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비천색마-545화 (545/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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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봉지회의 끝

혈맹월교.

그러니까 해남혈맹교는 지금까지 다소 알려지지 않았다.

혈맹월교가 하는 일이 무엇인가?

녹림 때려잡기.

표행 안전하게 이행하기.

물건 특급 배송하기.

무림 남부에서는 이제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무방한 체계로 자리잡혔고, 그게 서서히 중원으로 올라오고 있는 중이었다.

그들의 특징이 있다면, 전반적으로 붉은색 옷에 금빛 자수가 들어간 옷을 입고 다닌다는 것.

이외에는 특별히 알려진 바가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분명히 소복에 피가 번지듯 무림을 좀먹어들어가고 있었다.

혈교의 움직임에 누가 감히 따지고 들겠는가? 관에 힘을 실어주겠다고 하는 미친 무림세력을 상대로 무림맹이 어떤 견제를 할 수 있겠는가?

혈맹월교의 맹주가 미친 존재인 건 차치하고, 그들의 주요 전력은 과거 구파일방의 한 세력이었던 '해남파'다.

-강 형! 왜 혈교의 무리에 몸을 담은 것이오?

-나의 처자식을 위해서일세.

-아무리 처자식이라고 한들, 의협심으로 가득차있던 강 형은 어디로 사라진 것이오?!

-의협심이 밥 먹여주던가?

강호인들은 적극적으로 혈교인들의 움직임을 방해하지 못했다.

명분이 없다!

녹림을 물리치겠다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일은 결코 나쁜 일이 아니다. 오히려 민간인을 약탈하고 중원을 어지럽히는 도적들을 퇴치하는데 누가 감히 막아서겠는가?

복면을 쓰고 혈교의 무리를 막아서는 자가 있다?

복면이 벗겨지는 순간, 앞으로 평생 고개를 들고 다니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혈교는 남해에서 광동, 그리고 천천히 그 세력을 넓혀나가고 있었다.

사람들은 이들의 존재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다. 무림맹에서 적극적으로 해남혈맹교에 대한 정보를 은폐하기도 했고, 그들의 일상에 큰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인, 중원 최고 미인 금소예. 해남혈맹교...아니, 이제는 혈맹월교의 소교주로서 여러분들께 다시 인사드립니다."

무대 정중앙에서 혈소예는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 상대에 대한 예우는 전혀 없었다.

"이, 이런 건방진...! 내가 보이지 않는 것이냐?!"

"그야 이겨버리면 금방 내려가야하니까요."

혈소예는 건방진 미소를 지으며 사방을 훑었다. 무복도 적색으로 입으니, 비무장 위에 핏빛의 꽃이 피어오른 것처럼 아름다웠다.

"중최미봉은 이제 없어요. 이 자리에서 당신을 이기고, 당당히 이야기하도록 하죠. 저는...혈월화(血月花)라고."

"!!"

모두가 경악했다.

용봉지회라는 것이 무엇인가? 구룡을 뽑고, 육'봉'을 뽑는 대회다!

비무대 위에서 참가자가 스스로의 별호를 정하고 감히 끝에 화(花)를 정하니, 이 얼마나 불손한 행위인가!

"너, 너...!"

관중석의 누구도 감히 비무대 위로 뛰쳐올라갈 생각을 하지 못했다. 혈소예는 여느때보다도 당당한 얼굴로 사방을 둘러봤다.

"육봉쟁패? 흥. 육봉이 뭐에요, 육봉이. 어떻게 이렇게 아리따운 여인의 별호에 봉(鳳)따위를 붙일 수가 있냐고요. 봉은 수컷인데. 이름부터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웅성웅성.

사람들은 서로 혈소예의 말이 진실인지 아닌지 떠들기 시작했다.

봉황.

봉(鳳)과 황(凰). 각기 수컷과 암컷을 의미하는 말이다.

"그러니까 용봉지회는 이제 끝이에요. 육봉쟁패가 아니라, 진정한 꽃을 겨루는 승부."

혈소예는 전방에 지탄을 날렸다. 상대였던 여자 무인은 지탄 한 번에 비무장 밖으로 날아갔다.

"누가 가장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을 수 있는지, 어디 한 번 대결해보자고요."

이미 그녀는 자신이 본선에서 우승하는 걸 기정사실로 만들었다.

"다들 알잖아요? 이미 누가 올라갈지."

그러면 안 되지만, 모두가 공감했다. 혈소예의 말은 그 누구도 반박하지 못했다.

흑백이화 중 태극화가 빠지고.

혈교가 녹림을 몰아내며 산주봉이 빠졌다.

결국 남은 사람은 여섯 명.

그들은 이전과 똑같은, 아니 이전보다 더 강해진 채 사람들의 앞에 섰다.

"고민이나 하세요. 어떤 꽃으로 불릴지. 솔직히 다들 봉봉봉 소리 듣는 것보다는 꽃이라고 불리는게 좋잖아요?"

혈소예는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누가 가장 하늘에 어울리는 꽃인지, 모두의 앞에서 증명해보이겠어요."

혈소예는 전역에 도발을 날렸다.

"이, 혈맹월교의 혈월화 혈소예가 말이죠."

* * *

혈맹월교의 이름은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꺄하하!"

혈소예는 침대 위에서 배를 잡고 깔깔 웃었다.

"봤어요? 무림맹주의 표정? 아주 썩어있던데."

"썩은 수준이 아니었지. 장인어른...혈교주가 없었으면 너 아마 말하기도 전에 비무장 밖으로 끌려나왔을걸."

"어머, 저 여잔데요?"

"여자라고 봐주는 사람이 아니잖냐."

혈소예의 선동 겸 혈교 홍보는 무림맹주의 묵과하에 이루어진게 아니다.

당시, 관중석에 있던 혈교주는 무림맹주를 노려보고 있었다. 무언의 압박이었고, 무림맹주는 혈교주를 신경쓰느라 빠른 대처를 하지 못했다.

그리고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다면....

"잘했다, 연아."

"히힛."

독고연이 옆에서 도왔다.

"검희봉보다는 차라리 선검화(仙劍花)가 더 좋죠. 개인적으로는 자청선녀라는게 더 좋지만...."

혈소예가 비무대 위에서 말할 때, 독고연은 독고자영의 옆에서 중얼거리듯 말했을 뿐이다.

"봉...봉...봉...."

그저 봉이라는 말만 계속 반복했을 뿐이다. 상심한 얼굴로 그녀는 한 마디를 덧붙였다.

"별호가...봉?"

"빙백봉이나 와백봉은 그래도 괜찮은 것 같은데요."

제갈선은 자신과 유설라를 가리키며 씩 웃었다. 그녀 또한 제갈세가의 사람들을 상대로 직접 설득에 나섰다.

"...저같은 경우에는 장문인이 도우셨습니다."

유설라는 류서시의 도움을 받았다.

이미 예전에 강호의 '봉'이었던 자는, 은근히 봉이라는 명칭에 대해 꺼리는 기색을 보이며 아미파의 사람들을 진정시켰다.

"나는 천마야. 봉 따위로 나를 부를 수는 없지."

이시아는 봉의 별호를 거부했다.

"솔직히 지금까지는 용봉지회에서 얻는 봉이라는 칭호에 대해 정면으로 거스를 수 없었지만...."

"이제는 다르죠."

사실상 육봉 중 다섯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확실한 다섯 여인은 서로를 바라보며 씩 웃었다.

"만약 별호에 무슨무슨 봉이라고 붙인다고 하면...."

"단체로 육봉의 자리를 거부해버리죠."

"우승은 했지만 정작 육봉은 다른 이가 받는다라...."

"누가 받으려고 할까요? 거저받듯, 적선하듯 받는 별호를."

"절대 안 받지. 다들 자존심으로 충만한 사람들인데."

집단 사퇴.

용봉지회에서 육봉이 결정되자마자 다섯 여인이 단번에 별호를 반납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가가, 저는 무슨 꽃이 되면 좋을까요?"

"공자, 혹시 별호 추천하는 거 있나요?"

그들은 이미 어떤 꽃이 될지 궁금해했다.

"모처럼 다섯이 조용히 모인 자리에서 이야기하는게 꽃의 이름이라니."

"네, 다음 천무명."

"......."

혈소예의 말에 나는 명치를 얻어맞은 것처럼 정신이 확 트였다. 다섯 여인은 동시에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고보니 공자는 계속 천무명으로 살 거예요?"

"천무명으로 있는 것도 좋지만, 저는 가가의 본모습을 사람들이 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하는데요."

"공개는 할 생각이다. 내일 경기에 나갈 때는 본모습 위에 천무명의 인피면구를 쓴 상태로 나갈 계획이다."

남궁패와의 대결에서 승리한 다음, 인피면구를 벗어던질 것이다. 붉은 머리로 나타나면 혈맹월교의 사람인 줄 알테니, 머리칼은 평범한 검은색으로 출전한다.

대신.

"이름은 나중에 확인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네? 왜요?"

"그야 내가 정한 이름을 가장 먼저 듣는 건...."

"......."

모두가 나를 향해 눈을 흘겼다. 열개의 눈이 나를 노려보며-심지어 색은 세 개다-불만을 드러내니, 나는 괜히 등골이 오싹했다.

'견뎌라. 여기서 넘어가면 안 돼.'

앞으로 평생 나의 이름이 될 이름은 저들과 '신혼 첫날밤'을 보내며 말하면 된다. 처음 들려줄 대상에게 아직 밝히지 않았으니-

"저거 유월 언니랑 혼례 치를 때 자기 이름 밝히려고 하는 거네."

"......."

혈소예의 말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팽유월.

단지 이름 세 자 만으로 모두가 침묵하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유월 언니가 부럽다...."

"첫 만남은 상당히 그렇지만, 그 뒤의 관계를 생각하면 너무나도 끌린단 말이죠...."

"아이가 둘...."

"심지어 공식적으로는 천무명의 첫 혼인 상대이기도 하니. 하하, 나 참...."

"......."

나는 허리를 반듯하게 세우고 답했다.

"그래서 너희는 몸으로 나의 소예신공을 강제로 해제시킨 적이 있더냐? 너희 중 내게서 내 허락없이 정자를 갈취한 사람이 있다면, 지금쯤 배가 불러서 아이 태명을 짓고 태교하고 있었을 것이다."

"끙...."

나는 팽유월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살짝 거짓을 섞었다.

팽유월.

그녀가 천가장에서 가장 강력한 입지를 다진 근원은 월아다.

하지만 월아가 어떻게 생겼는가?

팽유월이 너무 꼴려서 임신시키고 싶다는 생각에, 그냥 아무 생각없이 싸질러버렸다. 그랬는데 진짜로 임신하더라.

그래서 팽유월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나는 약간의 허풍을 섞었다.

-팽유월은 보지로 내 정자를 갈취했다.

덕분에 팽유월은 누구에게도 인정받는 여인이 되었다. 현경도 화경도 아닌, 당시 절정보다 못한 수준의 여인이 나를 상대로 정자를 따냈다?

"나도 아이 가지고 싶다...."

그저 부러워할 뿐.

"나도 임신 잘 할 수 있는데...."

독고연이 일부러 흘리듯 한 말 덕분에 나는 모두의 시선을 또다시 받았다. 이제는 서로 번갈아보며 이야기를 나누면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차마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우리, 지금 용봉지회에 암약하고 있는 위주지의 잔재를 지우려고 모인 거 아니었나...?"

그렇다.

독고연이 독고자영으로부터 잠시 벗어나 굳이 하북팽가의 밀실에 온 이유.

그것은 앞으로 구룡육봉이 정해지는 경기, 즉 최종전을 눈앞에 두고 벌어질 어떤 세력들의 행동을 저지하기 위해서였다.

"준비는 완벽해요. 제갈은 준비 끝났어요."

"아미도."

"당가와 검각에서도 아래에서 움직이고 있고, 하오문에서도 최대한 개방의 눈을 피해 움직이고 있지. 그렇게 신경쓰지 않아도 돼. 지금 혈교 사람들도 모여있으니까."

"......벽력탄을 모아서 터뜨린다는 첩보에도 이렇게 긴장감이 없다니."

우리는 누군가로부터 '관중석에서 벽력탄을 터뜨릴 것이다'라는 첩보를 입수했다. 정말 의외의 사람으로부터 얻은 정보였다.

그게 당장 내일 터지기 직전인데, 이들이 얘기하는 주제는 벽력탄은 전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주제는, 오로지 임신.

색(色).

누가 가장 아름다운 무림제일화가 될 것인가.

누가 가장 사람들로부터 칭송을 받는 미(美)를 자랑할 것인가.

"하오문주가 그랬다면서요? 저희 다섯 명 중에 누가 가장 아름다운가 표를 모은다고."

"...그래."

하오문주.

그는 용봉지회에서 여인네들의 치맛자락을 쫓아다니는 모습을 보이며 무림맹과 암약 세력들의 시선을 분산시켰다.

연막 작전.

아래에서는 연사가 사람들로부터 정보를 모으고 있었다.

문제는 그 정보를 바탕으로 심각한 논의를 하는 것보다, 연막 작전으로 펼친 '인기 투표'가 더 중요하게 생각되고 있다는 것.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현경 고수들이 지금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벽력탄이 터지겠어요? 후후, 벽력탄은 터지기도 전에 전부 제거될 거에요."

"가가.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어요."

독고연은 모두를 대표하여 활짝 웃었다.

"이미 벽력탄, 다 못쓰게 만들어놓았으니까."

"......."

솔직히 이제는 나도 별 관심이 없지만, 나름 벽력탄을 터뜨려 무림 전체에 혼란을 일으키려는 대공자의 잔당 세력들에게도 조금은 관심을 줘야하는게 아닐까.

"뭐하러요?"

"내가 말했나?"

"오빠 눈이 그렇게 말하고 있는 걸요."

"......."

슬픈 일이다.

전생에는 독고자영을 암살하는 것으로 용봉지회를 완전히 끝장내버리고 정마대전의 문을 열었던 이들이 이제는 대중의 관심 밖으로 사라지게 되다니.

"인기 투표라.... 무공은 제외하고, 순수한 여인의 매력으로 대결해야한다니."

"용봉지회에는 아무런 영향은 없지만, 천가장에서는 중요한 문제죠."

"그러면 그거 어때요? 이번 용봉지회에서 여섯명 중 으뜸을 가리는 대회를 여는 거예요. 그럼 그 우승자가 우승 기념으로 임신하는 거로."

"앗."

"...헤에."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며 전의를 불태웠다. 아이를 가지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가 싶지만, 이들에게 있어서 아이란 몹시 중요한 문제였다.

'나도 좋지.'

내가 이들과 인연을 맺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니까.

"기념이다."

나는 당당히 선언했다.

"1등하면 그 사람이 제일 먼저 임신하는 것으로."

[작품후기]

스토리 삭제당한 이들에게 묵념.

거의 완결에 가까워진 이 시점에서 인기투표 갑니다.

일러 나온 10명을 기준으로, 공평하게 같은 일러레 분이 그려주신 일러로 갑니다.

용봉지회 나온 5명 임신은 전체 표 중에서 다섯 명을 따로 계산하겠습니다. 이 중 우승자가 임신합니다.

중복 투표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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