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비천색마-477화 (477/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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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륜현녀(崑崙玄女)

먹고, 자고, 먹고, 자고.

며칠동안 이곳에서의 생활은 안락하고 편안했다. 정말 이곳에서 평생동안 지내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윤택했다.

하지만 이곳은 내가 지낼만한 곳이 아니다.

나라는 존재가 행복하기 위한 곳이 아니다. 물론 많은 것을 포기하고 한 사람만을 바라보고 산다면, 더할 나위 없을 행복일 것이다.

저벅, 저벅.

나는 뜰 안에 자란 복숭아나무에서 복숭아를 하나 챙겼다.

연분홍빛이 영롱한 복숭아는 녹림황의 유산으로 봤던 것보다 훨씬 짙은 선기가 느껴져 있었다.

"이게...선도."

선녀의 집에 있는 복숭아니 당연하리라. 아마도 현녀는 이걸 주식으로 먹고살 터.

이미 나도 충분히 많이 먹었다. 이곳에서 지내며 현녀가 차려주는 음식을 먹고난 뒤, 항상 후식으로 복숭아를 먹었다.

"......씁."

선녀화.

정확히는 선인화라고 하는게 맞을 것이다. 현녀가 나를 여자로 만들 생각은 추호도 없는 만큼, 나는 선녀가 아닌 선'인'이 되는 선도를 먹었다고 보는게 무방했다.

'3할 정도인가.'

이미 몸의 3할 정도가 선기에 잠식되어버렸다. 이게 나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당장 좋은 거라곤 절대 말할 수 없다.

이유?

간단하다.

몸이 선인이 되어버리면 지상에 나갔을 때 독고연처럼 된다.

지상의 오염된 공기에 노출되어 각혈하거나 하는 일이 잦아질 것이다.

물론 나에게는 아주 특별한 방법이 있어 몸 안의 선기를 빼내면 되지만….

'이곳을 탈출했을 때의 이야기지.'

곤륜산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영원히 선기가 쌓일 것이다. 그러면 나는 현녀와 함께 곤륜산에서 정말 영원히 함께 살아갈 것이다.

현녀에게는 미안하지만 절대 그럴 수 없다. 내게는 해야할 일이 있고, 가야할 곳이 있다.

이곳은 정든 고향과도 같은 곳이지만, 내게는 감옥이 될 수도 있는 곳.

그러니 나는 이곳을 떠나야한다.

하지만 어떻게?

곤륜은 현녀의 영역이다. 단순히 비유가 아니라, 곤륜산의 정기-선기가 뻗치는 모든 영역이 현녀가 마음대로 갈 수 있는 구역이다.

즉, 곤륜산을 탈출하기 위해서는 현녀의 시선을 돌릴 필요가 있다.

그냥 탈출한다? 불가능하다. 단순한 탈출은 이미 몇 번이고 실패했을 것이다.

내가 곤륜산 밖으로 도망을 쳐도 분명 현녀는 나를 쫓아왔을 것이며, 나는 현녀에게 붙잡혀 현녀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모든 것을 잊어버렸을 것이다.

"...근데 이상하네."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이상하다.

'왜 탈출을 못했지?'

아무리 현녀가 곤륜 최강이라고 한들, 나는 천하제일이다.

천마와의 격전으로 인해 몸에 내상이 생겼다고는 해도, 그건 천환단의 영향으로 이미 완치되었다.

내공이야 1갑자만 있어도 현녀로부터 도망칠 수 있는 충분한 힘이 있다.

현녀는 선기가 있는 곳 밖으로 나오면 한없이 약해지기에, 현녀의 영역만 나가면 중원으로 떠날 수 있다.

그런데도 나는 도망치지 못했다.

가능성은 한 가지.

-자꾸 오지 말고...혼자서 도망치라고, 이 멍청아!!

"...누가 멍청이래."

머리가 살짝 지끈거리지만, 나는 아래에서 들끓는 감각에 의식을 집중했다. 나의 전신은 뭔가를 강하게 외치고 있었다.

이곳에서의 탈출을.

이 안락함에서의 불편을.

내게 너무나도 좋게 짜여진 이 작은 공간의 행복에서의 탈각을.

도망쳐.

그 목소리가 귓가에 울린다. 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와락.

"제자님은...가슴을 정말 좋아하는군요."

편안한 가슴이 또다시 나를 감싸안는다. 나는 고개를 치켜들었다.

"...죄송합니다. 잠시 급한 일이 있어서."

"급한 일이요?"

"예, 그렇습니다. 문파의 일이라…. 신경쓰지 마시길. 그보다."

나는 현녀가 이끄는대로 방 안으로 들어갔다. 이미 밖은 어둑어둑해진 늦은 저녁이었고, 우리는 호롱불 하나를 켜둔 채 침대에 서로 마주보며 앉았다.

"제자님."

"예, 스승님."

"...저는 마음을 굳혔습니다. 당신은 어떻습니까?"

"...여인이 마음을 먹었는데 모른척 해서는 아니되겠지요."

나는 현녀와 얼굴을 가까이했다. 무릎꿇은 현녀의 앞에 마찬가지로 무릎을 꿇으며 거리를 좁혔다.

"조금...거칠고 아플 수도 있습니다. 괜찮습니까?"

"예. 제가 제자님을 아프게 했던 것을 생각하면…이건 아픔도 아니지요."

"스승님. 당신은."

나는 현녀가 도망가지 못하게 한 손은 그녀의 어깨에, 다른 한 손은 그녀의 허리 뒤에 올렸다.

"설마 저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제 마음을 받아들이신 겁니까?"

"...아닙니다."

현녀는 머뭇거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는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그녀를 지긋이 노려봤고, 현녀는 한탄하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처, 처음에는 그랬습니다. 제자님의 속마음도 모르고 그런 험한 말을 했었지요. 차라리 직접 불러서 대놓고 이야기를 했다면, 혹은 옆에서 지켜보며 도왔다면 분명 다른 미래가 펼쳐졌을 지도 모릅니다."

곤륜의 천무명이 되었을 지도 모르지.

"...하지만 저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곤륜의 제자들에게 사켜 당신을 보듬어주기는 커녕, 당신의 의지를 꺾으려고 했습니다."

"압니다. 저를 모든 시험에서 떨어뜨렸던 장로들의 의지가...스승님의 의지였다는 것을."

내 말에 현녀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비밀로 하던 것이 들키자 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었고, 나는 그녀의 어깨를 토닥였다.

"괜찮습니다. 다 지나간 일이 아닙니까. 다만 그 지나간 일이 현재에 영향을 미쳐서는 아니될 겁니다. 스승님. 당신은."

나는 현녀의 푸른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

"저를 조금 더 잘해주지 못한 제자에 대한 죄책감으로 바라보고 계십니까, 아니면 있는 그대로의 저를 바라보고 계십니까? 당신의 눈에 비친 저는 어떤 사람입니까?"

"당신은…."

현녀는 한손을 자신의 가슴에 올리며 말했다.

"강한 의지를 가진 남자입니다. 그 어떤 역경이 닥쳐도 포기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세상 모든 것이 변하더라도 당신은 변하지 않겠죠. 저는...그 의지에 반했습니다."

"스승님."

"쉿. 그 칭호는 싫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러는 스승님이야말로 또 자연히 제자님이라고 부르고 있지 않습니까. ...그거 아십니까?"

나는 현녀의 허리를 손으로 휘감았다.

"천하에 제 스승은 오직 스승님 한 명 뿐입니다. 제 유일한 스승이시여."

"...그, 그건 비겁합니다. 그럼 제가 뭐가 됩니까? 당신만 제자라고 하기에는, 이미 곤륜에 수많은 제자들이…."

"그럼, 저는 스승님의 첫남자가 되겠습니다."

"힉…?!"

내 말에 현녀는 새 된 비명을 지르며 뒤로 자빠졌다. 엉덩방아를 찧고 넘어갔고, 나는 그녀를 향해 상체를 숙이며 달라붙었다.

"혹시...첫 남자가 아닌 겁니까?"

"아닙니다! 처음입니다! 아, 아으…!"

"...후후, 감사합니다. 정말 기쁘군요. 제가 스승님의 처음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아…."

츄릅. 나는 현녀의 턱을 붙잡고 입을 맞췄다. 이미 입맞춤은 가볍게든 진하게든 몇 번 했지만, 현녀는 아직도 입을 맞추고 혀를 섞는게 어색했다.

할짝, 할짝.

나는 엄한 눈으로 현녀의 혀를 당겼다. 현녀는 어쩔 수 없다는 눈빛으로 혀를 앞으로 내밀었고, 나는 바로 혀를 휘감아 살을 섞었다.

"응, 으읏, 으응…!"

손으로는 어떻게 움직일 수 없게 양손을 모두 손깍지를 끼며 현녀를 압박했다.

현녀는 이전처럼 침대에 눕듯 뒤로 넘어갔고, 나는 계속 현녀의 입에 달라붙어 그녀의 입을 탐했다.

여전히, 현녀의 입은 복숭아 맛이었다. 그녀의 전신에서 풍겨오는 향은 여전히 향긋하고 달콤했다.

"하아, 하아, 하아."

입술을 떼어내자 현녀는 거칠게 호흡을 몰아내쉬었다. 나는 현녀와의 입술 사이에 늘어진 투명한 실을 혀로 훔쳤다.

"...스승님의 입, 너무 맛있습니다. 복숭아처럼 달콤합니다."

"사, 사람을…."

"평생 입을 맞추고 살아도 질리지 않을 것같은 맛이로군요. 하아…사랑스럽습니다. 스승님."

"사, 사랑…?!"

"예. 스승님. 제자의 사랑을...받아주시겠습니까?"

"......"

현녀는 표정이 굳었다. 그리고 눈에서 투명한 눈물이 흘러나와 아래로 떨어졌다.

"울지마십시오."

"......한 번만 더."

현녀는 내게 애원하듯 물었다.

"한 번만 더, 말해줄 수 있습니까…?"

"한 번만이라."

나는 현녀와 손깍지를 풀고, 그 손을 현녀의 옷깃 속으로 밀어넣으며 귀에 속삭였다.

"한 번으로는 부족합니다, 스승님. 제 사랑을 표현하기에는."

"읏…?!"

뭉클. 여전히 속옷은 없었다. 나는 현녀의 가슴을 살포시 움켜쥐며 계속 속삭였다.

"사랑합니다, 스승님. 처음 본 순간부터 저는 스승님께 불경한 마음을 품었습니다. 그래요, 사랑이라는 이 감정을."

"그, 그마안…!"

"그만하라니요? 스승님께서는 제 사랑을...거부하시는 겁니까?"

"그, 그게 아니라…! 이거 너무 부끄럽...으읍?!"

나는 다시 입을 맞췄다. 그리고 그녀의 봉긋한 가슴 위에 검지로 글자를 새겨넣었다. 손톱을 살짝 세워, 하나하나 획을 그었다.

"!!"

사랑. 연심. 애정. 그 모든 단어들을 총동원하여 나는 현녀의 가슴에 사랑을 속삭였다.

"후아. ...스승님. 잘 들으십시오. 만약 여기서도 도망을 친다면…스승님은 제 사랑을 거부하는 겁니다."

나는 엄포를 놓았다. 우물쭈물하던 현녀는 눈을 감아버렸다.

"...제자님 마음대로 하세요."

"...훗."

나는 현녀의 이마에 입술을 붙이며 속삭였다.

"사랑한다."

"......?!"

갑작스러운 하대에 명백히 당황하는 사이, 나는 체위를 바꿔 현녀의 아래를 향해 뱀처럼 기어가기 시작했다.

가슴을 지나, 복부를 타고 내려가, 배꼽을 스쳐, 점차 아래로-

"아으...거, 거긴…?!"

"벌리세요. 더이상은 못참겠으니까."

나는 현녀가 오므린 허벅지 사이의 비경을 향해 고개를 묻었다.

"사랑하는만큼 빨아드리겠습니다."

"저, 저는…."

스승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내게서 시선을 피했다.

"...제자님 마음대로 하라고, 말했습니다…."

"......훗."

분명. 마음대로 하라고 하셨겠다.

"예, 물론이지요."

정말 마음대로 할 거다. 내가 하고싶은대로 할 거다.

바로….

-남자가 여자 처녀 따고 도망가는 걸 뭐라고 하는지 알아요?

혈교주는 말했다.

-먹버라고 하는 거예요. 먹고 버리기. 쓰레기같은 짓이죠?

그 쓰레기같은 짓이, 우리를 구할 열쇠가 되리라.

-도망쳐.

나는 생각했다.

-우리 같이는 무리야, 오빠…!

과연 현녀을 어떻게 제압할 것인가?

-둘이서 합공을 해도 안 돼! 그러니까 제발 나를 버리고 가!

무공으로는 일단 불가능.

천마는 현녀를 상대로 철저하게 곤륜산의 경계, 즉 선기가 닿는 끝에서 싸웠다.

천마조차도 '곤륜의 현녀'를 경계했건만, 천마와의 일전으로 힘이 많이 줄어든 내가 곤륜산에서 현녀와 생사결을 벌인다? 그것도 누군가를 구한 상태에서?

불가능.

-제발...그냥 혼자 가라고!

설령 구한다고 해도 다시 붙잡힐게 뻔하다.

-나 없이도 다른 여자 많으니까, 나를 잊고 그냥 떠나란 말이야!

그럼 무조건 다른 방법을 써야했다.

바로 현녀를 제압하는 것.

현녀가 나를 잠시라도 쫓아오지 못하게 시간을 벌어 도망치는 것이 바로 내가 생각한 도주 계획의 근간이었다.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

'어떻게' 현녀를 제압할 것인가?

이에 나는 다시 첫번째 난제로 돌아가야만 했다.

점혈, 불가능.

약, 불가능.

물리적 제압, 불가능.

현녀가 나보다 훨씬 더 강력하다는 전제가 깔려있으니, 나는 아무리 날고 기어도 현녀를 이길 수 없었다.

최소한 일각.

일각만 있어도 나는 곤륜을 도망칠 자신이 있었다. 그 일각을 위해 나는 머리를 쥐어짜내야 했다.

모든 기준은 '그녀'를 구하고 곤륜을 도망치는 것.

그걸 위해서라면 수단과 목적을 가리지 말 것.

양심의 문제를 따졌다가는 영영 이 편안한 감옥에서 갇히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소위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나는 이곳에서 탈출해야만 했다.

그리고 수십 가지 계획을 짜낸 끝에, 가장 완벽에 가까운 계획을 찾아냈다.

도박이지만.

어차피 여기서 망하면 모든게 끝나는 입장에서, 남자가 건곤일척의 승부를 걸어봐야하지 않겠는가!

현녀는.

곤륜파의 장문인이며.

중원 무림의 고금제일인이며.

최강의 여인이다.

-현녀, 처녀겠죠?

혈교주는 말했다.

-처녀면 엄청 웃기겠네요. 천하에서 가장 강한 여인이 침대에서는 파과의 고통도 모르는 평범한 여인네란 거 아니에요? 흐흥, 우리 혈마 자지 한 방이면 아주 그냥…!

'혈교주, 역시 당신이 옳소.'

무공은 천하제일.

그러나.

색공은, 과연 어떨까…?

찌걱.

나는 현녀가 처녀라는데 걸었다.

그리고.

"아, 아응…. 이, 이 날만을 기다려왔습니다, 제자님…!"

만약 그녀가 색공에 있어서 삼류보다 못한 수준이라고 한다면.

"후으, 후으…. 제 몸을...맡기겠어요, 당신…!"

"...미안합니다, 스승님."

나는 이 여자를 범해 기절시켜, 틈을 만들 것이다.

선녀조차 쾌락에 절어버릴, 나의 천하제일좆으로.

그러니까. 한 마디로.

자지로 기절시킨다.

[작품후기]

장르 : 떡협지

덧) 제갈선(월녀) 나왔습니다. 하루 표지 후 다시 현녀님으로 일러 변경됩니다. 추후 나오면 다시 올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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