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비천색마-543화 (543/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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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봉지회의 끝

연붕의 경기는 6조다.

즉 내가 이미 많은 시간을 현녀와 혈녀를 상대로 사용했기에, 이미 나는 다른 이들의 경기를 모두 놓쳐버리고 말았다.

"아, 좆됐다."

진짜로 좆됐다. 연붕의 경기 따위야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다른 경기는 얘기가 다르다.

"우리 소예 중최미봉 안 되는 거냐?"

"걱정마, 오빠. 이번 경기는 역순으로 진행되니까."

“역순?”

“육봉쟁패 이번에는 역순으로 진행되거든. 하하, 이건 몰랐지?”

혈소예는 능글맞게 웃으며 자신을 가리켰다.

"아무리 나라도 성행위에 미쳐서 내 경기에 결장하는 짓은 안 하지. 오빠도 천무명이었으면 바로 정신 차리고 갔을 거 아냐."

"그렇긴 하지. ...후, 괜히 쫄았군."

"제, 제자야…."

몸단장을 마친 현녀는 나를 찾았다.

"이, 일단 나도 풀어주면 안되겠느냐?"

현녀는 혈소예의 혈강에 의해 여전히 사지가 묶여있었다.

“이, 이대로 또 방치되는 건 싫다….”

다행이라면 다행스럽게도 팽유월의 옷 중 맞는 옷이 있어 알몸은 아니었지만, 여전히 현녀는 삼류무사보다 못한 수준으로 전락하여 침대에 구속되어있었다.

“아니면...혈녀만 보내고 둘이서….”

“그건 안 되지.”

꾸우욱.

“으, 으읏…!”

소예가 혈강을 당기자마자 현녀의 몸을 구속한 강기의 구속끈이 더욱 몸에 찰싹 달라붙었다. 나체가 아니라 옷을 입은 채로 묶여있으니 더 자지가 불끈 달아오른다.

"씁…."

혈소예만 보내고 잠시 스승과 진솔한 대화를 나눌까?

"어허, 오빠. 사람들 앞에 서야하는데 발기한 상태로 나갈 거예요?"

나는 바로 혈소예에게 붙잡혔다.

“다른 사람들 그래도 본선 출전하는 경기 전인데 보러가야죠. 바지 아래에 불룩 튀어나온 상태로 오빠의 실체를 과시할 건 아니잖아요.”

"발기가 자동으로 되는데 그럼 어떻게 하냐."

아무리 내가 혈마라고 해도 자지에 몰리는 혈기는 억제할 수 없다.

한 번 세운 자지를 한 발 빼지 않고 강제로 가라앉게 만든다?

억누르는 순간 나는 색마가 아니게 되며, 내 무공도 망가지게 되리라.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는 건 할 짓이 아니다.

"그냥 스승님 데려갈까. 대회장에서 확 남들 모르게 범해버리게."

"흐응, 그것도 좋은 생각이네요. 그건 어때요? 오빠, 천무명이 데리고 다니는 여제자."

"뭐, 뭣…?"

나는 절로 귀가 쫑긋 섰다. 스승은 벌써부터 나를 바라보며 침을 삼키기 시작했다.

“백천화처럼 변장을 시키는 거죠. 그리고 옆에서 여종처럼 데리고 다니다가 중요한 순간에 으슥한 곳에서...흐흐.”

역시 혈소예. 나는 현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스승님. 한 가지 묻겠습니다. 백천화의 모습은 도대체 무엇입니까?"

"...내가 20살 여인이었을 때의 모습이니라."

"그럼 지금은?"

"...대략 27세의 육체에서 나이를 더 먹지 않고 있다."

20살과 27살.

당연히 육체적으로 큰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는 외형이었다. 27세의 현녀가 여신의 외형이었다면, 20세의 현녀는 분명히 더 젊어보였다.

“그럼 20살 때의 모습으로 바꿀 수 있습니까?”

“...내공만 조금 허락받으면.”

“소예야.”

혈소예는 기다렸다는 듯 손가락을 튕겼다. 현녀의 몸에서 서서히 맑은 내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으으, 내가 혈녀의 인형이 되다니….”

“후후. 이제는 갈 때도 제 허락 받고 가야할 걸요?”

혈소예는 소예신공, 그러니까 난관을 자신의 혈기로 묶는 태극혈영신공으로 현녀의 몸에 대한 지배권을 얻었다. 딱히 지배할 생각은 없지만, 혹시나 현녀의 몸에 구천현녀가 깃들었을 때를 대비한 안전장치다.

"그럼 스승님은 지금부터 저를 스승님이라고 부르십시오. 저도 스승님을 다르게 부르겠습니다."

사제지간의 역전이다.

나는 스승의 스승이 되고, 스승은 나의 제자가 된다.

그럼 현녀가 내 곁을 졸졸 따라다녀도 다들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으리라.

"그, 그럼 나도 데려가 줄 것이냐…?"

"최소한 여기서 구속해놓고 방치시켜놓느니, 차라리 옆에서 데리고 다니면서 꼴릴 때마다 박아드리겠습니다. 어떻습니까?"

현녀는 나와 혈소예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시간이 없습니다. 소예 경기 시작하기 전에 빨리 가야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스승님."

결국 현녀는 자존심을 굽혔다. 혈소예가 손을 튕기자마자 현녀의 몸이 순식간에 우두둑거리며 압축되기 시작했다.

"역체변용술?"

"내공의 힘을 이용해서 근육이랑 골격을 최대한 압축해놓은 거야. 부풀리는 쪽이랑은 반대 개념이지."

"서, 선술의 일종이니라. 변신술은 선인들의 기본소양과도 같았으니…."

"음…."

나는 현녀와 혈소예를 번갈아살폈다.

혈소예가 더 기가 세고 성숙한 미인상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다른 곳을 압축하면서 젖살이 올라서 그런지 몰라도.

솔직히, 현녀가 진짜 더 어려보였다.

"자, 잘부탁드립니다. 스승님."

구속에서 완전히 벗어난 현녀는 귀가 벌게진 채 내게 허리를 숙였다. 나는 그녀의 어깨를 붙잡고 허리를 반듯하게 일으켜세웠다.

"너는 당분간 '현아(玄娥)'라고 부르겠다."

"현아…."

"와, 정말 성의없다. 나중에 내가 자식 낳으면 혈아라고 부르는 건 아니겠죠? 끝에 아만 붙이면 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 거라고 믿어요."

"...흔한 이름 아닌가?"

이름 끝에 '삼', '아', '붕'자가 들어가는 건 제법 흔한 이름이었다.

"현아…. 좋습니다, 스승님."

정작 본인은 몹시 만족했다. 현아는 검은 머리칼을 한쪽으로 묶었다. 확실히, 더 어려보였다.

'여기서 더 어려지면 범죄겠지?'

내가 나를 기반으로 하여 남자답게 잘생겨지는 모습처럼, 현녀도 백천화의 모습과 상당히 달라보였다.

우둑, 우두둑.

나는 천무명으로 변했다. 그리고 둘을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단장은 끝나셨나요? ...훌륭합니다."

위에서 기다리고 있던 팽유월이 우리를 훑어보며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6조의 경기가 진행중이라고 하더군요. 조심히 다녀오셔요."

"그래. 혹시나 신호가 오면...신혜를 바로 보내라. 알겠지?"

쪽.

"...네."

나는 팽유월과 입을 맞추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내 뒤를 따라오던 두 여인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우리도 입 잘 맞추는데."

"스승님. 제자, 입으로 하는 것이 궁금하옵니다."

"벌써부터…."

혈소예야 그렇다쳐도 모습을 바꾸면서 정신연령까지 어려진 걸까?

현녀는 진짜 현아가 되어 혀로 입술만 핥고 있었다.

하북팽가를 나와 용봉지회 비무장으로 가며, 나는 남들이 보지 않는 사이에 몰래 몰래 둘과 번갈아가며 입을 맞췄다.

“다들 너희보고 예쁘다고 하는구나.”

“당연하지. 나는 중최미봉이라고. ...알아보는 사람은 극소수인 것 같은데? 흐흐.”

“이, 이런 시선은 처음이라….”

나는 태연하게 대로를 걸었다. 중간중간 두 여인과 손장난을 치며 음탕한 짓을 저질러도, 지나가는 사람들은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리고, 드디어 관중석.

카앙, 카앙, 카앙!

무기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끓는다. 아직까지 비무가 계속되고 있는 비무장은 관중들의 함성과 응원으로 가득차있었다.

“실례하오. 지금 누구의 경기가 있는 것이오? 독고 소저? 아니면 유 소저?"

"아직 6조의 경기가…헉!"

내가 물어본 청년은 기겁을 하며 내게 삿대질했다.

"천무명?!"

"...조금, 늦게 왔소이다."

주변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하나 둘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아무것도 아니다. 그냥 내가 이쪽에서 나오는 걸 놀란 거지."

"흐응, 그렇구나…."

뒤에서 막 자신의 대기실로 가려던 혈소예는 소예신공을 해제하여 흑발이 된 상태로 내 바로 옆에 섰다. 청년은 혈소예를 보고 기겁을 했다.

"중최미봉까지?!"

“네, 네. 다시 중최미봉이 될 여자랍니다? 후후.”

아직 중최미봉이 되려면 경기가 남았지만, 모든 사람들이 혈소예의 중최미봉 등극을 점치고 있었다.

혈소예 뿐만이 아니다. 독고연, 이시아, 제갈선, 유설라. 네 명 또한 벌써부터 어떤 이름을 붙여야하니 마니 말이 많다.

“천 공자. 그러면 나중에 또 담소를 나눠요. 후후.”

“...그러지.”

혈소예는 내게 눈을 찡긋이며 사라졌다. 관객들은 그 모습을 보고 또다시 저마다 웅성대기 시작했다.

-또 천무명이야?

그 사이 중최미봉과 그렇고 그런 관계를 맺은 나에 대해 성토하는 소리가 들린다.

웅성웅성.

비무장으로 향해야 할 관중들의 시선이 내 쪽으로 계속향했다. 나는 괜히 그들의 집중을 방해한 것 같아 조금 무안해졌다.

‘천무명이 또 육봉을 취했으니 화낼 만도 하지.’

미안한 마음은 있어도 어쩌겠는가. 천무명이, 그리고 내가 너무나도 뛰어나서 그런 것을.

하지만.

내 생각과 달리, 관중들은 내게 어떤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었다.

"...응?"

뭔가를 선택하기를 바라는 눈빛. 나는 관중석의 앞으로 한 발자국 더 나아갔다.

고오오오.

비무대 위에는 아직도 비무중인 모용란과 남궁유린이 멀찍이 떨어진 채 서로를 향해 무기를 겨누고 있었다.

'최후의 일격이구만.'

서로 내공을 쓸만큼 썼고, 이제 건곤일척의 승부만 남았다.

저 한 수로 모든 것이 결정날 터. 나는 정확한 시간에 맞춰 관중석에 도착했다.

흘깃.

"!"

나는 눈이 마주쳤다. 나를 향해 바라보는 두 여인의 눈과 마주쳤다.

'설마.'

지금 저 여자들, 나를 보고 힘을 얻은 건가?

'설마 머릿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니겠지?'

상대를 쓰러뜨리면 육봉이 되는게 확정인 와중에, 일격을 날리기 직전 연심을 품은 천무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저 바라만 봐주는 것으로도 힘이 되며 의지가 된다. 그들은 내게 그런 눈빛을 보내며 다시 서로를 바라봤다.

"이보시오."

"!!"

나는 옆에서 슬쩍 다가온 존재에 몸이 굳어버렸다.

"형장은 누구를 응원하시오?"

노름판에서 상당히 딴 것처럼 보이는 그는 능글맞은 얼굴로 내게 물었다. 갓 아래, 머리칼 사이로 스친 붉은 눈은 나를 향해 묻고 있었다.

누구를 응원하느냐.

모용란이냐, 남궁유린이냐.

내가 응원하는 쪽이 아마 이길 것이다.

-큭, 강하군. 나의 패배인가…!

-지지마요, 공자!!

-크, 우오오오!!! 질 수, 없지!

-뭐냐! 갑자기 분위기가 이상해졌, 헉, 설마 깨달음을?!

비무대회에서 연심을 품은 이의 응원이 얼마나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치는지는 지난 회차까지의 모든 용봉지회가 증명하고 있다.

“저 둘은 벌써 백 합이 넘게 검격을 나눴지. 슬슬 지리멸렬한 싸움이 될 것 같았는데...마침 누가 관객석에 오니 가장 화려한 일격을 보여주려고 마음을 먹은 듯 하군.”

“나 때문에?”

“그렇소. 형장은 누구를 응원하겠소?”

"정녕 나의 응원으로 비무의 승패가 결정난다라…."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나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만약 천하에 단 둘 뿐이고, 이 중 한 명을 골라야 한다면?

연희봉의 재림인가, 아니면 천뢰봉의 탄생인가?

같은 조에 편성된 이상, 둘 다 하하호호 웃으며 함께 육봉이 디거나 포권을 취하며 다음을 기약하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다. 누군가는 이기고, 누군가는 진다.

"...흥."

그렇다면 내가 응원할 사람은 한 명 뿐.

'거짓말쟁이는 안 되지.'

남궁유린.

이미 몸을 섞었지만, 그렇다고 색욕에 취해 판단을 그르칠 내가 아니다.

남궁의 피라서? 그런 건 아니다. 남궁의 피라도 나는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

‘거짓말쟁이는 안 되지.’

그녀는 내게 거짓말을 했다.

무슨 거짓말을 했느냐?

지난 용봉지회 이후, 단 한 번도 다른 남자와 관계를 맺지 않았다는 말!

‘빙색마인으로 4.4점 확인했는데 어디서 거짓말을 해.’

차라리 내게 진실대로 말했다면 보듬어 줄 생각이 있었다. 자신은 색마에게 더럽혀진 몸이지만, 그래도 이런 몸이라도 괜찮냐고 물으면 당연히 괜찮다고 말해주려고 했다.

그런데 입 싹 닫고 처음인 척을 하더라. 절정 고수가 된 덕분에 무려 4.7점까지 올랐지만, 그녀의 별호인 위루화(僞淚花)를 다시 상기하게끔 하는 행동이었다.

'거짓말 하려는 심정은 이해하지만, 그 선택이 오히려 독이 되었군.'

마음만은 처녀?

웃기는 소리.

나는 의붕으로서, 빙색마인으로서, 천무명으로서 한 번씩 남궁유린을 취했다.

'세번 먹었으면 끝이지.'

"...지지마시오, 용 형."

나는 시선 한 번을 보낸 것으로, 둘의 운명을 결정지었다.

[작품후기]

남궁유린은 진가장 멤버가 아니엇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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