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비천색마-460화 (460/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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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스스로를 색마부인이라 칭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에요.

혈교주는 말했다.

-인간의 기억은 잃어버리는 게 아니라 잊어버리는 걸지도 몰라요.

인간의 머리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며, 기억은 무의식의 아래로 깔리는 것이지 증발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섭혼술 따위를 사용한다고 해도 기억을 완전히 지워버리는게 아니에요. 영영 기억이 떠오르지 않게끔 묻어버리는 거죠. 아픈 기억이 떠오르지 않게 하려는 인간의 방어본능?

요지는 무엇이냐.

인간의 기억은 잠시 묻어둘 수 있다.

사람이 물 위를 달리고 하늘을 날아다니는데, 기억에 관한 것도 무공으로 어떻게 할 수 없으랴!

사술로 대표되는 기술은 인간의 기억을 충분히 조종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사술은 그 강도가 점점 아래로 내려갈수록 최면이 되거나, 암시가 된다.

독고연은 기억을 잃었다?

아니다.

독고연은 기억을 묻었다.

스스로 자신의 과거를 모두 의식의 아래로 깔아버리는 것으로, 천무명을 새롭게 맞이하였다.

그러나.

천무명은 엄밀히 따지자면 내가 아니다.

독고연도 스스로를 검희봉이라고 칭하지 않았다.

독고연 개인의 정체성은 독고세가의 금지옥엽도 아니고, 용봉지회 비극의 주인공도 아닌,

'색마부인'이다.

그렇다면 빙색마인의 부인인가?

그렇다.

빙색마인에게 납치를 당해 수 년간 아내로 살았던 비련의 여주인공이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색마'는 빙색마인을 지칭하는 동시에 다른 이를 지칭하기도 한다.

비천색마.

바로, 나.

나는 그녀의 새로운 삶을 열었다. 그녀는 나라는 태양을 맞이하여 선녀로서의 죽음을 회피했고, 새롭게 다시 태어났다.

그래서 우리는 '적혈태양'이라는 단어를 특정했다.

단어 하나를 들으면 모든 기억이 되돌아도록 설정했다. 무의식 아래에 깔려있던 '본능'이 깨어나도록 설정했다.

어떻게?

소예신공으로.

신체의 변화를 바탕으로 나는 독고연을 혈녀들처럼 만들었다.

여옥희가 혈옥희처럼 변화하듯, 나는 독고연에게 또다른 자아를 만들었다.

혈옥희가 색마부인으로서의 독고연이라면, 여옥희가 기억을 잃은 독고연이다.

다만 독고연은 자의로 스스로를 되찾을 수 없다.

그녀는 내게 자신을 맡겼고, 내가 혹시나 무슨 일이 생겨 그녀에게 되돌아올 수 없으면 자신을 영영 잃어버리게 된다.

내가 죽으면, 색마부인 독고연도 죽는다.

단순히 독고연은 아이를 잃은 것처럼 꾸민게 아니다.

자신의 기억을, 자신의 무공을, 자신의 존재 자체를 걸고 나에게 모든 것을 맡긴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내가 '적혈태양'이라는 단어를 말하는 순간이 되면.

"히히힛…."

색마부인이 다시 나타난다.

"가가. 너무하신 거 아니에요?"

"뭐가?"

색마부인은 본성을 되찾자마자 바로 내 옷 사이로 손을 집어넣기 시작했다.

"저를 한 번 더 반하게 만드시면 어떻게 해요? 안에서 제가 얼마나 질투났는데요."

"......."

나는 독고연의 이마를 튕겼다. 독고연은 입술을 삐죽였다.

"너는 무슨 너를 질투하느냐."

"기억을 잃은 저도 색마부인을 질투하는데, 제가 걔를 질투하면 안 되나요?"

"아니, 진짜…."

어처구니가 없지만, 야릇하게 웃는 독고연의 얼굴을 보니 딱히 심각한 생각이 들지 않았다.

“걔는 가가랑 처음 하는 거잖아요. 아, 부럽다.”

본인이 본인 스스로를 질투하는 상황이 다소 이상하기는 했지만, 기억을 잃은 독고연이라도 독고연은 독고연이다.

“파과의 고통은 전부 제가 느꼈는데, 걔는 바로 처음부터 느끼겠죠? 심지어 앞뒤로!”

“네가 제안한 거 아니냐.”

“이렇게 질투가 날 거였으면 조금 생각을 달리 했을 거예요.”

독고연은 나를 침대로 끌어당겼다. 나는 그녀의 인도대로 바로 대자로 누웠고, 독고연은 내 옷을 순식간에 풀어헤쳤다.

“흐흐흥, 가가를 두고 바로 하지 못해서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연아, 내가 옷을-”

“싫어요. 제가 벗을래요.”

사락, 사락. 독고연은 내 얼굴 위에 자신의 옷을 벗어던졌다. 내 배 위에 올라탄 그녀는 벌써부터 요염하게 웃으며 몸을 아래로 내리기 시작했다.

“하아아….”

복근 위을 타고가는 독고연의 둔덕이 습한 기운을 남기고 내려갔다. 나는 옷을 옆으로 치우고 독고연을 향해 손을 뻗었다.

“연아.”

“네, 가가.”

독고연은 바로 내 손과 깍지를 끼며 엉덩이를 들어올렸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내 양물 위로 음부를 맞췄고, 엉덩이를 좌우로 흔들며 천천히 양물을 집어삼켰다.

“하아….”

별다른 애무도 없이.

독고연은 방금 전까지 기억을 잃은 여인이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색녀같은 얼굴로, 혀까지 내밀며 내 남근을 집어삼켰다.

“독고연은 알까요? 빙색마인이 자신을 이런 색녀로 만들었다는 걸.”

“모르지. 기억을 봉인한 것도 완전한 것도 아닌데.”

“흐흐흥, 아마 깜짝 놀라지 않을까요? 자기가 빙색마인의 위에서 이렇게 올라타서….”

찌걱, 찌걱. 독고여는 무릎꿇은 다리에 힘을 주며, 엉덩이를 위아래로 방아찧기 시작했다.

“이런 것도 할 줄 아는 색녀가 되었다고 한다면.”

“글쎄. 부정하지 않을까?”

아래로 내릴 때는 조임을 풀어 몸으로 크게 방아를 찧고, 위로 당길 때 음부를 조여 남근을 뽑아낼 듯이 그녀는 움직였다.

“뱃속의 상실감이 아기가 아니라 내 정액으로 채워지지 않는 성욕과 공복감인 걸 알면, 분명 자괴감이 들 걸?”

“아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되죠….”

독고연이 상실감을 느끼는 것.

“가가의 아이를 가지고 싶은 본능이…. 독고세가의 피를 이어야 한다는 사명감이 저를 그렇게 만드는 거라고요…햐으응…..”

그것은 나의 정기다.

“하아...좋다. 오랜만에 가가의 자지를 이렇게 독점하니까…평생이 오늘같았으면 좋겠어요. 가가, 잠깐 손 좀 놓아보실래요?”

나는 바로 독고연으로부터 손을 놓았다. 그녀는 배시시 웃으며 손깍지를 끼고 머리 뒤로 넘겼다.

“사월 언니한테 배운 거예요.”

“어우야….”

매끈한 겨드랑이를 과시하며, 발바닥을 침대에 붙이며 내 위에서 마구 허리를 위아래로 흔들기 시작했다.

“하아, 빨리...안에 싸주세요…. 어서요….”

“그렇게 원하냐?”

“그럼요…. 제가 화경이 되고싶은 이유는...전부 가가의 아이를 낳기 위함이라고요….”

기억을 잃은 와중에도 몸이 뱃속에 들어간 정기를 바로 내공으로 바꿔버리고 있기에, 그녀는 짙은 상실감을 느끼며 괴로워하는 것이다.

“가가, 그냥 임신시켜보실래요? 그거...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요?”

독고연은 상체를 뒤로 넘겼다. 내 허벅지를 양손으로 누르며, 남근을 끝까지 집어넣은 상태로 허리를 빙글 돌리기 시작했다.

“과연...기억을 잃은 독고연은 뱃속에 색마의 아이를 가지고도 천무명에게 마음을 열지…?”

“그건 너무 너에게 미안하니까 안 할란다.”

“괜찮을 것 같은데…으으응…!”

독고연은 고개를 뒤로 젖히며 가버렸다. 아직 사정하지는 않았지만, 독고연은 다른 이들에 비해서 유독 가는 속도가 빨랐다.

“하아…. 가가의 자지…. 따뜻해서 좋아요….”

그저 나와 하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녀는 쉽게 가버렸다.

“가가...이제 그거 해주세요.”

독고연은 다시 무릎을 꿇은 자세로 내게 손을 뻗었다. 나는 그녀의 손이 이끄는대로 독고연의 골반에 손을 올렸고, 다리를 살짝 접으며 몸을 지탱했다.

“...으으읏.”

독고연은 내 손목을 꽉 붙잡았다. 자신의 골반을 움켜쥔 내 손목이 떨어지지 않도록 오히려 나를 지탱했다.

“색마님…연이를, 당신의 여인을 따먹어주세요. 아래에서 푹푹 찔러올리면서…!”

퍽, 퍼억.

나는 독고연을 붙잡고 허리를 튕겼다. 양물이 바로 독고연의 가장 깊숙한 곳을 찌르자마자 독고연은 고개를 살짝 뒤로 젖혔다.

“하, 햐악…으흐읏…. 독고연은...모르겠죠? 색마님의 자지가...이렇게 좋은 줄을...아학…!”

“글쎄다. 조만간 또 알게 될 걸?”

“시, 싫어요…. 저는 색마님께 반한 거지, 몸을 바꾼 천무명에게 반한 게 아닌, 하아앙…!”

“천무명이 나고 내가 천무명인데 무슨 차이냐.”

퍽, 퍽퍽퍽. 나는 계속 독고연의 안을 찔렀다. 사정감은 금방 차올랐지만, 아직 독고연을 몇 번 더 보내지 못했다.

“가, 가가…. 독고연이랑 자면 안 돼요. 알겠죠? 원하시면, 언제든지 저를 불러주시는 거예요…. 안 그러면 배신이야…!”

“싫은데?”

나는 상체를 들어올렸다.

“기억을 묻을 때마다 나는 네 첫경험을 가져가는게 아니더냐.”

“그, 그러니까 싫어요…! 제가, 제가 더 잘할 수 있어요…! 비처녀라고 너무하신 거 아니에요…?”

독고연은 울상을 지으며 몸을 바짝 붙였다.

“저를 비처녀로 만든 건 가가시면서…!”

“그래. 동시에 한 아이의 어머니로도 만들 남자지.”

“히힛….”

입발린 말에도 독고연은 웃으며 내 허리 뒤로 다리를 걸었다. 나는 바로 독고연을 옆으로 비틀며 체위를 바꿨다.

"어떻게 헤주랴. 절정하고 안이 내 정기로 가득차, 그걸 흡수하고 나면 다시 색마부인은 잠들테지. 이번에는 어찌해주랴?"

"가가가 생각하기에 가장 야한 동작으로요."

독고연은 스스로의 가락으로 가슴을 튕기며 속삭였다.

"운우지정의 즐거움을 모르는 숫처녀가...생각만으로도 부끄러워서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야하게."

"연아."

나는 독고연을 일으켜세웠다.

"너, 조만간 내가 처녀 한 번 더 가져간다."

"응, 흐으읏...!"

독고연은 말만으로도 기쁜지 쾌락에 몸서리를 쳤다.

"얼마든지 가져가세요...제 처음."

독고연은 샐쭉 웃으며 내 입에 입술을 맞췄다.

* * *

"아…."

독고연은 잠에서 깨어났다. 천무명의 말을 듣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 뜨고 나니, 천무명은 옆에서 조용히 가부좌를 틀고 호법을 서고 있었다.

밤새.

천무명은 독고연을 지키기 위해 밤을 지새웠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독고연은 죄책감에 미안해졌다.

자신은 아무것도 모르는데.

자신은 그에게 그 어떤 사랑도 속삭일 수 없는데.

아무것도 아닌 자신을 위해 이렇게까지 위해주는 남자가 어지 신경쓰지 않을 수 있으랴?

"......."

독고연은 고개를 돌렸다.

차마, 천무명을 쳐다볼 수 없었다.

"아으으…."

간밤에 꾼 꿈이, 그녀를 강제로 깨어나게 만들었다.

'내가 그랬다고?'

독고연은 천무명의 위에 올라타 허리를 흔들었다. 동경에 비친 그 모습은 색녀가 아닌 탕녀에 가까웠다.

"아으…."

독고연은 부끄러워 미쳐버릴 것 같았다. 동시에 과거의 자신이 어떤 존재가 되어버렸는지, 그만 실마리를 잡고 말았다.

"빙색마인…!"

빙색마인은 독고연을 변태로 만들었다.

남자의 위에 올라타 질컥거리며, 뱃속을 뜨거운 아기씨로 가득 채워달라고 하며, 심지어 두 팔을 머리 위로 올린 채 가슴을 대놓고 튕기는데다가-

-뒷보지가 노는데요, 가가~

"아으…!!"

어떻게 그런 여자가 자신이란 말인가?

"일어나셨소?"

"아, 가ㄱ…."

합. 독고연은 스스로의 입을 닫았다. 꿈 속의 자신에 취해, 그녀는 꿈속의 자신이 남자를 부르는 칭호를 불렀다.

"!!"

그게 천무명에게 큰 충격을 주고 말았다. 천무명은 억장이 무너진 표정으로 신음을 흘렸다.

"가가…."

"아, 저, 혹시…."

"......으음, 아니오."

천무명은 애써 입꼬리를 올리며 독고연의 손을 붙잡았다.

"가가라고...불리주시겠소?"

"아, 설마, 잠깐만요, 제가…?"

"그렇소. 연. 그대는...나를 가가라고 불렀소."

독고연은 죄책감에 가슴이 미어졌다. 우수에 젖은 천무명의 눈을 보며, 그녀는 너무나도 미안한 마음에 천무명의 손을 맞잡았다.

"죄송해요! 천 공자께서...일부러 그러실 필요는 없어요!"

"연. 그게 아니라-"

"저 때문에 천 공자가 마음을 다치는 걸...보고 싶지 않아요. 제발, 그러지 말아주세요."

독고연은 울먹울먹거리며 천무명에게 안겼다.

"제가...제가 나쁜 년이니까…!"

"그렇지 않소!!"

천무명은 독고연의 어깨를 붙잡으며 호통을 쳤다. 너무나도 단호한 얼굴에 독고연은 울음이 절로 그쳤다.

"나쁜 건 색마요. 결코 그대가 나쁜 게 아니오. 나는...설령 그대가 색마에게 어떤 일이 있었더라도!"

천무명은 독고연의 손을 꼭 붙잡으며 활짝 웃었다.

"그대를 향한 내 마음은 변치 않을 것이오."

"......정말, 고마워요. 저는, 제게는 아무것도 없는데…."

"아무것도 없다니? 그대가 여기 이렇게 있는데."

"......저기. 정말로 죄송하지만. 이기적인 거 알지만…."

독고연은 무너질 것 같은 기분으로 물었다.

"당신을...제가 가가, 라고 불러도 될까요?"

"물론."

독고연은 천무명의 가슴에 안겨 하염없이 울었다.

"적혈태양."

"아 씨…. 이 년 더럽게 요망한데요?"

"너다, 연아."

"그러니까 더 화나잖아요! 왜 내가 나한테 질투를 해야하는 건데요?!"

색마부인은 기억을 잃은 독고연에게 진심으로 분노하고 있었다.

[작품후기]

듀얼코어 독고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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