 그리고 풍성이는 둥글게 말린 금발의 엘리스.
그리고 옆에는 호위로 보이는 은빛 갑옷을 입은 금발의 여전사와 보랏빛 머리에 마녀 모자를 쓴 여마법사와 하얀 옷에 헤론느 교단 성직자의 상징인 하얀 머리의 여성직자.
'딱 오크나 고블린들한테 잡혀 강간당할 그림인데.'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을 보니 죽기 전에 야애니를 너무 본 모양이다.
100일 이상 노예짓을 하며 남자 새끼들 사이에서 부둥켜 살아온 것도 한 몫하는 모양이고.
'만약 오크나 고블린이 나 노예인거 알고 불쌍해서 잡아먹기 전에 나도 한 번 정도는 좀 싸게 해주지 않으려나.'
생각은 정말 자유였다.
둘은 달구지처럼 생긴 수레를 하나씩 끌며 네 사람의 파티 뒤를 따르게 된다.
"가자!"
알음알음 프레이가 옆에서 해주는 이야기를 듣게 되어 얻은 정보.
[이름 : 엘리스 라힌리히.
나이 : 20세.(타르곤 제국 기준 이제 갓 성인.)
모험가 고용 센터에서 고용한 마법사와
신전에서 라힌리히 백작이 부탁하여 보낸 출장 신관,
그리고 어릴 때부터 호위해온 진부한 클리셰의 호위녀의 뻔하디 뻔한 파티.]
최현기는 그들의 앞 날을 점쳐본다.
'귀족으로서 뻗대면서 트롤짓 하는 엘리스와 그런 그녀를 모시다가 같이 함정에 빠지는 호위전사의 그림이 그럴 듯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들면서 마차에 탄 채로 고개를 빼꼼 내밀며 웃는 마법사를 바라본다.
'와, 지들은 마차 타고 가면서 처 웃고 자빠졌네? 개년이?'
당장 달려가서 저 마녀모자 벗기고 '웃어? 쌍년아?'라고 하면서 머리채 잡고 입으로 자지를 물게 하고 싶다.
바로 '하악! 하악! 노예 자지맛 멈출 수 없어!'하면서 아헤가오 하면서 정신도 못차리게 만들어주지!
흠, 오늘은 저 마녀 년 생각하며 딸쳐야겠군.
"퍽, 저 마법사 최씨 브로한테 호감이 있는 모양인데?"
잭슨의 말에 열심히 수레를 몰고 있던 최현기는 고개를 젓는다.
'말도 안되는 소리하네. 씻지도 못하고 면도도 못한 더러운 노예꼬라지를 좋아하는...성향은 있긴 하지만 조심은 해야지.'
"유혹한 후에 실험재료로 쓰지 않을까?"
"일단 실험재료로 쓰기 전에 한 번 따먹게 해줄지도."
"긍정적인 그 마인드. 너무 마음에 들긴 하는데 잭슨씨. 일단 아갈 싸물고 시키는 대로 고개나 푹 숙이고 있는게 좋을거 같아."
엘리스에게 조금이라도 자신들의 이야기가 들어간다면 가운데 다리가 성둥하고 잘려 나갈 수도 있고 말이지.
자지 썰린 후 남은 성욕이 후장 뿐이라, 죄수들 사이에서 후장 대면서 앙앙거리고 살긴 싫다고.
프레이 또한 옆에서 같이 걸음을 옮기고 있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최씨 말이 맞아. 잭슨씨. 자네는 꽤 사교성이 있긴 하지만 저런 높은 양반들에게는 오히려 마이너스 점수가 될 수 있어."
"뻑, 조심하겠습니다."
둘은 그저 노예신세일 뿐이다.
'적어도 난 다르지.'
최현기는 다른 노예들과는 다른 점.
노예짓을 정말 잘할 수 있게 알림음이 뜨는 것과.
'아공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벤토리를 외쳐보니 눈 앞에 인벤토리가 있지 않은가?
채굴을 열심히 하며 저 프레이에게 바치는 마석 외에 삥땅쳐둔 수 많은 반짝이는 마석들이 현재 최현기의 인벤토리에 가득했다.
절대 남에게 보이지 않고 자신만 꺼내고 넣을 수 있는 신이 주신 기회.
[좋은 말 할 때 귀속아이템들을 간수에게 넘기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 말이 알림음으로 뜰 때, 그리고 귀속아이템이라는 말이 힌트가 되었다.
좋은 말 할 때라는 것은 걸리지만 않으면 넘어갈 수 있다는 뜻이 되며, 귀속아이템은 자신의 인벤토리가 있기 때문에 채굴이라는 스킬 사용 후 그 안에 아이템이라는 마석이 들어가게 된다는 뜻.
정말 인벤토리에서 마석을 꺼내니 투명한 창 안에서 '마석f급'이라고 적혀져 있는 것이 꺼내졌고, 그것을 수레에 옮겨담았다.
다른 이들은 채굴 스킬도, 인벤토리도 상태창도 없기 때문에 마석을 캐는 것은 고사하고 손이나 까지지 않으면 다행.
2배는 빠른 채굴량이었지만 반은 자신의 인벤토리로 반은 잭슨에게 맡겨서 프레이에게 주었으니 만약 여기서 나가게 된다면.
'마석은 f급이라도 큰 돈에 거래가 된다지.'
지금 100일동안 열심히 작업한 마석의 양은 어림잡아 계산해도 사람 한 명이 십년 동안 일해도 못 버는 양이라고 한다.
'지금은 노예로 잘 있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자유민 혹은 자유거래가 가능한 신분이 되어 떵떵거리면 살아주지!하는 목표로 가득한 그였다.
앞으로 최현기의 인생은 금빛 미래가 될 것이다!
가자! 최현기! 마석 훔쳐 대부호 이세계 라이프를 꿈꾸자!
"오 이런, 씨이이벌. 역시 이게 내 인생이지."
잠시 후, 그런 그의 앞에 흉측한 이빨을 들이밀고 있는 거대한 몬스터들이 손가락에서 우드득 소리를 내며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