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비천색마-447화 (447/568)

--------------------

모용세가 습격사건

낭인, 낭삼은 빙색마인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동시에, 그를 쓰러뜨리고자 하는 강한 욕구를 가지고 있었다.

- 자네가 내 딸을 구했어! 독고세가의 사위가 되시게!

빙색마인을 쓰러뜨리고, 독고연을 구해, 무림맹주의 인정을 받고 차기 무림맹주가 되는 꿈을 꿨다.

- 아버지, 제가 아버님의 뒤를 이어 무림맹주가 되었습니다!

자신의 아들이 독고세가를 이어나가는 그런 꿈을 가지고 있었다.

천하를 부평초처럼 떠돌며 언제 죽을지 모르는게 낭인의 삶이라고 한다면, 남자라면 한 번 쯤은 인생을 걸어봄직 하지 않은가!

화경고수? 무림맹주에게서 살아서 도망쳐?

'흥, 분명 약해졌을거다.'

빙색마인은 오랜 기간동안 잠적했다. 그렇다면 분명 큰 상처를 입고 회복하지 못할 수준일 터.

나름 절정이라고 자부하는 자신의 실력이라면 능히 해낼 수 있다.

그는 그렇게 스스로를 믿으며 모용세가의 대 빙색마인 무인 모집에 응했다.

나타난다고 한다면 다른 누군가가 죽이기 직전까지 몰고간 상황에서 투검하여 빙색마인을 죽이면 되고, 만약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건 그거대로 좋았다.

막대한 돈을 챙길 수 있으니까!

"근데 씨발.... 저게 뭐야?"

낭삼은 지붕 위를 달리는 빙색마인을 보며 할 말을 잃었다. 그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정정했다.

심지어 자신보다 훨씬 강한 옥선루를 상대로도 손 하나로 제압하는 힘을 보였다.

"젠장...! 어떤 놈이 약해졌다고 한 거야?! 더럽게 강하잖아?"

"크하하하하"

기괴한 웃음을 흘리며 하늘을 달린다. 심지어 팔은 뒤로 쭉 뻗은 채, 흔들림 없이 달려나간다.

"어떻게 저런 식으로 뛰는데...저렇게 빠른 거지?!"

낭삼은 무공에 대한 지식이 완전히 망가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어떻게 저렇게 뛰는데 저리도 빠를 수 있단 말인가?

"허공...답보?"

빙색마인은 하늘을 달렸다. 지붕은 그저 잠깐 디딜 뿐, 분명 허공을 몇 번 디디며 모용세가를 향해 달려나가고 있었다.

"...저건 내가 어떻게 못하겠네."

낭삼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감히 자신은 따라갈 수 없는 속도에 그만 포기하고 말았다.

"...근데 저건...음...."

슬쩍.

낭삼은 뒤로 팔을 젖혔다. 그리고 주변을 훑었다.

"빙색마인의 주법...생각보다 쉬울 지도?"

결코, 따라하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다.

* * *

"막아라----!!"

곳곳에서 성난 무사들의 소리가 들린다. 나는 그들의 사이로 달렸다.

"막을 수나 있고?"

가장 먼저 앞에서 검을 들고 달려드는 놈의 아래로 파고들어, 놈의 턱을 향해 손바닥을 올려친다.

"커억?!"

그리고 뒤로 넘어가는 놈의 배를 밟고 뛰어오른다.

"크하하! 고작 이 정도로 본좌를 막으려고 하는 것이냐?!"

나는 일부러 크게 웃으며 앞으로 달렸다. 주변에서 나를 보는 시선에 분노가 더욱 실린다.

"본좌의 앞을 가로막지 마라!"

아래에서 검을 겨누며 나를 노리는 놈들을 햐해 다시 한 번 빙설패륜각을.

"흥, 어리석은...커헉?!"

검을 높이 세워 발을 막으려고 한다?

그건 전혀 통하지 않는다. 검기조차 제대로 싣지 못하는 무사의 검 따위, 호신강기로 밀어버리면 그만이다.

"디딤돌이 이렇게나 많다니!"

나는 무사들의 어깨를, 머리를, 무기를 밟으며 달렸다. 정문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고, 무사들을 짓밟았다.

"머, 멈춰라! 여기는 모용세가의 영역이니라!"

"누가 모를 것 같으냐! 본좌가 이곳에 온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거늘!"

나는 마지막으로 크게 바닥을 두발로 뛰며 날아올랐다.

"모용세가의 금지옥엽이여!"

"피, 피해---!"

"본좌가 너를 만나러 왔다!"

빙설패륜각, 내력 최대로!

콰과광------!!

모용세가의 정문이 박살났다. 나무와 벽돌은 사방으로 비산했고, 내 몸에 닿은 파편들은 호신강기에 사방으로 튀었다.

탁.

나는 정문을 부수고 바닥에 착지했다.

"이리 오너라."

"이 놈...!"

"감히 세가의 정문을 흙발로 짓밟고 들어오다니...!"

"심지어 부쉈어!"

모용세가의 무사들은 당연하게도 분노를 터뜨렸다. 검법의 명가답게 전부 검을 들고있었고, 나는 그들을 향해 두 팔을 벌렸다.

"무기도 없이 들어온 사람에게 이리 검을 들고 겁박을 해도 되는 것이냐?"

"미친놈이 어디서 그런 망발을 지껄이느냐!"

"모용세가에서."

저벅, 저벅.

나는 앞으로 당당히 걸었다. 무사들은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며 나를 경계했다.

그러나.

"저, 저 놈...!"

"우리를 무시하고...?"

내가 주변의 무사들을 신경도 쓰지않고 앞으로 걷는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무사들은 모두 분노하기 시작했다.

"우, 우리를 무시해?!"

"어디서 뭔가 짖나...."

경멸가득한 목소리로, 주변에 시선조차 두지 않는다.

"주변에 벌레밖에 보이지 않는데, 왜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지?"

"이 새끼!!"

사람 취급조차 하지 않자, 그제서야 무사들이 달려들었다. 나를 향해 모용세가의 온갖 초식을 휘두르며, 나를 향해 사방에서 살초를 날렸다.

그러나.

카앙, 카앙---!!

"호신강기를 뚫을 수준은 만들고 오너라, 이 놈들아."

나는 주변에서 검을 휘두르든 말든, 앞으로 나아갔다.

"죽어, 죽으란 말이다, 제발!!"

"무기 조심해! 잘못하다가는-"

카--앙!!

내 몸을 찌르고 베는 검은 모두 피부 위에 닿자마자 부러졌다. 내 몸은 단단한 강철보다도 더 단단했고, 모용세가 무인들은 내 몸에 상처를 입힐 만큼 강하지 않았다.

"소용없...흠."

나는 앞으로 손바닥을 날렸다.

"이, 이 놈!"

"허어, 감히 이 잘생긴 얼굴을 노린다?"

나는 검을 손바닥으로 잡아 비틀었다. 내 얼굴을 노린 무인은 검을 붙잡으려고 애를 썼으나, 손목을 으스러뜨리는 악력에 검을 놓치고 말았다.

"아악!!"

"얼굴은 안 되지, 얼굴은. 이게 얼마나 중요한얼굴인데."

나는 부러진 검을 뒤로 던지며 뒤에서 날아드는 검을 튕겨낸 뒤, 앞의 놈을 향해 가볍게 주먹을 날렸다.

퍼-억!

죽지 않을 정도로만. 무공도 아니고 초식도 아니고, 그냥 왈패들이 패싸움을 하듯이.

"커억...!"

"이, 이 자식!"

"감히 무공도 쓰지 않고?!"

"하. 벌레를 죽이는데 무공을 쓸 필요도 없지. ...이제 좀 상대할만한 존재가 나오셨군."

쿵!

나는 바닥을 강하게 밟았다. 그러자 주변의 무사들이 충격파에 밀려나 뒤로 밀려났고, 한기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모두 물러서라!"

중후한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내 앞을 가로막은 무사들이 좌우로 물러났고, 검은 무복의 남자가 내 앞에 검을 들고 나타났다.

"이제 좀 검에 힘을 실을 줄 아는 놈이 나왔군."

"죽고 싶어 환장한 놈이로구나. 나를 보고 감히 놈이라?"

"그러면 장인이라고 부를까?"

"네 놈...."

나는 남자를 보자마자 누군지 바로 알았다. 모용세가에서 가장 강한 기감을 가진 존재!

"본좌의 앞에서 감히 자기소개도 하지 않다니, 강호의 도리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이 놈! 아주 오만방자하구나!"

"그렇다면 어쩔 것이냐. 네가 본좌를 막을테냐? 아, 물론 당연히 막으려고 용이야쓰겠지. 하지만 그거 아느냐?"

나는 옆에서 나를 향해 겨눈 검을 향해 내력을 뿌렸다.

"어, 어어?!"

무사가 쥔 검은 손에서 빠져나와 내 손에 들렸다.

"잘 벼려진 검이군. 이 검처럼, 딸도 분명 예쁘게 키웠을테지."

"이 놈! 감히...!! 내 앞에서 란이를 그런 식으로 모욕하지마라!"

"......."

참아, 내 안의 월아애비. 지금은 아버지의 심정으로 딸을 모욕당한 것에 공감할 때가 아니다.

'비정해져라, 색마여.'

색마로서의 나와 딸가진 아버지로서의 내가 갈등하기 시작했다. 내적갈등으로 인해 나는 잠시 말을 멈춰야만했다.

"...모욕이라. 좋소. 모욕은 그만두지."

대신, 딱 한 마디만 더 하자.

"어차피 몸을 욕보일테니."

"이 개새끼가!!!"

모용곽은 바로 나를 향해 검을 찔렀다. 나는 그의 검을 살짝 고개를 돌리는 것으로 피했다.

"......."

약하다.

초고수들은 단 일격으로 상대와의 차이를 파악한다.

"내가 더 강하군."

나는 모용곽의 명치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 * *

* * *

"......."

모용세가 가장 깊은 곳.

모용란은 조상들의 땀과 노력이 깃들어있는 비무장에 홀로 검을 든 채 서있었다.

저벅, 저벅.

멀리서 들려오는 낯선 발걸음 소리. 그 소리는 마치 자신이 세가의 주인인 것 마냥 곳곳에 자신의 행차를 알리는 듯 거들먹거렸다.

"윽...."

그리고 모용란은 이를 갈며 생각했다.

저런 발걸음은 세가 내에서 그 누구도 아니라고. 오직 세가를 욕보이겠다는 의지가 가득한 침입자만이 내는 소리라고.

끼이익.

비무장의 문이 열렸다. 그곳에는 전신에 피칠갑을 한 백발의 사내가 헝클어진 머리칼로 서있었다.

"안녕하신가, 연희봉."

"...빙색마인."

모용란은 마음을 다잡았다. 3년동안 자신을 악몽처럼 괴롭혔던 존재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밖에 있던 분들은...어떻게 됐죠?"

"묻는 이유가 있어보이나? 이게 누구의 피인 것 같으냐?"

"...네 놈!"

"걱정마라, 아무도 죽이지 않았다. 내 앞에서 흘러야 할 피는 사람의 피가 아니라 처녀혈 뿐이니. 뭐...워낙 많이 코를 으스러뜨려서 말이야."

빙색마인은 너스레를 떨며 혀를 할짝였다. 그 모습이 너무 보기 역겹고 구역질이 치밀었다. 그리고 헝클어진 머리칼 사이로 보이는 붉은 눈에는 모용란을 범하겠다는 색욕이 가득했다.

바들바들.

용기는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용기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도 있었다.

이토록 떨었던 적이 있었을까? 야우오협에게 처음 정조의 위협을 받았을 때? 천무명이 바로 옆에서 범해질 때 무력하게 있었을 때? 정체를 밝히고 추색살의 도움을 요청했지만, 결국 천무명을 찾지 못했을 때?

아니다.

지금이다.

수백번도 마음의 준비를 했지만, 마음의 준비만으로는 도저히 저 색마를 상대로 검을 제대로 휘두를 자신이 없었다.

"지금까지 미안했다. 하지만 누가 잽싸게 도망치지만 않았어도, 진작에 너를 취했겠지."

"이...."

"네게 기회를 주마. 얌전히 내게 범해지겠느냐, 아니면 저항하다가 범해지겠느냐? 본좌는 참고로 어느쪽이든 좋다."

빙색마인은 머리를 쓸어넘기며 활짝 웃었다. 그 모습이 마치 어린아이가 힘든 무공 수련을 끝내고 칭찬을 받기를 원하는 모습같아, 모용란은 어처구니가 없어 할 말이 없었다.

"빙색마인...당신은 대체...!"

"흐흐, 본좌가 무엇인든 어떠리.... 자, 마음껏 저항해라. 몸부터 제압하여, 앞으로 평생동안 본좌만을 생각하는 여인으로 만들어주마!"

"닥쳐!"

모용란은 악을 쓰며 외쳤다.

"나는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다들 그렇게 말하더라고. 본좌의 좆맛을 보기 전까지는. 네가 어디 버틸 수 있을 것 같으냐? 몸이 함락되어, 울부짖을 터. 흐흐, 여기에 너를 구하러 올 자는 없다."

"닥쳐라...! 설령...!"

모용란은 떠올렸다. 방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그녀가 알려준 의지의 말을.

"내 몸을 범할 수 있어도...마음만은 범할 수 없을 것이다!"

"크하하하!!"

그에 오히려 빙색마인은 광소했다.

"누구?! 이미 마음에 품은 남자가 있다?! 크하하! 그래, 누구냐?! 누구를 품었어?! 남궁패냐?! 필히 구룡 중 한 명이겠지!"

"시끄러워...! 네가 아무리 나를 범하려 들어도 내 마음은...천무명을 향한 내 마음을 변치 않을 것이다!"

"......뭐?"

순간.

빙색마인의 표정이 벙쪘다. 방금 전까지 모용란을 덮쳐 벗기겠다는 의지는 사라지고, 빙색마인은 얼음상처럼 굳어버리고 말았다.

"......?"

모용란은 의아함을 느꼈다.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붉은 눈동자에서, 그녀는 '당황'이라는 감정을 느꼈다. 그리고 동시에 뭔가 몸을 바들바들 떠는 '희열'이 느껴졌다.

"당신...도대체 천 공자와 무슨-"

"네 년."

빙색마인은 으르렁거리며 단숨에 거리를 좁혔다.

"분명 천무명이라고 했겠다."

그리고 모용란의 멱살을 움켜쥐며 소리쳤다.

"천무명과는 무슨 사이냐! 말해! 놈은 어디에 있지?!"

"그걸 당신이 왜...."

"말 해! 어서! 놈을 만난 적이 있느냐?! 언제, 어디서?! 당장 말하지 못할까!"

모용란은 진심으로 당황했다. 그의 눈에는 성욕이 아닌, 진득한 살기가 풍기고 있었다.

"당신...설마...!"

"당장 천무명의 위치를 말하지 않으면, 너를 이 자리에서 간살해버리겠다!"

"........"

빙색마인의 붉은 눈에는 진심이 담겨있었다.

[작품후기]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