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화 〉1.라인리히 백작가의 능력치 보는 노예. (1/86)



〈 1화 〉1.라인리히 백작가의 능력치 보는 노예.

"씨이발..."


늘어지게 욕을 하며, 최현기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았다.

그저, 평범하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평범하게 군대를 다녀왔다.

평범하게 아르바이트로 시작해서 겨우겨우 마트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는 소리에 기뻐하던 그저그런 삶이었다.


[사망대기 번호표 : 04월 06일자 311,144번.]

짧은 은행에서 대기할  받는 번호표를 받고 침울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살짝 넋이 나간 얼굴은 지금 얼마나 그가 패닉에 빠졌는지  알려주는 지표가 되었다.

[사인 : 유전적인 뇌동맥 출혈.]

사인 또한 평범하다.
퍼억하고 뒤가 알싸한 기분이 들어 '어어?'하고 세상이 어질어질거리면서 롤러코스터를 타는  같더니, 눈 앞에 검은 복장 덩치들이 보이고 하얀 빛을 따라 갔다는 것 뿐?

뭐, 애초에 조심했어야지!라고 하는 새끼 죽탱이를 까고 싶은 마음도 있다.

태생 고아라서 뇌출혈같은 유전질병이 있는지도 모르고 살아왔는데 내가 어떻게 알아 개같은 새끼야.

'전세 보증금으로 주지 말고 그냥 펑펑 써댈걸.'

사람이 죽기 전에는 인생에서  따위보다는 행복 같은 것을 생각하며 후회한다고 하는데, 최현기는 진심으로 못 써본 돈을 가지고 후회했다.

모태솔로였는데, 여자 손도 못 잡아보고...
아르바이트 같이 하던 형들이 빡촌이나 노래방 가자고 꼬드긴거 아끼지말고 거기에다 좀 꼬라박을걸...


[씨발, 인생 한 번 살지, 두 번 사냐?]

형, 난 씨발  말이  번이라도 옳으면 손에 장을 지진다 했는데...죽었으니  계약 무효지?

민주주의에선 죽은 사람 법적으로 권리와 의무 전부 말소된다잖아.

죽어서까지 손에 장 지지긴 싫으니 무효로 치자.
씹새끼야.


"311,144번 손님."

은행 프론트에서 나오는 소리.
맞춰서 최현기는 일어나고 은행원으로 보이는 여성 앞으로 다가간다.

"2021년 4월 6일 아침 08시 04분에 사망하신 최현기씨 맞으시죠?"
"네..."

최현기는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잠깐 은행원 복장에서도 터질 듯한 바스트에 눈이 갔다.

뒤진 와중에도 뇌에 좆이라도 찼나...서려고 하네.


"다음 생은 라인리히 백작가의 노예입니다. 판타지풍으로 들어가시게 되고요. 특전은 능력치와 스킬 알람표 정도 될것 같군요."
"자,잠시만요. 뭔 노예요?"
"라인리히 백작가의 노예요."
"slave할 때 그 노예?"
"네, 그 쪽 언어로 따졌을 때 노예 그거 맞습니다."
'뭘,실실 쪼개냐고....'


총만 있으면 은행강도가  수 있을 정도로 빡치는 기분이 스믈스믈 올라오네.
친절한  하면서 좆같은 인생테크 안내해주면 안 되는거 아닌가?
최소한 '안되셨네요'하면서 측은한 척이라도 하던가 개년아.

"자,잠시만요. 갑자기 죽은 사람 끌고 오더니 다음 생이 노예라뇨? 지금 뭐하자는 겁니까."

꽤나 귀찮다는 듯한 입가의 입꼬리.
진상을 보며 억지로 웃는 표정인데?

'반항해도 되나?...어찌보면 저승사자같은 종류인거 같은데...'


얼떨떨하게 어어어하고 왔긴 했는데, 질문할 시간이라도 가지는게 진상은 아니잖아?
대체 누가 '너 님은 다음생 노예'라는 말에 '개꿀! 노예짓 할 생각에 군침 싹도노'하고 가냐고.


'염병 누굴 호구로 보나.'


사람, 특히 뭔가를 고지해주는 놈들의 말은 그냥 넘어가서는절대 안된다.
눈에  빡 주고, 계약조건 물어봐야지.
내가 '헤헿, 은행원 눈나'하면서 젖탱이에 홀리고, 어? 그런 사람으로 보이는가?


"311,144번 손님. 손님께서는 다음 생에 대한 회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계십니까?"

분명 저 말은 그냥 하는 질문이 아닌, 뭔가 서약서에동봉되는 하나의 녹음 혹은 구두계약이 될 확률이 높다.

현기야, 좆된다 말 잘하자.

의자에 앉은 채로 깊이 생각하는 척 짐짓 고민해보지만...지금 처음 뒤지지,
두 번 뒤진 것도 아니고 지금까지 해 봤자 통장 만들기랑 전세계약 위해서 대출  땡긴거 외엔 딜을 해본 적도 없다.

'뭐라 얘기해야 하는거야? 하...그런다고 고개 꾸벅이고 받아들일 수도 없고...'

저 귀찮음 가득한 은행원의 표정을 보았을 때, 뭔가 다음 생 업그레이드를 해줄 확률은 매우 현저히 적다.

'이런 경우.'


자신이 내놓을  있는 패가 별로 없다면, 일단은 그녀의 안배?에 맞춰서 편승하는 것이 좋다.

"노예로 다시 태어나는 것에 대해서는 별 불만이 없습니다."
"태어나는 것이 아닌, 소환적인 개념입니다.  사실에 대한 확인은...직접 소환에 응하시면 바로 알게 되실 겁니다. 일단 다음 생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는 말씀이시지요?"

"흠...왜 노예로 고정된건지는 모르지만, 신분 상승 혹은 직위 상승이 가능합니까?"
"물론입니다. 그저, 노예는 라인리히 백작가를 넘어 그 쪽 세계관에서는 하나의 시작점에 지나지 않으니까요. 능력을 키우신 다음 직위 혹은 자유인이 되는 사람들이 많답니다."

항상 구라쟁이들이 저런 누구에게나 기회는 있음이러고 약을 팔지.
굳이 은행원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진 않는다.

'제일 중요한건, 그녀의 목적에 수긍하는 척 하면서 꿀팁이든 능력이든뭐든 얻어내야겠지.'

기분을 맞춰줄 생각은 없지만, 일단 노예가 되는 것에 수긍하는 분위기를 보인다.


'들어보니 저 다음 세계관에서는 노예가 보편적인  같은데,  라인리히 백작가? 그곳으로 전생하는 사람들이 가만히 있진 않았겠지. 어떻게든 물고 늘어지는 놈들도 있었을거고...그럴  사탕으로 주어지는 뭔가가 있을 수 있어.'

용사도, 모험가도, 바라지도 않지만 계급 사회 최하위 노예라고 한다.
직업이 노예.

다음 생에서도 보람 없이 죽어라 고생만 하다가 뒤질 팔자십니다라고 하는데 가만히 있을 사람이 어디있는가.

단비 모드로 땡깡이라도 부려서 뭐라도 얻어야지 갔다간 좆뺑이 그지깽깽이 각이다.

"일단...제가 얻을 수 있는 능력은 능력치 확인과 스킬알람표라고 하셨죠?"
"네, 능력치는 자신의 상태와 스텟을 알 수 있는 능력치 표이며, 스킬알람표는 앞으로 직업적인 선택 혹은 사냥, 아니면 상대와의 교류에서 얻을 수 있는 특전을 표시한 레벨이라는 단계적인 시스템이지요."


한 두번 설명해본 것이 아닌 듯한 은행원.

이미 여러명 상대해봤으니 알아서 짜져라는건가?

뭐, 이렇게 된다면 돌직구로 들이댈 수 밖에 없지.


"실례가 안된다면, 여기서 조금의 다른 특전 같은 것을 요구해도 괜찮을까요?"
"하아, 311,144번 최현기 손님."


인상을 찌뿌리는 은행원.

이전에도 이렇게 뭘 달라고 요구하는 사람들이 비일비재였던 모양인  하다.
흠, 좆된건가.

"최현기 손님께서는 그리 좋은 삶을 사신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특혜를 받을 위인적인 행동을 하여 돌아가신 것도 아니구요. 그러니까, 카르마적으로 현재 이 전생피아에서 특혜로 얻을  있는 포인트가 없으시단 말이에요. 알아들으시겠어요?"


아, 전생에서 한 일이 고대로 누적된다고 한다.
업보같은건가?

그렇다면...할 말은 없네.

"여기는 은행으로 보이는데...혹여  업보라는걸 대출 하는 것은요?"


아무리 그래도 노예는 아니지.
민주주의에서  먹고 잘 살던 사람보고 똥폐급 되란 소린데.

"신용도가 없으신 n등급 고객님께저희 전생피아는 드릴 대출 상품이 없습니다."

아, 이대로 가면 노예 확정인데...
포기할까, 귀찮은데.

"뭐, 그럼 어쩔  없죠. 나가는 문은 어디로 가면 됩니까?"
"잘 생각하셨어요. 인생은 원래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순탄하게 가실 경우, 실보단 득이 많을걸 장담합니다."

에휴, 싸워봤자 어차피 한  뒤진거 뭣하러 싸울까.
그냥 가야지 하다, 굳이  자신을 다른 이세계로 소환시킬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왜 굳이 꼭 노예로 가야하는건데?'
"그럼  세계로 가야하는 이유나, 목표 같은 것이 있는건가요?"
"네?"
"이유나 목표 말입니다. 굳이 제가 다음 생을 살아야하는 이유 말입니다."



이미 한 번 살고 다음 생인 부분.
여한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렇다고 굳이 노예로 다시 살고 싶진 않다.

어? 저 년 표정 살짝 흔들렸는데?

"그건 고객님께서 정하시는 부분...이 아닐까요?"
"노예라이프 하라고 만들어놓고 뭔가 목표도 없이 그냥저냥 다음 생을 살라고요?"
"......"

뭔가 제대로 문 것 같은데?
낚시에 입질이 오면 당겨야지.

"이 노예 생활이라는게 일종의 상품이라고 볼 수 있겠죠? 다음 생으로 이전되어 가는 것도 뭐, 제 의지로만 결정되는 그런 길같은거?"

"......."


맥락을  짚은 모양.

"자, 패널티부터 확인해보죠. 노예전생이라는 상품에 대해서 거절하게 될 경우 저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저와 최현기씨, 그리고 여기 전생피아가 곤란해지게 되는 것이죠."
"지금까지 노예 생활 상품을 반대하거나 거절하는 사람은 없었나요?"
"최현기씨. 다른 고객님들의 행동 혹은 협상 과정을 다른 이에게 누설하는 것은 금기입니다."
"아, 그럼 우리는 지금 명령과 하달 과정이 아니라 협상과정이라는 말이네요."



그제서야 최현기가 자세를 고쳐 앉으며 은행원을 노려본다.

그러자, 버릇 없다는 듯 같이 노려보는데  어쩔건데 난 이미 뒤졌고 빠꾸가 없는 사람이라고.

"그렇다고 진작 말씀해주셔야죠. 난  은행원 누나 말투 때문에 아무 특혜도 없이 무조건 노예로 다시 태어나야 하는  알았잖아요."
"최현기씨. 이 상품 자체가 최현기씨에게 제일 드릴 수 있는 특혜입니다. 그냥저냥 살아오신..."
"고객의 삶이 어땠다 품평하는 것도 협상과정인가요? 제가 자존심이 높은 사람은 아닌데...기분이 좀 나쁠라 그러네?"
"......."
"아, 안되겠네요. 조금이라도 더 좋은 조건 없다면 이 협상은 없던 일로 하겠습니다."


꽤나 지금 행동이 강짜스럽긴 했지만, 어쩌란 말인가?
억울하게 유전적인 질병으로 죽었다고 하며, 젊은 나이에 끌려와 강제적으로 다음  님 노예라고 하는데.
여기서 협상에 응해준다는  만으로도 충분히 예의를 갖추는 것이다.

"...애초에 이곳을 최현기씨의 편의에 맞춰 구성시킨 것이 이 문제에 대한 주 요인이겠군요."

그 말과 동시에 은행으로 보였던 새하얀 이 공간이 재구축되기 시작한다.


"어?"

벙쪄짐과 동시에 최현기는 눈 앞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꼈다.

아득하리 만치 넓게 퍼진 검은 우주.

그리고 눈 앞의 은행원 누나는 하얀 실크 소재의 몸을  쯤만 가린 여신 복장으로 변신했다.



'변신소녀같은건가?'

변신소녀라고 하기엔, 폭유인 그녀의 가슴이 눈길을 끈다.

조금씩, 아슬아슬하게 튀어나와 있는 그녀의 그 끝...의 숨결과 함께 움직이는 그것에 시선이 계속 오가는데 어차피 뒤진거 성희롱으로 끌려가진 않을거 같아,

그녀의 숨에 따라 출렁이는  젖가슴에 시선이 움직인다.

은행원 누나가 아닌 여신이었구나...진작 말씀 좀 해주시지...씨발 좆된거 같은데.

"이제 좀 제대로 된 대화가 가능하겠어요?"

그게...눈이자꾸 그 여신님의 풍만한  쪽으로 시선 고정 되는데요?

 위험한 함정인 두 개의 아리따운 굴곡의 U자형 동산 두 개 위의 여신의 눈빛.

천한 짐승을 바라보는  같다.

여신이 정신차리라는 듯, 깊은 한숨과 함께 아래를 가리킨다.

"잠깐 아래나 좀 봐주세요."


붉은 기운이 넘실대며, 그 안에서 거대한 악마 같은 것들이 손을 쭈욱 당겨 최현기를 잡아당기려고 한다.

그, 지옥이라는게 이렇게 가까운 거였구나.

온도는  느껴지는데 딱봐도 시뻘건게 들어가면 여름철 아스팔트 숲 무더위  아이스크림이 되겠네.

사람들이 녹아내리고, 서로의 살가죽을 찢어내리며 올라가려고 아둥바둥하는 모습도 보이고...

"아."
"이해하시겠어요? 노예로 살아가지 않게 된다면 저도 곤란해지고, 최현기 손님도 곤란해지신다는거 말이에요."
"...하하...아직 노예 상품 승낙할 수 있는거죠?"
"네, 이제야  말이 통하니 기쁘네요. 이런 말 하긴 뭐하지만, 특혜...는 줄 수 없고, 헤론느 교단에서 열심히 기도를 올리면 제가 드릴 수 있는 능력이 있을거에요. 신성 스킬 같은...이능으로 말이죠."
"헤론느 여신님인가요?"
"아, 제 이름이 그렇긴 합니다만. 일단 12 우주신  최현기 손님의 다음 생을 관장하는 여신이기도 합니다."
"여신인데 저에게 꼬박꼬박 손님이라고 해주시니 감동이긴 하네요."
"별말씀을, 무엇보다 최현기씨는 다른 세계에서 데려온 인사니까요."

 년  말실수 한거 같은데.

"그 말은 30만 어쩌구하는손님이 아니라 꽤 특별대우를 받을 만한 사람이라는 뜻인가요? 거절하면 저 지옥불이 아니라 본 세계의 후속조치를 받아야 할 사람이라는 뜻 맞죠? 헤론느 여신님의 세계관에 인사조치되서 왔다는 말..."
"자자! 빨리 처리합시다! 저나 최현기씨나 노는 사람도 아니고!"
"네?"

"그 쪽 세계에 가시면 다 알게 됩니다. 에프터서비스를 원하신다면 헤론느 교단에 기도를 올려 주시길 부탁드리며, 건의방법은 기도를 추천드립니다. 앞으로 혹시 헤론느 여신에 대한 다른 신들의 만족여부를 물을 시, 별점 5점이라고 말씀하시면, 감사하겠으며, 지금까지 헤론느였습니다."
"뭐에요? 아직 협상 중..."

'퓌아아앗!'




출렁이는 그 맘마통으로 사람을 현혹시키고 이세계 소환이라니!

와...존나 현명한데?

사라지는 최현기의 육신.

지구와 제일 유사한 판타지아, 전생피아에서 관할하는 311,144번째 이계인 소환이 이뤄지는 날이었다.

"또 우르르 오는구만."


우르르 몰려오는 다른 세상의 사람들.

보스턴 제국령.

헤론느 교단에서 소환되어 오는 이세계인들을 전문적으로 맡고 있는 라인리히 백작가의 거대한 원형 경기장 같은 곳에 수 많은 이계인들이 소환된다.

 많은 인원들이 몰려와 앞다투어 정신 없는 와중.

모든 협상을 간단히 제어하고, 하나의 협상으로 귀결시킬 수 있는 매우 훌룡한 협상법이 나온다.

"여기서 우리 명령을 따르지 않는 자는 모두 죽는다."

석궁과 방패, 창을 꼬나쥔  많은 병사들이 다른데서 소환되어 두런거리던최현기와 수 많은 사람들 앞에 나타났고, 자신도 모르게두 팔을 올리며 항복의 의사를 표시한다.

깜빡이 좀 키고 씨발, 소환 되서 빛 촤아악 하고 퍼진 후에 겨우 눈 떴는데 쇠꼬챙이 보이면 놀라잖아, 씹새끼들아.

[레벨 : 1
이름 : 최현기
직업 : 강제적인 노예.
스텟 :  5 민첩 5  5 지능 5(노예는 모든 능력치가 5로 고정됩니다.)]


[스킬 : 주인님의 안배
주인의 능력여하 혹은 선택에 따라 능력치가 변동됩니다.]

"씨이이발..."


보기만 해도 좆밥 냄새가 스믈스믈 올라오는 상태창과 스킬창.
뭔가 제대로 낚인 호구가 된 것을 인지한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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