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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스스로를 색마부인이라 칭했다
천무명의 극진한 간호 이후.
독고연은 조금씩 몸과 마음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일단 글 쓰는 법부터 다시 배워봅시다. 자, 붓은 이렇게 잡는 것이오."
"네, 네!"
천무명은 독고연의 뒤에서 직접 붓에 손을 쥐여주며 손을 움직였다. 독고연은 놀랍게도 금방 붓 잡는 법을 배웠다.
"글을 기억하는지 하나 하나 확인해보겠소. 조금 그렇기는 하지만...천자문 부터 하나하나 직접 써 보도록 합시다."
"저 천자문 모르는데요...?"
"그러니까 내가 움직여주는대로 써 봅시다. 자, 고독할 독 부터 써봅시다. 먼저-"
"하, 하늘 천부터!"
"......하늘 천부터, 하나씩 해봅시다."
독고연은 금방 천자문을 익혔다. 다행히 언어를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거나 하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불과 며칠만에 천자문을 다 기억해내다니. 이 뒤로는 혼자서도 가능할 지도...?"
"아, 안 돼요! 가가가 뒤에서 직접 붙어서 가르쳐주시니까 잘 아는 거지...그냥 하면 저 자신이 없어요."
"후후, 알겠소."
천무명은 독고연과 상당히 오랜 시간을 함께 보냈다. 중간 중간 팽유월도 함께 독고연을 보살피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와중.
"...독고 소저."
"네?"
"조금...민감한 이야기가 될 수 있지만."
팽유월은 독고연을 따로 불러냈다. 천무명이 잠시 무공 수련을 하러간 사이, 팽유월은 자신의 방으로 독고연을 따로 불러냈다.
"이런 말씀드리기는 그렇지만, 독고 소저가 지금 천 공자를 엄청 힘들게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나요?"
"...알아요."
자신을 탓하는 걸까. 하지만 억울해도 어쩔 수 없다. 자신에게 믿을 수 있는, 디딜 수 있는 언덕은 오직 천무명 한 명 뿐이지 않은가?
"하지만 저는 천 공자가 아니면 살 수가 없는 몸이 되어버렸단 말이에요...!"
"아니. 그게 아니라."
팽유월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제가 이런 말까지는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이건 말하지 않으면 천 공자가 너무 안쓰러워서 어떻게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무슨...."
"천 공자와 저는 아주 오래전부터 깊-은 사이였어요."
순간.
독고연의 억장이 무너져내렸다. 속에서 뭔가가 들끓기 시작했고, 팽유월과 자신을 하나 둘 비교하기 시작했다.
"설마...."
"아뇨.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사이는 아니에요. 그저 서로의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오랜 벗, 친구 사이라는 거죠. 그래서 천 공자가 당신이 팽가에 오고 난 뒤에 팽가를 믿고 맡긴 거죠."
"그, 그렇군요. 하하...."
독고연은 괜히 얼굴이 화끈거렸다. 자신의 착각으로 인해 팽유월과 천무명의 사이를 크게 오해할 뻔 했다.
"과거에, 아주 짧은 인연이지만 깊게 연을 맺기도 했죠."
"......네?"
"한순간의 불장난같은 일이었어요."
"......."
팽유월은 담담히 말했지만, 독고연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말씀은...."
"뭐...그러다가 제가 매매혼으로 팔려가고 다른 이의 아이를 낳으면서 관계는 틀어졌지만. 중원에 더러 있는 이야기일 뿐이에요. 아무튼 이게 중요한게 아니고, 제가 하고 싶은 말이 뭐냐면."
팽유월은 한숨을 푹 내쉬며 밖을 가리켰다.
"천 공자도 남자라는 거예요."
"......네, 남자잖아요."
여러 여인과 인연을 맺은 남자. 하지만 동시에 그런 걸 인정할 수밖에 없는 남자. 검희봉 독고연 스스로에 대해서도 적으로 생각하고 있건만, 다른 이들도 깊은 관계를 맺은 남자.
유설라, 제갈선, 당서희, 모용란, 그리고 독고연.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만해도 벌써 다섯이다. 여기에 팽유월이 추가된다고하면 여섯이고, 팽가 식속들의 소문에 의하면 태극화 사공희와도 안면이 있다고 하더라.
강호에서 천무명과 인연이 있는 예쁜 여자는 전부 천무명과 관계를 맺은 것이 아닐까.
독고연은 그런 남자가 자신을 위해 이렇게까지 한다는 것에 기쁘면서도, 다른 여인과 인연을 쌓는다는 것에 살짝 마음이 울컥했다.
그러나 어찌 그걸 탓할 수 있으리오?
- 독고 소저. 천 공자는 그대를 구하기 위해 스스로의 몸까지 희생하였네.
제갈세가의 가주, 제갈길은 독고연에게 천무명의 희생을 상세히 말했다. 천무명 본인은 내색하지 않았지만, 독고연은 천무명 또한 자신과 같은 일을 당했다는 것에 홀로 밤에 속으로 울었다.
사람의 마음을 잡아끄는 마성을 가진 존재.
그런 남자가 여러 여인과 인연을 맺는 것이 이상할 리가 없다. 설령 과부라고 할 지라도.
"그래서 팽 소저도...천 공자에 대해서 마음을 아직 품은 거 아니에요?"
"......."
팽유월은 다소 놀란 눈으로 눈을 깜빡였다. 독고연은 부끄러움을 무릎쓰고 당당히 고개를 들었다.
"같은 여자니까...알아요. 팽 소저는...."
"하아. 이 아가씨 완전히 착각하고 있네."
팽유월은 한탄하며 독고연에게 삿대질을 했다.
"당신이 그렇게 행동하니까, 천 공자가 지금 더 괴로워하는 거라고요."
"제가 뭘-"
"꼴리게 하잖아요."
"......네?"
팽유월은 코웃음을 치며 자신의 고간 부위를 가리켰다.
"당신이 자꾸 천 공자의 거기를 화나게 하니까, 천 공자가 계속 괴로워하는거 아니겠어요?"
"자, 잠깐만요. 거기라고 한다면...?"
"당신이 엉겨붙고 밀착하는 바람에, 천 공자가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알아요? 천 공자도 남자에요, 남자."
"아, 아으...."
독고연은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그제서야 독고연은 천무명이 보이던 미묘한 거리감을 파악했다.
"서, 설마...."
"색마에게 당한 것을 배려하고자 천 공자도 나름 마음을 다잡고 있지만...독고 소저가 자꾸 그러면 천 공자도 어쩔 수 없답니다. 그도 남자인 지라. 어쩌면...물 빼러 갈 지도."
"아, 안 돼요!"
독고연은 버럭 소리를 지르며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자신이 화를 냈다는 것에 스스로 놀라 우물쭈물거리기 시작했다.
"그, 그게...."
"...후. 독고 소저."
팽유월은 독고연의 손을 맞잡았다.
"좋아요. 이렇게 하죠."
"패, 팽 소저?!"
팽유월의 거침없는 손길에 독고연은 저항하지 못했다.
끼이익.
"꺄아아아!"
"그래, 이게 허공답보란다. 하하하."
문이 열리자, 천무명은 어린 아이와 즐겁게 놀고 있었다. 그러다가 팽유월과 독고연의 방문을 보자마자 표정을 굳히며 헛기침을 했다.
"크흠, 무슨 일이오?"
"월아야. 이모랑 잠깐 놀고 있을래?"
"이모?"
"팽신혜!"
팽유월의 외침에 옆방에 있던 여인이 종종걸음으로 걸어왔다. 그녀는 소매로 코를 가리고 있었다.
"...코피?"
"아, 신경쓰지마세요."
"...?"
독고연은 왜 팽신혜가 팽유월에게 존대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으나, 그걸 따지기에는 이어지는 상황이 더 당황스러웠다.
"월아야. 이모랑 잠깐 가있으렴."
"응, 아빠!"
"아...!"
아이는 천무명에게 '아빠'라고 칭했다. 그에 독고연은 손발의 피가 전부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무슨 일이오?"
"당신, 나랑 잠깐 이야기 좀."
"당신? 자, 잠깐."
팽유월은 천무명을 구석으로 당겼다. 독고연은 귀를 쫑긋 세우며 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유월아. 지금 뭐하는 거야?"
"언제까지 힘들게 그럴 거예요."
"그치만...."
"그치만이고 뭐고. 옆에서 보는 제가 다 민망하고 불쌍할 지경이에요. 솔직히, 이제 한계잖아요."
"........"
사실 일부러 들으라고 하는 말이 아닐까. 독고연은 당당한 팽유월의 목소리가 부러우면서도 부끄러웠다.
짧은 지식이지만 그녀의 머리가 맹렬히 돌아가기 시작했다. 지식은 잃었어도 지능은 잃어버린게 아닌지, 독고연은 작은 단서들만으로 상황을 유추하기 시작했다.
"독고 소저를 위한 충격 요법이 될 수 있어요."
"...정말, 괜찮을까?"
"저를 믿어요. 저를 구해준 당신이라면 결코 잘못되지 않을 거예요."
팽유월은 독고연에게 다가와 심호흡을 하며 말했다.
"독고 소저. 제가 먼저 할게요."
"뭐, 뭘요...?"
"......."
찹찹.
팽유월은 고리를 만든 손가락 사이로 검지를 퓻퓻 쑤셔넣었다.
독고연은.
화륵.
그걸 바로 알아챈 자신의 음탕함이, 너무 부끄러웠다.
* * *
야심한 밤.
나는 팽유월의 초대를 받았다. 정확히는 그녀에게 편지를 받았다.
'천무명 님, 제 방으로 와주세요.'
굳이 나를 지칭하는데 천무명이라고 했다? 이건 둘 중 하나다.
천무명이랑 하고 싶거나, 내가 색마임을 들키면 안되는 상황이거나.
끼이익.
나는 문을 열었다. 그곳에는 팽유월이 소복 차림으로 다소곳이 침대에 앉아있었다.
안에는….
"무슨 일이오, 팽 소저."
"예전처럼 말씀해주셔요."
"...유월아. 무슨 일이냐."
나는 문을 꾹 닫았다. 안에서 들리는 소리가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게 조치를 한 뒤, 팽유월이 토닥이는 침대 자리에 자연스레 앉았다.
"무슨 일이 있어야만 부르는 건가요?"
"...그건 아니긴 하지."
천무명이랑 하고 싶어서 그렇구나. 그렇다면 인정이지.
"일이 있다면 이런 거죠."
팽유월은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자연스레 소복을 옆으로 벗어내렸다.
뭉클.
팽유월의 커다란 가슴이 내 무릎위에 놓였다. 어찌나 큰지 팽유월이 다리를 'ㄴ'자로 펴고 나서야 내 무릎 위에 전부 올려질 정도였고, 그 무게 또한 상당했다.
"요즘 독고 소저 때문에 힘드시죠?"
"...힘들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뭐가 힘들다는 거죠? 아무것도 모르는 거?"
"...자신이 얼마나 매력적인 여자인지."
내 말에 팽유월은 눈썹을 찌푸렸다. 나는 일부러 팽유월을 도발하며 뒤를 짚었다.
"기억을 잃었어도 독고연은 독고연이더구나. 여전히...선녀같은 여자였어."
"...지금 도와드리려고 하는데, 자꾸 저를 이렇게 화나게 하시네요."
팽유월은 바로 내 바지를 잡아당겼다. 나는 그녀가 쉽게 내 양물을 머금을 수 있게 상체를 살짝 뒤로 숙였다.
"선녀같은 분을 왜 아직도 안 건드리고 있을까?"
"성에 무지한 여인이 되어버렸다. 괜히 이렇게 했다가는…아픈 기억이 돌아올 수 있으니."
"흥, 두려운 게 아니구요?"
"...음?"
뭉클. 팽유월은 자신의 가슴으로 내 양물을 포근하게 감싸안았다.
"독고 소저가 사실은 색마에게 개발되어서...선녀가 아니라 색녀가 되었을까봐, 무서운 건 아니세요?"
"선을 넘지 마라, 유월아."
"제가 선을 넘는게 아니라, 공자께서 선을 넘으셔야 하는 문제에요."
팽유월은 가슴으로 내 양물을 위아래로 튕기기 시작했다. 혀를 아래로 내리며 귀두를 할짝였다.
봉긋한 둔덕 위로 간신히 고개를 내민 귀두가 팽유월의 침에 번들거리고 있었다.
"안 그러면 공자가 힘들어서 죽을 지도 몰라요. 언제 소저가 기억을 되찾을 지도 모르는데. 이건 선을 넘는게 아니라, 독고 소저를 위한 일이라고요."
"......나는 두렵다."
나는 팽유월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혹시나 기억을 되찾은 연이가...그 색마가 아니면 살 수 없게 된 여인이 될까봐 두렵다."
"그러니까 더더욱."
츄릅. 팽유월은 귀두 사이로 흘러나온 투명한 액을 할짝이며 옅게 웃었다.
"공자의 색으로 덮어씌우면 되잖아요. 하얀색 위가 굳으면, 공자의 색으로 덮어씌우는 거예요."
"...그게 될까?"
"네. 제가 아는 공자라면."
팽유월은 자신의 가슴을 아래로 꾹 눌렀다. 가슴이 압착되는 부분만큼 양물이 위로 살짝 튀어올랐고, 팽유월은 입을 벌리며 양물을 크게 머금었다.
츄르르릅.
"...크윽."
"후아. 분명, 공자랑 하는 걸 무서워하겠죠. 하지만 공자...독고 소저의 처녀를 취했잖아요?"
"...너."
나는 기밀을 언급하는 팽유월의 머리를 붙잡았다.
"감히 누구 앞에서 입을 함부로 놀리는 거지?"
"입이 아니라 입보지인데요."
"...누구처럼 말을 하는구나."
나는 팽유월을 곧장 일으켰다. 그녀는 침대 머리맡에 놓아둔 차로 입을 헹궜고, 나는 팽유월의 위로 올라타며 그녀에게 속삭였다.
"아랫입에 따져야겠구나."
"아, 아앙…!!"
두근, 두근.
병풍 뒤.
독고연은 숨을 죽인 채 두 남녀의 정사를 똑똑히 보았다.
"아아…! 공자, 더, 더…!"
자신을 한없이 아껴주던 어머니같던 여자는 없었다. 그곳에는 남자를 탐하지 못해 쾌감에 절어있는 과부 뿐이었다.
"더 세게…!"
"크으윽…!"
"......."
독고연은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괜히 신음이 흘러나올 것만 같아 두려웠다.
팽유월의 제안에 따라 뒤에서 몰래 쳐다보기로 했지만, 이건 상상 그 이상이었다.
"아아, 공자…!"
팽유월의 위에 올라타 다리 한쪽을 옆으로 들어올리게 만들고, 옆으로 누운 팽유월과 입을 맞추며 허리를 흔드는 천무명의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더 충격인 것은-
'내가...저 분에게 처녀를 바쳤다고?'
"......."
독고연은 진짜 부부처럼 사랑을 나누는 둘을 보며, 속에서 누군가가 속삭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삼...삼….
왠지 모르게.
셋이서….
금방이라도 저 사이에 끼어 함께 잠자리를 나눌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독고연은-
"적혈태양."
"나도, 나도 할 거예요…!"
꿈이겠지.
독고연은 의식을 잃었다.
[작품후기]
병풍 뒤에 사람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