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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원 최고 미녀
운남에서 약초꾼 일을 하는 육삼은 평소처럼 산을 올라타기 위해 짐을 챙겼다. 그에게는 작은 약방이 있지만, 약방에 있는 약초를 채우려면 직접 채취해야했다.
"계십니까."
하지만 밖에서 들려온 소리에 육삼은 짐을 내려놓았다. 이 지방에서는 쉽게 듣지 못하는 깔끔한 언어에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림인일까? 무림인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는 이 시간에 이 동네에 저런 말끔한 목소리의 남자가 이렇게 올 리가 없다.
무림인을 상대로 약초 장사를 할 때는 두 가지를 기억해야한다.
하나는 사기를 쳐도 괜찮은가 살피는 것과 또 하나는 사기를 쳤을 때 뒷탈이 있는지 없는지 고민하는 것.
"갑니다!"
육삼은 약방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는-
"......."
"미안합니다. 중간에 옷을 잃어버려서."
나뭇잎을 엮어 아랫도리를 가린-심지어 전부 가리지도 못했다-적발의 청년을 마주했다.
처음 봤을 때는 날카로운 인상의 여인이 아닐까싶었지만, 그의 물건은 자신보다도 컸다.
"...무, 무슨 일이오?"
"약초를 팔러 왔소."
"야, 약초를?"
육삼은 사내가 물건을 가린 풀을 가리켰고, 사내는 바로 고개를 가로저으며 뒤로 손을 뻗었다.
"줘봐."
"여기있어요, 가가."
"흡…!"
목소리만으로도 반할 것 같은 미성이었다. 사내는 노골적으로 육삼의 반응을 꺼려했고, 육삼은 급히 눈을 아래로 깔며 사내가 건네는 약초를 받았다.
"...오오."
평정을 되찾으니 약초는 제법 판매 가치가 높은 상품이었다. 굳이 멀리 약초를 캐러 갈 필요가 없겠다 싶을 정도로 깔끔하게 채취한 약초에 육삼은 입맛을 다셨다.
"저기, 이거…."
"다른 건 다 필요없고, 남녀가 입을 위아래 옷 한 벌과 하룻밤 객잔에서 쉴 정도의 돈이면 충분하다."
"......."
육삼은 손익계산을 마쳤다. 집에 마침 입지 않는 옷이 있었고, 그걸 대금으로 치르면 조금이라도 더 돈을 아낄 수 있었다.
그리고 최소한 이런 남자가 알몸에 가깝게, 풀잎 하나 달고 다니는 걸 도시로 보냈다가는 운남 사람 전체가 욕을 먹는다.
안 그래도 중원인들에게 야만적이니 뭐니 소리를 듣건만, 이런 자가 밖을 돌아다녀서야 어찌 그 편견을 벗어날 수 있겠는가!
"조금만 기다려보십쇼. 금방 가져다드리리다."
육삼은 약방의 통로로 옷가지를 챙겨왔다. 이제는 마누라가 살이 쪄서 입지 못하는 옷과 소복을 챙긴 다음, 약방 안에 넣어둔 약간의 동전을 챙겼다.
"...으으, 진짜 이게 뭐야…."
"어쩔 수 없잖느냐. 늪을 헤쳐왔는데. 옷만 녹아내린 걸 다행으로 생각하자. 대화가 통하는 분을 만났으니 다행이지, 아니었으면...끄으."
"이렇게 있으니까 아주 오래전에 살던 사람들 같아요. 가죽옷도 아니고 나뭇잎으로 옷을 엮다니. 고대의 선인들도 이렇게는 안 입었을 걸요?"
"그래도 이제는 괜찮잖냐. 돈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그거로 챙기면서 가면 된다. 저기 아래에 포목점이라도 있으면 거기서 천이라도 둘둘 두르고 가야지."
"......."
육삼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독액의 늪을 지나쳐왔는데 옷만 녹아내렸다?
'초고수다.'
독이 들끓는 늪에서 살아나온 이들을 상대로 사기를 치면 안 된다. 육삼은 약초에 대한 대금을 최소한으로 남겨먹는 선에서 동전과 옷을 챙겼다.
"여, 여기있습니다."
"고맙소. 잠깐만 기다려보시오."
밖에서 사락사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육삼은 눈을 질끈 감으며 그들이 환복을 마치기를 기다렸다.
"미안하오."
"죄송해요, 갑자기."
"......."
눈을 뜨니 눈앞에는 붉은 머리의 남녀가 서있었다. 그들은 맞추기라도 한듯 똑같이 붉은 머리칼이었다.
"......같은 문파의 사람들이시오?"
"풋, 그런 건 아니구요."
여인은 남자의 팔에 안기며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부부랍니다. 그렇죠, 상공?"
"미안하오. 아내가 연심을 주체하지 못하여."
"아, 아닙니다. 아주 보기 좋습니다. 정말로…."
육삼은 자신의 젊은 시절을 보는 것 같아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그는 퍼뜩 정신을 차리고 밖을 가리켰다.
"저기, 저쪽으로 내려가면 집 다섯 채가 나올 겁니다. 거기에 장씨놈이 사는 집이 있는데, 육가놈 소개로 왔다고 하면 뭐 먹을 거라도…."
"마음만 받겠소."
"감사합니다."
두 남녀는 공손하게 인사하고 몸을 돌렸다. 육삼은 두 적발부부가 떠난 뒤를 바라보며 한탄했다.
"...좋을 때다. 나도 저런 때가 있었는데."
서로를 향해 애틋한 시선으로 알콩달콩 바라보던 때. 육삼은 한탄하며 부엌으로 향했다.
"응? 왜?"
지아비에 대한 존경과 사랑은 커녕 째진 눈으로 노려보는 저 여자를 보라! 육삼은 눈물을 삼켰다.
"...아무것도 아니다, 에휴."
"왠 한숨이래. 가서 풀이나 뜯어와. 오늘 정리해서 내일 장에다가 팔 거니까."
"아, 그거 말인데."
육삼은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부엌에서 약초를 말리던 아내는 손질이 거의 필요없는 약초를 보고 씩 웃었다.
"그럼 오늘 산 타러 갈 필요 없네? 나 씻고 올게."
"...여보, 왜 그래? 씻는다니? 잠깐만, 왜 문을 잠-"
덜컥.
* * *
"이제 좀 사람 사는 것 같군."
"...오빠, 다음에는 좀 더 가리고 가도록 하죠. 만약에 여주인이 나왔으면 어쩌려고 했어요?"
"희롱한다고 신고당했나?"
"저 없었으면 바로 안으로 끌어당겨서 매대 위에서 떡을 쳤을 걸요?"
혈소예의 질투에 나는 그녀의 옷깃을 단정하게 정돈했다.
선인의 무덤을 탈출한 우리는 마침 '남쪽'으로 나왔고, 서장을 거쳐 운남에 도착했다.
우리가 가는 곳마다 무일푼에서 하나 둘 도구가 생기기 시작했고, 이제는 나름 그럴싸한 여행복까지 챙겨입을 수 있었다.
비록 중간에 독액으로 가득한 늪이 있어 거기를 지나다가 옷이 전부 독기에 녹아내리기는 했지만, 그곳에 있던 영물을 죽이고 내단을 통해 약간의 내력을 회복할 수 있었다.
덕분에 옷을 다시 챙겨입게 되었지만, 일단 최소한의 구색만 맞추면 된다. 나도 혈소예도 일반적인 옷을 입고 팔다리를 움직였다.
아쉽게도 속옷은 없었다. 대신 조금 큰 마을로 가면 내의까지 파는 곳이 나올테니, 그곳으로 가기 전에 자금을 확보하면 그만이다.
"소예야. 중원 어디를 가든 존재하는게 세 가지가 있단다. 뭐게?"
"객잔, 거지, 녹림."
"정답이다. 가자."
나는 혈소예를 데리고 인적이 드문-하지만 분명히 느껴지는 산 어귀로 향했다.
운남은 중원의 통치가 닿지 않는 곳인만큼, 무법지대에 녹림이라고 할 수 있는 자들도 많았다.
"크하하! 어딜 가느냐! 나는-"
"은자 한 개."
"네 이놈들! 우리 애들을 건드리고도 무사할 줄 알았더냐! 너희들의 전신을 머리칼처럼 붉게 만들어주마!"
"은자...도 없네. 쳇."
우리는 녹림을 털었다.
나와 혈소예가 함께 대놓고 삼류의 기척을 풍기며 돌아다니니 다들 우리를 쉽게 생각하여 습격했고, 우리는 그들을 털어 호북까지 갈 여비를 만들었다.
"사, 살려줘!!"
"쯧, 평소에 좀 들고다닐 것이지."
"오빠, 괜찮아요?"
"당연히 괜찮지. 근데 아래에 열기는 조금 나오는 것 같구나."
"...입으로 빼드릴게요."
습격자들을 습격하여 자금을 마련하는 것 까지는 좋았으나, 나는 천마와 현녀 두 사람을 상대로 한 연전의 부작용으로 앓고 있었다.
무슨 병이냐, 바로 발기병이다.
혈기가 너무 넘쳐흘러서 태극혈영신공을 억제할 방도가 없다. 무공을 조금만 써도 바로 성욕이 들끓기 시작한다.
"쮸으으읍."
"...하아."
혈소예는, 그럴 때마다 자신의 입으로 내 자지의 혈기를 억눌렀다.
앞으로 하면 될텐데 그녀는 계속 고집을 피우며 입으로 대신 빼줬다.
"슬슬 얘기해줘도 될 때 안 됐냐? 왜 안에 싸면 안 되는지."
"...천살성과 자미성이 만나서 자식이 생기면, 하늘에서 그 대적자가 내려와요. 영웅의 탄생을 막으려는 괴물이 내려오는 거죠."
혈소예의 말에 나는 그녀가 왜 '생사경'이라는 단서를 달았는지 깨달았다.
"그 괴물을 죽이려면 현경을 초월해야한다는 거구나? 진작 그렇게 얘기하지."
"...믿으시네요?"
"선녀도 있고 고대의 무덤도 있는 세상인데 그런 운명도 있을 수 있지. 그러니까 너는 이제 끝났어."
나는 혈소예의 엉덩이를 붙잡았다. 이시아만큼의 엉덩이인 만큼, 붙잡고 다니기에 딱 좋은 촉감이었다.
"내가 강기를 좆에다 씌우면 절대 안에 안 흘러나온다니까? 임신 절대 안 돼. 믿어보라고."
"...미안한 말이지만 다른 분들로 검증이 되면 할게요."
"그럼 괜찮지. 그때까지는 입으로 빼주는 거다. 알지?"
"...그건 제가 더 바라는 바거든요?"
혈소예는 두 주먹을 탁탁 부딪히며 요염히 웃었다.
"저는 오빠 자지 빠는 거 좋아하는 편이라서."
"보통은 다 힘들어서 그만두거나 내가 빨아주기를 바라던데."
"제가 보통은 아니잖아요."
혈소예는 운남을 이동하는 동안 나를 몇 번이고 빨았다. 입안에 삼킨 횟수만 한 시진에 한 번 꼴이었고, 입안에 사정할 때마다 한 번씩 중려신화정으로 깨끗하게 만들어야했다.
"우부붑, 우으읍."
"...입안에 헹궈주기 전까진 말 안하겠다고? 나는 상관없는데."
빠악.
혈소예는 내 엉덩이를 걷어차며 입안을 정화해주기를 바랐다. 절대 자기 입안에서 내 정액냄새가 나는 상태로 나와 이야기할 수 없다는 항변이었다.
그럴거면 입으로 받지 않으면 안 되나?
라고 따지기에는 혈소예의 의지가 완강했다. 나는 혈소예의 의지대로 순순히 그녀의 입에 싸고, 중려신화정으로 안을 씻기고 하기를 반복했다.
"난 괜찮은데."
"오빠한테 실례예요. 오빠가 찝찝해 할 거잖아요?"
"그럼 내가 네 거기를 빨고 입맞추자고 하는 것도 찝찝하냐?"
"아뇨? 그거랑 이건 다르죠."
"......."
무슨 차이일까. 적어도 혈소예가 나를 엄청 신경써준다는 건 확실히 느낄 수 있기에, 나는 혈소예가 빨아주는대로 지내기로 했다.
"도착했군."
"......."
나와 혈소예는 허름한 객잔에 도착했다.
산을 넘어가는 곳이라 밤에 늦게 지나가면 분명 녹림의 무리를 만나게 될 것이며, 그러면 또 무공을 사용하고 좆이 빨리게 될 것이다.
그건 사양이다. 한 번 빼줄 때마다 최소 일 각 가량은 입과 턱을 써야하는데, 아무리 손과 번갈아가며 뺀다고 해도 몸이 지치는 건 마찬가지다.
그래서 밤 동안은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우리는 조심스럽게 객잔에 들어갔다.
"두 명. 부부. 자고 갈 거고, 밥 먹고 올라갈 거요."
"아, 네!"
객잔 안의 시선이 순식간에 우리에게 쏠렸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지만, 우리의 붉은 머리는 남들의 시선과 이목을 끌기에 너무나도 충분했다.
"소예야. 염색할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죠. 오늘까지 내공만 좀 더 회복하면, 아침에 바로 호북으로 달리면 되니까."
"...그래. 마침 거기서도 여기까지는 쫓아오지는 않고 있으니."
만약 현녀가 곤륜산에서 내려와 우리를 쫓는다면, 그녀의 전력을 보고 다른 대응을 펼칠 것이다.
산을 내려왔음에도 현경급 실력을 보인다면, 전력으로 도망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힘으로 어떻게 해볼 가능성만 있다면, 역으로 현녀를 제압할 것이다.
우리가 함께 힘을 합치면-
"오빠, 이거-"
"점소이, 여기 이거 세 개 주시오."
"......."
혈소예는 눈을 껌뻑이며 나를 노려봤다. 나는 그에 아차싶은 마음이 들었다.
'젠장.'
평소 습관대로-전생의 기억대로-행동해버리고 말았다. 혈소예는 식탁 아래의 발로 내 무릎을 살짝 건드리며 삐죽였다.
"세 개를 누가 다 먹어요? 오빠 두 개 드실 거예요?"
"......나눠먹지."
"흥, 정확하게 반으로 갈라서 먹는 거예요?"
"물론."
과연 나눌 수나 있을까? 나는 식탁에서 슬슬 내 눈치를 보는 혈소예에게 말할까 말까 참 고민이 되었다.
혈소예.
나는 그녀와 전생에 같은 식탁에서 밥을 먹었기에, 그녀가 어떤 식성을 가지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소예야."
"왜요?"
"나는 깨작깨작 먹는 거 안 좋아한다."
"......."
혈소예는 인상을 찌푸리며 내 눈치를 봤다. 막 점소이가 내려놓은 만두를 향해 가던 시선은 좌우로 흔들리고 있었다.
"오빠. 한 가지 분명히 얘기할게요. 현경 여고수가 몸이 반이 선녀랍니다. 그럼 먹은게 다 어디로 가겠어요?"
"내공, 가슴, 엉덩이, 자궁."
"......그러니까, 제가 많이 먹으면 먹을수록 오빠가 더 좋은 거죠. 맞죠?"
"물론이지."
나는 점소이가 가져온 죽엽청을 스스로 따랐다.
"맛있게 먹으면 살 안쪄."
혈교주는 말했다.
"선녀가 괜히 선녀겠니."
선녀가 뒤로 해도 아무 문제가 없는 이유.
그것은 뱃속으로 들어온 모든 것을 내공으로 바꾸어버리기 때문이다. 일부마저도 몸안의 영양분으로 바꾸어버리는게 선녀다.
"그러니까 소예야. 눈치보지마라. ...나도 최대한 많이 먹어줄테니."
"......."
혈소예.
그녀는 진정으로 식도락이 취미이며.
동시에 대식가다.
미래의 혈교주는 내 앞에서도 우아함을 잃지 않고 앉은 자리에서 만두 찜통을 세 개씩 먹어치우고는 했지만-
"......으, 우으…."
눈앞의 혈소예는, 마치 첫경험을 앞둔 처녀처럼 젓가락을 들고 몹시 부끄러워하기 시작했다.
"먹자."
나는 혈소예가 쉽게 먹을 수 있게, 나부터 젓가락을 들어 만두를 한입 크게 베어물었다.
중려신화정.
음식의 맛을 보자마자, 뱃속에서 전부 태워버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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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파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