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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는 여기에
강자의 싸움과 하수의 싸움은 다르다.
초고수의 싸움은 초식 하나로 결판이 나는 경우도 있고, 화려한 초식을 수백합 겨루며 밤을 지새우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삼류 무사들의 싸움은 어떨까?
삼류무사도 나름 상당히 강한 존재이기는 하지만, 삼류무사들 사이의 전투는 패싸움에 가깝다.
그래서 보는 재미가 있다. 인간의 원초적인 전투본능을 일깨우는 맛이 있다.
특히 강자의 입장이 되면, 더이상은 스스로는 할 수 없는 전투를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고는 한다.
아, 나 때는 저랬지하고.
혈교주는 말했다.
-원래 허접싸움이 제일 재미있는 법이죠.
'혈교주, 역시 당신이 옳소.'
"와아아!!"
산적들은 일제히 무기를 들고 달려들었다. 검과 도끼가 마구 섞인 건 기본이고, 사람 좀 자주 납치해봤는지 밧줄에 채찍까지 섞여있었다.
고작 사람 둘을 잡기 위해.
"꺼져, 이 더러운 산적 새끼들아!"
남궁유린은 본성을 드러내며 산적들을 향해 살초를 휘두르는 걸 주저하지 않았다.
"크아악!"
남궁유린의 뒤를 노리려던 산적은 거칠게 휘둘러진 검에 몸에서 피분수가 터져나왔다. 남궁유린은 자신을 향해 튀는 피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다음 적을 향해 몸을 돌렸다.
"죽어!!"
대연참영(大衍斬影)!
산적들의 앞에서 당당히 창궁무애검법을 휘두르는 남궁유린의 검기는 정말 깔끔하고 강렬했다.
검에 실리는 힘이 자신의 무력을 과시하는 경향만 없었다면, 상대를 '죽이겠다'는 의지는 파천신검과 광천수라검에 필적할 정도였다.
"창궁무애검법으로 저런 살초를 펼치다니. 역시 사람 한 두 번 죽여본 여자가 아니로다...!"
나는 남궁유린에 대해 상당히 안 좋은 시선을 가지고 있었다.
미래에는 위루화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남자 무인들을 곤경에 빠드려 인생을 망가뜨렸던 여자다.
그렇게 안좋았던 첫인상이 용봉지회 당시에도 상당히 좋지 않았다.
자신에 대해 과신하고, 감히 주제도 모르고 이시아를 담그려고 했다. 당시 비천삼마가 옆에 있는 줄도 모르고 남궁세가의 무사들을 동원하여 죽이려고 했다.
'어쩌면 겁탈하려고 했을 지도.'
내가 노리고 있던 여자를 범하려고 했던 것에 나는 남궁유린의 처녀를 취했다. 도마 대신.
그리고 다시 본 그녀의 모습은 예전과는 사뭇 달라져있었다.
"하아압!"
여전히 검기는 거칠고 날카롭지만, 적어도 이제는 자기 주제 파악은 충분히 해내는 것 같았다.
"이제...절정인가?"
모용란보다 아래. 선녀가 되기 전의 제갈선보다 위.
나는 그녀의 검기를 보고 상당히 오랫동안 검을 갈고닦아왔구나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검술은 이미 충분히 한몫을 하고 있었으나, 그녀에게 부족한 것은 내공이었다.
"그래서 비영진옥을 취하려고 하는 것인가...."
남궁세가가 있는 안휘까지 내려가고 있다가 산적들에게 걸린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궁유린도 설마 안전하지 않은 곳에서 운기조식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저 놈은 진짜 누구래?'
관심은 없는데, 자꾸 남궁유린의 등 뒤에서 함께 싸우는 모습에서 어색함이 보인다.
"남궁 소저! 이쪽은 내가!"
"부탁해요, 위 공자!"
딱히 두 남녀가 등을 맞대고 함께 싸운다는 것에 눈꼴이 시린다는 건 아니다. 만약 그런 거라면 나는 우월감을 가지고 위 공자라는 청년을 응원할 것이다.
남궁유린의 처녀를 취한 건 나.
하지만 저 악녀를 갱생시켜 줄 생각은 추호도 없음.
그러므로 남궁유린은 누구 한 명 착한 남자를 사귀어 독기가 빠지면 충분히 마음이 얼굴값을 하는 여인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것은 좋은 남자를 만났을 때의 이야기.
"저 놈의 눈에 음기가 가득하구나."
나는 알 수 있다. 어떻게 알 수 있냐면, 동종업계 종사자로서 눈만 봐도 상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저런 놈들이 꼭 여자를 안심시키고 난 뒤에 범하고는 하지."
척 봐도 보인다. 위 공자라는 청년은 분명 오랫동안 남궁유린과 인연을 쌓아왔을테고, 남궁유린으로부터 신뢰감을 얻고난 뒤에 그녀를 먹어치울 것이다.
신뢰감이 배신감으로 변해갈 때의 눈빛을 즐기는 존재.
저 자도 색마다.
색마인 내가 알 수 있다.
"...쟤 혹시 저런 놈들에게 크게 데여서 남성혐오가 생긴 건가?"
나는 남궁유린이 갑자기 안쓰러워졌다.
"에휴. 좋은 남자 사귀기를 바랄 뿐이다."
나 말고. 나는 슬슬 시간이 된 것 같아 전신에 돌리고 있던 빙백신공의 힘을 다시금 정돈했다.
"위기에 처한 순간 나타나는게 기본이지."
"흐하하하! 끝이다!"
남궁유린과 청년은 산적들의 공세에 명백히 밀리기 시작했다. 강정이라고 하는 여산적은 남궁유린 못지 않은 고수였고, 청년은 도움이 되지 않았다.
"크아악!"
청년이 산적이 던진 눈먼 도끼에 맞았다. 도끼날이 어깨에 박혀 피가 튀었고, 청년은 충격에 검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공자!!"
"어딜 보는 것이야?!"
"크윽...!"
그리고 청년이 무너짐에 따라 남궁유린도 자연스레 무너졌다. 강정을 상대로 백중세를 펼치고 있던 남궁유린은 후방이 불안해짐에 따라 밀리기 시작했다.
"네 낯짝에 좆물이 내려앉는 걸 똑똑히 보겠어!"
지금.
"그것 참 재미있군."
타---앗.
나는 강정이 휘두르려던 검격의 앞에 착지했다. 강정은 나를 보며 화들짝 놀랐으나, 검은 나를 향해 계속 날아왔다.
퍼--억!
검은 내 목을 때렸다. 가르거나 베는 것이 아니라, 내 목에 막혀 두동강이 나며 으깨졌다.
"호신강기...?!"
"고작 그 정도로 내 몸에 상처를 줄 수는 없다. 크흐흐."
"네, 네놈은 누구.... 아니, 설마, 이 백발...그럴 리가...!"
최대한 색마스럽게. 최대한 고압스럽게.
"본좌는...."
"빙색마인?!"
뒤에서 엉덩방아를 찧고 넘어진 남궁유린이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외쳤다. 주변이 경악으로 물드는 가운데, 나는 등허리의 짜릿한 감촉을 만끽하며 발을 가볍게 굴렀다.
"빙색마인, 의사백이다."
설화난영보.
빙백신공의 힘을 가득 담은 발로 진각을 밟자, 나를 중심으로 하얀 안개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뭐, 뭐야?!"
"이건...?!"
쩌적, 쩌적.
순식간.
미처 뛰어오르지 못한 산적들은 발목 아래가 얼어붙자 옴짝달싹을 못했다. 나는 아둥바둥거리는 놈들을 향해 주먹을 가볍게 흔들었다.
"왜 본좌에게 습격을 당하는지 궁금하겠지. 본좌는 지금 기분이 좋은 관계로, 친히 말해주지."
나는 말아쥔 주먹에서 흘러나오는 한기를 움켜쥐며, 가장 앞에 있는 여산적의 멱살을 붙잡았다.
"그냥."
색마가 지나가다가 예쁜 여자가 보였다.
부우욱----!!
"꺄아아악!!"
그것만큼 확실한 이유가 어디있을까?
"큭...! 나는 굴복하지 않을 것...이...인데...!"
"2각 내로 굴복시켜주지."
일각 뒤.
"응기잇...!"
"크흠, 잘 먹었다."
나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여산적을 겁간했다.
두 다리를 얼어붙게 만들고, 움직이지 못하게 아래에서부터 뻗은 고드름이 팔을 가두게 만든 다음, 뒤에서 적당히 넣고 빼며 그녀를 채음했다.
"본좌는 어떠냐?"
"천하제일자...지...."
여산적은 고개를 떨구며 기절했다. 정작 나는 싸지도 않았지만, 그녀는 채음의 절정으로 훅 가버리고 말았다.
"녹림왕에게 정말 감사를 해야겠어. 놈의 음심(淫心) 덕분에 녹림의 산적 중에 여자들의 비율이 많이 늘어났으니 말이야. 크흐흐."
녹립 72채 중 비율을 따지고 보면 적어도 18채 정도는 여자들이 지금 간부나 부두목, 심지어 채주 자리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덕분에 나는 중간중간 입가심을 하는 느낌으로 수많은 산적들을 겁탈했다. 눈앞의 여인도 그런 수많은 여인 중 한 명일 뿐이었다.
단지, '빙색마인'으로서 범한 건 근래들어 처음이었다.
"그럼 그냥 놔둘 수는 없지."
나는 두 손을 합장하듯 모은 뒤, 바닥을 향해 장법을 날리듯 땅을 쳤다.
"빙장지주(氷將地柱)!!"
내 외침과 함께, 여산적의 뒤로 내 키보다 더 높은 남근 모양의 얼음 기둥이 우뚝 솟아올랐다.
"히, 히익...?!"
모두가 빙주(氷柱)를 보고 기겁했다.
사람보다도 거대하고 웅장한 남근은 방금 전까지 내가 여산적의 몸에서 채음한 내공으로 만든 것이며, 동시에 다른 이들보다 우월한 나의 성기를 과시하는 우상이었다.
"음...2.4!"
그리고 빙주는 빙색마인이 다녀갔다는 인증이기도 했다.
여산적은 이미 승천하여 무릉도원을 떠돌아다니고 있었지만, 깨어나고 나면 자신의 음부가 5점 만점에 2.4점이라는 것에 큰 충격을 받을 것이다.
산적치고는 제법 깨끗한 편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딱히 남근을 찰지게 물어오는 맛은 없더라.
"어디보자, 본좌의 여흥을 삭혀줄 다른 여자는...."
"히, 히익...!"
남궁유린은 기겁을 하며 외쳤다.
"오, 오지마!"
"본인이 거기에 있다고 아주 천지에 떠드는 구나."
사박, 사박.
마치 설원 위를 걷는 듯한 발걸음 소리에 남궁유린은 엉덩방아를 찧은 자세 그대로 손발을 움직이려고 안간힘을 썼다.
"한빙수류옥(寒氷水流獄)이다. 도망칠 수 없지."
하지만 애초에 상대를 구속하기 위한 기술인 만큼, 걸린 이상 빠져나가려면 막대한 내공을 사용하여 빠져나가야한다.
하지만 어디 여기에 그럴만한 무인이 있나? 없지.
"거기 뒤에 있는 자는 네 정인이냐?"
"누가 정인이야!"
"정인이 보는 앞에서 여인을 취하는 것만큼 짜릿한게 또 없지. 안 그러냐?"
"이, 이 놈...!!"
어깨에 도끼가 박힌 청년은 나를 향해 이를 갈았으나, 내가 내보내는 압도적인 살기에 바로 눈을 아래로 깔았다.
"오지 말라고, 이 씨발 새끼야!!"
애초에 화경급 고수가 살기를 내뿜는데 이렇게 욕을 따박따박 뱉으며 죽일 듯 노려보는 건 남궁유린 정도밖에 없다.
강호에서 여인으로서 가진 독기로는 천하제일이리라.
"일단 너는 시끄러우니까 입부터."
나는 천수관음봉을 만들어 남궁유린의 입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그녀의 긴 흑발을 하나로 붙잡아 입에 둘둘 말았다.
"재갈을 따로 들고 다닐 필요가 없단 말이지. 흐흐."
"읍, 으읍...!!"
여인의 목숨과도 같은 머리카락을 입에 재갈 물리는데 쓴다? 보통 굴욕이 아니다.
"마침 다리도 이렇게 벌린 상태로 기다리고 있구나."
"그만둬...! 그만 하라니까!!"
청년은 간신히 악을 쓰며 내게 삿대질했다.
"이 색마! 하늘이 무섭지도 않느냐!"
"본좌가 곧 하늘이거늘, 방자하구나. 옆에서 쫑알쫑알 지껄이는 걸 듣자니 귀가 아프니, 네게 기회를 주마."
나는 청년의 주머니 속을 가리켰다.
"그 구슬을 내놓으면 너는 살려보내주마."
"뭐...?"
"내단을 내놓고 조용히 꺼지라는 말이다."
"......."
청년은 나와 자신의 주머니를 번갈아보기 시작했다. 나는 그 눈빛에서 청년의 속내를 읽었다.
'목숨이지.'
"미, 미안하오...남궁 소저!"
"!!!"
남궁유린은 자신을 버리고 도망치는 청년을 보며 경악했다. 그가 내던지듯이 버리고 간 비영진옥은 내 품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부수입이 좋네.'
이런 걸 바라고 온 건 아니지만, 돌아가서 왕소현과 재미를 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아기색마의 입에 침이 고이기 시작했다.
"읍, 으읍!!"
문제는 바로 이 여자.
"흠...."
나는 다른 산적들의 상태를 살폈다. 코뼈가 부러지거나 이가 빠지는 등, 산적들은 충격파에 당한 순간부터 기절해있었다.
'누가 먼저 깨어나나 싸움인가.'
나는 남궁유린의 이마를 향해 손가락을 뻗었다. 공포 속에서도 나를 째려보던 남궁유린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2각 정도 뒤면 깨어날 거다. 그 사이에...나는 너를 범하도록 하마."
이미 의식을 잃었지만, 그녀는 내가 자신을 상대로 무슨 짓을 저지를 지 금방 알아챘을 것이다.
단.
나는 남궁유린을 범하겠지만, 진짜로 범할 생각이 없다.
자고로 색이라 함은 함께 해야 더 즐거운 법. 의식을 잃고 기절한 여인을 상대로 해봐야 쾌감이 반으로 줄어들 뿐이다.
'이미 많이 즐겼어.'
섭혼술을 걸고 해보기도 했고, 수면향으로 재우고 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나와라, 빙좆."
나는 남궁유린의 옆에 얼음기둥을 세웠다.
"너는...4.4."
남궁유린을 처음 취했던 그 때의 기억을 되살려, 나는 남궁유린의 점수를 기둥에 박아넣었다.
범했는가?
아니다.
나는 남궁유린을 범하지 않았다. 예전에는 그랬을지 몰라도, 지금은 남궁유린을 범하지 않고 떠날 생각이다.
단지, 기둥 하나만 예쁘게 남겨두고 갈 뿐.
누군가가 깨어나서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음...이것도 적어둬야지."
입 닥치면 천상 선녀. - 의사백.
"미안하지만 너는 내가 좀 이용해야겠다."
그저 남궁유린이 잘못한 것이 있다면 하나 뿐.
"만약에 네가 복수를 하겠다면...엄한 모든 남자들을 상대로 파멸시키겠다고 하지말고 이걸 찾아와라."
나는 얼음기둥을 두드렸다.
"언제든지 기다리고 있으마."
혈교주마저도 거르는 이 악녀의 악의를, 빙색마인이 오롯이 거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