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비천색마-464화 (464/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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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신교

와아아아---!!

소공녀! 소공녀! 소공녀!!

지옥도 이곳보다는 혼란이 덜하리라. 대공자는 흘러넘치는 소공녀에 대한 '존경'으로 난리가 났다.

천마신공을 익힌 자들을 위한 배려!

탈마의 경지에 이른 이들이 머리카락까지 떠나지 않게 하기 위한 특단의 수법!

"자라나라, 머리머리!"

"젠장, 믿고 있었다구!!"

"비천삼마, 할 때는 잘 하잖아!"

오래전. 천마의 명령으로 세 마인은 저 멀리 동방에 특별한 물건을 찾는 중이었다. 당연히 세 명의 마인이 갑자기 비천삼마라는 이름을 반납하고 밀명을 받아,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아, 저 놈들 유배를 당했구나.

소공녀를 모셔야 할 비천삼마가 갑자기 다른 곳으로 파견을 가는 것으로 보아, 천마가 십마라는 이름값이 싸지지 않도록 셋을 멀리 유배보내는 것으로 벌을 내리는 구나.

소문은 돌았다.

비천삼마가 실은 천마신공의 약점을 없애기 위한 비약을 찾으러 간 거라고.

모두가 믿지 않았다.

"그런게 있었으면 진작에 나왔겠지!"

"신의조차 모르는데 어떻게 그런게 있단 말인가!"

그런데 그걸 찾아버렸네?

"도마의 머리카락이 그 증거입니다, 여러분."

와아아아-----!!

마교는 광란에 빠졌다. 특히 천마신공을 익혔던 전직 십마들이 쌍수들고 환영했다.

약의 배합법은 간단했다. 인형설삼이니 공청석유니 뭐니 비싼 영약들은 모조리 가져와 하나로 적절히 섞은 다음, 화룡점정으로 하나만 더 넣으면 끝이었다.

천마지루(天馬之淚).

천마의 눈물이라고 하는 환상의 물건.

비천삼마와 함께 마교에 방문한 청년-놀랍게도 이제 이립(而立)을 넘긴!-은 천마지루의 주인으로서 천마지루를 흔쾌히 마교에 양도했다.

힘으로 감히 강탈할 생각을 한다?

"크하하! 천마지루는 나의 것이다!"

"야, 저새끼 잡아! 괜히 상하면 우리가 좆 돼!"

"큭, 놓아라! 놔---!!"

아무리 마교가 힘의 논리로 돌아가는 곳이라고 한들,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모인 곳인 만큼 최소한의 사람 된 도리를 가지고 움직이는 곳이다.

"스승님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청년은 말했다.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가만히 창고에 처박아둔 채 사용하지 않으면 그건 예쁜 쓰레기에 불과하다고. 저는 이것이 필요한 분들께 흔쾌히 드리겠습니다."

"공자, 정파인 아니오?"

"......그냥 민간인인데요. 약초꾼입니다."

"화경의 패검 고수가 약초꾼이라! 말세로다!"

마음씨 좋은 약초꾼의 도움으로, 마교는 탈모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설마 진짜로 이런 약을 가져올 줄이야…."

"...이 정도 업적이면 소공녀도 나쁠 것 같지 않기도…?"

"소공녀라고? 아니, 소천마다! 십마가 무엇이냐! 허허벌판에 씨앗을 뿌려 그게 싹이 트게 만든 여인을 어찌 천마로 추대하지 않을 수 있으랴!"

비천삼마는 스스로의 이름을 비천삼마라고 다시 칭했다. 그런 이들이 가져온 약이니, 사실상 소공녀가 가져온 셈이나 마찬가지.

소공녀는 마교의 십마 중 셋을 3년 넘게 중원 밖으로 보낸 것으로 마교에 큰 이득을 가져온 것이다!

"소천마! 소천마! 소천마!"

"으윽…!"

주지는 손톱을 깨물며 초조해했다. 고작 발모제 한 번에 자신이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것이 무너지는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소공녀에게는 감사해야겠군."

"대공자가 크게 잘못하여 실각하지 않는 이상...소공녀와 대공자 사이에 큰 피바람이 몰아치겠군. 누가 물러서지 않을테니!"

중립을 지키던 이들, 그리고 대세를 따르는 이들.

실제로 모래알 한 줌 정도지만, 아주 적은 수의 마인들이 지지의 방향을 스리슬쩍 바꾸기 시작했다.

"으음…."

대공자는 고민에 빠졌다. 이 난국을 타개할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있다."

대공자로서 마교 전체에 큰 희망을 가져올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정파의 거물을...암살로 죽인다."

대공자의 눈앞에는 투명한 함에 보관된 연분홍빛 선도가 자리잡고 있었다.

* * *

내가 천마신교에 가는 목적은 하나다.

천마와의 생사결.

어줍잖은 비무가 아니다.

진정으로 서로의 목숨을 건 전투다. 내가 검선과 대결을 펼쳤던 것처럼, 현경과 현경 사이의 전투는 단순히 칼 몇 번 부딪히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하늘이 열리고, 땅이 갈라지는 충격의 연속이 현경급끼리의 대전이다.

이는 종이 한 장 차이로 승패가 갈리기 마련이며, 나는 감히 천마에게 생사결을 걸었다.

이유? 무궁무진하다.

하나. 이시아를 얻기 위해서.

천마의 딸인 소공녀를 나의 여자로 만들기 위해, 나는 감히 이시아를 내 여자로 가지겠노라 선포했다.

딸 가진 아버지 입장에서 미친 놈이 딸을 자기 것으로 만들겠다는데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으리오?

그래서 나는 천마와 싸워야 한다.

둘. 대공자 주지를 억제하고 마교의 준동을 막기 위해.

천마가 내게 패배하면 정마대전은 일어나지 않는다.

미래, 혈겁난세의 전초전이나 마찬가지였던 정마대전 당시.

정마대전의 발발은 무림맹주와 천마의 동시 퇴장으로 시작된다.

-이 복숭아는...음?!

무림맹주 독고자영은 선도를 먹고 선녀가 되고, 주변에 깔린 벽력탄에 의해 폭사한다.

무림맹주치고는 다소 어이없는 죽음같아보이기는 하지만, 그만큼 대공자는 무림맹주를 아주 손쉽게 죽이기 위해 십 수년을 공들여 수작을 부려왔다.

무림맹주의 죽음으로 무림맹은 제각기 흩어지게 되었다.

왜?

차기 맹주를 뽑지 못했기 때문에.

동시에 무림맹주를 암살하는데 성공한 대공자 주지는 막대한 힘을 얻게 된다.

그리고 그는 소천마의 자리를 얻고자 천마의 앞에 나서지만….

'천마는 죽었다.'

누군가와의 대결에서 검에 심장이 찔린 채, 나무에 주저앉아 웃으며 죽었다.

-졌지만 잘 싸웠다.

천마와 생사결을 벌인 자는 천마를 죽였다. 현경 끼리의 생사결은 결과가 어떻든 살아남은 사람이 이기는 것.

천마를 죽인 자가 누구냐?

바로 현녀다.

곤륜파의 장문인이자 곤륜의 대스승.

모두가 제자가 될 수 있는 곤륜파 안에서 그 누구 하나 나의 스승이 되지 않았기에, 그녀는 나의 스승으로서 편견과 차별없이 나에게 가르침을 주었다.

그녀가 천마를 무찔렀다.

그리고 내가 그녀를 찔렀다.

아무리 천마와의 생사결이 있었다고 한들, 과연 그녀가 살기를 품은 내 접근을 눈치채지 못했을까?

글쎄.

어느 쪽이든, 확실한 건 여기에 나의 세번째 이유가 있다는 것.

전생, 스승의 은혜를 갚기 위해.

휘리리릭.

맑은 새소리가 울려퍼진다. 나는 수마의 등판 위에서 뛰어내렸고, 황야와도 같은 넓은 벌판에 착지했다.

저벅, 저벅.

나는 앞으로 곧장 나아갔다. 그곳에는 금빛 머리칼을 찰랑거리는 한 명의 남자가 절벽 끝에 선 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왔는가."

척보기에도 근육질인 중년은 근엄하고 중후한 목소리로 나를 압박했다.

"왔소, 천마."

죽이러.

* * *

곤륜산, 정상.

"음...?"

현녀는 멀리서 느껴지는 기이한 기운에 정신이 곤두섰다.

"갑자기 왜 그래. 생리해?"

"뭔가...."

혈소예의 시비에도 불구하고 현녀는 자신이 느낀 감각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나한테 집중 안 해?!"

장소는, 곤륜산 정상.

카앙, 카앙, 카앙!

혈소예가 휘두르는 쌍검을 현녀는 검 한 자루로 막으며, 다른 손은 옆으로 뻗어 허공에 붓처럼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

혈소예는 사색이 되어 현녀를 더욱더 가열차게 공격했다. 쌍검술이 검이 두 개라서 두 배로 빠른 것도 아니건만, 혈소예의 공격은 천하의 그 어떤 쌍검수보다 더 신속했다.

"혈영쌍고!"

혈소예는 기합과 함께 현녀에게 일격을 날렸다. 현녀는 검을 비스듬히 세워 쌍검 중 하나를 막았다.

그리고 한쪽에는-

"아."

사람의 머리만한 검은 구체가 두둥실 떠올랐다. 혈소예는 급히 쌍검을 내던지고 뒤로 거리를 벌렸다.

"소용없다."

"큭...!"

혈소예의 뒤에는 현녀의 한쪽 손 위에 들린 또다른 구체가 길을 가로막고 있었다.

"...너무한 거 아니야? 생리라고 한 건 내가 사과할게."

"아니. 그건 상관없다. 그보다 지금 이곳에 펼쳐진 저 혈영수라진(血影水羅陳)...."

현녀는 자신과 혈소예를 중심으로 펼쳐진 핏빛 그물망을 보며 눈썹을 찌푸렸다.

"외부에서 오는 자들을 막으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막으려고 하는 것도 아니군."

"윽...!"

"그래. 굳이 따지자면...."

스르륵.

현녀는 묵빛의 구체에 손을 뻗었다. 그리고는 마치 검집에서 검을 뽑아내듯 손을 당겼고, 그녀의 손에는 하늘처럼 푸른 검강이 검의 형태로 반짝이고 있었다.

"밖에서 오는 기를 내가 느끼지 못하게 하려는 거로구나."

"......."

혈소예는 침묵했다. 현녀는 입꼬리를 비틀며 검을 세웠다.

"무엇을 숨기느냐? 어차피 천기만 읽으면 모든 것을 다 알게될 터."

"천기라...이미 뒤틀린게 너무나도 많은데, 그걸 읽으면 그쪽도 많이 힘들어지지 않아?"

"힘들어봤자, 수명이 깎이는 것 뿐이다."

현녀는 혈소예를 향해 검을 겨눴다.

"지상의 인간으로서 생을 마감하는 것도, 썩 나쁘지는 않지."

"...그래서 이제 산을 내려와서 지상에 살겠다? 지상의 공기가 당신에게 얼마나 큰 독이 되는지 알면서도 그런 말이 나와?"

"안다."

현녀는 자애로운 미소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럴 가치가 있다면?"

"목숨을 걸어서라도 꼭 사과하겠다니, 나 참...."

혈소예는 양손을 쭉 펼쳤다. 손가락 끝에서 흘러나온 핏방울이 길게 실처럼 아래로 흘러내렸다.

"왜? 당신이 '직접' 그런 것도 아닌데."

"천기를 보았노라."

현녀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웃었다.

"나를 위해 목숨을 걸겠다는 자를, 내 어찌 좋게 보지 않을 수 있겠나?"

* * *

"선물은 고맙다."

목소리에 내공이라고는 실리지도 않았는데, 육성만으로도 벌써 나를 압도하는 듯 했다.

"덕분에 머리가 벗겨질까봐 걱정하면서 싸울 일도, 머리가 반짝인다고 치욕을 겪을 일도 사라졌다네."

어쩌면, 천마가 현녀에게 패배하고 죽었던 유일한 이유.

머리.

평정을 유지해야하는 명경지수의 극의는 대머리로는 극복할 수 없었다.

"나의 약점이 사라졌다, 이 말이야."

아무리 초자아를 유지하며 강력한 정신력으로 무공을 다뤄도, 상대방이 조금만 긁어도 울화가 치밀어 평정이 깨지기 일쑤였다.

그런 천마가 이제는 자신의 금빛 머리칼을 찰랑거리며 나를 향해 손을 뻗었다.

까닥, 까닥.

"이제는 진정으로 전력을 낼 수 있다."

"오기도 전에 벌써부터 전력을."

"물론. 이럴 때가 아니면 나의 한계를 어디까지 끌어낼 수 있겠나?"

천마는 아이처럼 기뻐했다.

"시아가 태어난 이래, 난 한 번도 싸움 다운 싸움을 해본 적이 없어. 맹주 놈은 피하지, 다른 놈들은 시시하지. 현녀는…곤륜산 안에서는 사기고."

순수하게 자신의 힘을 전력으로 맞부딪힐 수 있는 존재가 눈앞에 있다는 것에 진심으로 웃고 있었다.

"아아, 이 얼마만의 고양감인가…. 그래. 이건…."

천마는 붉은 눈동자를 반짝였다.

"나도 죽을 수 있다는...죽음의 짜릿함…!"

천마는, 아주 오래전부터 망가진 남자였다.

최고의 자리에 올랐지만 더이상 자신과 싸울 수 있는 이가 없는 지존의 경지에 올랐기에, 오랫동안 고독을 곱씹어왔다.

"비천혈세(飛天血世)."

나는 혈소예가 나를 상대로 조종하려고 할 때의 축문(祝文)을 읊었다.

"주술이냐?"

"사랑하는 이가 내게 준, 승리를 위한 주문이오."

"...이 놈."

천마의 표정이 굳었다. 나는 이시아를 두고 한 말이 아니었지만, 소위-

"수마에게는 들었다. 바다에서 내 딸과 서로 알몸으로 해변가를 거닐었다지?"

"......."

좆됐음을, 직감했다.

"시아의 아비로서, 마교를 이끄는 천마로서, 한 명의 무인으로서. 나는 너를 죽여야겠다."

딸도둑놈. 백도의 용사. 맞수. 천마가 싫어할 법한 요소를 모두 종합한 인간이 바로 나다.

"...나도 마찬가지."

나는 아래로 주먹을 뻗었다. 나의 팔을 타고 흐르는 혈관이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여기서 죽을 수는 없지."

시야가 붉게 물든 순간, 내 전신이 붉게 물들었다. 나는 시작부터 혈마(血魔)를 꺼냈고, 천마는 한쪽 손바닥을 내게 펼치며 자세를 잡았다.

"천마. 지도를 다시 그려야 할 정도로 싸워본 적이 있소?"

"아직은. 하지만…."

천마는 입꼬리를 씩 들어올리며, 나를 향해 손바닥을 뻗었다.

"오늘이, 본좌의 첫경험이 되겠군."

"!!"

초격.

"간다, 나의 죽음이여."

천지를 뒤덮는 천마신장부터 날린 천마는 곧장 나를 향해 뛰어들었다.

"날, 죽여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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