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비천색마-505화 (505/568)

--------------------

십마결집

마교 십마!

그들이 다음 대의 천마를 정하는 걸 또 이야기하는 건 입이 아프다.

그들이 '현재' 누구를 지지하는가를 따져보면, 누구나 다 소공녀의 우세를 점친다.

비천삼마.

비천여삼마.

당장 스스로 비천의 이름을 달고 대공자와 척을 지기로 한 마인만 여섯 명이다.

그렇다면 확실하게 대공자의 편인 존재는 누가 있는가?

지린뢰마가 있다.

지린수마가 있다.

나머지 두 명의 마인, 광마와 무마에 대해서는 전혀 알려진 바가 없다.

대공자 2, 소공녀 6, 중립 또는 불확실 2.

숫적으로 우위를 따져보면 소공녀의 우세가 압도적으로 강하다. 대공자는 자신을 지지하던 염마마저 소공녀에게 붙게 되었고, 자신의 편으로 만들려던 빙마도 소공녀의 편을 들었다.

대공자를 지지하는 이들 중 일부도 생각했다.

대외적으로는 아니라고는 하지만 아름답기로 소문난 사천당문의 염제(炎帝) 당서희가 지지하고, 북방에서 내려온 것 같은 이국적인 미모를 가진 빙마(氷魔)가 지지한다.

대공자, 남자로서 매력이 전혀 없는게 아닌가?

더군다나 강호에 퍼진 악의적이고 선동하고자 하는 의지가 가득한 소문도 대공자의 세력을 억압하기 시작했다.

공자주지, 일촌남근.

누군가가 말했다.

"이대로라면 대공자가 천마가 되어도 후사를 못 보는 거 아니냐?"

"호부아래 견자라도 나오면 사냥개로 키우다가 팽하면 되지만, 새끼가 안나오면 마뇌로서 '키히힛 마교를 계승하는 중입니다'도 안 되잖아?"

"이보게들. 언제 마교가 성기능으로 천마의 자리를 쟁취했나? 천마는 곧 힘! 후계 중 가장 강한 자가 천마의 자리를 이었지. 돌아가신 천마를 보라! 그는 비록 대머, 읍읍?! 네, 네놈들, 누구냐?!"

십만마인은 혼란에 빠졌다.

당장은 상대적으로 강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후사를 낳는게 가능할까 불분명한 존재.

당장은 상대적으로 약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아이를 열 명 낳았으면 낳았지 못 낳을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 존재.

후사를 누가 더 잘 낳을까 따져야 하나? 아니면 당장 강한 존재에게 걸어야하나? 그도 아니면 새롭게 십마를 뽑아야하나? 기존의 십마 중 다수결의 의결을 따라야 하나?

기존의 방식은, 십마 전원이 인정하는 후계여야 하지 않은가!

그리하여, 대공자는 승부수를 걸었다.

"천마의 자리를 언제까지 공석으로 비워둘 수 없으니, 전통의 방식을 따르겠소."

대공자는 스스로 십마의 소집을 요청했다. 비천삼마와 비천여삼마, 그리고 소공녀가 있는 앞에서 당당히 마교 십마의 소집을 요청했다.

"단, 한 달 이내."

기한을 건 채.

"만약 십마 중 한 사람이라도 십마결집에 나타나지 않는다면, 새로운 방식으로 천마를 뽑는 방법밖에 없겠군."

"새로운 방식?"

"십마가 보는 앞에서, 십만 마인 전원에게 누가 천마가 될 지 물어보는 것이다."

* * *

쾅!

이시아는 벽을 발로찼다. 소회의실에 모인 여섯 마인들은 심각한 얼굴로 대공자의 통보를 살폈다.

"받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십마집결, 안 받으면 바로 십만마인의 집결이 될 것입니다."

"동감이오, 빙마. 대공자가 상당히 머리를 잘썼군."

"놈을 칭찬하는 겁니까? 세상에, 영감. 이게 머리를 잘 쓴거요? 억지지!"

"도마, 억지라도 통하면 되는 거야. 마교는 곧 힘으로 모든게 해결되는 곳이니까. 그렇죠, 적마?"

"...그, 그런 셈이지. 크흠. 검마, 당신의 생각은 어떻소?"

"모든 것은 소공녀의 뜻대로."

여섯 쌍의 붉은 눈이 벽에 손을 짚은 여인을 향했다. 소공녀, 이시아는 씩씩거리며 분을 참았다.

"...받을 수밖에 없어. 받지 않으면 내가 병신이 되는 거니까. 문제는...."

이시아는 살기어린 눈으로 이를 갈았다.

"이 머저리가 자기가 불리한 조건을 들고 나왔다는 거야. 지금 십마, 사실상 전원이 우리편인데."

"...그게 문제죠."

겉으로 보이기에는 2:6:2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1:9:0이다.

"어떻게 생각해, 거기."

"찍."

방 안 구석에 있던 쥐 한마리가 빠르게 바닥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쥐는 비천(飛天)이라는 글자를 바닥에 몸으로 그리며 구석으로 다시 들어갔다.

"...설마 수마까지 영입할 줄은."

"소공녀. 그런데 정말입니까? 그 때 봤던 그 자가 정말 천마를, 커헉?!"

도마는 환마의 지팡이에 의해 복부를 얻어맞았다. 적마는 자연스럽게 재갈을 도마의 입에 물려 제압했다.

"너는 눈치가 없어."

"소공녀, 죄송합니다."

"...아뇨, 괜찮아요. 분명 살아있을테니까."

이시아와 비천여삼마가 동시에 기운이 빠졌다. 도마는 억울한 눈으로 다른 두 남자를 쳐다봤으나, 적마와 환마는 경멸하는 눈으로 그를 내려다봤다.

"눈치라도 있어야지...."

"당분간 입 다물게."

"읍, 으읍...."

도마는 억울한 눈으로 위를 올려다봤지만, 그제서야 분위기를 읽고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받자. 그는 분명히 나타날 거야. 사실상 그만 나타나면 우리쪽으로 여론은 기울게 되어있어."

마교 십마 중 아홉 명이 지지하는 존재가 소공녀다. 비록 최근에 대공자가 십마가 아닌 이들을 새로이 자신의 세력으로 많이 만들었다고해도, 마교의 전통은 쉽게 사라지는게 아니다.

"안 오면, 죽여버릴 거니까. 반드시 올 거야. 약속했어. 나를...천마로 만들어주기로."

이시아는 믿음을 가지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약속의 날이 다가왔다.

* * *

천마신궁, 만마전(萬魔殿).

한 때 십마였던 이들, 십마는 아니지만 마교에서 강자로 이름을 날리는 이들, 그리고 그들의 수하로 있는 수많은 마인들이 만마전에 모였다.

만 명의 마인을 수용할 수 있는 넓은 건물 한가운데에는 열 개의 좌석과 두 개의 연단이 놓여있었다. 그곳에는 서로 닮은 듯 닮지 않은 남녀가 연단에 선 채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동생아, 포기하는게 좋지 않겠느냐?"

"어디서 이제와서 친한 척이야. 자지도 작은게."

"...훗. 감언이설에 넘어가는 어리석은 자들과는 말을 섞지 않기로 했는데, 설마 네가 그런 혹세무민에 당할 줄이야."

대공자는 손에 든 부채를 펄럭이며 입을 가렸다.

"여인으로서 그런 상스러운 말을 내뱉는게 부끄럽지도 않느냐?"

"뭐래, 좆도 작은게."

"하하, 이것 참. 할 말이 없으니 고작 그런 말로 나를 동요시키려고 하다니. 한참 멀었구나, 동생아!"

"응, 실좆."

"......."

부채 위, 대공자의 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눈에는 눈이라고 인신공격에는 인신공격으로 받아친다? 대공자의 자존심이 용서치 않았다.

소공녀는 천마의 딸답게, 상당히 아름다웠다. 머리칼이 어깨까지 닿은 모습이 오히려 중원에서 쉬이 볼 수 없는 모습이라 더욱 매력적이었다.

유일한 흠결이 있다면 가슴이지만, 가슴도 중원의 평균보다 살짝 작은 정도라 큰 문제는 아니었다.

"...많이 컸군. 예전에 봤을 때는 한없이 바닥이었더니."

"어딜 얘기하는 거야, 변태같이."

"하하, 변태라니. 네 무공의 성취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흥."

소공녀는 입을 꾹 다물었다. 차기 천마로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무공'은 명실상부 대공자가 더 강했다.

웅성웅성.

서서히 만마전의 객석에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이류 이하는 출입을 금지시켰건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류 이상의 고수들이 만석의 자리를 가득 채웠다.

"슬슬 시작하지."

대공자는 부채를 접고 연단에서 내려와, 사방을 향해 허리숙여 인사했다. 그러자 사방에서 우레와도 같은 박수갈채가 터져나왔다.

대공자!! 대공자!! 대공자!!!

만마전 전체가 떠나갈 것 같은 광포한 함성에 소공녀는 움찔했다. 아무리 소공녀라도, 일만 명이나 모인 마인의 9할 가까이 대공자의 이름을 호명하는 건 기가 질릴 수밖에 없었다.

"언제 이렇게...."

"네가 중원에서 허송세월을 보내는 동안, 나는 마교에서 알게 모르게 정말 많은 일을 했지."

"흥, 사람은 정말 많이 모았네. 누가 허송세월을 보냈는지, 결과가 말해줄 거야."

바야흐로, 폭풍전야. 대공자가 부채를 높이 치켜들자, 만마전은 침묵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모두 들으시오! 본인! 천마의 아들이자 천마신교의 대공자, 위주지의 말이오!"

쩌렁쩌렁 울리는 사자후에 모두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다들 대공자의 붉은 눈동자에서 보이는 강렬한 마기에 희열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런 미친...!"

"대공자의 나이가 아직 불혹(不惑)도 되지 않았건만...벌써 화경이란 말인가!"

"대공자! 대공자! 대공자!!"

무인이란 자고로 강한 존재를 동경하기 마련.

이류부터 초절정까지의 고수들은 벌써 화경에 이른 대공자에게 경외심을 가졌고, 이미 화경에 이른 자들은 대공자의 힘을 직접적으로 느끼고 긴장감을 가졌다.

"천마란 누구인가! 마인 중에서도 가장 강한 자! 십만 마인의 으뜸! 명실공히한, 최강의 마인을 말한다!"

"""옳소! 옳소! 옳소!!"""

극히 일부. 현경이 된 자들은 그저 슬며시 웃기만 하며, 마인들의 속에 숨어 웃고만 있었다.

"천마는, 최강이어야 한다! 동의하면 외치시오! 천세, 천세, 천천세!!"

"""천세, 천세, 천천세!!"""

만마전에 광기가 넘치기 시작한다. 감히 만세를 외치지 못하는 것은 관에 대한 예의이자 경계이나, 그 아래 격인 천세를 감히 천마를 향해 외치는 것으로도 천마의 위상을 알 수 있었다.

천마신교는 신강의 왕국이며, 천마는 왕이다.

따라서 당연히 왕위는 왕의 적자가 받아야 하는 것이 옳은 법.

역사를 통틀어봐도, 공주가 여왕에 등극하여 이름을 떨친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었다.

"천마는 최강이어야 한다!! 반대하는 자가 있다면, 이 자리에서 나오시오!"

"......."

만마전에는 깊은 침묵이 내려앉았다. 만약 반대한다고 한다면, 그는 자신의 힘을 증명해야할 것이다. 천마의 피를 이은 두 남매를 상대로, 두 남매를 지지하는 십마를 상대로 자신의 힘을 증명해야하리라.

최소 초절정은 되어야 소공녀를 넘볼 수 있다.

최소 화경은 되어야 감히 대공자를 넘볼 수 있다.

현경? 과연 그들이 천마가 되기위해 앞으로 나설까, 아니면 뒤에서 조용히 웃고만 있을까.

"아무도 없군. 좋소."

짝!

대공자가 박수를 치자, 만마전의 무대 곳곳에서 마인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도마. 적마. 환마. 염마.

뢰마. 수마. 빙마. 검마.

여덟 명.

십마가 결집하기로 한 날. 천마를 정하기로 한 날에 모두 여덞 명이 모였다. 나머지 두 자리, 광(狂)과 무(無)의 자리에는 누구도 없었다.

"약속된 시간이 되었음에도 나타나지 않았으나, 본인은 관대한 바. 본인은 일각이든 한 시진이든 기다릴 수 있으나.... 어찌 그럴 수 있을까! 일각이 여삼추와도 같은 이 시기, 우리가 일 각이라도 지체하면 그건 십만 마인 모두의 시간을 빼앗는 짓! 결코 그런 짓을 할 수는 없지! 열을 세겠소! 다함께, 세어주시오!"

십!! 구!! 팔!!

"후후, 동생아. 아무래도 천마의 자리는 내가 가져갈 것 같구나."

"...흥."

소공녀는 담담했다. 하지만 소매 아래에 쥐락펴락 하는 주먹은 오직 대공자만이 보였다. 어느덧 마인들이 부르는 수는 넷까지 떨어졌다.

"너는 그를 믿는 것 같지만 소용없다. 보라,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았잖느냐."

"......원래."

셋.

"주인공은."

둘.

"가장 극적인 순간에 나타나는 법이야."

하나.

저벅, 저벅.

"본좌, 강림."

객석의 가운데, 붉은 장발을 흩날리는 남자가 나타났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집결되는 가운데, 대공자는 표정이 창백하게 질렸다.

"...누구시오?"

만마전의 모두가 숨을 죽였다. 그가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피가 싸늘하게 식어가는 것처럼 몸이 굳었다.

만 명의 마인이 피부로 느꼈다.

정체불명의 존재는, '현경' 중에서도 최상-천마에 준하는 자라는 걸.

"나?"

적발의 남자는 포권을 취하며 활짝 웃었다.

"부른 사람이 정작 나를 모르다니, 이래서야 천마라고 할 수 있는가?"

"...정체를 밝히시오. 그렇지 않으면-"

"혈맹의 주인, 혈교의 교주."

"......?"

적발의 '중년' 남자는 어깨를 으쓱이며 웃었다.

"천마는 내게 광마(狂魔)라는 칭호를 선물로 주었다네."

"........"

미치광이가 나타났다.

[작품후기]

으악 진짜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