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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륜, 스승을 범하다
처음으로 다른 사람에게 입술을 허락했다.
처음으로 다른 사람에게 가슴을 허락했다.
처음으로, 처음으로, 모두 처음으로.
선녀에게는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 누군가에게 죄책감을 가져본 적도 없었고, 누군가에게 애틋한 마음을 품은 적도 없었다.
-예! 스승님! 믿고 따르겠습니다!
-스승님, 제가 잘하고 있는게 맞습니까? 말씀을...해주십시오.
-스승님, 노력하면 이루어진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왜 저는 노력해도 이루어지지 않는겁니까. 하루에 2시진을 자고 모든 시간을 무공 수련에 매진했습니다. 잠을 더 줄이면 되겠습니까? 그러면 다음 단계의 무공을 배울 수 있는 겁니까? 제발, 제발 대답해주십시오!!
-무공을...폐하라고요?”
-예, 알겠습니다. 자-알 지내십시오.
천기를 읽었던 날.
선녀는 희망이 절망으로 변하는 것을 보았다. 믿음이 배신으로 변하는 것을 보았다. 오직 하나만을 믿었던 자의 의지가 꺾여 무너지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모두 선녀 때문이었다.
선녀는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천살성’이니까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 그저 기다리기만 했다.
자신이 그랬으니까. 모두가 그랬으니까.
중원 역사를 통틀어봐도, 결국 시대의 영웅은 역경을 떨쳐내고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선녀는 알지 못했다.
날개가 꺾인 새는 하늘을 날 수 없다는 것을. 창천(蒼天)을 날아오를 대붕(大鵬)은 이미 날갯짓을 배우기도 전에 날개가 잘려나갔다는 것을.
그리고 선녀는 안일했다.
설령 하늘을 날지 못하더라도 자신이 옆에서 계속 지켜보며 몸을 회복하게 한다면, 제자는 충분히 다시 재기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1갑자를.
60년을 갈고 닦으면 환골탈태하여 노력으로 몸을 되돌릴 수 있지 않을까.
선녀는, 시간의 흐름을 자신의 잣대로 판단했다. 그래서 처음 제자가 떠나겠다고 했을 때, 그녀는 ‘왜 벌써’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그리고 선녀는 보았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깨달은 여인을.
죄책감에 시달려 남은 평생을 악몽에 시달리던 여인을.
그리고 그 끝에는 죄책감에 사로잡혀 역심을 품은 제자에게 살해당하기로 한 자신을 보았다.
자신의 책임이다.
미래가 그렇게 된다면, 그건 무조건 자신의 책임이다. 그래서 그가 혹시나 다시 곤륜에 온다면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고 보듬어주기로 했다.
그러나 그는 오지 않았다.
천기는 뒤바뀌었고, 강호에 천기를 어지럽히는 존재가 나타난 걸 인지했다.
비천색마(飛天色魔).
선녀는 알고 있었다. 그것이 자신의 비천(卑賤)한 한계를 극복하고 하늘을 날고자 하는(飛天) 그의 뜻인 것을.
그리고 선녀는 생각했다.
수많은 여인을 범하고 다니는 그 행보 또한, 자신의 업보이리라.
만약 선녀가 그를 품었다면 중원의 여인들이 피눈물을 흘리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선녀는 업보에 매몰되었다. 죄책감이 업처럼 쌓였다.
그래서 선녀는 생각했다. 만약 색마가 자신을 범하러 온다면, 따끔하게 훈계하여 바른 길로 인도하겠노라고.
그리고 그는, 자신의 목숨을 구했다.
천마와의 대결.
생사결에서 죽기 직전까지 상처를 입을 선녀를 대신하여, 자신이 대신 죽기 직전까지 싸워 상처를 입었다.
잘해줘야지. 내가 그를 바른 길로 이끌어야 해.
그 죄책감은, 그를 처음 본 순간 분명 변해버렸다.
-스승님.
그는 여전히 선녀를 스승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전신에 피가 흘러넘쳐 몽롱한 와중에도, 그는 자신을 향해 바보같이 웃었다.
다행이다.
그의 눈빛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스승 대신에 자신이 죽게 되어서. 스승에 대해 저지른 패륜을 목숨으로 갚을 수 있어서.
-죄송했...습니다.
그리고 죽기 직전에 스승에게 만나 사과할 수 있어서. 아마 본인은 기억조차 하지 못하리라. 비몽사몽에 제대로 걷지도 못했으니까.
선녀는 그를 품었다. 제자를 품었다. 색마를 품었다.
여차하면 죽이겠다는 마음은 눈녹듯 녹아내리고, 결국 선녀는 자신의 마음을 인정해버리고 말았다.
그를 위해 살겠다고.
설령 평생이 걸리더라도 제자를 바른 길로 인도하겠다고.
중원 전역의 여인들이 피눈물을 흘리게 된 것 또한 자신이 그를 엇나가게 만든 것 때문이니, 그에 대한 책임을 자신의 몸으로 지겠다고.
그런 변명으로, 선녀는 마음을 속였다.
“흐, 흐앙, 햐으읏…!”
아니었다.
죄책감도 있었고, 책임감도 있었고, 미안함도 있었다. 하지만 그 근간에 깔린 마음은 하나 뿐이었다.
연심(戀心).
수많은 제자들을 만나왔다. 음심을 품었던 자도 당연히 있었고, 상승의 무공을 익히고자 하던 자도 있었고, 근면성실한 자도 있었다.
-스승님! 기뻐해주십시오! 제자가 드디어 태허검법의 2성을 성취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처음이었다.
자신을 ‘희망’으로 여기는 존재는. 자신을 ‘어머니’처럼 믿고 따르는 존재는. 자신을 향해 그토록 강렬한 ‘사랑’을 보이는 존재는.
천살성? 운명? 본래의 모습? 그런 건 부차적인 이유였다.
선녀는 살면서 처음으로 ‘자기자신’을 의지하고 믿고 따르며 갈구하는 남자를 처음 보았다. 자신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천하가 자신을 버려도 오직 선녀 한 사람만은 버리지 않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바라보는 남자는 처음 보았다.
그래서, 선녀는 그에게 연심을 품었다.
이 남자라면, 평생을 함께할 수 있지 않을까.
“죄송합니다, 스승님…. 하지만 스승님 잘못입니다. 스승님이, 너무 맛있는게 잘못입니다…!”
이렇게 된 것 또한 자신의 잘못이리라. 선녀는 자신을 갈구하는 색마의 열기를 전력으로 받아냈다.
죄책감은 자신의 몸으로 갚는다는 저열한 자기위안이 되었고, 책임감은 제자를 평생 옆에서 함께하겠다는 맹약이 되었으며, 미안한 마음은 반드시 속죄해야 한다는 구속이 되었다.
그리고.
“아, 으읏, 흐으응…!!”
뒤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열기는 쾌락이 되었다. 누군가가 자신을 너무나도 갈구한다는 의지가 선녀에게는 성적 쾌감에 더불어 정신적 쾌감까지 폭발할 지경이었다.
“스승님…! 하아, 스승님…!”
죄인처럼 자신을 묶고 짐승처럼 자신을 갈구하는 남자는 격한 호흡으로 몸을 움직였다. 선녀의 팔보다 더 굵은 물건으로 선녀의 안을 들쑤시는 거친 움직임에 선녀는 몸이 구름 위를 떠다니는 것만 같았다.
“스승님, 죄송합니다. 불초 제자…!”
“그만, 그만 죄송해…!”
“예?”
“죄송하다는 말을 할 때마다, 안에 자꾸 싸는-”
푸슈우웃, 찌걱, 쯔어억.
“......!!”
선녀는 다시 얼굴을 베개에 묻었다. 몇 번이더라? 네 번? 일곱 번? 가슴은 바닥에 딱 붙어있는데 아까부터 아랫배가 앞뒤로 흔들거리는 감각에 선녀는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이게...아이 만들기…!’
생명의 태동이 느껴진다. 강렬한 생명력이 느껴진다. 벌써 수 차례 이어진 사정과 사정과 사정에, 선녀는 한 번 씨를 받을 때마다 몇 번이고 가버렸다.
"아, 안 돼...! 흐끅, 더는, 더는 안 들어가...!"
"신음을 참지 마십시오. 스승님이 가버리는 목소리...정말 귀엽습니다."
"귀엽지, 흐응, 않아...! 햐아앙...!"
자신이 채워지는 감각. 죄책감과 미안한 감정은 하얀 백탁액으로 뒤덮이고, 아래에서 뿜어지는 정액이 머릿속까지 하얗게 어지럽히는 것 같았다.
“......응그읏!!”
남자가 사정하기도 전에 닥쳐오는 쾌감에, 선녀는 머릿속이 새하얗게 물들었다. 어디선가 자신을 내려다보는 누군가가, 자신의 치태를 바라보며 붉어진 얼굴로 숨을 헐떡이는 것은 착각일까?
꿀럭, 꿀럭.
이미 가득 찬 뱃속으로 계속 뭔가가 뿜어져나왔다. 선녀는 흔들리는 몸을 좀처럼 가눌 수 없었다. 이미 몸의 자유는 남자에게 빼앗겨, 남자가 이끄는 대로 했을뿐이다.
“하아, 하아, 스승님….”
그저, 느끼는 것 뿐. 남자의 거근을, 남자의 사정을, 남자의 정기를, 그리고 남자가 보이는 욕망을.
“평생동안...사랑해드리겠습니다….”
“.......”
선녀는 눈을 감았다. 무공도 선술도 이 정도로 지치지는 않았다. 과열된 몸이 스스로에게 외치고 있었다.
더이상의 사랑을 받으면, 분명 미쳐버리게 되리라고.
“...제자야, 조, 좋았느냐…?”
"...최고였습니다."
선녀는 마지막 기력을 짜내어 물었다. 남자 또한 흐트러진 얼굴로 쾌락에 절어, 선녀의 몸에서 자지를 빼낼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스승님….”
남자는 현녀의 등에 얼굴을 묻었다. 마치 짐승처럼 몸을 붙이며, 현녀의 손목에 이마를 묻었다.
“아이가 생긴다면...반드시 책임지겠습니다.”
“.......”
그 말에, 선녀는 희미해지는 의식을 놓아버렸다.
이 남자가 같이 있다면.
이 남자가 함께 해준다면.
"...제자야."
세는 것조차 무의미한 지난 날의 시간은, 분명 이 남자와 만나기 위해 견뎌온 인고의 시간이리라.
"사랑...한단다."
* * *
"......."
연속된 절정.
얼마나 허리를 움직였을까. 얼마나 자지를 쑤셔박았을까.
'한 열 번은 넘게 싼 것 같은데.'
자지가 아프다. 부랄이 떨린다. 얼마나 많이 쌌는지 그 대단한 나의 자지가 피로에 지쳐 아래로 축 늘어져있었다.
"...하하."
자지와 마찬가지로 현녀 또한 엎어진 채 기절했다. 여전히 얼굴은 베개에 묻은 채, 아까부터 자세가 무너져 하반신만 옆으로 넘어졌다.
주룩, 주르륵.
현녀의 아래에는 진득한 정액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자궁을 가득 채우고도 계곡처럼 흘러나올 정도로, 나는 알이 텅텅 빌 때까지 사정했다.
내가 이정도로 지친 만큼, 현녀는 아예 일어나지도 못했다.
"......."
죽었나? 정말 죽은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현녀는 절정의 쾌락에 가버렸다.
사랑한다.
그 말이 자꾸만 귀에 걸렸다. 죄책감이 다시 내 전신을 엄습했다.
'미안합니다.'
나는 바로 몸을 일으켰다. 옷을 추스를 새도 없다. 지금 당장-
"......."
그냥 갈 수는 없지. 나는 현녀의 어깨를 살짝 잡아당겨, 그녀의 옷깃을 당겼다.
"쓰으읍."
가슴.
얼굴을 보고 하면 쾌감에 젖은 눈에 죄책감을 느낄까봐 차마 앞으로 하지 못했다.
그 바람에 나는 역사제일젖이 흔들리는 것을 전혀 보지 못했다! 심지어 물고 빠는 것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아냐. 정신차려라. 저건 젖무덤이다.'
가슴에 얼굴을 묻는 순간, 내 역천의 의지가 무너지고 현녀의 품에 아이처럼 안기리라.
그래도 아깝다.
"...젠장."
나는 조심스레 현녀의 가슴을 물었다.
쮸우읍.
그리고 진하게 잇자국을 냈다. 깨어나지 않을 정도로 유두의 끝을 혀로 할짝인 다음, 나는 눈을 질끈 감고 몸을 일으켰다.
"......."
가슴은, 다음을 기약하는 수밖에. 자지로 입을 범하고 엉덩이를 범하고 보지를 범했더라도, 저 가슴을 물고 빨지 못한 것이 아쉽다.
그러나 지금은 떠나야 할 차례. '한 번만 더'라고 생각하는 순간, 죽음은 바로 찾아오리라.
끼이익.
나는 문을 최대한 조심스럽게 열었다. 너무 낡은 문이라 열리는 소리가 천둥치는 것처럼 울리는 것 같았다.
"헤으응…. 제자야…."
"!!"
나는 몸을 돌렸다. 어떻게 변명하지? 물이 안 보여서 가지러 간다? 아니면 환기 때문에 문을 열었다?
"...평생, 이곳에서…."
아니었다. 잠꼬대였다. 아마도 현녀의 머릿속에서는 나와 계속 밤을 지새우고 있을 터.
"......."
나는 문을 닫았다. 저 곳, 저 가슴에 얼굴을 묻으면 분명 영생을 얻을 터.
'안 돼.'
나는 주먹을 꽉 움켜쥐고 집을 나섰다. 옷? 그런 거 입을 시간은 없다.
가슴을 한 번 빨고 나온 시간은 있냐고 누군가 타박할 수는 있겠지만, 남자가 옷은 입지 않더라도 가슴 정도는 빨고 나올 수 있지 않겠는가!
중요한 건 곤륜을 빠져나가는 것.
"...조금만 기다려라, 혈소예."
비천혈세.
사아악.
앞머리가 붉게 흩날린다. 내 몸 전신에 혈기가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스승님."
모든 곳의 처녀를 가져가놓고 도망을 친다. 심지어 스승을?
패륜도 이런 패륜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둘이서 화목하게 평생을? 하하, 요즘 대세는 그런게 아니에요.
혈교주는 말했다.
-능력있는 남자가 많은 여자를! 먼 고대로부터 이어진 관습같은 거라구요. 영웅은 삼처사첩!
'혈교주, 역시 당신이 옳소.'
현녀와 '단 둘'이서 평생을 함께 살 것인가.
아니면 사공희 이시아 독고연 당서희 유설라 왕소현 제갈선 진사월, 혈소예와 함께 살 것인가?
그리고.
중원에는.
-상공.
-아빠!
팽유월과 월아가 있다.
"요즘 시대에는 비익연리(比翼連理)는 없습니다."
나는 달렸다.
나의 핏빛 부인을 찾아서.
현녀가 깨어나면, 분명 나는 죽겠지.
처녀를 가져가고 배가 임신한 것처럼 부풀 때까지 질싸해놓고, 심지어 입과 엉덩이까지 범해놓고 도망을 쳤다?
은원이다.
나에 대한 원망과 증오가 복수심으로 가득찰 것이다.
그래도 나는 달릴 것이다. 이곳을 떠나, 여색이 가득한 나의 집으로 갈 것이다.
"천마신공, 태극혈영신공, 그리고…."
운룡대팔식.
나는 현녀를 범하고, 혈소예를 구해 도망칠 것이다.
모두가 나를 향해 패륜아라고 욕을 해도,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나는, 색마니까.
"저와 사랑하고 싶거든, 천가장으로 오십시오. 번호표 들고. 스승님이 저한테 시집오십쇼."
나를 독점하기에는, 내 좆을 찾는 여인들이 천하에 너무 많았다.
"이미, 천가장에 당신을 위한 자리는 마련해두었으니."
"...어…?"
현녀는, 눈을 떴다.
[작품후기]
아아, 하늘은 어찌 현녀를 낳고
사공희이시아독고연당서희유설라왕소현제갈선진사월혈소예팽유월황보혜지선주희여옥희황녀모용란 그리고 그 외 아직 아기색마 레이더에 걸리지 않은 중원의 수백수천 미녀들을 낳았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