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비천색마-457화 (457/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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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잃은 여자

빙색마인의 두 하수인, 색마녀를 자처한 유설라와 제갈선은 천무명을 자처하는 색마를 쫓았다.

카앙, 카앙!

유설라는 화경으로 오른 전력을 선보였다.

그녀의 맨다리에 흐르는 하얀 서리는 빙백신공의 기운이자 호신강기였고, 유설라는 한 마리의 학처럼 날아들며 천무명을 압박했다.

"흐음!"

천무명은 공격을 최대한 피하는 방향으로 공격을 흘려냈다. 그러다가 어쩔 수 없이 받아쳐야 하는 순간이 있다면, 내력을 최저로 낮춰 유설라의 각법에 검기를 튕겼다.

카---앙!

맨살과 검이 부딪혔으나 철과 철이 부딪힌 것 마냥 소리가 울렸다.

"오…."

둘의 뒤를 쫓으며 근근히 비침을 날리던 제갈선은 둘의 비무에 집중했다.

제갈선은 이미 중간, 아니 시작부터 천무명을 사로잡겠다는 생각을 포기했다.

'하고 싶기는 하지만 어차피 나는 뒤로 하는 거니까.'

이왕 범할 거라면 나중에 처녀를 잃고, 조금 더 경험을 쌓은 뒤에.

물론 색마와 밤일을 하는게 기분이 좋기는 하지만, 그래도 굳이 말하자면 색마와의 경험을 통해 천색록의 빈 종이를 채워나가는 것이 더 중요했다.

"이익…!"

그에 비해, 유설라는 다소 적극적으로 천무명을 사로잡기 위해 전력을 쏟고 있었다.

"순순히 잡히세요!"

"오늘따라 진지하구나!"

"전력을 낼 수 있는 기회니까요!"

유설라가 다리를 뻗을 때마다 천무명은 그녀의 아래를 훑으며 몸을 피했다.

"오호! 파란색!"

"이익!!"

"...천 공자, 지금 색마처럼 말하시는데요."

제갈선은 한숨을 쉬며 천무명의 눈을 향해 침을 날렸다. 아무리 그래도 각법을 펼치는 여인의 아래를 훑는 건 천무명 답지 않았다.

"크흠, 너무 그런가?"

천무명은 검으로 침을 요격하며 거리를 벌렸다. 전투의 흔적은 숲속 널리 이어졌고, 유설라가 발로 디디는 곳마다 한기가 아래에 깔렸다.

"반드시 붙잡을 거야!!"

유설라는 독기가 바짝 올라있었다. 천무명 조차도 중간중간 식겁을 하며 공격을 피해야 할 정도로, 그녀는 전력을 쏟아내고 있었다.

"...저 언니, 빡쳤네."

제갈선은 둘에게는 안 들리게 한숨을 내쉬었다.

"임신 못한게 그렇게 억울한가…?"

그 날.

사천에서 유설라를 납치한 날. 유설라와 당서희는 색마의 진신, 혈마를 마주하여 뜨거운 밤을 보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둘은 임신하지 못했다!

아이를 낳은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던 몸은 허망하게 색마의 씨를 몸밖으로 흘려내고 말았다.

평소보다 막대한 내공은 쌓을 수 있었지만, 평소보다 더 쾌감을 느낄 수 있었지만, 누군가가 바라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게까지 아이를 가지는게 중요한가?"

제갈선은 천무명의 다리를 분질러 제압하려고 드는 유설라를 보며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실체는 북해빙궁의 주인.

북해에서 그녀의 눈에 차는 우수한 남자가 없기에, 아마 색마의 아이를 가져 북해의 후계자로 삼으려고 하는게 아닐까.

'동시에 자기는 중원에서 지내려고 하는 거고.'

빙궁은 빙궁 나름대로 사정이 있는 듯 하지만, 제갈선은 묵묵히 유설라를 도울 뿐이었다.

'나는 천가장 확실히 들어가니까.'

팔괘진의 자리는 아니더라도 팔괘진의 축을 맡은 진법의 중심은 될 수 있다.

"...훗."

자고로 무가에 서고가 없어서야 되겠는가. 제갈선은 천무명의 빈틈을 향해-일부러 내어준 틈이겠지만-비침을 날리며 생각했다.

'잡히면 진짜로 내어주시는 건가? 잡히면….'

"아."

제갈선은 바로 비침의 통을 닫았다. 그리고 품에서 세필과 수첩을 꺼내, 달리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선! 지금 뭐하는…!!"

"집필요!"

곧게 뻗어지는 맨다리, 새하얀 맨발, 그리고 구속된 천무명.

"지금, 뭔가 '팟'하고 왔어요!"

제갈선의 머리가 맹렬히 돌아가기 시작했다.

* * *

"후후후, 아주 천방지축으로 날뛰더니. 소감은 어떠냐?"

백발마녀는 청년의 무릎을 꿇린 채 청년을 비웃었다.

"큭...죽여라!"

"뭐? 그럴 수는 없지. 내가 너를 어떻게 잡았는데?"

백발마녀는 청년의 앞에 놓인 침대에 걸터앉아, 청년의 고개를 맨발로 들어올렸다.

"이제는 절대로 놓치지 않아…."

백발마녀는 적안을 반짝이며 씩 웃었다. 청년은 인상을 찌푸렸으나, 옆에 놓인 흑발의 여인을 보며 이를 갈았다.

"큭…!"

"처신 잘 해야할 걸? 네가 저항하는 즉시...저 여자는 영영 이승의 존재가 아니게 되는 거야."

백발마녀는 청년의 얼굴 앞에 발을 뻗었다.

"입맞춰. 복종의 맹세를 해."

"...이것에 의미가 있나?"

"있지. 네가 나의 것이 되었다는 거."

"...거부한다."

"어머, 그래?"

백발마녀는 실실 웃으며 발을 아래로 뻗었다.

"상관없어. 어차피 여기는 정직하니까."

"큭…!"

스윽, 스윽. 백발마녀는 새햐얀 발로 청년의 바지 앞섶을 건드렸다. 그곳은 이미 충분히 달아올라 있었고, 마녀는 발끝으로 바지를 당겼다.

"어머나. 이런 상황에서...세운다니."

"크윽…!"

청년은 굴욕과 치욕에 얼굴을 붉혔다. 백발마녀는 자신의 양 옆에 팔을 놓으며 자세를 잡았고, 청년의 자지를 향해 두 발을 뻗었다.

"커흑…!"

다른 이들에 비해 차가우면서도, 사람의 발이라고는 생각할 수도 없을 정도로 말랑했다.

"어때?"

백발마녀는 한쪽 발로 청년의 자지를 움켜쥐었다. 귀두를 발가락으로 붙잡고 빙글 돌리며, 다른 쪽으로는 엄지와 검지 발가락 사이에 자지를 끼우며 아래로 내렸다.

꾸우욱.

백발마녀는 허벅지 사이로 내려간 청년의 고환을 발바닥으로 지긋이 짓밟았다. 비록 땅에 눌리지는 않았으나, 청년은 굴욕감을 참을 수 없었다.

"후후, 이렇게 하면…."

찌걱, 찌걱.

백발마녀는 청년의 귀두에서 흘러나오는 투명한 밀액을 자지 전체에 넓게 펴바르기 시작했다.

"아하하, 자극이 심해? 내 발이 녹아내릴 정도로 뜨거운 걸…!"

발바닥 사이에 투명한 실이 길게 늘어졌고, 백발마녀는 청년을 한껏 비웃으며 두 발을 붙였다.

"사정해봐."

"다, 닥쳐라…!"

"어머나.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었니?"

백발마녀는 청년의 얼굴을 무릎으로 붙잡았다.

"네가 그렇게 보지를 잘 빤다며? 현검마망이 그러더라. 빨아봐. 안그러면 저 여자의 목숨은 없어."

"크윽…!"

백발마녀는 청년의 머리를 자신의 안으로 잡아당겼다.

할짝, 할짝.

청년은 상체를 백발마녀의 고간에 묻고, 백발마녀는 좌우로 벌린 다리로 청년의 자지를 훑었다.

"하아, 그래…."

누가 더 빠르게 보내버리나 싶은 순간, 청년은 갑자기 몸을 벌떡 일으켰다.

"흐으읏…?!"

한참 청년의 애무를 받느라 잠시 긴장을 놓았던 백발마녀는 청년의 반격에 당황했다.

"으아아!"

청년은 백발마녀의 위로 몸을 겹쳤다. 그녀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몸으로 백발마녀가 일어나지 못하게 상체를 눌렀다.

그리고 청년은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백발마녀를 제압했다.

푸---욱!

"흐으읏…!"

청년은 자지를 바로 백발마녀의 안으로 찔러넣었다. 혀로 잠깐 물고 빨았으나, 이미 백발마녀의 안은 습기가 가득 차있었다.

"아, 아윽…! 너, 너무 뜨거워…!"

백발마녀는 고개를 뒤로 젖히며 몸을 떨었다.

"여, 역시…! 그래...이거야! 현검마망이 배신하게 만든 이 좆맛…! 아앙, 뱃속이 녹아내릴 것처럼 뜨거워…!"

백발마녀는 청년의 머리를 손으로 움켜쥐었다. 그리고 두 다리로 청년의 허리를 휘감았다.

"그래…! 색공으로 나를 이겨보거라…! 아무리 네 자지가 대단하다고 한들, 나는...아아앙!"

백발마녀는 교성을 터뜨렸다. 청년은 백발마녀의 탐스러운 가슴을 입으로 깨물었고, 거칠게 좌우로 혀를 움직였다.

"거, 거긴 안 돼…! 흐끅, 저, 젖이 나와버려…!"

쮸으으읍. 청년은 백발마녀의 가슴을 강하게 흡입했다. 그러자 백발마녀의 연분홍빛 유두에는 새하얀 젖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 입만 산 줄 알았더니 제법 하는구나…! 하지만 이, 이 정도로 나를 녹이기에는 아직...으으응…!"

백발마녀의 허리가 활처럼 휘었다. 청년은 연신 앞으로 허리를 튕기며 백발마녀를 침대 뒤로 밀었다.

푹, 푸욱, 푸욱!

자지가 한 번 크게 안을 때릴 때마다 침대는 흥건하게 젖었다. 백발마녀의 빙궁이 청년의 열기에 녹아내리기 시작했고, 그 녹은 흔적이 침대를 적셨다.

"아, 하앙…! 너무, 잘, 흐으읏…!"

백발마녀는 연신 고개를 가로저으며 청년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어찌할 줄 몰라 뻗는 열 손가락은 청년을 너무나도 사랑스럽게 쓰다듬었다.

"아아, 안 돼...! 나의 몸이, 뜨거워지고 있어...!"

철퍽, 철퍽.

청년은 드디어 침대 위까지 올라오는데 성공했다. 백발마녀는 청년을 끌어안고 달뜬 열락을 토해냈다.

"아아아...! 그래, 내 빙궁 깊숙한 곳까지...뜨겁게 너로 채워다오...!"

뷰르르릇.

백발마녀는 눈을 까뒤집으며 몸을 떨었다. 모든 힘을 쏟아낸 청년 또한 백발마녀의 품에 지쳐 얼굴을 묻었다.

"하아, 하아, 하아...."

"......하아."

"...우리, 한 시진만 휴전하지 않을래...?"

"......."

빙하가 녹아내리듯, 점차 아래에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 * *

"...끝났네요."

"...너!"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유설라는 씩씩거리며 제갈선에게 따지기 시작했다.

"왜 중간부터 이탈한 거야?!"

"언니. 어차피 지금 범하나 나중에 범하나 다 똑같아요."

"...뭐?"

소곤소곤. 제갈선의 말에 유설라는 표정이 착 가라앉았다.

"너…."

"나중에 호북에서 해달라고 하면 분명 해주실 걸요?"

"...나는 최소한 혼자서, 아니 못해도 너랑 있을 때 하고 싶었단 말이야."

"제가 금방 기절한다고는 하지만...그래도 아예 욕심이 없는 건 아닌데."

명백히 선을 긋는 제갈선의 말에 유설라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그, 그래도…. 요즘 자꾸 여럿이서 하니까…. 나는 내가 기절한 순간에도 하고 싶단 말이야…."

"흐응, 그런 취향이셨구나."

제갈선은 품에서 부채를 꺼내며 펼쳤다.

"좋아요. 그럴 때는 새로운 전술로 접근해야하는 법."

"어떻게 하면 되는데?"

"제가 언니가 원하는대로 한 편 써드릴게요."

제갈선은 천색록을 들고 당당히 웃었다.

"공자께 가서, 여기 적힌 대로 해달라고 하면 되는 거예요. 어때요, 간단하죠?"

"...그게 가능해?"

"후후, 언니."

제갈선은 부채를 다시금 펄럭였다. 부채 위의 금빛 눈동자는 반달처럼 휘어져 있었다.

"밤새도록 기절한 상태에서도 따먹어 달라는 야설을 들고 와서 이것처럼 해달라는 여자를 두고, 안 해줄 남자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제갈선.

그녀의 또다른 이름은, 와봉선생이리니.

* * *

"...하아."

나는 내 몸 상태를 확인했다. 일부러 기혈을 뒤틀어 몸 곳곳이 비명을 질렀고, 전신에 성한 곳이 하나 없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나는 두 여자로부터 성공적으로 도망을 쳤다. 다행히 범해지지는 않았지만, 나름 강력한 공격에 중간중간 위기가 있기는 했다.

'돌아가면 제대로 위로해줘야지.'

제갈선은 애초에 승산이 없다고 적당히 어울리고 있었고, 유설라는 독기를 품었다.

무엇이 그들의 의지에 차이를 만들었나? 바로 '후계'다.

'제갈세가랑 빙궁은 다르니까.'

세가의 후계자가 다른 이가 있다는 사람과 중원에 온 목적이 강한 남자를 북해로 납치해가려는 자와는 큰 차이가 있다.

백습광아를 물리칠 천마신교의 힘?

굳이 '여자'를 빙궁주로 보낸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음기가 가득한 곳의 남자들은 남방에서 양기를 가득 머금고 사는 중원인들보다 양기를 다루는 무공에 약하다.

백습광아를 죽이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면, 나처럼 극양지기를 가진 남자가 최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이유가 있다면….

"연이가 빠지니까 슬슬 치고 나오려는 건가…."

천가장 내에 독고연의 부재로 인해, 천마망교와 선녀동맹의 판도는 크게 기울었다.

그리하여.

현재, 천마망교는 내분이 일어난 상황이다. 한 마디로 말해서 천가장에 발을 들이려고 갖은 애를 쓰고 있다는 말.

"...앙큼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나쁜 건 아니지."

지금까지 독고연의 은밀한 통제 아래 전전긍긍했을테니,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하리라.

그래도.

'지금은 독고연이다.'

호북의 일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콰득.

나는 내 피를 전신에 뒤집어썼다. 예전부터 오늘 같은 날을 위해 조금씩 모아둔 혈액은 금방 내 몸에서 터져나온 것마냥 전신을 적셨다.

터벅, 터벅.

나는 적당히 시간을 쟀다. 지금쯤이면-

'왔다.'

풀썩.

나는 앞으로 쓰러졌다. 곧 내 주변에 사람들이 몰리게 되겠지.

"그, 그대는 누구요?!"

"나는…."

천무명.

독고연을 구하고 색마녀들의 추격을 피해 달려온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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