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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무명, 죽다
제갈선을 범했다.
본래 그럴 생각이 없었지만, 제갈선은 스스로 범해지기를 바랐다.
"왜 그랬냐?"
"하늘에서 계시가 내려와서 그래요."
제갈선은 내게 몸을 기대며 베시시 웃었다. 서로 알몸으로 살을 섞은 건 벌써 몇 번이고 있었지만, 오늘은 더 기분이 특별했다.
"저도 나름 선녀인데 천기를 읽을 수 있거든요?"
"음…. 하늘의 계시는 어쩔 수 없지."
하늘에서 내린 명령이라는데 어찌하겠는가? 이는 구천현녀도 인정할 일이다.
색마, 무죄.
"앞으로도 자주해요."
"당연하지. 그런데...뒤로는 이제 안 할 거지?"
"아뇨?"
제갈선은 단호한 목소리로 허리를 아래로 내렸다. 그녀는 내 위에 반듯하게 누웠고, 자신의 뒷보지에 내 자지를 끼웠다.
"선녀 인생의 태반을 뒷보지로 살아왔는데 그건 아니죠."
마치 나를 침대처럼 여기며.
"9:1 정도 비율로, 앞에 아홉 번을 싸면 뒤에 한 번은 싸주세요."
"그것참…."
뒤로 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한 건 아니지만, 앞으로는 앞으로 하고 싶었다.
그런데 당사자가 뒤로 하는 걸 즐긴다고 하면, 나는 어떻게 반응해야할까?
누군가는 자신의 취향에 이끌리도록 몸으로 설득할 것이고, 누군가는 좋다고 범할 것이다.
"싫은데?"
하지만 나는 다르다.
"나는 내가 넣고 싶은 곳에 넣을 것이다. 너는 그냥 얌전히 범해지면 돼."
"...그것 참 색마다운 말씀이시네요."
나는 제갈선의 배에 손을 올렸다. 자지가 뒷보지 안에 들어있지 않았다면, 뒤에서 끌어안고 사랑을 속삭이는 모습처럼 보였을 것이다.
"공자. 한 가지 부탁을 드려도 될까요?"
"무슨?"
"공자의 색공을 서책 한 권으로 정리하고 싶어요."
"나의 색공을?"
"네. 나중에 누군가가 비천색마의 일대기를 봤을 때...그가 취한 수많은 여인들과 어떤 식으로 사랑을 나눴는지 알 수 있게끔."
제갈선은 천장을 향해 손을 뻗었다.
"책으로 남는다면 후대에 널리널리 퍼질 수 있겠죠? 그리고 공자도 살면서 비급 하나 정도는 남겨야잖아요. 공자의 무공에 대한 건 제가 표현하지 못하지만, 색공에 대한 건 제가 글로 쓸 수 있어요."
"흐흐. 그럼 나의 방중술이 색공이 되겠구나."
"저 멀리 서역인가…? 거기서는 색공 교범으로 48가지 체위를 엮었다고 하던데요? 어때요?"
"음…."
끌리는 제안이다. 그리고 그걸 지금부터 새롭게 정리해나간다고 한다면….
"1장 1초부터 새롭게 시연을 보여야겠구만."
"네. 다양한 체형의 여인들을 상대로 하시고…그걸 제가 직접 몸으로 겪어보면서 초식으로 남기는 거죠."
"네가 직접? 흐흐, 은근슬쩍 자기가 다 해보려고 하는 것 봐라?"
"은근슬쩍이라뇨? 저는 공자랑 하는 것의 즐거움을 깨달아버렸단 말이에요."
제갈선은 내 손을 자신의 보지에 직접 올렸다. 나는 아래로 내린 손을 그녀의 속으로 밀어넣었다.
"흐으으…. 이런 것도 다 기록할 거에요. 색마신공 팔초 제 일장, 와후장룡이라거나…."
"이상한 초식 명 만들 생각하지 말고, 그냥 적당히 아무거나 붙여둬라. 이름이 중요하냐? 그림과 실제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묘사가 중요하지."
"그것도 그렇네요. 흐흐, 그럼 허락해주신 거죠?"
"그래. 대신...이름은 전부 다 바꾸어야 하느니라."
"그거야 물론이죠."
미래.
나는 제갈선에게 나의 모든 색에 대한 기록을 맡겼다. 색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에게 큰 도움이 될 터.
도움이 안 되더라도 상관없다.
내가 색공을 펼치는 이들과 얼마나 사랑을 나눴는지, 그리고 내가 얼마나 잘 하는지 자랑하려고 하는 것도 있으니까.
"은거기인은 죽어서 기연을 남긴다면, 색마는 살아서 색공을 남겨야지."
"후훗, 그런 건가요? 비천색마의 색공서를 얻는 자, 천하의 여인들을 취할 수 있으리!"
"어허. 어디 남자들 뿐이겠느냐?"
나는 제갈선의 보지를 간질였다. 안쪽을 손가락으로 긁을 때마다 뒤가 강하게 조였다.
"나의 색공을 본 여인이 있다면, 천하제일의 색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색은 남녀 모두에게 통용되는 것이니."
"푸흡, 여인이 그런 거 볼 것 같지 않은데요."
"뭘. 그런 걸 쓰는 자도 있는데. 그거 아느냐? 얼마 전에 하오문 쪽에서 풍문으로 들은 건데, 네가 쓴 천색록에서 주인공들의 이름이 뒤바뀌었다고 하더구나."
"아, 그거요? 그거야 읽는 분이 자신의 이름을 넣어서 좀 더 몰입할 수 있게…."
"천무명과 남궁패던데?"
움찔.
"선아. 나는 그게 네가 쓴게 아니라고 믿고 싶다."
"그, 그렇죠. 당연히 그렇죠. 하하, 제가 남자 둘이서 하는 걸 쓸 리가 없잖아요?"
제갈선은 당당했다.
"음양의 조화가 괜히 있는게 아닌데, 뭐하러 양기가 서로 들끓는 걸 쓰겠어요. 남색은 제 취향이 아니에요."
"그렇다면 다행이고."
나는 대공자 주지같은 자가 아니다.
"그럼 선아. 올바른 성교육을 위한 교본을 위해서 좀 더 경험을 쌓아야겠지?"
쪽.
나는 제갈선의 정수리에 얼굴을 묻었다.
"어디다 입을 맞추시는 거죠."
"흐흐흐. 부끄러워하기는."
선녀는 다른 일반 여인네들에게서 느껴지는 냄새와 달리, 정신을 맑게 해주는 체향이 가득했다.
"첫 경험 기념이다. 오랜만에 내기를 잔뜩 불어넣어주마."
"아, 아으응…. 고, 공자…."
제갈선은 책상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 글 쓰게 뒤집어주세요…."
…
찌걱, 찌걱.
언제나처럼, 나는 엎드린 제갈선의 위에서 그려를 범하며 제갈선이 쓰는 글의 글감을 만들었다.
바야흐로.
천색록 제 0장, '와룡화'의 장.
"...네가 왜 0장이야?"
"저자특권!"
"......맘대로 해라."
그곳에는 모든 색공이 총망라되어있었다.
"너 태극마망유 안 되잖아."
"적당히 큰 가슴이라고 날조해서 쓰면 되거든요? 아니면 키워주시든가요. 아이 가지면 가슴도 크겠네. 흥."
"......."
* * *
야심한 밤.
폭룡, 남궁패는 잠을 자지 못하고 숙소의 정자를 향했다.
와장창!
누구도 그의 근처에 가까이 가지 못했다. 남궁패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허리를 숙였다.
"가주님, 소자 패 왔습니다."
"...패냐?"
남궁세가의 가주, 남궁산은 술에 잔뜩 취해있었다.
그의 주변에 널린 술병의 수는 세는게 어려울 정도로 많았고, 몇 걸음 떨어져 있음에도 남궁산의 몸에는 술냄새가 과하게 풍겼다.
"그래, 큭, 한 잔 했다."
한 잔. 실상은 한 궤짝은 훨씬 넘었다.
"많이 취하셨습니다."
"취하지 않으면? 유린이가 그렇게 졌는데. 흐흐, 남궁의 날개 한 쪽이 꺾이는 구나…."
"......."
남궁패는 침묵했다. 술에 취한 남궁산을 상대로 그 어떤 말을 해도 통하지 않을 것 같았다.
"패야."
남궁산은 남궁패의 어깨를 두드렸다.
"너는 걱정하지마라. 내 이미 준비는 다 끝내놓았다."
"...가주님?"
"흐흐, 네 승리는 누구도 건드릴 수 없을 것이다. 그래. 설령 맹주라고 하더라도…."
"무엇을…."
"내가 아직 포기했다고 생각하느냐? 천만에. 독살, 암살, 폭살. 그 모든 수단을 전부 다 동원할 것이다. 네 승리를 위해."
남궁산의 눈에는 귀기가 서려 있었다. 심지어 그의 눈동자는 붉게 물들어있었다.
"설마…!"
"나는 남궁을 위해서라며 마라에게도 혼을 팔 수 있다."
"아버님, 이건 아닙니다…!"
"아니다? 아니라? 무엇이?"
꾸우욱.
남궁산의 어깨를 쥔 남궁패의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갔다. 화경 고수가 전력으로 잡아 누르는 힘에 남궁패는 인상을 와락 찡그렸다.
"오만방자하구나! 네가 정녕 천무명 그 자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으냐? 네가 정녕 그게 가능할 거라고 보느냐?!"
"예!!"
남궁패의 사자후에 남궁산은 어안이 벙벙했다.
"네가, 이긴다고?"
"물론입니다!"
남궁패는 자신의 가슴을 당당히 두드리며 소리쳤다.
"입에 담기에도 쓴 말이지만, 모용 소저도 자신보다 강하다고 평가받는 유린이를 이겼습니다. 그런데 제가 어찌 이기지 못할 수 있겠습니까? 강호 무인의 대결은 붙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법입니다!"
"...하. 네가 환상에 아직 젖어있구나."
남궁패는 울컥했다.
"현실을 직시해라. 너는...진다. 순수한 실력 싸움으로 간다면 패배할 수밖에 없어."
아무리 술에 취했다고는 한들, 결승전을 눈앞에 두고 있는 자식에게 이런 소리를 해야하겠는가?
"나 조차도 그 자를 상대로 그냥 싸웠을 때 백중지세거늘, 나조차 이기지 못하는 네가 어찌 이겨보겠다는 것이냐?"
"이길 수, 있습니다…!"
"하! 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남궁산은 배를 잡고 껄껄 웃었다. 하지만 남궁패는 주먹만 부들부들 떨 뿐, 의지를 강하게 다잡으며 허리를 숙였다.
"내기하시겠습니까?"
"내기?"
"제가 천무명에게서 무공으로 승리를 따낸다면, 제가 남궁세가를 이끌 것입니다."
"......허."
남궁산의 광소가 뚝 끊겼다. 방금 전까지 술에 취한 사람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그는 분위기가 순식간에 변했다.
"건방진 놈."
남궁산은 술병을 들고 남궁패에게 던졌다.
퍼억.
남궁패의 어깨를 맞고 날아간 술병이 정자 아래 호수에 빠졌다.
"오냐. 좋다. 하지만 명심해라. 너를 이기게 만드는 것은 네 무공이 아니라…."
남궁산은 남궁패를 비웃으며 삿대질했다.
"바로 나, 네 아비라는 것을."
* * *
와아아아ㅡㅡㅡ!!
관중들의 함성이 넘친다. 나는 대기실에서 나의 시간이 다가오기만을 기다렸다.
이미 구룡 중 팔룡이 정해졌다.
그들 중에는 내가 익히 아는 얼굴도 있었고, 생전 처음 들어보는 이름도 있었다.
웅성웅성.
대기실까지 들려오는 소음에 나는 귀를 기울였다. 그들이 하는 말 대부분 비슷했다.
남궁패가 운이 없다.
하필 9조에 걸려서.
다른 조에 편성되었으면 진작 폭룡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을텐데.
다른 무사들의 경기를 봤기에 관중들 모두가 깨달았다.
다른 8룡보다도 더 강한 존재가 남궁패라는 것을. 남궁패는 그 누구와 붙어도 이길 수 있었다는 것을.
이번 용봉지회는 남궁이 완전 망했구만.
대진이 이렇게 된 걸 어쩌겠는가?
죽음의 조에 걸린게 잘못이지.
대진운이 나빴다!
남궁패와 남궁유린의 불운은 그렇게 정리할 수 있었다.
천무명만 아니었으면 우승일텐데.
천무명.
나다.
남궁패를 쓰러뜨리고 구룡 중 으뜸이 되기 위한 자로서 승승장구하려는 자가, 바로 나다.
"...큭."
나는 내 얼굴 위에 씌워진 인피면구를 살폈다. 천무명의 얼굴 아래에는 나의 원래 얼굴이 있었다.
"얼굴에 철면피 깔고 한 번 사기 쳐보자."
나는 스스로에게 다짐하며 검을 들었다. 밖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는 점점 잦아들었고, 나는 비무대 위로 천천히 올라갔다.
천무명!! 천무명!! 천무명!!
아직 남궁패는 비무대 위로 올라오지 않았다.
도전자는 나다. 그러므로 내가 먼저 올라오고, 일단은 무림 배분상 선배인 그가 비무대에 올라와야 한다.
저벅, 저벅.
남궁패는 굳은 얼굴로 비무대 위에 올랐다. 폭풍전야와도 같은 고요함이 내려앉은 가운데, 그는 내게 포권을 취하며 인사했다.
"전력으로. 아쉬움 없이."
"물론이오."
도발은 없다.
천무명은 불필요한 도발을 하지 않는다. 남궁패도 마찬가지.
서로 검으로 말하는 자들이기에, 우리의 준비는 누구보다도 빨랐다.
"보, 본선 9조! 결승전!!"
심판의 사자후와 함께.
"시작!!"
남궁패가 먼저 검을 들고 달려들었다.
선공은 하수가.
고수는 선수를 양보하는게 미덕.
도전자인 내가 먼저 뛰기도 전에, 강호의 법도에 따라 남궁패가 먼저 내게 뛰어들었다.
캉!
빠르게 검을 튕겨내며 거리를 벌렸다. 남궁패는 첫 합을 나눈 것 만으로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젠장…!"
직접 검을 맞대어봐야 직성이 풀리는 자는, 의외로 실제로 해보고 나면 깔끔하게 승복하는 경우가 많다.
"...미안하오."
남궁패는 내게 사과했다.
"추하게 보일지라도, 나는 반드시...이겨야겠소!"
질 걸 알면서도 끝까지 싸워보려는 저 의기를 보라.
'저게 검황이지.'
미래의 검황.
혈강시로서 싸웠던 기억 중, 가장 힘들고 악착같이 싸웠던 존재.
"그런가. 하지만 결과는 정해져있지. 어디, 끝까지 해보시오."
네.
승리로.
'나는 지러 나왔으니까.'
연극의 주인공은 천무명.
대적자는 남궁패.
그는 전혀 모를 것이다.
이미 남궁패는 천무명에게서 '이기기로' 내정되어 있다는 것을.
전투에서는 이길지 몰라도, 전쟁에서는 이기지 못할 것이다.
내가 이번 용봉지회를 통해 얻고자 하는 건 명예.
그걸 위해서라면, 나는 비무에서도 질 수 있다.
"흐아앗!!"
내게 검을 휘두르려는 남궁패의 뒤.
비무장 으슥한 곳에서, 그림자 속에 숨어 붉은 눈을 반짝이는 '흉수'가 활을 들고 있었다.
'구룡의 마지막 자리는 네가 가져라.'
나는 하늘을 가질테니.
흉수의 활은 정확히 무림맹주 독고자영의 옆, 특별 좌석에 앉아있는 '이시아'를 가리키고 있었다.
[작품후기]
사기꾼 총 집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