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비천색마-445화 (445/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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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용세가 습격사건

모용란이 모용세가에 돌아온 것도 하루가 지났다.

모용세가 내부에서는 나름 쉬쉬하고 있지만, 한동안 난리가 났던 모용세가에서 대대적인 활기가 보이자 사람들은 금방 눈치를 챘다.

모용란의 귀환!

"근데 저러면 빙색마인한테 걸리는 거 아닌가?"

"어차피 걸릴 거 각오하고 돌아오는 거겠지. 안 그러면 가문이 무너질 상황인데."

"가문이 무너져도 방계의 사람들이 있잖아?"

"직계가 가문을 잇지 못하는데 방계가 무슨 의미가 있겠어?"

요동 사람들은 모용란의 귀환을 환영했다. 상대적으로 중원에서 멀리 떨어졌다고 평가받는 요동에서 모용란은 요동인들의 자존심을 챙겨주는 큰 역할을 했다.

"괜히 빙색마인에게 당하면 크게 난리가 날텐데...."

"모용세가에서 다 알아서 하겠지. 우리는 혹시 빙색마인이 보이면 신고나 제대로 하자고."

"아니, 그 화경의 괴물을 신고하자고? 자네 제정신인가?"

"...저기 얼음기둥 같은게 보이면 신고를 하자는...흐어억?!"

요동인들은 보았다.

하북에서 요동 방향으로 곳곳에 세워진 얼음기둥을.

그것은 마치 하북에서 요동으로 북상하듯, 가는 길목마다 세워져있었다.

위유방, 2.3

선율위, 1,7

장홍량, 3,9

"아니, 이렇게 많은 여인들이 겁탈을 당했다고? 이놈은 올라오면서 여인들을 이렇게 빠르게 겁탈하는 건가?"

"그냥 넣었다 빼고 맛만 보는 거 아니냐? 흐흐."

"주변에 여자들이 발견되지는 않았는데...."

사람들은 충격과 공포에 빠졌다. 말이 달려오는 속도보다 더 빠른 속도로 얼음기둥은 세워지기 시작했다.

어쩌면 무림맹에서 출발한 추색살 본대보다 더 빠를 지경이었고, 요동인들은 걱정을 금할 수 없었다.

"괜히 모용인 때문에 모용란이 빙색마인에게 당하는 거 아니냐?"

"조용히 지내고 있었다면 모용란이 들키는 일도 없었을텐데. 그 놈도 정말 지독하군. 모용란 이름이 들리자마자 바로 뛰쳐나왔다는 거 아니냐. 모용인이 잘못했네."

"그 놈이 나쁜 짓 해서 소가주 자리에서 물러나지만 않았어도 모용란이 모용세가로 돌아오는 일이 없었을텐데...."

"모, 모용세가를 믿어보자고! 몇 년 가까이 빙색마인이 아무 활동도 없었잖아! 분명 무림맹의 발표대로, 무림맹주에게 큰 타격을 입고 상처가 아직까지 아물지 않은게지!"

요동 사람들은 걱정반 근심반, 그리고 약간의 기대감으로 모용세가를 주시했다.

"이번에 빙색마인을 만약에 모용세가에서 막아낸다면...차기 무림맹주 자리는 모용세가에서 가져가는 건가?"

"색마에게 딸을 납치당한 남자보다는 아무래도 지켜낸 남자가 더 듬직하지."

"아들내미가 영 부실하기는 하지만, 남자가 색을 탐하다가 그렇게 된 건 그리 큰 추문도 아니야. 암, 그렇고 말고. 나 때는 말이야...."

모용세가는 만발의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빙색마인을 모용세가에서 쓰러뜨린다!

비록 빙색마인의 힘이 강대하다고는 하지만, 지난 수 년간 모용세가도 많은 힘을 길렀다.

당장 모용세가 가주인 모용곽만 하더라도 추검(推劍)의 달인으로, 당당히 화경에 이르러 천하 30대 검객의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던가?

"오너라, 빙색마인. 나의 비려십오검(飛櫚十五劍)이 굶주렸다."

모용곽은 필살의 각오를 다졌다. 당장 빙색마인이 노리는 존재는 자신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이며, 딸의 정조를 지키기 위해 모용곽은 딸의 방 앞에 진을 쳤다.

"가주님, 눈을 잠시 붙이시지요. 안색이 많이 좋지 않습니다."

"...한 시진 뒤에 깨워주게. 침대는 이곳으로 가져오고."

"아버님.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란아. 걱정마라. 이 정도로 무너질 내가 아니다. 괜히 내가 눈을 감았다가 빙색마인이 들이닥칠 수도 있는 것이야."

당장 내일이라도 빙색마인이 쳐들어 올 수 있는 긴박한 상황.

"무림맹은 아직인가?"

"4.4 기둥이 세워진 이후 하남에서 출발하였다고 했으니, 이제 하북을 거쳐 올라오고 있는 중일 겁니다."

"선발대는?"

"무림맹주께서 먼저 달려오고 있습니다."

빙색마인이 요동에서 발견되었다. 이미 예전부터 추색살은 요동에 많은 시선을 두고 있었고, 추색살 부대원 또한 다량으로 퍼져있었다.

오랜 시간 이상한 색마들만 잡아 족치던 와중에, 진정으로 추색살이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는 때가 도래하게 되었으니.

"이는 속도전이다. 빙색마인이 다시 도망치지는 못할 터."

모용세가의 전력.

무림맹의 지원.

백도 최강인 무림맹주의 출전.

"오너라.... 빙색마인이여. 네놈이 아무리 강한 존재라고 한들, 나를 뚫고 란을 데려갈 수는 없을 것이다."

모용곽은 이를 갈며 검을 움켜쥐었다.

"설령 이 목숨이 다하는 한이 있더라도!"

* * *

"죽일 생각도 없는데 죽을 각오를 하고 있군. 저런 놈들이 제일 귀찮은데."

왕소현과 떨어져 단독행동을 나선 나는 멀리서 모용세가의 안을 살폈다.

"호위무사들도 잔뜩 고용했고, 심지어 표사들도 더럽게 많이 불렀군."

모용세가의 건물 내부에는 모용세가의 무사들이, 그리고 건물 외부에는 모용세가가 고용한 표사와 낭인들이 이중 삼중으로 진을 치고 있었다. 저들을 며칠 고용하는데만 황금을 상자 단위로 사용했을 터.

'조금 미안하기는 하네.'

팽유월의 일을 도우며, 나는 팔대세가가 무사들을 부르는데 대략 어느 정도 돈을 써야하는지 대략 알고 있었다. 괜히 나 때문에 저만큼 많은 이들을 고용했다는 것에 모용곽이 참 존경스러웠다.

"저것이 아버지의 마음인가."

나도 누군가가 월아를 노린다면, 천가장의 팔괘를 억지로 맞추더라도 월아를 보호했을 것이다.

"씁. 진정해라, 비천색마야. 너는 색마다. 딸가진 아버지들의 슬픔에 공감해서 어쩌자는 것이냐."

나는 나 스스로를 다독였다. 월아를 생각하니 양심의 가책이 생기고, 괜히 찔려서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

색마로서의 나인가. 딸가진 아버지로서의 나인가.

"...정신차려라, 색마야."

나는 뺨을 두어번 치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색마는 색마고, 천무명은 천무명이지."

슬픔은 일시적이지만, 용봉지회 이후 모용란이 천무명과 좋은 관계를 가지면 그 뒤로는 행복만 가득할 것이다.

"그럼 들어가기 전에...마지막으로."

나는 모용세가를 감시하고 있던 곳에서 벗어나, 내가 미리 정보를 입수했던 곳으로 달려왔다.

"......."

모용세가와 달리, 하얀 무복의 여인들 몇몇이 건물 주변에 경계를 서고 있는 곳.

파운객잔.

어떤 곳이냐 하면, 모용인을 상대로 무고를 저지른 여인이 머무르고 있는 곳이다. 그리고 이곳을 지키고 있는 백의무복 여인들은 다름아닌 '선루필승도'의 무사들.

"모두 조심하라. 빙색마인이 나온다는 말이 있다!"

그들 중 가장 나이가 많아보이는-그래봐야 20대 후반 정도지만-여인은 내가 익히 알고 있는 여인이었다.

"옥선루...?"

모용란과 마찬가지로 도객(刀客)인 여인으로, 그녀의 사후 선루필승도의 무사들은 강호 전역으로 퍼져나가 온갖 무고 사건을 일으켰다.

수많은 선루필승도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여인이 바로 남궁유린이었다.

"요동에 있을 줄이야. 무고한 여인까지 지키겠다는 건가...."

다소 어이가 없기는 하지만, 본인들이 여자를 지키겠다는데 어찌 그 행동을 막을 수 있겠는가.

"음...."

그냥 모용세가로 간다?

아니면 모용세가로 가기 전, 선루필승도라는 벌집을 건드린다?

"여왕벌은 못 참지."

남자들 땀내만 가득한 곳보다 여인의 꿀냄새가 나는 벌집이 훨씬 더 좋지 않겠는가?

'지들이 막으면 어쩔 거야.'

선루필승도의 모두를 범하지 못하더라도, 모용인이라는 후계자를 건드린 꽃뱀은 건드릴 수 있다.

"빙색마인으로 오길 정말 잘했어."

얼음벽 너머에서 꽃뱀이 범해지는 것을 보며, 그들은 과연 어떤 표정을 지을까?

"후우우...."

마음의 준비와 함께, 달린다. 건물을 뛰어넘으며, 지나간 모든 곳에 얼음조각을 흩뿌리며 흰 머리칼을 펄럭인다.

태양이 지고, 거리에 등불이 켜진 어두운 밤.

"흐하하! 본좌가 왔노라!!"

나는 담벼락을 밟고 하늘을 달려, 건물의 천장을

"앗...저자는?!"

"백발...빙색마인이다!!"

나는 발끝에 날카로운 빙백신공을 고드름창처럼 모아, 건물 천장을 향해 발을 겨눴다.

"빙설패륜각(氷雪覇倫脚)!!"

와장창!!

천장이 무너지며, 나는 안으로 낙법을 취하듯 굴렀다.

"어-"

안에는 화장을 짙게 한 여인 한 명이 다소곳이 차를 마시고 있었고, 입구 근처에 검을 든 여인 한 명이 황급히 뒤를 돌며 안으로 달려오려고 했다.

"어딜."

나는 빙백신장을 여인의 명치에 강하게 때렸다. 손바닥을 펼쳐 빙백신장의 힘을 퍼뜨리니, 여인은 그대로 몸이 굳어버렸다.

"고맙다. 네가 보호막이 되겠구나."

나는 여인의 발을 빠르게 짓밟았다. 다리를 중심으로 한기가 퍼져나가 여인의 몸은 출입구와 함께 커다란 얼음벽이 되었다.

사람 한 명이 드나들기에 적당한 너비.

즉, 사람 한 명이 입구를 막고 있다면 아무리 용을 써도 문 안으로 비집고 들어오기는 힘든 얼음의 조각상이 생기고 말았다.

"뭐, 뭐야?!"

꽃뱀은 나를 상대로 검을 들었다. 알려진대로 무공을 익힌 존재였고, 또한 그녀의 검에서 느껴지는 검기는 '마공'이었다.

'대공자가 요동에 저지른 짓이라는 게 얘였구나.'

대공자의 짓이라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남자면서 남자를 상대로 꽃뱀을 사용하는 최악의 짓을....

'아니, 꼭 남자라서 써먹는 건 아니긴 하지.'

그냥 대공자가 쓰레기라서 사용하는 방법이다.

"무슨 소란...이런?!"

얼음상-안 죽었다-뒤에 검을 든 여인들이 황급히 달려왔다. 그들은 나를 보고 바로 사색이 되었다.

"빙색마인...? 어째서 이곳에...?"

"왜. 내가 이곳에 있는게 이상한가?"

퍽!

나는 내 뒤에서 날아드는 검을 손으로 막았다. 손바닥에는 당연히 빙백신공이 호신강기로 퍼져있었고, 나는 검을 잡고 몸을 돌리며 꽃뱀의 배를 돌려찼다.

"커, 허억...!"

꽃뱀은 바로 침대에 떨어졌다. 빙설패륜각으로 돌려차면서 하복부의 단전을 가격했기에, 꽃뱀은 바로 기혈이 뒤틀려 피를 왈칵 토해냈다.

"서서히 몸이 마비될 것이다. 걱정마라. 쾌감은 남겨둘테니."

나는 꽃뱀의 몸을 정문쪽으로 엎드리게 만들었다.

"그냥 거기서 지켜보기나 해라. 이 여자가 범해지는 모습을."

"어디서!!"

옥선루는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금방 옆으로 사라졌다.

"...응?"

하아압--!

밖에서 기합이 들려오자마자, 나는 꽃뱀을 범하려고 자세를 취하다 바로 내공을 일으켜야만 했다.

퍼서석!

벽이 무너져내렸다. 깔끔하게 잘려진 벽은 바닥에 떨어져 객잔 바닥을 주저앉게 만들었고, 벽을 밟고 들어오는 옥선루의 검기는 청명하고 푸르렀다.

"초...절정?"

"꼼짝말고 있으라고 했지! 어디서 좆을 놀리느냐! 이 더러운 색마새끼!"

"오, 오오...."

옥선루는 벽을 검으로 부수고 들어왔다. 나는 그 광경에 어처구니가 없어서 그만 양물이 안에서 빠질 뻔 했다.

"죽어라, 만악의 근원!!"

옥선루의 검은 정확히 내 목을 겨누고 있었다. 아래에 깔려 범해지고 있는 꽃뱀이 죽든 말든, 그녀의 눈은 오롯이 내 목을 향해 있엇다.

이 여자, 진심이다.

'대의를 위해 희생을 감수하는 자들의 눈!'

나는 바로 정면을 향해 손을 뻗었다.

쩌저적!

"아악!"

급히 만들어낸 얼음벽에 옥선루는 정면으로 처박혔다.

얼굴이 으스러지는 모습에 조금 미안했지만, 코뼈가 '으득' 소리나며 망가지는 모습이 정말 미안했지만, 그래도 꽃뱀을 지키겠다며 나선 건 봐줄 수 없다.

'그러길래 왜 벽을 부수고 들어와?'

찰싹!

나는 도망치려고 발버둥치는 꽃뱀의 엉덩이를 때렸다. 동시에 채음보양을 통해 강제로 쾌감을 폭증시켰다.

"아아앙...!!"

"범해지는 것도 모자라, 맞으면서 가버린다고? 아주 음탕하기 짝이없는 것이로구나."

"아, 아니야...!"

"아니긴 뭐가 아니냐."

나는 꽃뱀의 목덜미를 뒤에서 찔렀다. 말을 하고 싶어도 못하게, 대신 신음만 흘리게 만들었다.

"끄, 으응, 으으응...!!"

채음보양을 통해 속성으로 끌어올려진 쾌감에 이미 꽃뱀은 눈물을 줄줄 흘렸다.

"네, 네 이 놈...!"

얼음벽 너머, 코피를 흘리는 옥선루는 눈에 불을 켜고 나를 향해 검을 겨눴다.

"꼼짝말고 있거라!"

"여자를 범하는데 어떻게 꼼짝...."

타다다닥.

옥선루는 뒤로 달렸다. 나는 그녀가 어디론가 사라지마자 바로 양물을 빼냈다.

"...씁."

셋.

둘.

하나.

우지끈!

내가 여인을 범하고 있던 창문이 망가지며, 하얀 인영이 나타나 내게 검을 겨눴다.

"죽어라, 강호 여자들의 적!"

"...이 멧돼지 같은 여자가."

나는 바닥을 향해 손바닥을 겨눴다.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리거늘!"

그리고.

퍼---억!

바닥에서 치솟은 얼음기둥이 옥선루의 명치를 때렸다.

얼음기둥, 3.3.

[작품후기]

딴 길로 세기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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