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화 〉1.라인리히 백작가의 능력치 보는 노예.-2
"자, 너희들이 대충 어떤 신세인지 이제 인지했겠지?"
'지금 이게 말이 됩니까?'라고 나섰던 몇이 창에 찔려 꼬챙이 신세가 되었을 때 누구보다 빨리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최현기.
뭐 다음 일들은 넉넉할 정도로 인정이 깊었다.
"말만 잘 들으면 채찍도 때리지 않고! 하루에 두 끼는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음, 노예로서 일단 작업장? 혹은 배치 받을 곳에 가기 전까지 꽤나 호화로운 대우라고 볼 수 있다.
돼지처럼 사람들을 한데 모아놓고 창으로 찌르며들어가게 한다.
음, 꽤나 역병?을 대하는 것 같은 대우인걸.
"왜 저희를 이런 노예로 대우하는지 아시는 분?"
대략 1000명이 넘는 숫자의 사람들이 모여져 두런 두런 이야기를 하는데, 피부색, 인종, 국가도 모두 다른 양반들이 이상하게 말이 통한다.
문화권적으로 달라도, 대충 날 어떻게 대한다는 뉘앙스에 따라 말투까지 뭔가 달라져 입에서 나오는 것이 소름이 돋을 뻔 했다.
"어이, 최씨 입닫고 빵이나 먹어."
하루 시작, 아침으로 들어오는 빵을흑인으로 보이는 검은 색 사람이 건네주며 말한다.
"......"
최씨라고 하는데 저 사람의 행색은 어디 미국 슬럼가에서 총을 하늘로 향해 빵빵 쏴댈법한 갱단 소속 혹은 프리즌 브레이크에서 나올 법한 남자 죄수 엉덩이를 노리는 그런 사람 같다.
'그런사람이 날 최씨라고 부르는건, 그냥 미국식으로 성만 부르는 것처럼 헤이 브랜드 같은걸까, 아니면 일용직 노동자 아재들한테 성만 이야기한 것처럼 이해되어 최씨라고 하는것일까.'
그는 한국에 대해서 잘 아는 것일까?
그렇다면 저기 흑인으로 보이는 사람은 알고보니 이태원에 있다가 흘러들어온 사람이지 않을까?
그럼 이곳에 온 사람들은 한국말을 하는 것이 확실한 한국에서 온 사람?
"우리 마더러씨아에서는 이딴 대우를 받을 시에는 전부 박살내는 것이다!"
라고 하면서 나대다가, 목에 창이 꽂힌 채 고깃덩이가 되어 끌려간 사람을 보니 한국에서만 이런 일이 일어난 일은 아닌 듯 하다.
"우린 여기 노동력으로 왔으니까."
뭔가 암울한 설정관을 가진 듯 하다.
그런데 잘 보면 사람들의 얼굴이 뭔가 하나같이 칼밥 혹은 총밥을 먹고 사는 사람들처럼 꽤나 흉악하다는 것이 중요했다.
자신처럼 노예의 상징인, 큰 경쇄를 차고 있는 것 외에는 최현기와 공통점이 하나도 없는 그들.
노예우리가 아니라, 뭔가 큰 죄를 짓고 들어오는 교도소처럼 보인다.
"여자들은 어디로 데려가는걸까?"
라는 질문을 하는 몇몇.
올 때 성별이 갈라져서 왔던 여자들은 간수들의 명령에 따라 이동했다.
"궁금하냐?"
한 여성 간부가 담배를 맛깔나게 피며 최현기에게 말해준다.
"궁금하긴 하죠."
"후후, 제국에서도 왕국에서도 군 병력을 상시 모집할 수 있으려면 그 만큼의 댓가가 필요한 법이지 않겠나?"
아...군용 노예.
비슷한 처지의 여자들이 끌려갔단 소리에 발끈하는 여럿이 보였지만, 뭐 그 여자들은 내 인생 아니니까.
군용 노예로 간 여자들도 있고, 뭐 이러저러해서 빼돌린 애들도 있을 것이고, 노예상과 연결될 수도 있고 뭐...좆된 노예 삶이 그렇고 그런거겠지.
"어때? 너 쫌 귀엽게 생겨먹었는데, 이 누나랑 좋은거 하지 않을래?"
손으로 피스톤 질을 하며 유혹하는 간수를 보며 '저기 건넜다간 황홀한 교배플레이와 함께 간수 건드린 죄로 사바세계겠구나'하는 생명위험센서가 미친듯이 발동하고 있어 무시한다.
정렬하란 소리에 삼삼오오 모인 노예들.
"모두 이 옷으로 입도록!"
노예의 상징이라는 듯, 파란 옷을 대충 건네준 간수들.
앞으로 죽을 때까지 입고 있을 옷이라고 한다.
그 뒤는 좀 뻔했다.
"헤론느 여신님을 섬기고 싶은 사람입니다."
"오! 헤론느 교단을 아는가?"
노예 중에서 말이 통하는 사람이라는 분위기를 풍겨야 한다.
일단 살아야 하지 않은가?
그래, 일명 똥꼬빨기를 시전한다.
[간수 프레이의 호감도가 상승합니다.]
[신실한 헤론느 교단의 신도인 그는 당신에게 은근한 기대감을 가지게 됩니다.]
"예, 오기 전에 여신님을 뵜죠."
"오우, 그렇구만! 미친 놈이었군."
쇠창살 사이로 최현기에게 창을 찔러주는 프레이였다.
뭐, 노예답게? 꽤나 그럴듯한 대우을 받으며 살게 된다.
누군가 다른 이와 싸우면, 그냥 간수들이 들어와 창으로 그들의 목에 바람구멍을 내주고, 끌고 가 목을 베어 효수해 둔다.
다음 날 '오 저 놈은 목 벨 때 표정을 헤벌레하는 버릇이 있는 놈이구나'하며 창에 꽂힌 동양인을 보며 고개를 주억거리는 나날이 된 요즘.
"자! 따라한다! 나는 앞으로 타르곤 제국의 라인리히 백작님의 충실한 노예가 된다!"
"나는 앞으로 타르곤 제국의 라인리히 백작님의 충실한 노예가 된다!"
"거기! 입만 뻥긋한 새끼!"
몽둥이를 가지고 가 열심히 때려준 다른 간수들과 피투성이가 된 흑인 한 남자를 보고 땀을 뻘뻘 흘리는 아침.
어렴풋이 꽤 많은 수가 도망치거나 반항하다 죽고, 순순히 따른 자들이 남았다.
인정받았다는 표식일까?
낡은 곡괭이를 받았다.
"아, 광산으로 가는건가요?"
광산 노예가 되는 뻔한 삶인가?라고 생각하는데.
"광산은 코볼트 혹은 고블린 노예들이 가는 곳이다! 그들이 못 가는 곳으로 가는 것이 너희들의 앞으로 생업이다! 알아 들었느냐? 이 돼지새끼들아!"
이해를 못하는 이계인들을 위해 꽤나 친절한 설명 고맙다.
암만 봐도 저 새낀 종족이 오크로 보이는데 돼지새끼라고 욕하는건 무슨 능욕플레이일까?
자학 플레이 같은...그런건가.
"자자! 이동한다!"
듣기로는 몬스터들이 갈 수 없는, 즉 신성한 땅에서 채굴할 수 있는 포션 혹은 백마법석의 소재가 될 마석을 캐는 일을 하게 된다고 한다.
"시작 전에 헤론느 여신님에 대한 기도!"
모두가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척을 한다.
'진심으로 빕니다. 이 계약 환불해주세요.'
라고 진심어린 기도를 올리지만 절대 올라갈 리가 없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끼고, 이 덩치들 사이에서 그리고 뭔 말만 하면 창만 드는 간수들 사이에서 살아남을 일만 열심히 생각하게 되었다.
'카앙! 카앙!'
헤론느 교단의 영역이라고 하는 곳에 가서, 그냥 빛나는 돌로 보이는 것을 곡괭이질을 하는 것이 하는 일의 전부였다.
[스킬 채굴을 습득합니다.]
[스킬 : 채굴
레벨 : 1
좀 더 쉽게 광석을 캘 수 있게 됩니다.]
좀 더 노예다운 매우 바람직한 스킬을 습득했다!
"잘 생각해보면 앞으로 절반 정도 죽게 되면 우리에 대한 대우가 나아질 것 같지 않아?"
들어보니 마석을 캐는 일은 이계인들 혹은 높은 교단의 성직자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한다.
보통 이곳의 사람들은 마석의 높은 신성력을 버티지 못하고 접근할 수가 없다는 것.
몇몇이 그 사실을 듣고 헤론느 교단의 영역에서 뻐튕기다가 석궁에 맞고 시체가 되어 석궁에 겨눠진 다른 노예들에게 질질 끌려나왔다.
"앞으로도 노예는 계속 들어올텐데 대우가 나아질까요?"
"......."
꽤나 친해진 최씨라고 부르던 흑인 노예 잭슨씨는 최현기의 말에 입을 꾹 다문다.
그렇게 곡괭이 질만 하는지 3개월이 지났다.
사람은 꽤 줄어 3분의 1만 남은 시점.
"최씨! 들어보니 여기서 말만 잘들으면 저녁 6시 이후는 휴무보장 시켜준데!"
이번엔 최현기보단 잭슨의 말이 옳았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숱하게 마더러씨아 분들과 동양인들 중 뭉친 차이니스 삼합회 패밀리, 그리고 야쿠자처럼 옷을 찢어서 표시한 제페니스 사무라이나 갱단들이 줘 털리고들어온 사람들 중 70퍼센트 이상이 시체가 될 때, 말 고분고분 잘듣던 잭슨이나 최현기에게 들어온 좋은 정보.
[라힌리히 백작령 내에서 간수들에게 나쁘지 않은 호감도를 얻어내셨습니다.]
[강제적인 노예에서 생활권 보장 노예로 신분이 상승할 수 있습니다.]
와우, 너무 좋다.
노예로서 열심히 죽지 않으려고 괭이질만 하니 기회가 생긴다.
[헤론느 교단에 대한 기도를 100일 동안 정성스럽게 치성하셨습니다.]
[기도 스킬이 생성됩니다.]
[스킬 : 기도(헤론느 교단)
레벨 : 1
헤론느 교단에 대한 기도를 올리게 될 시, 스킬 레벨 상승과 더불어
신성력을 얻으실 수 있습니다.]
[기도 스킬을 얻으시면서 신성력 스텟이 1 상승합니다.]
[이름 : 최현기
레벨 : 1
직업 : 노예.
스텟 : 힘 5(+2) 민첩 5 운 5 지능 5 신성력 1]
[스킬
레벨 1 주인님의 안배(힘 +2)
레벨 1 채굴
레벨 1 기도(헤론느 교단) ]
확실히, 최현기는 훌룡한 노예였다.
"헤일 헤론느!"
"헤일 헤론느!"
헤론느 교단 소속 간수들과 지나갈 때 손을 들어 헤론느에 대한 호감을 표시하며 열심히 똥꼬를 빤다.
헤일 헤론느가 뭐냐고 간수들이 묻자, 원래 내가 살던 세상에서 헤론느를 믿는 사람들이 하는 기도법이라고 하니 좋다고 따라한다.
"헤론느 여신님과 라힌리히 백작님에 대한 감사의 기도!"
잠시 고개를 숙이며 이곳으로 오기 3개월 전, 보았던 여신의 얼굴과 비스무리하게 생겨먹은 조각상에 목례를 올리고 곡괭이를 어깨에 걸친 채 다시 마석채집장에 들어간다.
"최씨! 최씨!"
잭슨이 오늘 할당량을 끝내고 돌아갈 때 다가와 말한다.
"왜 잭슨씨."
"내일 중대 발표라고 하면서 간수들이 귀뜸해주는데 나랑 자네같은 사람들은 이제 이 씨벌 퍽(fuck)같은 마석채집장에서 벗어난다고 하더라고!"
그새 최현기가 입에 달고 사는 씨벌과 자신이 쓰는 퍽을 섞어 마석채집장을 그럴듯하게 표현한 잭슨.
음 씨벌 퍽은 꽤나 이름이 착 달라붙는군.
동서양의 조화롭다랄까.
"왜?"
하일 헤론느로 간수들과 친해졌을 때, 은근슬쩍 좀 말을 나눈 잭슨씨도 헤론느 교단 소속이라고 하며 도움을 주었던 최현기.
은근히 잭슨씨라고 하는 이 흑인 노예놈은 사교성이 강해 간수들과 금방 친해졌다고 한다.
가끔, 그가 간수들에게 열심히 주둥이로 똥꼬를 빨고 얻어낸 담배나 인생 좆같네 하면서 들고 오는 술병이 지난 100일간의 유일한 낙이면 낙일까.
"당연히 우리가 여기서 s급 노예라서그런거지."
"그럼 우리 자유민이 되는건가?"
"당연히 아니고 우린 내일부터 용사님들이 사냥하며 드롭한 드롭물들 챙기는 일꾼으로 파견된다고 하더라고."
"뭐?"
이 썩을 라힌리히 백작의 노예로 살면서 알게 된 사실.
이 세계관은 정확하리만치 판타지적인 세계관이었다는 사실이다.
용사들이 뭔 가문마다 하나씩은 있고, 모험가들이 용병이 되어 일하거나 좀 강한몬스터들 잡으면 용사가 되어 존중받는 그런 세상.
[띠링! 마석을 캐셨습니다! 당신은 라힌리히 백작의 노예이기에 모든 아이템들은 백작령의 이름하에 귀속됩니다.]
[좋은 말 할 때 귀속 아이템들을 간수에게 넘기시는 것이 좋습니다.]
채굴을 하며 시스템의 알림음을 들으며 꽤나 신기하고 절망적이었다.
씨벌 퍽은 진짜 어울리는 별칭이 아닐 수 없다.
"이번에 백작령 안에 있는 던전들을 라힌리히 백작의 여식과 함께 이름난 용병 혹은 호위들이랑 가서 토벌하는데, 짐꾼이 필요한가봐."
"그래서?"
"뭔 그래서야. 최씨. 너는 여기서 괭이질이나 하면서 평생 살려고? 기회가 있을 때 잡아야할거 아냐."
"뭔 기회. 어차피 노예짓인데."
"라힌리히 백작의 여식이라고. 오랜만에 여자구경이나 하고, 똥꼬 좀 빨면 마석채집장과 영원히 바이바이일 수 있다고."
기대에 부푼 잭슨.
이런 상황적응력이 강한 흑인같으니.
"그럼 준비해볼까?"
최현기도 오랜만에 기대에 부풀 수 밖에 없었다.
"문제가 일어날 것을 대비해서 간수와 동행한다."
하일 헤론느를 하며 친해진 프레이가, 친숙한 창을 꼬나쥐며 최현기와 잭슨에게 다가온다.
"자네들이 간다는데 같이 헤론느를 모시는 정이 있으니 내가 자원신청했네."
"하일 헤론느!"
잭슨과 최현기는 열심히 손을 들어 하일 헤론느를 표시한다.
"하일 헤론느!"
간수 프레이도 동시에 손을 들어 화답하고, 지금까지 꽤 많은 담배와 술을 건네어준 간수가 누구인지 잘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지금까지 프레이는 자네와 내가 건넨 마석 중 삥탕친 것이 많단 말이야."
"뭐?"
잭슨이 매번 반납할 때 나만 믿어 브로(bro)라고 하면서 마석을 굳이 프레이에게만 주었다.
"그러니, 저 형씨는 진정 퍽스러운 짭새새끼인거지. 그러니 걱정말고 브로 최씨는 나만 따라오라고."
믿음직한 흑인 노예.
진정한 니그로가 아닐 수 없는 잭슨이었다.
'잠시만 이거 인종비하 아닌가?'
라고 하지만 때때로 잭슨이 최현기를 가지고 몽키 혹은 차이나, 니그로 섞은 치그로라고 하니 쌤쌤이라고 치자.
"노예들 잘 들어. 여기 라힌리히 백작님의 따님은 노예들이 꾸물대는걸 정말 싫어해. 기분만 나쁘면 바로 레이피어로 목을 자르는 사람이란 말이지."
'그건 간수인 너도 마찬가지잖아.'
프레이 또한 대드는 죄수에게 '오 뻐킹 좆만이들'이라고 하며 배에 석궁을 쏴주는 사람이었다.
그 나마 양반인 것은 죽이진 않고 석궁으로 배에 구멍만 내준다고 하는걸까?
"그럼 서로 조심하자고. 만약 백작따님께서 너희를 조금이라도 안 좋게 볼 시 내 창으로 너네 머리를 뚫어야 하니까."
"요, 간수 브로. 걱정말라고."
"주둥이 닫고 꾸역꾸역 돼지처럼 드롭템이나 먹을 생각에 신이 나서 못 참겠는걸요."
정말 끝장인 세계관이며, 그것에 끝장적으로 적응한 최현기였다.
영애라, 흠. 화장실에서 반찬으로 쓸 만큼 탱글탱글한 년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