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비천색마-446화 (446/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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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용세가 습격사건

옥선루.

그녀는 정의감이 넘치는 여자다.

자신의 이름을 딴 여인들의 문파, 선루필승도 또한 여협(女俠)들이 모여 만들어진 문파다.

- 뭐든지 사람들이 모이고 고이면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에요. 특히 여자들끼리 모이면 정말 예상하기 힘든 문제가 생기기도 하죠.

혈교주는 말했다.

- 선루필승도의 몰락은 어쩌면 예견되어있었을 지도 몰라요. 남궁유린이 들어간 순간부터 여자라는 것을 이용해 남자를 몰락시키는 악녀 집단이 된 게 아니라, 선루필승도 자체가 구조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었던 거죠.

마치 아미파의 노모들이 젊은 제자들에게 강제로 삭발을 강요했던 것처럼.

그러나 분명한 건, 옥선루 본인은 상당히 정의로운 여자였다는 것이다.

적어도 '지금'은.

"이...악적이...!"

나는 창문을 부수고 들어온 옥선루의 목을 붙잡았다. 그리고 바로 내력싸움으로 들어갔다.

"내가...보는 앞에서 여인을 범해...?!"

"그러니까 말이다. 본좌가 처음에는 걱정을 했는데...그래도 될 수준이어서."

혹시나 모를 사태에 대비해 양물을 빼낸 뒤 주의했지만, 옥선루는 내가 정신을 집중하고 대응할만큼 위협적인 여인은 아니었다.

'벽 자르고 들어오면서 식겁했는데 다행이군.'

정말로 다행히, 내가 여인을 범하며 한 손으로 대응할 수 있을 수준이었다.

"그만둬! 차라리 범할 거라면 나를 범해라! 죄없는 여인을 건드리지마!"

"호오...재미있는 말을 하는구나."

나는 옥선루를 향해 아기색마를 들어올렸다.

"이 여자 대신 네가 좆맛을 보겠다?"

"큭...! 그래! 어찌 상처입은 여인에게 치욕을 줄 수 있으리! 차라리 내가 치욕을 받겠다!"

"크하하하! 재미있구나!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너와 할 생각은 없다."

나는 옥선루가 방해하지 못하게 그녀의 멱살을 쥔 손에 힘을 더욱 불어넣었다.

"이, 이 놈이...!"

빙백신공은 그녀의 몸속으로 침투했고, 그녀의 몸은 서서히 굳어가기 시작했다. 아무리 검을 내 몸을 향해 휘두르려고 해도, 근육이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것이다.

"크윽, 왜 몸이...!"

"네 심장은 아는 거지. 본좌의 힘을."

팔을 휘두르는 순간, 몸속에 파고든 빙기가 혈맥까지 얼려버린다는 것을.

"헛차."

나는 꽃뱀의 안으로 다시 양물을 집어넣었다.

"너 이 놈!!"

"크흐흐, 화나느냐? 본좌가 네 앞에서 여인을 겁간하는 것이!"

"어찌 사람이 이리 사악할 수 있단 말이더냐!"

"그건 본좌를 향한 말이냐, 아니면 이 여자를 향한 말이냐?"

"뭐...?"

옥선루의 표정에 금이가기 시작했다.

"너는 정의로운 마음으로 이 여인을 보호했겠지. 하지만...확신하느냐? 정말로 이 여인이 죄가 없다고 생각해? 크하하!"

찰싹!

"아으응...!!"

"남자에게 범해지면서 이렇게 가버리는 여자가?"

"다, 다르다! 그건 네놈이 뭔가 기이한 사술을 건 것이 아니더냐!"

"그럴 리가 있나."

있다.

"이 여자는 그냥 태생이 음란한 여자다. 그러니까 자신의 몸을, 색을 이용해 모용세가를 겁박할 생각을 하지."

"거짓말하지 마라! 이 여인은 그저 거대한 세가의 힘에 피해를 입었을 뿐이다! 이, 이 새끼야! 말하면서 허리 흔들지 마라!!"

옥선루는 아둥바둥거리며 나를 향해 검을 휘두르려했다. 하지만 멱살이 붙잡힌 이상, 당장 옥선루는 자신의 몸을 침투하는 빙백신공을 상대로 내력싸움에 목숨을 걸어야했다.

찌걱, 찌걱.

그 사이 나는 열심히 허리를 흔들었다. 아래에 굳은 채 헐떡이는 꽃뱀이 쾌감에 침을 줄줄 흘릴 정도로 집중했다.

"본좌는 모용세가로 먼저 가려고 했지. 하지만 모용세가의 일을 듣고 분노를 금할 수 없더구나! 이 여자가 저지른 짓을! 이 여자가 저지른 악행을!"

"닥쳐라! 악인은 모용세가와 너다!!"

"세상 모두가 너처럼 정의롭다고 생각하지 마라! 진정한 악인은 이 여자일지어니!"

찰싹!

"어헝...!!"

나는 한 번 더 꽃뱀의 엉덩이를 때렸다. 그냥 때린 건 아니고, 채음보양을 다시 극성으로 일으키며 진실을 실토하게 만들었다.

"사실대로 말하지 않으면, 이 자리에서 죽여버리겠다. 뱃속부터 얼어붙는 느낌이 어떤지...아느냐?"

나는 꽃뱀의 뒷덜미를 다시 눌렀다.

"으, 으응...시, 싫어...!"

"싫으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지?"

"마, 말할게요...! 그러니까 죽이지 말아주세요...!"

"말...을...해?"

옥선루의 표정이 굳어가기 시작했다. 순간적으로 내력싸움에서 밀릴 정도로, 그녀는 꽃뱀의 말에 당황했다.

"저, 저는...."

나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그녀를 실토하게 만들었다.

"모용세가를 망하게 하기 위해서...미인계를 사용했습니다...!"

그렇지.

"모용세가의 소가주를 유혹해서...흐끅...!"

꽃뱀이 입을 열수록, 옥선루의 검도 천천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짜릿하군.'

- 정의감 넘치는 의협이 자신이 보는 앞에서 정의감이 흔들릴 때, 그거...기분이 엄청 짜릿하거든요?

혈교주는 말했다.

- 자기는 절대로 굴복하지 않겠다고 버티는 여자가 자지 박혀서 인생 절반을 손해봤다고 가버리는 거랑 똑같은 거라구요.

'혈교주, 역시 당신이 옳소.'

"어, 어떻게 이런 일이...."

"이래도 이 여자가 그대가 보호하고 아껴줘야 할 여자인가? 아닌 것 같은데?"

나는 꽃뱀을 보내버리면서, 동시에 옥선루의 정의감 또한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너는...이런 악녀를 위해 정의를 외치는 여자로구나!"

"트, 틀려, 나는...!!"

"이 모든 일은.... 소마(小魔)의 사주를 받아서...!"

앗.

'여기까지 바란 건 아니었는데?'

* * *

그 시각.

모용세가는 밖에서 들려온 소란에 난리가 났다.

"무슨...?!"

"가주님, 큰일났습니다!"

"큰일이 무엇인지 그냥 먼저 말해라!"

"소가주님을, 어, 모용-"

"그냥 말 해!!"

"소가주님을 무고한 여자가 빙색마인에게 습격을 받았습니다!"

"......?"

모용곽은 순간적으로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모용인을 상대로 무고를 저지른 여자.

물론 모용인이 그녀를 상대로 잘못을 저지르기는 했지만, 그 잘못의 단초를 제공한 것이 누구였던가?

이름조차 기억하기 싫은 그 여자!

모용란이 요동으로 돌아온 이유도 어찌보면 그 여자로 인해 일어난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모용인 때문에 모용란은 돌아와야 했고, 그 때문에 빙색마인에게 위치가 노출되었다.

그런데 정작 빙색마인이 모용세가가 아닌 다른 곳을 습격했다?

"......도대체 왜?"

이유는 알 수 없다. 색마가 생각하는 걸 누가 이해할 수 있겠는가?

"음...."

빙색마인이 모용세가를 습격하지 않은 것에 다행이 되기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빙색마인이 당장 다른 곳을 습격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기도 했다.

'원군을 보내야하나?'

모용곽은 진심으로 난감했다.

빙색마인에게 대응하기 위해 병력을 모았다. 그러나 '모용세가 안'에서 대응하기 위함이었지, 결코 병력을 외부로 돌린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고한 여인을 위해 병력을 보낸다면? 그랬다가는 괜히 모용세가가 위험에 처하지 않을까?

"음...."

"아버지, 사람들을 보내죠."

안에 있던 모용란의 제의에 모용곽은 화들짝 놀랐다.

"란아, 그랬다가는 네가 위험해질 수 있다!"

"괜찮습니다. 어차피 강호는 어떤 위험이든 도사리고 있는 법. 이럴 때 서로 돕는 모습을 보인다면 사람들이 모용세가를 어찌 생각하겠습니까?"

"그러나...."

"세평을 신경쓸 때가 아닙니다. 설령...최악의 일이 벌어졌다고 하더라도, 모용'세가'는 사람들로부터 그리 큰 지탄을 받지 않을 겁니다."

"너...?"

모용곽은 금방 모용란의 말을 이해했다.

"설마...."

"저는 이미 각오를 굳혔습니다. 설령 제가 범해진다고 해도, 이번 일을 통해서 사람들은 생각하겠죠. 모용세가는 인이의 일이 있음에도, 그리고 딸의 위험에도 '대의'와 '의협'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자들이라고."

딸은 이미 자신의 보호가 필요한 아이가 아니었다. 3년간의 강호행은 이미 그녀를 성숙한 무인으로 만들었고, 가문을 위해 어떤 판단을 내려야 가장 효과적인지 알고 있었다.

설령 자신이 큰 위험, 남자에게 범해질 수 있다는 위험에도 불구하고.

"괜찮습니다. 그게 모용세가를 위해 가장 좋은 길입니다. 그래야...인이를 소가주로 다시 내세울 수 있는 명분이 생기지 않겠습니까."

"...크흑, 란아!"

모용곽은 눈을 지긋이 감았다.

모용란은 자신의 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모용인도 자신의 아들이다.

그리고 설령 병력을 보내더라도, 모용세가는 결코 약하지 않다.

"밖에 대기하고 있는 표사들과 낭인들에게 전해다오! 빙색마인이 다른 곳을 습격하고 있으니, 원하는 자가 있다면 빙색마인을 처치하러 가도 좋다고! 자리를 지키지 않아도, 일은 불문으로 둘 것이다! 또한! 외당을 지키는 무사들은 모두 빙색마인을 막으러 가라! 이는 모용세가를 위한 것이자, 란이를 지키기 위한 선제 대응일지니!"

"와아아아아아!!"

무사들은 함성과 함께 빙색마인을 상대하러 떠났다. 빙색마인 정도의 고수를 상대로 아무리 위험하다고 한들, 그들의 '명예'에 대한 욕구는 막을 수 없었다.

"...란아, 내가 반드시 너를 지켜주마."

"고맙습니다, 아버지. 하지만 저 또한 모용세가의 사람입니다. 저 또한 스스로를 지키겠습니다."

"크흑.... 어느새 진정한 무인이 되었구나! 괄목상대라고 하더니, 내 너를 이리 키워준 검각주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을 정도야!"

"각주께서도 기뻐하실 겁니다."

"아버님!!"

밖에서 내당을 지키던 모용인이 달려왔다.

"무슨 일이냐. 바로 말하거라."

"빙색마인이...!"

모용인의 눈에는 약간의, 환희가 비쳤다.

"제 무죄를...증명해버렸습니다...!"

"......?"

모용 부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

"빙색마인이 네 무죄를...? 어떻게?"

"그, 그게...."

모용인은 입술을 파르르 떨며 답했다.

"그 여자를 범하며...실토하게 만들었습니다."

"......?"

"저를 상대로 악의를 품고 접근하여...색으로 유인한 다음 모용세가를 몰락시키려고 했다고.... 심지어 마공을 쓰는 마인이었다고...!"

마인(魔人).

그 말에, 모용곽은 왠지 모를 안도감이 들었다.

"마인이 그런 짓을 저질렀다면...."

모용세가의 악독한 짓은...아무 문제가 되지 않게 되어버린다.

"무고를 저지른 마인이라니, 이 얼마나 악독한 자란 말인가!"

강호인들은 생각하겠지.

모용세가의 소가주는 '마인'의 미인계에 당했다고.

* * *

"고작 이걸로 끝이냐? 더 말 할 것이 있을텐데?"

"더, 더 말 할 것 없어요...! 다 말했단 말이야...!"

"그래? 그럼 네게 볼 일은 없다."

"아으, 아, 안 돼...! 가기 직전이었는데...!"

꽃뱀은 쾌락에 절은 얼굴로 굴복했다. 나는 그녀에게서 양물을 뽑아냈고, 꽃뱀은 짙은 상실감에 눈물을 흘렸다.

그것이 쾌락인지 아닌지는 본인만이 알 뿐.

"보았느냐? 이 자가 네가 그렇게 지키고자 하는 여자의 실체다. 마인이었고, 모용세가를 망하게 하려고 한 자였을 뿐."

"나, 나는...."

옥선루의 눈에서도 맑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녀의 몸에 퍼진 하얀 빙기 때문에, 눈물은 중간에 볼에서부터 얼어붙었다.

"내가...지키려고 했던 사람이...이런...?"

망가졌다. 나는 바지를 추스르고 몸을 일으켰다.

- 마음이 곧고 심지가 올바른 자들은 자신의 정의가 무너진 순간, 검을 내려놓기 마련이죠.

혈교주는 말했다.

- 아무리 강고한 힘을 지니고 있는 무인도 의지가 꺾이면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때로는 순순히 눈을 감고 목을 들기도 하죠. 인간이란 때로는 아주 사소한 이유로도 무너지기도 한답니다.

"나는...무엇을 위해...?"

"이래도 이 여자 대신 범해지겠느냐?"

"!!"

"크흐흐, 눈빛에 망설임이 가득하구나. 너도 정의감 운운하지만, 결국 백도를 위한 정의를 주창할 뿐이다. 마음같아서는 지금 여기서 너를 범하겠지만...그럴 가치도 없지."

나는 옥선루를 침대를 향해 내던졌다.

"순결한 처녀가 대신 대주겠다고 말했으면 모를까, 비처녀가 어디서 대신 따먹히려고 드느냐?"

"문주님!!"

어느새 내 주변에는 선루필승도의 무사들이 검을 겨누며 나를 포위하고 있었다.

"흡!"

나는 꽃뱀의 등판을 밟고 높이 뛰어올랐다. 내가 빙설패륜각으로 구멍을 뚫은 천장으로 뛰쳐나왔고, 옥선루를 쫓아내기 위해 처음 만들었던 얼음기둥의 위에 올라섰다.

"여인의 겁탈을 구경하는 변태들이 이리도 많을 줄이야. 강호의 도리가 땅에 떨어졌구나!"

"미친놈!"

주변에는 수많은 무사들이 나를 향해 무기를 겨누고 있었다.

"빙색마인이다! 내 아내를 범한 원수!"

"저 자를 잡아! 현상금은 내 것이다!"

"네놈을 죽여 나의 이름을 널리 떨치리라!!"

복수심, 물욕, 명예욕.

그 모든 욕망들이 모두 한 곳에 모여 내 목에 칼을 겨누고 있었다.

"...옥선루가 처녀였으면 그냥 먹고 튀는 건데. 하아."

내가 모르는 곳에서 정말 다양한 일이 일어나는 것이 강호라고 하지만, 처녀상실까지 바란 건 아니다.

"씁...목석인 여자에게 색의 즐거움을 느끼지도 못하게 하다니. 끙."

안타깝지만 이미 일어난 일. 사라진 처녀를 되찾을 방법은 어디에도 없다.

사각, 사각.

나는 얼음기둥의 위로 올라섰다. 몇몇 성질급한 이들은 나를 향해 무기부터 냅다 내던졌고, 나는 적당히 무기를 손으로 쳐내며 내기를 끌어올렸다.

"모두, 다음 무대로 이동하지."

나는 얼음기둥을 가볍게 뛰어오르며-

"허, 허공답보?!"

"크하하! 잘 있거라, 멍청이들아!"

모용세가가 있는 방향으로, 천장을 달렸다. 몇몇 보법 뛰어난 이들이 나를 쫓아 천장 위로 뛰어올랐고, 내 뒤를 정확히 뒤쫓았다.

"헛!"

나는 상체를 숙이고 두 팔을 뒤로 뻗었다.

"인자질주!"

"저, 저 자세는?!"

모두가 놀란다.

"뭐지?!"

- 이거요? 인자질주(忍者疾走)라고 하는 거예요.

혈교주는 말했다.

- 아버지의 독문 무공이죠. ...본인은 저 멀리 해동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지만, 저도 왜 이렇게 달리는 지 몰라요. 애초에 이게 더 빨리 달릴 수 있는 것도 아닌데...왜 기본 주법으로 배우는 건지. 나참. 남자들이란.

혈교식 질주법.

딱히, 이유는 없다. 오히려 속도가 늦춰지기만 한다.

"크하하하하!!"

하지만 그래도 팔을 뒤로 젖히는 이유.

'멋있잖아.'

그냥 달리는 것보다, 왠지 있어보이게 달리면 더 특이해보이고 멋있어보인다.

[작품후기]

초고수 전용 주법

효과 : 뭔가 멋진 브금깔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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