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비천색마-563화 (563/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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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1] 사천당가를 털어라

독선, 당예진은 자신에게 채워진 족쇄에 진정으로 자결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정조대라니!

죽을 때도 이걸 차고 죽어야한단 말인가? 당예진의 머릿속은 새카맣게 타들어갔다.

생각해보라.

-사천에 독선 당예진의 비급이 숨겨져 있다더군!

언젠가 먼 미래.

기연을 얻을 자를 위해 당예진은 사천당가의 무공을 제외한 자신의 모든 심득과 깨달음, 그리고 자신이 개발한 특별한 독을 비고에 숨겨두었다.

사천당가가 아닌 당예진 개인이 개발하고 만든 비밀동굴!

가문에 넘겨주기에도 아까운, 오직 자신의 진전을 이어받을 '연자'를 위해 그녀는 은거기인으로 생활하며 얻은 모든 것을 비동에 남겼다.

-이, 이 아리따운 여인이 독선...?

인연이 닿은 자는 비동에 들어와 깜짝 놀랄 것이다.

관에 놓여있는 당예진의 육신은 조금도 부패하지 않았기 때문!

마치 살아있는 것 같은 육신의 껍데기는 그대로 남은 채, 기연을 얻은 자는 아름다운 독선의 육신에 절을 올리리라.

독선은 그런 마무리를 꿈꿨다.

흙에 파묻혀 백골이되는 것 보다는, 방부처리를 해서라도 몸이 썩어 문드러지지 않는 그런 미래를 꿈꿨다.

-나의 진전을 이어받은 자여, 네 독공으로 내가 지상에 남기고 떠난 육신의 허물을 녹여라!

그리고 기연을 얻은 자가 극성으로 익힌 독공으로 자신의 허물을 녹여주기를 바랐다. 백골조차 남기지 않고, 부패한 시신없이 그대로 자연의 일부러 허물어지기를 바랐다.

왜?

자신은 무조건 등선할 것이니!

등선 직전에 육신을 비밀동굴의 관에 반듯하게 누워있다가 하늘로 승천할 것이다. 당예진은 그런 미래를 생각하며 은거 생활을 이어왔다.

그런데.

-오오, 이게 독선 당예진의...아니, 강철 속옷이라고?

정조대 따위를 차고 있다면, 누가 독선에게 경배하겠는가?!

-음부를 가리려고 하는 건가. 지독하시군. ...아니, 안에 철각좆이 끼워져있어? 하하하! 독선도 색(色)에 중독된 건 어쩔 수 없었나보군. 죽을 때까지 색을 탐하다 죽겠다는 것인가! 하하하!

굴욕이다!

사천당가의 최고봉, 사천 은거기인 중 최강, 한 때 천하를 호령했던 흑사접의 이름이 오열하게 된다!

그것도 이곳을 탈출하여 비밀동굴에 숨어들었을 때의 이야기.

만약 비밀동굴에 숨지 못한다면 만천하에 자신의 굴욕이 공개될 수 있다. 생전에도 생후에도, 결코 이 굴욕은 견딜 수 없다.

"으으...."

하지만 아직 색마가 말한 '정액권'은 90시진이나 남았다.

10시진 동안 당한 것도 이미 아랫도리가 패배선언을 해버리고 말았는데, 과연 90시진을 견딜 수 있을까?

-하아앙, 독선은 색마 좆의 노예예요오오! 색마 자지에 중독되었어요오오오오!

와 같은 미래가 펼쳐질 것이다.

"탈출...해야해...!"

당예진은 다른 이들의 앞에 나서기로 했다. 쾌감은 참으면 되고, 또 다른 이에게 다가갔을 때 색마는 자신을 함부로 하지 못할 것이다.

꼴에 부인이라고 당서희는 극성으로 챙기더라!

"젠장, 그 아이.... 내게 무슨 원한을 졌다고 이러는 거지...?"

독선은 당서희가 어떤 행위를 하든 방관했다.

후대의 일에 간섭하지 않는다! 그게 은거기인으로서 마땅히 해야할 미덕이자 덕목이었다.

"아니,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흐읏, 그 아이는 출가외인이다. 천가놈의 부인이야. 하아, 일단 빠져나가야해."

툭, 투둑.

당예진의 허벅지 사이로 투명한 액이 흐르기 시작했다.

찌걱, 찌걱.

"응, 흐읏...!"

자신의 안에 들어있는 철각좆은 정말 두껍고 길었다. 당예진은 이 철각좆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신이 너무나도 미웠다.

색마가 계속 넣고 있으면서 자신의 형태로 맞추기라도 한 걸까?

자신의 아래는 색마의 물건을 마치 수납하기에 딱 맞게 맞춰지기라도 한 것 처럼, 철각좆이 조금도 밀려나지 않고 뿌리까지 깊숙이 들어오게 되었다.

'몸이 원래대로 돌아온 건 고맙지만, 이런 걸 바란 게 아니야!'

차라리 예전에 남자를 한 번이라도 들여본 경험이 있다면, 자신의 보지를 원래대로 돌려달라고 아우성이라도 쳤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되어버리니 당예진 스스로도 긴가민가하기 시작했다.

-너는 처음부터 내 좆집에 딱이었구나. 흐하하!

"이...개...흡!"

당예진은 색마의 조롱에 화를 내려다 입을 꾹 다물었다. 이미 색마는 부인을 데리고 산책을 나갔지만, 행여나 들을까봐 겁에 질렸다.

"으, 으으...."

당예진은 이렇게 쉽게 겁을 먹는 것 자체도 싫었다. 이미 너무 많이 울어서 눈물샘이 마른게 아닐까 싶었지만, 그래도 눈물이 계속 흘러나왔다.

"여기서...나가야해."

당예진은 비틀거리며 비고의 입구로 향했다. 거대한 철문을 열어젖히고 난 뒤, 우물 위로 올라가듯 빠져나가면 그 뒤는 화골산우진이다.

그 정도 진은 쉽게 도망칠 수 있다. 다름아닌 독선이 아닌가?

하지만.

위이잉.

"!!"

당예진은 순식간에 주저앉아버리고 말았다. 아래에서 빙글빙글, 아래 위가 제각기 돌아가며 춤을 추는 철각좆에 그만 다리에 힘이 풀리고 말았다.

"으, 으윽...!"

당예진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돌렸다. 그러자마자 바로 철각좆은 미동을 멈췄다.

"하아, 하아. 설마...."

당예진은 다시 철문을 향해 손을 뻗었다. 당연히, 그러자마자 바로 철각좆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마치 아래에서 속삭이고 있는듯 했다. 나가려는 순간, 쑤컹쑤컹 움직이기 시작할 거라는 걸.

"...."

색마가 자신의 사지를 풀어준 이유는 간단했다.

색마는 자신을 시험하고 있었다. 그리고 확신하고 있었다.

독선 당예진은 쾌락 때문에 결코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할 것이라는 걸.

하액을 줄줄 흘리며, 지린 상태로 가문의 후손들 앞에 절대로 나서지 못한다는 것을!

"아아악!!"

당예진은 비고의 바닥을 주먹으로 치며 악을 질렀다.

"이 거지같은, 아아앙!"

너무나 억울해서 정조대를 붙잡은 순간, 정조대는 옳다꾸나 하며 마구 떨리기 시작했다.

위이잉, 위잉, 위이이이잉.

색마는 당예진이 손으로 정조대를 건드린 순간, 일 각 가량 떨리게 만들었다. 당예진은 일각이나 앞으로 떨림이 계속되어야 한다는 사실에 절망했다.

"...아니야."

당예진은 벽을 짚으며 몸을 일으켰다.

"오히려...이런 떨림이 계속된다면...!"

어차피 느낄 거라면, 한 번 시원하게 지리고, 지리면서 가면 된다!

"그래, 내가 독선인데-"

탁.

앞으로 발걸음을 내딛자마자.

"!!"

발바닥부터 전신까지, 단숨에 짜릿한 전류가 튀어올랐다. 전신이 떨리기 시작하고, 당예진은 전신이 구름 위를 떠다니는 것처럼 눈앞이 아득해졌다.

"아, 아아...."

철푸덕.

당예진은 엉덩방아를 찧으며 주저앉았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전신이 나른해지며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색마의 금제 때문에?

아니다.

그저, 절정에 달하며 체력이 다해버린 것이다.

"으, 으으."

그리고 밖으로 계속 나가려는 마음과 달리, 몸은 어딘가로 가기를 원하고 있었다.

비고 안, 침대.

마치 그곳이 네가 있어야 할 곳이라는 듯, 몸은 침대에 눕기를 바랐다.

따스한 이불이 있는 곳. 안락한 곳. 적어도 침대 위에서는 정조대도 움직이지 않는다.

"...안 돼."

당예진은 비고 안을 기어가기 시작했다. 서책으로 가득한 비고 안에 뜨거운 국물이 뚝둑 흘러내리며 길게 길을 만들었다.

"무조건...도망쳐야해."

끼이익.

비고 안.

밖으로 나가는 통로가 열렸다. 색마와 부인이 나간 것으로 추정되는 바로 그 통로가.

"......도박이야."

분명 밖에서 떡치느라 들어노는게 늦을 터.

아직 기회는 있다.

끼이익.

당예진은 비밀통로 안으로 몸을 집어넣었다.

부르르릇. 부릇, 푸슈으읏.

"...씨이."

흔적을 지운다는 생각은 할 수도 없었고, 그럴 힘도 없었다.

오직, 도망친다는 일념으로 기어갈 뿐.

* * *

당예진에게 정조대를 채운 이후.

나는 당예진에게 온갖 금제를 걸었다.

"사천 땅은 정말 산이 많구나."

나와 당서희가 둘이서 따로 나와 산책을 나서도 될 정도로.

비고 안에는 당가의 진법이 아닌 또다른 결계가 펼쳐져있다. 다른 누구든 비고 안을 들어갈 수 있지만, 오직 당예진만큼은 결코 내 허락없이 비고 안을 나올 수 없게 만들었다.

"여기도 추억이로군."

나는 과거 이시아와 둘이서 당가를 탈출했던 비밀통로를 이용해 비고를 빠져나왔다. 4년 전 이곳을 탈출하면서 당가에서는 동굴을 무너뜨렸다.

하지만 당서희가 그걸 바꿨다.

내가 천무명으로서 그녀를 데려가기 전.

3년간 사천당가에 머무는 기간 동안, 그녀는 비고에서 생활하며 언제든지 도망칠 수 있도록 다시 땅굴을 파냈다.

"힘들지 않았나?"

"일은 제가 하지 않고 가문의 남자들이 했는 걸요. 그것도 가주님이요. 당가의 비고에 있는 비밀통로를 어떻게 저 혼자 결정할 수 있겠어요? 제안은 제가 하고, 나머지는 그분들이 다 알아서 했답니다."

당서희 왈.

비록 당가의 비고를 습격한 자들에게 한 번 서고가 유린을 당했지만, 비밀통로가 없다면 추후 문제가 생겼을 때 도망치지 못할 수 있다.

"독고연이나 제갈선, 모용란의 경우를 예로 드니까 어느정도 수긍을 하더라구요."

"도망치지 못하고 세가 내에서 붙잡힌 경우들 뿐이군. 전화위복인 건가?"

"그렇죠. 설령 비고 안으로 도망을 갔다고 해도 동굴이 막혀있으면...흐흥."

오히려 비고에 갇히게 되는 일이 있을 수 있으니, 비밀통로는 만들어야한다. 대신 당가 사람 이외의 사람이 운용을 할 수 없게 만들겠다.

"그래서 만들어진 진법이 바로 이거예요. 염화살우진(炎火殺愚陣). 당가가 세가를 등지고 도망친다는 건 악착같이 살아남겠다는 의지의 표명인데, 그걸 굴로 뒤쫓아오려는 어리석은 자에게는...."

화르르륵!

당서희가 손가락을 튕기자 동굴 내부가 불꽃이 폭발했다.

"당가의 사람들이 아니면 바로 불꽃을 뿜어낼 거예요. 기관진식으로 설치하고 제가 떠나기 전에 남겨둔 중려신화정의 불꽃이."

"정기적으로 관리를 해야하는 거 아닌가?"

"그래서 왔잖아요. 후후."

당서희는 눈을 찡긋이며 다시 동굴 안을 가리켰다.

"다시 가도록 해요. 아, 당연히 제가 앞이죠?"

"물론이지."

용안을 켤 필요도 없다. 당서희는 일부러라도 자신의 엉덩이를 과시하며 나를 자극했다.

"오랜만에 구멍에 끼우시고 한 번...?"

"그거 좋지."

당서희는 구멍 속으로 상체를 집어넣었다. 그러자 내 앞에는 탐스러운 여인의 하반신만 밖으로 쏙 나오게 되었다.

"크으, 이거지...."

"아, 서방님. 잠시만요. 큰일났어요."

"응?"

당서희는 바로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내게 검지를 입술에 붙이며 안쪽을 가리켰다.

"아무래도 도망을 치려고 이쪽으로 나오려는 것 같아요."

"허어, 정문으로 가지 않고?"

"정문으로 나가려고 하면 안쪽이 윙윙거려서 나가지도 못할 걸요? 제가 그 기분 잘 알죠."

3년상.

과거의 자신을 잊기 위해 당서희는 3년동안 비고 안에서 정화의식을 거쳤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내가 중려신화정을 쓸 때마다 가버린다는 치욕을 겪었다.

다행히 그게 당가 내에서는 너무나도 강한 신공을 배운 것에 따른 부작용으로 연결되었고, 한 때는 방황했지만 몸을 청결히 다스리겠다는 당서희의 의지에 당가의 모두가 당서희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가 시도 때도 없이 가버리는 모습을 보며 동정을 보냈고, 중려신화정을 감히 누구도 익힐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당예진은 현재 그런 상황이다.

언제 시도 때도 없이 가버릴지 모르는 상황.

당서희는 그런 곤란한 상황에 익숙해져있지만, 당예진은 그렇지 않다.

특히 '독선'이라는, 사천 은거기인 중 최고 고수라는 여인이 색마에게 당해 정조대가 채워졌다는게 사방에 퍼진다?

'자결하지 않고는 못 견디지.'

독선은 가버릴 것이다.

소위 쪽팔려서 등선할 것이다.

'그건 막아야지.'

앞으로 남은 100시진 정액권이 한참 남아있다.

그런데 만약 여기서 당예진이 탈출에 성공한다?

'불상사는 원천 차단하는게 정답이다.'

절대 놓치지 않는다.

"서희야. 잠깐 인기척을 죽이자꾸나."

"뭘 계획하고 계시는 거죠?"

"흐흐, 원래 결승선 직전에서 막혀야 좌절감도 배가 되는 법이지."

혈영귀라수. 나는 왼손에 강기를 둘러 입구쪽의 흙을 파내기 시작했다.

"탈출 직전에 출구가 막혀버리는 거, 의외로 제법 있는 일 아니겠느냐."

"그럼 그런 건 어때요?"

당서희는 내게 어떤 제안을 했고, 나는 그녀의 제안에 따라 움직이기로 했다.

"흐흐, 너도 색마 다됐구나."

"저도 천마망교 사람이니까요. 이제는...당당하게 색마부인이라고 해도 되는 거죠?"

"물론. 그럼 부인, 시간에 맞춰 막아주시오. 나는...."

나는 비탈길 위, 사천당가를 가리켰다.

"뒤에서 쫓으리다."

뒤에서 쫓아오는 색마.

길은 하나.

무너지는 출구.

"뒤에서 박기 딱 좋은 그림이군."

독선을 쫓기란 너무나도 쉬운 일이었다.

강호에서는 혈흔을 쫓는다.

하지만 색마는 애액을 쫓는다.

"흐흐흐."

비고 안은 당예진이 지린 흔적으로 가득했다.

"용안."

용의 눈으로, 나는 당예진이 남긴 흔적을 추적했다.

[작품후기]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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