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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천색마-511화 (511/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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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현검 염화천둔

대공자의 세력은 멸망했다.

...멸망까지는 아니고, 궤멸이라는 말이 적당하리라.

공자주지 일촌남근, 아니 무환(無丸).

이시아는 대공자의 두 알을 터뜨렸다. 신의가 와서 천환단을 써도 복구할 수 없을 만큼 곤죽을 내어버렸고, 대공자는 두 알이 터지고 말았다.

미래천마는 대공자의 자지를 직접 잡아 뜯어버렸다. 나는 그걸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불에 달군 집게를 이용해 뜯겨나올 때까지 잡아 뜯었다고 하더라.

그만큼 이시아가 가진 위주지에 대한 분노는 컸다.

미래에는 특히 지금보다도 더 고생을 했으니, 알을 터뜨린 것 정도는 얌전한 편이었다.

왜 알을 터뜨렸냐고 물었다. 그러자 이시아는 이렇게 대답하더라.

"과연 씨 없는 대공자를 따르는 자들이 몇이나 있을까?"

이시아의 계략은 비상했다. 나는 단순히 양물을 자르는 것으로 해결하면 될 줄 알았지만, 이시아는 대공자가 아예 자식을 만들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그래도 음경을 남겨두면 불안하지 않나?"

"괜찮아. 일촌남근이 뭘 할 수 있겠어."

"...그렇긴 하지."

대공자는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몸이 되었다. 여전히 새끼손가락보다 짧은 그의 물건은 덜렁거리며 살아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쪼그라들 것이다.

확인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대공자 위주지의 아래에는 더이상 생기(生氣)가 깃들 수 없다는 것을.

"그래도 혼자 손잡고 탁탁거리는 재미는 남겨둬야지. 별궁에서 그거라도 하고 지내야하지 않겠어?"

대공자는 별궁에 유폐되었다. 사실상 넓은 감옥인 셈이고, 대공자를 따르는 모든 이들은 별궁에 함께 갇혔다.

과연 그들 중 몇이나 대공자와 함께 옥쇄하기로 할까? 자신의 부하도 강제로 폭혈을 일으키는 남자다.

무인이 가장 무서워하는 건 무공을 잃는 것.

이시아를 죽이기 위해 자신을 믿고 따르며 십마를 상대로 검을 겨눈 충직한 부하들을 모두 주화입마로 폭사시키려고 했으니, 살아남은 이들의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으리라.

"시간이 지나면 모두들 놈을 떠날 거야. 대공자는 말라죽겠지. 천마가 될 가능성도 이제는 현저히 낮으니 마뇌같은 기회주의자는 떠날 것이고, 강함을 흠모하며 따른 마인들은 이제 내가 더 강하니까 떠날 것이고, 대공자의 씨를 받아서 자기 자식을 천마로 만들려고 했던 여자들도 떠날 거야. 옆에 남는 사람은 뭐...."

한 명, 정도는 그의 곁에서 마지막까지 숙명을 다하지 않을까.

그리하여.

지린마인들은 전부 사라졌다. 더이상 세력을 유지할 기반도 힘도 없으니, 그들은 궤멸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남은 마인들은 어떻게 하지?"

"그대로 둘 거야. 그놈을 잠시 추종했다고 해서 그냥 죽이는 건 너무하잖아?"

그리고 그들의 세력은 죽었으나, 대공자를 지지한 9천여명이 모두 죽는 일은 없었다.

죽기 직전까지 몰린 것과 죽은 건 얘기가 다르다. 나는 그들을 최대한 죽이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비천마인들 또한 마찬가지.

우리는 열과 성을 다해 마인들을 제압했다. 결국 그들 또한 힘의 논리에 따르는 자들이라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에, 우리는 지린마인들을 쓰러뜨리는데만 집중했다.

그리하여, 현재 마교의 병상에는 대공자의 추종자들이 즐비하게 늘어져있다.

"배신하면 그 때는 죽이면 돼. 오히려 나는 배신하기를 바라고 있어. 그래야...우리쪽 마인들의 폭력성을 그들에게 해소할 수 있으니."

과격한 마인들이 혈기를 억누르지 못하고 사고를 친다면, 사냥개로 조련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계속 억누르지는 못할 거야. 대신 자유롭게 풀어줄 생각은 있어. 검마가 그러했던 것처럼, 정파인들을 정파의 방식으로 박살낸다. 어때?"

"검마가 그거로 마교 내에서도 인기를 많이 끌었지."

과거 검마가 색마를, 나를 찾기 위해 섬서에 잠시 자리를 잡았던 시기.

본디 그녀는 색마들을 제압하려는 명목으로 자신의 위치를 알렸으나, 색마들이 검마의 힘에 두려움을 느끼고 잠적한 후반기에는 많은 정파인들이 와서 비무를 요청했다.

그녀는 자신의 처녀를 걸고 싸웠으니 생사결보다도 더 비장한 각오로 싸웠다. 모두가 검마의 행보에 흠모했고, 이는 마인들조차 일부 감화되었다.

만약 검마의 그런 행보가 없었다면, 700명 중 100여명은 우리의 적이 되었을 것이다. 딱히 위협적이진 않지만.

"이제는 내가 소천마니까, 내 명령을 들어야지. 자기들끼리 무리를 지어서 강호에 비무행을 나서라고 해. 나는 아버지가 곤륜 현녀랑 했던 것처럼, 그녀석이랑 대립각을 세우며 중간을 유지하면 되니까."

"선녀동맹의 맹주?"

"당연하지. 나는 처음 용봉지회에 왔을 때부터 걔랑 붙을 생각이었어. 아주 예전부터 비교되었거든. 맹주의 여식과 천마의 여식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설마 천하가 아니라 남자 한 명을 두고 싸울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지만. 하지만 일단 내가 먼저 한 발 앞서있는 것 같네."

이시아는 당당히 두 팔을 좌우로 뻗었다.

“소천마, 이시아.”

천마가 말했다. 이시아는 천마처럼 근엄한 목소리로 천마를 흉내냈다.

“이상.”

그 이상은 필요없었다.

천마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 이시아가 선택되었다. 십마 중 무려 9명의 지지를 받았고, 700여명의 결사대로 9천에 이르는 마인들을 역으로 제압하는데 성공했다.

만마전 밖에 있는 마인들이 어찌 감히 불만을 드러낼 수 있으랴? 그들은 만마전에 들어오지도 못한 이들이며, 의견을 제시할만큼 강하지도 않다.

마교는 강자지존.

강한 자가, 힘있는 자가 법이다.

"축하해. 네 아내, 천마의 후예가 되었어."

이시아는 자신의 힘을 증명했다. 아직 서른이 되기도 전에 화경에 이르른 압도적인 무위를 선보였고, 그녀를 따르는 수많은 마인들의 힘을 선보였다.

이제 누구도 이시아를 거스를 수 없다.

죽었던 천마조차 살아돌아왔는데-사실 죽은 척을 한 거지만-, 누가 감히 이시아를 건드릴 수 있을까?

단 한 명.

"그런데 말이야...."

이시아의 곁에서 미쳐 날뛰었던 존재.

"지금 밖에 있는 사람들 소리 들려? 다들 누구를 화제로 올리고 있는지."

혈마(血魔).

바로 나다.

"축하해. 이번 전쟁에서 주인공이 된 걸."

"...그럴 의도는 없었는데."

"아니야, 너 최고였어."

그리고 나는 이시아에게는 몹시 미안하게 되었다.

현경 고수들을 제압한 혈마, 천마가 자신의 등을 허락한 혈마, 혈영귀라수를 사용하고 온갖 수법으로 마인들을 제압한 혈마, 현경 고수 다섯을 동시에 상대하고도 멀쩡했던 혈마, 광마와 비슷한 머리칼을 가진 혈마.

천마를 쓰러뜨린 것으로 추정되는, 혈마.

마교는 온통 혈마에 대한 이야기로 넘쳐났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이야기는....

“혈마 엉덩이 범하고 싶다.”

“미친.”

“내가 한 소리 아니야. 지금 밖에서 그런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는 거야.”

이시아는 발게진 얼굴로 나를 가리켰다. 그녀는 상당히 술에 취해 나를 향해 히히덕거리며 술잔을 들었다.

“소천마가 주인공이 되어야하는데 네가 거의 지금 천마가 되었네? 흐흥, 나는 너를 몸으로 유혹해서 소천마 자리를 차지한 여자가 되었고.”

“그건 좀 미안하군.”

“뭐가 미안한데?”

“내가 너무 잘나서.”

“아하하하!!”

대공자를 쓰러뜨렸다는 것 때문일까? 이시아는 오늘따라 더 웃음에 활기가 넘쳤다.

“그래, 잘났지. 천마의 남편 될 사람이니까. 근데 이건 좀 못났네.”

이시아는 나를 삿대질하며 표정을 굳혔다.

“네가 나한테 죄책감을 가질 이유는 없다? 네가 말했잖아. 너는 나를 하늘로 올려보내줄 자라고. 아직 소천에 불과하지만, 언젠가 아버지를 넘어서면 그 때는 내가 천마라 이거야. 아직, 나는 저 높은 하늘을 향해 날아가는 존재니까.”

이시아는 술잔을 단번에 비웠다.

“...나를 여기까지 데려다 준 것 만으로도 너는 네 역할을 다 한 거야. 앞으로도 더 많이 신세를 지겠지만, 네가 미안해 할 필요는 없어.”

“내가 너한테 뭐가 미안한데?”

“음, 글쎄. 소천마로 등극한 이 기쁜 날에 주인공이 내가 아니라 네가 되었다는 거? 너 지금 내가 그것 때문에 상심할까봐 걱정하는 거잖아.”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지.”

나는 이시아의 잔에 다시 술을 채웠다.

“나는 너를 천마로 만들고 싶었던 거지, 내가 마교인들에게 새로운 천마니 뭐니 이야기를 듣고 싶은게 아니거든.”

“그러니까 그 마음가짐이 틀려먹었다니까.”

후룩. 이시아는 술을 단번에 입에 털어넣었다. 그리고 내게 단숨에 다가와 내 얼굴을 붙잡았다.

츄르릅.

나는 이시아와 입을 맞췄다. 그녀의 입안에서 데워진 술이 설육과 섞여 질척거렸다. 입맞춤을 끝내고 나니, 이시아와 나 사이에는 투명한 실선이 길게 이어졌다.

“...부부 사이에 누가 잘나고 누가 못나고 따질게 뭐 있어? 내가 주인공이 아니어도 괜찮아. 사람마다 자기 인생의 주인공은 본인이고, 나는 이야기속 주인공으로 승승장구하고 있으니까.”

“어떻게?”

“최강의 남편을 만나서 보지만 놀려도 떵떵거리면서 사는 삶을 손에 넣은 거지. 천하제일인의 아내가 되어 사랑스러운 자식을 낳고, 나는 어머니이자 동시에 천마(天媽)가 된다. 어때? 마귀(魔魔)보다는 엄마(媽)가 더 좋잖아.”

“...하여튼 말은.”

우리는 다시 서로의 잔을 채웠다.

“그리고 너도 천마다? 비천색마에도 천, 마가 들어있잖아.”

“아니지. 나는 색마지. 천마를 범하는 색마.”

“풋, 그럼 천마부부네.”

이시아는 내 얼굴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나만의 남자는 아니지만...그래도 좋아. 마교제일인조차 아내로 맞이하는 남자인데, 그 정도는 누려야지.”

“그것 참 고맙군. 허락해줘서 정말 고마워. 흐흐.”

“허락이라니? 나는 당연한 사실을 이야기하는 거야. 영웅은 삼처사첩을 누린다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잖아. 너는 마교의 영웅이고, 영웅이 미인을 차지한다는 건 기정사실이지.”

쪽. 이시아는 내 볼에 입술을 맞춘 뒤, 난간을 향해 다가갔다. 검고 얇은 옷이 어깨에서 흩날렸다.

“용봉지회까지 시간...이제 얼마 안 남았지?”

“그럼.”

“나, 출전할 거야.”

“.......”

위험하다. 여러모로 위험 부담이 크다. 마교의 소천마가 용봉지회에 나갔다가 패배라도 한다면 그 때는 소천마의 자리까지 위협을 받을 수 있다.

“시아.”

“말리지마. 이건 자존심 싸움이니까. 너는 잘 모르겠지만, 다들 벼르고 있었거든? 천가장에서, 진가장에서 정실은 다를 지 몰라도…. 우승 상품은 다르지.”

이시아는 엄지로 입술을 핥았다.

“용봉지회에서 우승하고 임신은퇴한다. 신진 여고수로서는 최고의 인생 설계거든?”

“.......”

그렇긴 하다. 애초에 용봉지회라는 것 자체가 강호에서 일등 신랑감, 일등 신붓감을 뽑는 자리니까.

용봉지회에서 우승한 여인이 기다렸다는 듯이 10개월 뒤에 아이를 가진다? 누구도 감히 그걸 두고 불평불만을 토해내지 못할 것이다.

"시아."

나는 이시아를 안았다. 그리고 실내를 향해 그녀를 이끌었다.

"화경이 된 기념이다. 임신시켜주랴?"

"독고연은?"

"......아쉽다면 아쉽게도."

때가 맞지 않았다. 그녀는 깨달음을 얻었지만 아이는 가지지 못했다.

"...아깝네. 나도 지금 안 맞는데."

이시아는 입맛을 다시며 내 턱을 붙잡았다.

"그럼 이렇게 하자. 어차피 용봉지회, 나랑 독고연이 1등싸움 할 거아니야? 1등한 사람이 먼저 임신하기로. 어때?"

"......괜찮겠나?"

"당연하지. 나중에 아이 가져서 전력을 내지 못했다는 말이 나오지 않게. 그게 공평하잖아. 그치? 그러니까 오늘 밤은 그냥 즐기자."

이시아는 나를 침대로 밀었다. 그리고 내 위에 올라타며 내 두 손을 붙잡았다.

"그런데 있잖아. 우리, 다들 고생했지?"

"......?"

응?

"그럼 다들 함께 해야겠지?"

"잠깐만. 이 흐름은 너랑 나랑 둘이서 오붓하게 하는 거 아니었어?"

"오붓하게 하는 건 나중에 천가장 내 방에서 하면 되는 거고, 여긴 마교란다."

앗.

아앗.

독고연과의 애틋한 관계를 맺고 와서 그런걸까, 아니면 최근에 색마답지 않게 너무 순하게 애정행각을 해와서 그럴까.

"질펀하고 질척거리는게 기본인 곳이야."

"아, 안 돼...! 모처럼 입맞추면서 서로 애틋하게...!"

"좋네. 동정마냥 구는 거. 나와."

츕. 이시아는 내 쇄골에 입술을 맞추며 크게 소리를 냈다. 그러자 바깥의 문이 열리며, 세 쌍의 붉은 눈동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너, 생사경이 되었다며? 설마 여자 네 명 동시에 못 안는 건 아니지?"

[작품후기]

색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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