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비천색마-539화 (539/568)

--------------------

남궁의 피

'어찌 이런 개판이 다있지?'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제법 넓기는 하지만 한 명을 위한 대기실에 남궁의 피를 가진 사람이 무려 셋, 아니 넷이다.

그리고 둘은 세로로 길쭉한 수납함 안, 옷장 안에 조용히 숨을 죽이고 있다.

밖에 있는 둘의 이야기가 너무 충격적이기에, 우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버님, 독은 아니됩니다."

"닥쳐라."

한 마디로 나는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극독도 아니다. 단지 비무장에 나오지 못할 정도로만 아플 것이야."

"어찌 이런 참담한 짓을 저지를 수 있단 말입니까?"

"다 너를 위한 일이다. 너는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그냥 입닥치고 아무것도 몰랐다고 하면 돼!"

"......."

남궁패는 고개를 푹 숙였다. 옷장의 실처럼 작은 틈 사이로 보이는 그들의 모습은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들킬까 걱정하는 죄인들이었다.

'암살이지.'

독을 쓴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더군다나 황궁에서도 사람이 나와서 대회를 지원하는 마당에 독이라는 불미스러운 일이 생긴다?

"이러다 걸리면…."

"걸리지만 않으면 그만이다!"

공감.

나나 남궁산이나 똑같은 생각으로 행동하는 셈이니, 나는 그의 생각을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

독을 사용해도 결국 걸리지만 않으면 누가 알겠는가?

유사 이래, 수많은 황제도 독살되었으나 그 흉수를 짐작만 할 뿐 누가 죽였는지는 아무도 모르지 않나.

"...그래. 여기 찻잔이 있구나. 자, 어서 오너라. 네가 있어야 차를 태우고 이야기를 할 게 아니냐?"

저 독이 어떤 독이든, 나는 저 독을 마시지 않을 것이다. 설령 마시더라도 중려신화정으로 금방 태워버리면 그만이다.

"우리에게는 일각의 시간이 있다. 놈을 기다린 뒤, 차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고 가면 되는 거다."

"그건 들키는 거나 마찬가지 아닙니까…."

"우리도 차를 마시지 않느냐? 독을 썼다고 할 자는 이미 수배해뒀다. 남궁은 오히려 함께 독에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될 터. 자, 여기 해독제다. 미리 마셔두거라."

"가주님…."

뭔가 용의주도한 듯 하지만, 정작 당사자가 이렇게 안에서 다 듣고 있는데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남궁산의 입장에서, 남궁유린은 자신의 계획을 알고 배신한 셈이다.

무엇 때문에?

나는 모를 수가 없었다.

"...공자."

남궁유린은 개미 기어가는 목소리로 내 자지를 손으로 눌렀다.

"자, 자꾸 밀지 마요…!"

"그게 안 밀고 싶어도."

자지에 피가 몰려 껄떡거리는 걸 어찌하란 말인가? 그럼 본인이 가슴을 떨어뜨리거나 자지를 만지지 말아야지.

"...하아."

남궁유린은 내 자지와 자신의 배 사이에 손바닥을 펼쳐 내 자지를 꾹 누르고 있었다. 안 그러면 자지가 자꾸 배에 닿고, 엉덩이를 뒤로 빼내면 옷장의 문이 열릴게 뻔했다.

들키면 내가 더 곤란해지는 상황이 된다.

독을 탔다는 건 발뺌하며 증거를 인멸하면 되지만, 남궁유린과 이렇게 밀착하여 단 둘이서 있다는 건 괜히 약점이 될 수 있다.

특히 내가 난감해진다.

-호오…. 연이를 두고도 남궁 소저와 그렇고 그런 관계를 맺었다고?

'독고자영을 상대로 약점을 보이면 안 돼!'

지금의 사태로 가장 이득을 보는 건 독고자영이다. 천무명의 성적 추문을 이용해 기세등등하여 나를 어떻게 해보려고 할 지도 모른다.

'연이가 있으면서 다른 여인들에게 또 시선을 돌리다니! 문란한 것도 정도가 있지!'

절대 안 된다.

'연이 이전에 생긴 인연이라면 모를까, 대놓고 연이가 보는 앞에서 또다른 여인을 품으려고해?! 이 건방진 놈!'

앞으로 있을 무림맹주와의 관계에서 우위를 가져오려면, 천무명은 겸허하고 성실하고 깨끗한 남자가 되어야 한다.

천하에서 가장 옹졸하고 치졸한 남자에게 약점을 보여선 안 되는 법!

"흐, 흐읏…."

하지만 아기색마는 여인의 향기에 자제심이라고는 없었다.

남궁유린의 손바닥의 감촉을 바지 너머로 느끼며, 오히려 더욱 더 단단하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공자."

남궁유린은 눈을 질끈 감았다 뜨며 내게 물었다.

"도저히 못참겠어요…?"

"......."

나는 침묵했다. 말하지 않아도 자지가 그녀의 손에 대고 말하고 있었다.

"...미안해요, 공자."

남궁유린은 아주 조용히 내 바지를 아래로 내렸다.

…….?

바지를, 벗겼다?

"공자...오해하지 말아요. 그 날 용봉지회 이후로...단 한 번도 다른 이와 살을 섞은 적 없으니까."

"소저, 설마ㅡ"

스륵.

남궁유린은 자신의 치마를 옆으로 걷으며, 한쪽 다리를 내 허벅지 쪽으로 들어올렸다.

"흐으읏…!"

찌걱.

별다른 애무도 없었다. 남궁유린은 스스로 내 자지를 자신의 속으로 넣으며 몸을 밀착했다.

"소, 소저…!"

"소리, 내지 말아요…!"

남궁유린은 오히려 내게 조용히하라고 역정을 냈다. 아니,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소리를 안 내게 생겼나?

'좋은데?'

자지가 남궁유린의 속으로 들어간 덕분에, 남궁유린의 엉덩이가 옷장의 문을 두드리는 일은 없었다.

스륵, 슥.

자지는 뻑뻑하지만 금방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거기서 그녀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여자.

'내가 범한 뒤로 진짜 한 번을 안했어?'

아무리 4년의 시간이 흘렀다고는 하지만, 내가 한 번 취한 여인이라면 다음에 취했을 때 안에서 느껴지는 음기의 상태로 알 수 있는 법.

"...하아."

남궁유린은 내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달뜬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그녀의 등허리를 끌어안으며, 한 손은 그녀의 어깨를 감싸쥐고 다른 손으로는 엉덩이를 잡아당겼다.

"......."

남궁유린은 나를 게슴츠레 올려다보며 말했다. 너무 자연스러운 거 아니냐고. 나는 그녀에게 한쪽 눈을 찡긋이는 것으로 화답했다.

범해지는 건 나다. 보지로 갑자기 냅다 자지를 삼킨 건 남궁유린이다.

즉, 내가 남궁유린에게 성적으로 유린당하는 것이다!

찌걱, 쯔어억.

아주 천천히, 최대한 움직이지 않으려고 해도 안에서 자지가 절로 껄떡거렸다. 남궁유린은 내 무복을 깨물며 신음을 참았다.

나야 이 정도로 호흡이 흐트러질 일도 없었지만, 당장 옷장 너머에 이 여자의 부친과 오빠가 있다는 것에 등허리가 짜릿했다.

당장 들킬지도 모른다는 위험.

그게 오히려 더 나를 자극했다. 그리고 또 나를 자극하는 요소가 있다면-

스륵, 스륵.

남궁유린은 스스로 내 몸에 자신의 몸을 움직이며 허리를 움직였다.

그 몸놀림이 너무나도 어색하고 허섭스럽기 짝이 없었지만, 오히려 서툰 움직임 덕분에 나는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남자에게 범해진 충격으로 식음을 전폐했던 여인이, 4년 전에 구명지은을 입은 남자를 범한다?

어째서?

이유는 짐작만 할 뿐이다. 그저 나는 남궁유린의 광기어린 집착에 조용히 어울릴 뿐이다.

할짝, 할짝.

입과 입 사이에서 혀를 섞는다. 남궁유린은 어색하게 혀를 뒤로 빼냈고, 나는 그걸 낚아채듯 혀를 휘감았다.

와락.

손을 더 안쪽으로 뻗어 옆가슴을 손가락 끝으로 건드리고, 엉덩이를 터뜨릴 듯이 강하게 움켜쥐었다.

"!!"

남궁유린은 두 눈을 크게 뜨며 놀랐다. 놀란 동시에 보지가 자지를 강하게 조여, 나는 하마터면 사정할 뻔했다.

"...젠장. 어디를 간 거지?"

"가주님, 지금 시간이…."

"젠장. 가자. 네 경기를 지체할 수 없으니."

남궁산은 뭔가를 들고 떠나는 눈치였다. 대진표상, 내 경기 전에 남궁패의 경기가 있었다.

끼이익.

남궁세가의 두 남자가 나간 뒤.

두근, 두근, 두근.

벌컥!

나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한손으로 남궁유린의 엉덩이를 들어올리며, 그녀를 들고 대기실 밖으로 뛰쳐나왔다.

"무, 무슨?!"

"완전히 가셨소. 경기 끝나기 전에는 돌아오지 않을테지."

나는 남궁유린을 계속 든 채로 대기실 문 밖을 슬쩍 살폈다. 밖에는 아무도 없었고, 나는 문에 남궁유린을 기대게 만들었다.

"당황스럽군. 나를 강간하다니."

"가, 강간이 아니라…."

"그럼 왜 갑자기 내 자지를 범하셨소?"

"내, 내가 범하는 거야?! 이, 씨…. 그, 그러니까…."

남궁유린은 잠시 횡설수설하다가 시선을 돌리며, 달뜬 목소리로 말했다.

"...기정사실."

"응?"

"살을 섞은 여인을...설마 그냥 버릴 건 아니지...요? 공자. 혹시나 만약에 남궁세가가...몰락하게 된다면…."

남궁유린은 나를 더욱 강하게 끌어안으며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남궁세가를, 도와주세요."

"도와달라? 허, 소저. 설마?"

"......수많은 여인들을 품을테니, 수많은 가문과 문파를 등에 업겠죠. 만약 차기 무림맹주로 유력한 자를 뽑는다면...당신이 될테니."

남궁유린은, 남궁 세가의 사람이었다.

"비록 더렵혀진 몸이지만...만약 공자가 남궁의 명맥을 잇게 해주신다면…."

"그만."

나는 한손을 남궁유린의 엉덩이를 받친 채, 다른 손으로 그녀의 입술을 눌렀다.

"그런 멋없는 이야기는 하지 마시오. 오늘 이곳에서의 일은 없었던 일이 될테니."

"공자…!"

"상대를 위해 인사차 들린 것이고, 그대는 구명지은의 은혜에 대해 인사하러 온 것이오. 그 이외에 그 어떤 일도 이곳에서는 일어난 적이 없었소."

나는 두 남자가 앉았다 간 자리를 가리켰다. 그곳에는 차를 담아둔 찻주전자가 사라져있었다.

"그러니 그런 생각일랑, 접어두시오. 몸으로 나를 회유하려고 든다는-"

짝.

남궁유린은 내 뺨을 쳤다. 비록 강한 정도는 아니지만, 내 고개가 살짝 돌아갈 정도는 충분했다.

"...잘 들어."

남궁유린은 내 멱살을 움켜쥐며 고개를 당겼다.

"여자가, 설마 그냥 그런 이유만으로 몸을 허락할 것 같아…?"

"......미안하군."

뺨을 맞아도 할 말이 없는 소리였다.

"다음 경기까지 불과 반 각도 채 남지 않았는데...어찌하시겠소?"

"......이, 이대로 나가게 할 수는 없잖아...요."

남궁유린은 내게 책상 위를 가리켰다.

"...싸시든지."

"...훗."

나는 그녀를 들고 책상위로 다가갔다. 움켜쥔 엉덩이를 책상 끝에 살포시 올린 뒤, 그녀의 골반을 잡아당겼다.

"그거 아시오? 내가 그대를 치료했을 때, 그대의 몸은 분명 망가져있었지."

"......."

"하지만 이곳은 '그걸' 당한 흔적이 없더군."

"......뭐?"

거짓말이다.

"그, 그럴 리가. 분명 피가…."

"도마라고 했던가? 그 자가 장난을 친 거겠지. 설마 진짜로 그런 짓을 했으려고."

나중에 도마에게 환술을 걸어서 기억 조작을 하면 된다. 아니면 물리적으로 조작하거나.

"그, 그럴 리가 없어. 그게...거짓이었다고…?"

"환마가 환술을 걸었을 수도. 마인 다운 짓이로군. 범해진 것처럼 꾸민게 아닐지?"

"......그, 그럼."

남궁유린은 큰 충격을 받은 얼굴로 나를 올려다봤다.

"나...지금이 처음…?"

"아래를 보시오."

"......!!"

결합부위.

아래에는 작은 실혈이 흐르고 있었다. 남궁유린은 혼란과 충격을 받은 얼굴로 표정이 일그러졌다.

"나, 나는 도대체…!"

"나도 놀랐소. 설마 처음일 줄이야. ...아프진 않소? 천천히 하리다."

"...아녜요."

남궁유린은 다리를 내 허리 뒤로 감으며 애써 입꼬리를 들어올렸다.

"......경기 나가셔야하니까, 빨리 빼고...나가셔야죠."

"...실례하겠소."

나는 자세를 잡은 뒤.

찌걱, 찌걱, 찌걱, 찌걱!!

"으, 으읏…?! 이, 이거 맞는 것 같은...아흑, 하지만 다른 것 같기도…?"

"환술이 지독하게 걸리셨었군."

"...하앙, 모, 몰라…. 나, 나 그냥 공자한테 처녀 준 거로 해도...돼요?"

"얼마든지."

그게, 사실이니까.

"흐, 흐읏…! 고, 공자…! 남궁을…너무 미워하지 말아주세요…!"

"!!"

나는 남궁유린의 위로 엎어졌다. 그녀 또한 내 등허리를 다리로 꾹 눌렀다.

뷰르릇, 뷰릇, 뷰르륵.

"하아, 하아…."

남궁유린은 천천히 다리를 좌우로 풀었다. 그리고 내 얼굴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달뜬 숨을 내뱉었다.

"...세간이 그러더라구요. 육봉은 모두 천무명의 여자라고. …...저도 이제 육봉인가요?"

"소저."

나는 자지를 빼내며, 남궁유린의 발기한 유두 끝에 입술을 맞췄다.

"승리를 기원하겠소. 내 먼저 구룡의 좌에 올라가 있으리다."

모용란을 이기면 생각을 조금...달리할지도?

* * *

저벅, 저벅.

천무명이 비무대 위로 올랐다. 그의 얼굴은 한껏 상쾌해보였고, 동시에 한껏 개운해보였다.

"...늦었군."

"......어느 문파의 선배님이시오?"

천무명은 아주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하, 하하, 내, 내가 선배님이라고? 무슨, 나는 파릇파릇한 20세-"

"미안하지만."

서걱.

"지금의 나는."

단 일검.

"누구도 막을 수 없소."

한 발 뺀 천무명의 앞에, 적은 없나니.

천무명.

본선 9조, 결승에 진출했다.

[작품후기]

한 발 뺀 천무명

이거 못 막습니다

정답은 남궁유린!

3P는 내일입니다.

일러스트는 일러레분이 하루만에 그려주셨습니다. 끼요오오옷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