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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천현녀
그래서 현녀와 하냐?
아니다.
현녀와 하는 건 그녀가 깨어난 뒤.
만약 우리가 진짜로 구천현녀의 화신을 제압했다면, 구천현녀에게 고해성사를 할 필요가 있다.
제발 내려오지 말아달라는 기도이자, 내려오면 신령째로 범하겠다는 경고인 셈이다.
야심한 밤.
나는 정화수를 떠놓고 급하게 준비한 제단에 물었다.
"구천현녀시여. 저는 지금까지 피를 보지 않기 위해 살아왔다고 생각합니다."
고오오.
바람이 인다. 하늘에서 누군가가 내려와 나를 내려다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네놈은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살생을 저지르지 않았느냐?
맞다.
나는 알게 모르게 정말 많은 이를 죽였다. 추마귀, 혈강시로서 살았을 때는 물론이거니와, 비천색마로서 살고 있는 지금도 많은 이들을 죽였다.
"그 자들은 저를 죽이려고 했기에 제가 죽인 것입니다. 제 것을 빼앗으려고 했기에 죽인 것입니다. 강호의 누구든 다들 그렇게 살아가지 않습니까?"
저열한 자기합리화라고 할지라도, 나는 내 본심을 숨길 수 없었다.
"사람으로 태어나 어느 누가 욕심없이 살다가겠습니까. 오욕칠정을 모두 버리고 등선하는게 아니라면, 인간으로 추악하게 살다가 죽는 거지요."
숨길 생각도 없다.
"구천현녀시여. 당신은 전쟁과 병법의 여신이 아니옵니까?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고 승리하는 것이 당신의 뜻이라고 한다면, 저는 당신의 뜻에 따라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패배하지 않고 이기며 살아왔습니다."
혈소예에게 범해진 건 패배한게 아니고?
"그건 범해져준 거였습니다. 목숨을 위협받지 않으니. 기껏해야 자지가 희롱당하는 정도인데 무슨 문제가 있겠습니까?"
인정하마. 그렇다면 네가 흘리게 한 또다른 피는 어찌할 것이냐?
하늘이 묻는다.
양심이 묻는다.
"처녀혈을 말씀하시는 거라면,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누구든 그 일로 인해 저를 죽이러 온다거나 저를 몰락시키려고 한다면, 저는 추악하게 대응할 겁니다. 제 가정을 지키기 위해. 저를 지키기 위해."
아주 이기적이고 저열하기 짝이 없는 자로구나!
"그래서, 색마(色魔)가 아니겠습니까?"
정의로운 삶을 살았다면 비천의협이 되었으리라.
나의 삶에 의도 협도 없으니, 나는 마인이며, 나의 삶에는 오직 생(生)과 색(色)만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 저열한 색마가 바라옵건대, 한 가지 청이 있다면."
나는 간이 제단을 향해 다시 절을 올렸다.
"부디, 이번 생 만큼은 내려오지 말아주시옵소서. 제 행복을 망가뜨리지 말아주시옵소서. 간신히 손에 넣은 행복이나이다."
불행이 어디 예고하고 찾아온다더냐.
"발악할 겁니다. 불행을 막기위해 전력으로, 악착같이 살 겁니다. 불행이 닥치면 불행을 극복하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할 겁니다. 저는 이제 저 한 몸을 지키면 되는 인간이 아니니까요."
수신(修身)은 이미 이루었다.
강호의 도리를 어지럽히는 자들을 쓰러뜨리고, 음모를 파헤쳐 천하를 평화롭게(平天下) 만들었다.
나라를 다스릴 것은 아니니 차치하더라도, 무림의 사람으로서 혈맹이 되어 관에 함부로 하지않고 천하를 평화롭게 하여 치국(治國)에 도움을 줄 것이다.
그리고 남은 건 하나 뿐.
제가(齊家).
나는 그저 나만의 작은 가정을 만들어 화목하게 지내고 싶을 뿐이다.
그리고 그걸 가장 쉽게, 가장 확실하게, 가장 효과적으로 파멸시킬 수 있는 자는 다름아닌 신의 뜻.
구천현녀다.
"왜 사람들이 제단을 만들고 사당을 지어 기도하는지 알겠나이다. 천가장에 당신을 위한 사당을 만들어 기도하겠습니다. 부디 저희 집안의 수호신이 되시어주시옵소서. 전생의 악연을 잊고, 새로이 시작하고자 합니다."
전생의 악연이라함은 무엇이냐? 네가 죽인 네 스승을 말하는 것이냐, 아니면 내가 죽인 네 가족을 말하는 것이냐?
"모두."
복수를 해결하는 길은 두 가지.
하나는 철저히 피로 물들이거나, 하나는 모든 응어리를 품에 안고 용서하거나.
"만약 하늘에서 제 목소리를 듣고 계신다면, 바라옵건대 한 가지만 들어주십시오. 저는..."
순간.
나의 의식이, 갑자기 몽롱해졌다. 주변이 구름으로 가득차기 시작하고, 내 몸은 도원 위를 걷는 것 마냥 떠오르기 시작했다.
"......!!"
대나무길.
전생에서 내가 죽었던, 혈교주가 죽었던 그 길.
저벅, 저벅.
그 길의 반대편에서 흑발의 여인이 걸어오기 시작했다. 하얀 무복을 입은 채, 심장 근처에는 붉은 피를 흘리며, 푸른 눈동자로 오연히 나를 내려다보며 멈춰섰다.
"저열한 천살성의 색마야."
그녀는 높이 치켜든 검을 내 목에 겨눴다.
"너는 천기를 어지럽히고 천하를 멸망으로 이끌 자다. 네 핏줄은 중원을, 천하를, 이 땅을 모두 망가뜨리게 되겠지."
"그럴 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너 한 명을 죽이는 것으로 천하가 태평성대를 누리지 않겠느냐? 너 때문에 죽을 사람도 없을 것이며, 너 때문에 피눈물을 흘릴 여인도 없을 것이다."
"어차피."
나는 검을 왼손으로 잡았다. 날카로운 검날에 손이 잘려 피가 흘렀지만, 내 피는 오히려 구천현녀의 검신을 타고 거꾸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인간은 모두 죽습니다. 제가 아니더라도 누군가에 의해 죽을 것입니다."
"건방진 말이로구나. 그걸로 네 죄를 합리화하려는 것이냐?"
"사람 중에 죄를 짓지 않고 사는 자가 어디있겠습니까?"
"하!"
구천현녀는 헛웃음을 지으며 입꼬리를 비틀었다.
분명 같은 얼굴, 같은 몸, 같은 목소리일진데. 어째서 이렇게 다른 위압감이 느껴지는 것일까.
"감히 나를 상대로 눈을 부라리느냐?"
"눈만 부라리겠습니까. 설령 상대가 여선, 아니 여신이라고 한들, 제 가정을 파괴하려고 한다면, 저는 제 검을 세울 겁니다."
나는 구천현녀를 상대로 허리를 펴고 마주섰다. 전생에 펴지 못했던 허리를, 어깨를 꼿꼿히 펴고 당당히 섰다.
"만약 제 적이 된다면...다른 이들과 똑같이 대할 뿐."
사아아아!!
검을 잡은 왼손의 위로 씌워진 강기가 짐승처럼 핏빛으로 번쩍이기 시작했다.
혈영귀라수.
"구천현녀든 뭐든, 내 적이라면 벤다."
나는 그녀를 위에서 내려다보며 말했다. 구천현녀는 나를 향해 웃으며 쥔 검을 옆으로 베었다.
"천외천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줄 알았더냐."
손으로 잡고 있던 건, 아무 의미가 없었다.
서걱.
내 목이 잘렸다. 하지만 나는 죽지 않았다.
"......?"
"인정하기는 싫지만, 반할만 하군."
"......?"
뭔가.
조금.
실감 같은게 느껴지는 기분이...?
"내 너를 인정하마. 천살성의 색마야. 내 너를 죽이겠다."
구천현녀는 검을 바닥에 꽂았다.
"단, 이곳이 아니라 하늘에서."
그리고는 팔짱을 낀 채-가슴을 아래에서 떠받치며 나를 향해 싱긋 웃었다.
"모든 수명을 다하고 죽는 날이 온다면, 반드시 등선하라. 하늘로 올라선 그 날, 내가 너를 죽여주마."
"......하."
죽음의 유예이자, 내게 주어진 또다른 기회였다.
동시에, 나의 기도가 하늘에 닿은 셈이었다.
나의 죄는 지상이 아니라 하늘의 심판을, 하늘에서 심판을 받게 되리라.
"여선이시여."
나는 구천현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턱을 오른손으로 붙잡았다.
"저 하늘에 오르는 날. 당신을 범하겠소."
"하하하하! 그래, 그 기개다!"
구천현녀는 내 가슴을 손으로 밀었다. 그녀의 몸은 서서히 아래에서부터 안개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하늘에서 만날 날을, 기대하고 있으마."
스륵.
"!!"
구천현녀의 손이 내 아래를 슥 훑었다. 그리고 그녀는 검지와 중지를 입술에 붙인 뒤, 한걸음 물러서며 나를 향해 반대로 보였다.
"......."
여신이.
내 자지를 만지고 튀었다.
"...허."
평범한 사람이라면 목이나 심장을 노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일부러 내 자지를 건드리고 갔다.
색마인 내게 경고한 것이다.
좆을 조심히 놀리라고.
하늘로 올라온 순간, 내가 그녀에게 패배하면 구천현녀는 이번 생에 내 목을 날리는게 아니라 내 좆을 검으로 날려버릴 것이다.
"...그래도 나름 이번 생에는 기회라도 주는 군."
물론, 나중에 등선하고 난 뒤의 일이지만.
"하지만 복수해야겠는걸."
내가 만지고 도망칠 수 있어도 복수는 해야한다. 감히 나를 화나게 만들고 도망간 벌은 육신이 받을 것이다.
그러므로-
"아 참."
구천현녀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뒷걸음질쳐서 거리를 벌렸다.
"하늘의 뜻을 전하러 왔는데 괜히 내가 경고만 하고 갈 뻔 했구나. 흠흠. 잘 들어라!"
구천현녀는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교지와도 같은 종이를 펼쳤다.
"별꽃의 서선(書仙)이 아뢰길, 선남선녀가 셋이서 함께 어울리는 광경을 글로 엮고자 하였으나 마침 지나가던 화선(畵仙)이 이리 말하더이다.
'본인이 마침 시간이 되니, 내게 주일의 시간을 주면 그대의 글을 한 장의 화폭으로 만들고자 하오!'
이에 서선이 고뇌하며 말하기를, 이미 글은 내 머릿속에 있고 그걸 풀어쓰는 일만 남았거늘, 기다리고 있는 자들이 있으니 어찌 그들을 실망시킬 수 있겠소?
그리하여 결론이 나기를. 근 시일 내에 춘풍의 열기를 담은 화폭이 나오지 안을 경우, 서선이 먼저 글을 엮고 추후 그림 한 장을 덧붙이자고 하더이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하늘의 뜻이다. 너는 그런 줄 알고 있으라."
"......."
이해는 할 수 없었지만, 나는 하늘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약간은 느낄 수 있었다.
"셋이서 하는 거, 아직 안 됩니까?"
"그렇다!"
하늘 죽었으면.
* * *
의식이 끝나고 난 뒤.
"오빠, 진짜 구천현녀가 그렇게 말하고 갔어요?"
"그래."
어처구니가 없지만 사실이다.
"그럼 셋이서 하는 건 뒤로 미뤄지는 거네요. 아, 진짜 아쉽다."
"아니, 잠시만. 그게 아쉬운 거냐?"
"그럼 그게 아쉽지 다른게 뭐가 아쉬워요?"
혈소예의 당당함에 나는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나 등선하고 나면 구천현녀한테 썰릴 수 있다니까?"
"그건 나중의 문제잖아요. 최소한 100년도 더 뒤의 일인데 뭐 어때요? 후후, 구천현녀도 역시 오빠한테 반한게 틀림없어요."
혈소예는 알몸으로 묶여 공중에 매달린 현녀를 가리켰다. 그녀는 허리가 활처럼 휜 상태로, 눈에는 안대가 씌워지고 입에 재갈이 묶여있었다.
몸은 말할 필요도 없고.
"딸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본인의 분신이었다니. 조금 충격이긴 하지만 그래도 오차범위 내니까 큰 문제는 없네요. 세상에, 그럼 오빠는 여신의 육신을 취한 거네요?"
"그러는 너는 여신의 육신을 네 노예로 만든게 아니냐."
"본인이 인정했으면 된 거죠. 만약에 구천현녀가 이것 때문에 진짜로 진노했다면 이 몸에 깃들어서라도 저희를 죽이려고 했을 걸요?"
혈소예는 능글맞게 웃으며 현녀의 몸을 간질였다.
"하아...빨리 셋이서 하고 싶다...."
"너는 셋이서 하는게 아니라 내가 스승님을 상대로 하면서 괴롭히려는게 목적이 아니냐?"
"당연하죠. 다른 여자라면 모를까, 이 여자 만큼은 제가 괴롭힐 거에요. 이런 식으로."
주물주물. 혈소예는 현녀의 가슴을 와락 움켜쥐었다. 나름 길쭉한 혈소예의 손으로도 다 잡히지 않는 현녀의 가슴은 마구잡이로 뭉개졌다.
"역시.... 괜히 역사제일젖이 아니네요. 여신의 몸이니 당연하겠죠."
"...크흠, 소예야."
나는 은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스승님과 하는 건 나중에 스승님 깨면 같이 한다고 치고, 일단 내 달아오른 자지부터 어떻게 좀 해다오."
"제가요? 오빠, 당장 오늘 정오 즈음에 경기 있지 않아요?"
연붕의 경기는 사실상 끝났다.
이제 남은 건 '천무명'의 경기다.
"이러고 나갈 수는 없잖니?"
나는 내 아래를 가리켰다. 구천현녀가 만지고 도망간(..) 나의 자지는 한껏 부풀어있었고, 한 발 빼지 않고는 도무지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음.... 저는 제가 하는 것도 좋지만.... 아, 그러죠."
혈소예는 손뼉을 치며 입술을 핥았다.
"오랜만에 색마답게 하는 거에요. 용봉지회에 출전한 여인 중에 아무나 한 명, 몰래 범하는 건 어때요?"
"...네가 다른 여인이 범해지는 걸 보고 싶은게 아니고?"
"기왕지사 셋이서 하는 거죠. 원래 내일 그러려고 하셨잖아요? 조금 시기가 앞당겨지는 것 뿐이지."
"...그렇긴 하지."
누가 그러더라. 출전 직전에 자기 안에 사정을 해달라고. 그러면 몸 안을 의식하느라 약한 척을 하지 않아도 약하게 적을 상대할 수 있게 된다고.
"어디보자...견희 언니랑 유월 언니 빼고 전부네요."
혈소예는 싱글벙글 웃으며 현녀의 엉덩이를 찰싹 때렸다.
"그럼 이 선녀 대신에 누구를 범하러 갈까요?"
[작품후기]
#원래는 빠른 시일 내로 쓰려고 했는데, 모종의 사정으로 색마x소예x스승 님 3P가 조금 뒤로 미뤄졌습니다.
#그러므로 1월 마지막 이벤트 겸, 용봉지회 참가자 중 아무나 한 명 범하러갑니다. 옆에서 소예가 관음하는 씬입니다. 꼭 범하는게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가장 색스러운 소재를 댓글 남겨주시면 하나 픽해서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선정 되시는 분께는 소재값으로 500딱지 보내드립니다. 다른 분들께는 쓰게되면 소재값 50딱지 보내겠습니다.
#참가하시는 분들께는 12딱지 선물로 보냅니다. 딱지 선물은 선착순 20명입니다. 너무 많으면 제가 힘들어서...
#없으면 작가픽으로 갑니다.
#앞에 확인을 위해 #붙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