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비천색마-463화 (463/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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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신교

마교의 십마(十魔)는 마교 최강의 10인을 일컫는 말이

'아니다'.

마교의 십마는 천마가 다음 대의 천마로 적합한 자를 판별하는 존재이자 소천마에게 주어진 시련이다. 마교의 미래를 책임지는 자들로, 일종의 명예직과도 같은 직함이다.

그들에게는 따로 월급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 마교에 소속된 부하들이 마교 단위에서 딸려오는 것도 아니고, 그냥 '너 십마'와 같은 직함만 받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무공의 편차는 각양각색.

현경 고수부터 절정 수고수에 이르기까지, 위아래의 폭은 천차만별이었다. 그리고 무공의 차이는 현재의 십마들이 역대 가장 큰 차이를 두고 있다.

절정에 도마와 적마가 있으며,

초절정에 검마와 환마와 빙마와 뢰마가 있으며,

화경에 염마가 있으며,

수마와 광마와 무마의 수위는 아무도 알 수 없으니.

이게 이전 용봉지회 당시 알려진 무공의 수위였다.

소식이 아직도 없는 비천삼마를 제외하고, 십마의 무공 수위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기존의 검마가 죽고 은퇴한 마검비가 검마의 자리를 차지-공식적으로는 공석이지만-하면서 검마는 화경 고수에 등극했다.

그리고 빙마 또한 강호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무공을 수련한 끝에, 엄연한 화경의 고수가 되었다.

사람들은 궁금해했다.

그럼 다른 셋의 경지는 어느정도이냐?

존재가 불분명한 무마-색마-에 대해서는 논외.

혈교의 교주를 강제로 광마라는 이름을 붙인 혈교주는 명백한 현경이다. 현역 시절부터 천마와 혈교주는 승패가 5.3:4.7 정도로 갈릴 정도였다.

그렇다면 수마의 전력은 어떠한가?

이는 개방도 모른다. 하오문도 모른다. 마교의 모든 이들이 수마에 대해 알지 못한다.

그저 인간과 동물의 모습을 서로 변신할 수 있는 특이한 존재라고만 생각한다. 천마의 명령을 전달하는 전서구(傳書鳩)수준으로만 생각한다.

간혹 인간으로 변한 모습을 본 이들은 '동물의 모습'을 취하는 변태라고만 생각한다.

실제로 그 무공의 수위를 보여준 적이 없기에, 천마의 명령을 전달하는 전달자라고 생각하고 있기에, 누구 하나 감히 수마에게 덤벼들어 그 힘을 알아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아니, 하기는 했다.

단지 그들이 지금까지 살아있지 않다는 것이 문제지만.

'현경.'

수마는 현경급 고수다. 정확히는 현경급 존재다.

천마신교가 있기 전부터 신강 일대를 지배하던 영물(靈獸)! 사람이 동물처럼 변한 것이 아니라, 동물이 긴 기간을 살아 인간의 지능과 지혜를 익히고 무공까지 겸비한 존재!

그러니까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천마의 애완동물."

[애완동물이 아니고 자가용이거든요?]

수마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강력히 주장하며 내 말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정정하지. 애완영물 맞지 않나?"

[천마께서 저를 반려동물로 기르는 것도 아닌데 제가 왜 애완이죠? 저는 그냥 당신과 같은 사람들과 똑같은 존재일 뿐입니다.]

수마는 궁시렁거리며 하늘을 달렸다.

[천마님께 힘으로 굴복해서 천마님을 따르는 존재. 모든 천마 분들은 저를 이기고 천마가 되셨죠.]

"하긴, 가정에 있는 반려수(伴侶獸)한테 사람이 서열정리 당하면 안 되지."

천마가 되려는 자, 수마부터 꺾어라! 물론 여기서 꺾는다는 표현은 생사결로 수마를 제압하라는 것이 아니다.

[서열정리라니.... 천마란 자고로 모든 자들보다 으뜸이 되어야 하는 존재.]

수마의 인정을 받으라는 것. 지금까지 수많은 천마 후보들을 봐온 수마는 역대 십마들 중에서도 최고령이자 최고(最古)의 역사를 자랑한다.

[신강땅의 주인을 이기지도 못한다면 어찌 천마라고 할 수 있겠어요.]

초대 수마가 바로 나를 태우고 날아가는 수마다.

비록 마교제일인인 천마에게는 밀린다고 해도, 수마의 무공 실력은 인간형이든 동물형이든 천하 30대 고수 안에 들어갈 정도로 충분히 강하다.

물론, 나보다 약하다.

약하니까 나를 태우고 순순히 천산으로 나를 '모시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아주, 오래전부터.

그러니까 정확하게는 내가 검각을 무너뜨린 것으로 나의 힘을, 초마교인의 힘이라는 명목의-천마신공의 극의를 보여준 이후로.

내가 이시아를 맡겠다고 연락을 넣은 순간부터, 천마는 내게 수마를 보내 감시하게 만들었다.

수마는 어느 곳에서든 나를 감시했다.

특히 다른 곳으로 이동할 때, 수마는 나와 나의 여인을 위해 기꺼이 말로 변하여 마차를 끌었다.

중간중간 대공자의 일 때문에 잠시 자리를 비우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우리의 탈 것으로서 큰 역할을 해주고 있었다.

[언젠가 천마님께서 이런 얘기를 꼭 하라고 하셨어요.]

"뭐냐."

[천하에 자기 자가용을 3년 넘게 빌려주는 장인어른이 있다면 나와보라고.]

"...꼭 누구처럼 말하는 것 같군."

나는 누군가의 얼굴이 떠올라 다소 소름이 돋았다.

"도대체 그 양반은 어디까지 영향력을 뿌려놓은 거지?"

[미치광이를 말하는 거라면 아마...중원 전역?]

"하아, 정말 미치겠군."

광마는, 혈교주는 도대체 젊은 시절에 무슨 짓을 하고 다닌 걸까? 천마에게까지 영향력을 크게 미친 혈교의 주인이라니.

"슬슬 사천을 지나가는 건가."

나는 건물조차 개미보다 작게 보이는 높이에서 지형을 관찰했다.

온통 산 뿐인 동네를 가로지르고, 중간에 내가 무너뜨린 검각의 흔적이 엿보였다.

"너, 그 날 내가 힘을 쓰는 모습을 진짜로 봤었나?"

[물론이죠. 천마신공을 사용하면서 금빛으로 물드는 머리칼. 남들은 전부 탈모할 때 혼자서 탈마(脫魔)하는 모습을 어떻게 놓칠 수 있겠어요?]

"탈마라."

현경과 같은 경지를 일컫는 마교의 호칭이다. 마의 극에 이르른 다음, 마를 벗어나 궁극에는 자연 그 자체와 하나가 되는 단계에까지 이를 터.

생사경. 또는 자연경.

초대 천마 이외에는 그 누구도 천마신교에서 오르지 못했다고 하는 신위의 경지이며, 나나 혈소예조차도 도달하지 못한 경지.

천마도 나도 생사경에 닿기 위해 갖은 애를 쓰고 있다.

한 명은 자신의 압도적인 힘을 과시하기 위해서.

그리고 나는 나의 욕망을 막아세울지도 모르는 존재로부터 살아남기 위해서.

[그러고보니 색마. 하나 물어볼게요.]

"뭔데."

[저도 암컷인데 왜 안 범하려고 하는 거죠?]

"......."

죽일까. 나는 주먹을 들어 수마의 등판을 강하게 때렸다.

[캬아아앙?!]

"이게 죽을라고. 사람이 어찌 탈 것과 성교를 한단 말이더냐. 짐승은 짐승끼리 하거라."

[...대공자는 가능하다던데.]

"......뭐?"

나는 순간, 왜 수마가 지린수마로서 대공자의 편을 들었는지 알 것만 같았다.

[대공자는 자기랑 할 때 여인의 몸이기만 하면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하던데요? 물론 아직 하지는 않았지만.]

"...굳이 그런 거로 승부를 보고 싶지는 않다."

대공자 주지, 여러모로 대단한 놈이었다. 물론 본받고 싶다는 생각은 추호도 들지 않았다.

색은 사람과 사람이 나누는 것.

아무리 사람 또한 동물이라고 한들 어찌 사람이 동물과 그 짓을 한단 말인가?

"인간이랑 짐승은 하는 게 아니야."

[왜요? 옆동네 친구는 자기 구역에 있던 옛날 나라 중에서, 하늘에서 내려온 남자가 여자로 변한 곰이랑 결혼해서 낳은 자식이 아이를 나라를 만들었다고 하던 걸요?]

"내가 배운 거랑 다른데."

[뭔데요?]

혈교주는 말했다.

"곰을 숭상하는 부족과 하늘의 자손임을 주장하는 부족이 하나로 결합된 걸 신화로 만든 것이라고 들었다."

[참 나. 제가 직접 봤는데요?]

"........"

뭐라고 해야할까. 세계의 이면을 본 것 같은 기분이다.

"...나 참. 그럼 묘족(猫族)은 전부 거대 고양이랑 사람이 그 짓을 해서 생긴 부족이냐?"

[제 후손인데요.]

"......아니, 농담하지말고."

[농담을 왜 해요? 옛날에는 사람으로 둔갑한 구미호가 황제를 꼬드겨서 나라를 멸망시키기도 했다구요. 제가 직접 봤다니까요?]

"......그래, 너 명줄 길다."

그래서 북해에 있는 백습광아만큼 강하지 못한 이유는 뭐냐고 따지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만리장성을 몇 겹으로 쌓은 높이에서 바닥으로 곧두박질을 칠 것 같아 그냥 참기로 했다.

아무튼.

나는 어여쁜 여인을 두고 인간으로 둔갑한 짐승과 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래서 수마를 옆에 두고도 가만히 있는 것이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하여.

"차라리 월녀복 수인 사양으로 입혀서 하고 말지."

[그건 뭐죠?]

"그런게 있다."

혈교주는 말했다.

"귀랑 꼬리만 동물처럼 꾸며도 충분해."

말 끝에 동물처럼 귀엽게 하면 더 좋고.

[역겨운데요?]

"탈 것에 박으려는 주지 놈이 더 역겹다."

구멍이 있다고 전부다 박는다면, 차라리 얼어붙은 호수에 원형의 구멍을 내고 거기다가 좆질하면 되지 않는가?

[슬슬 준비나 해요. 이제...청해를 지나갈 때가 되었으니.]

"......."

익숙한, 깎아지른 곤륜산맥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 * *

그 시각.

천산마교의 분위기는 착 가라앉아있었다.

폭풍전야.

거대한 피바람이 몰아칠 것만 같은 분위기가 가득했다.

원흉은 오직 한 명.

"오늘...천마께서 상당히 날카로우시더군."

"예전에 소공녀 님 낳기 전을 보는 것 같은데…."

천마신교 전체로 퍼져나가는 천마의 기감에 마인들은 모두 몸을 떨었다.

모든 것을 압도하고 지배하는 천마신공은 삼류 무사 출신의 하급 마인들부터 시작하여 천마신공을 직접적으로 익힌 마인들마저도 벌벌 떨게 만들었다.

무엇이 천마를 이리도 분노하게 만드는 것일까.

무엇이 천마를 이리도 짜증나게 만드는 것일까.

"......."

무엇이 천마를 이리도 마음 졸이게 만드는 것일까!

"언제 오나…."

천마는 노심초사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도 천마가 기다리는 대상을 모르지만,짐작은 할 수 있었다.

"혹시...곤륜파랑 전면전인가?"

"쉿. 그럴 리가 없지. 정파도 아니고 곤륜파랑 전면전이라니. 어찌 그런 굴욕이 있단 말인가?"

"하지만 천마께서 현녀를...히끅."

마인들은 눈치를 보며 입을 꾹 다물었다. 그들이 눈을 깔기 전 시선을 보낸 곳에는 대공자가 자랑스러운 눈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옳게 된 마교란 이런 거지."

"천마께 모두가 두려움을 가지고 벌벌 떠는 것 말씀입니까?"

"그래. 만인지상의 자리가 어디 허명이더냐."

대공자는 뢰마에게 사방을 두 팔로 가리켰다. 이미 그곳에는 이름이 널리 알려진 쟁쟁한 마인들이 가득했다.

모인 이만 무려 수 천 명.

그들 모두가 절정 이상의 고수인 걸 감안한다면, 최소한 세 개 성 정도는 단숨에 쓸어버릴만한 대규모 전력이었다.

그런 전력이 천마의 부름에 바로 천마의 앞에 부복했다. 모두가 천마가 입을 열기만을 기다리며 같은 자세로 벌써 한 시진을 기다리고 있었다.

"설마 소공녀는 아니겠지."

"글쎄. 중원에서 보내오는 것마다 다 마교에 도움이 되는 것이니…."

"용봉지회 되기 전에 직접 부른 거고 이렇게 크게 사람을 부른 거라면...역시 후계자는…."

빠득.

주지는 이를 갈았다. 곳곳에서 자신을 향한 불신얼니 눈빛에 주지는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소천마는 자신이다.

아무리 십마 중 몇 명이 중원의 청년과 사랑노름에 빠져있다고는 하지만, 주지는 십마가 아닌 모두의 인정을 받고 천마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십마의 추천이 아니라,

십만의 지지를 받으며.

천마가 되는 날, 천하를 향해 공표하리라.

중원진출. 우선 목표는 청해.

"...크."

주지는 생각만으로도 기뻐 몸서리를 쳤다. 천마가 되는 날, 드디어 유혈을 볼 것을 기뻐하는 십만마인의 환호성을 받을 생각에 그는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러나.

끼이익.

문이 열렸다. 입구에는 네 명의 남자가 고개를 빳빳이 든 채 서있었다.

"......!!"

처음에는 쉽게 눈치채지 못했다. 하지만 주지는 처음보는 자를 제외하고, 다른 세 명을 보자마자 가슴이 철렁내려앉았다.

귀 아래까지 닿는 머리칼이 흔들리는 날카로운 사내.

중원의 귀공자처럼 꾸며 가장 젊어보이는 청년.

허리를 곧게 펴고 백발을 전부 뒤로 넘긴 도사와도 같은 노인.

그리고 상당히 나이가 많이 들어보이는 청년 갑(甲).

"...뢰마, 내 눈이 어떻게 된 거지?"

"......저 자들, 모두 초절정 이상입니다."

괄목상대라고 하였다. 네 명의 사내는 당당한 발걸음으로-한 명은 엄청 긴장한 걸음으로-천마의 앞에 섰다.

"드디어."

천마가 옥좌에서 몸을 일으켰다. 수 십 개의 계단을 직접 한 발 한 발 내려가며 넷을 반겼다.

"도마! 적마! 그리고 환마! 너희들에게 비천삼마(飛天三魔)의 이름을 되돌려주마. 예상보다 더 이른 귀환이구나."

"이 자의 덕분입니다."

웅성웅성. 노인의 또박또박한 목소리에 마인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대부분 놀란 눈치였고, 천마조차 눈을 크게 뜨며 놀랐다.

"그대…?"

"제 이지(理知)의 귀환에 대해서는 나중에 설명드리겠습니다. 지금은 이것을 확인하실 차례입니다."

노인, 환마는 청년에게서 함 하나를 건네받은 뒤 경건한 얼굴로 천마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취하십시오. 천마시여."

"아아, 이것이…."

천마는 환마가 든 함 속에서 영롱하게 빛나는 검은색의 단환을 들어올렸다.

"예. 당신께서 찾으시던 그 물건입니다!"

물건의 이름은 '자라나라'라고 한다.

정식 명칭은….

"이것이...그들이 말했던 천마지루…!"

다모(多毛)현상을 일으키는 발모(發毛)의 비약이다.

[작품후기]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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