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비천색마-441화 (441/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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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용란, 내토라레(耐討拏來)

"태극화, 잠깐 시간이 되나요?"

늦은 밤.

진가장에 잠시 머물고 있던 사공희에게 의외의 인물이 찾아왔다.

"와백...봉?"

"네. 천가장의 진법 보수 및 개조를 맡은 제갈선이라고 합니다."

"...견희라고 불러요. 상공이 천가장으로 들였다는 것은 그만큼 신뢰한다는 거니까."

사공희는 제갈선을 위아래로 훑었다.

"합격."

"뭔진 모르겠지만 합격되어서 기분은 좋네요. 뭔가요?"

"상공이 가슴에 얼굴을 묻고 싶을 때 적어도 저와 당신을 두고 고민하지는 않을 것 같아서?"

"......그건 확실히. 애초에 천가장이나 진가장 내에서 견희를 가슴으로 이길 여자는 없어요. 솔직히, 같은 여인으로서 정말 부럽다니까요."

사공희는 제갈선의 말에 어깨를 으쓱였다.

"이게 그 말로만 듣던 사랑주머니인가요?"

"그, 그런 말을 하면 부끄럽답니다."

"사실이 그런 걸요. 가주님께서 하루가 멀다하고 그렇게 만지고 품으셨다고 하니, 확실히 커지는게 당연할 지도. ...아참, 내 정신 좀 봐."

제갈선은 색안경을 머리 위로 치켜쓰며 사공희와 마주 앉았다.

"사실은 이번에 적발마녀가 덮쳤을 때의 상황에 대해 몹시 궁금했답니다."

"...혹시 여럿이서 뒹구는 것 때문에 더 알아보고 싶으신 건가요? 혹시 다음 편은 난교…?"

"아뇨. 그건 제가 이미 몸으로 하고 있으니...그러고보니 저랑 둘이서 한 적은 없네요."

제갈선은 머리를 긁적거렸다.

"혹시 하게 되면 잘 부탁드립니다. 그래서 제가 묻고 싶은 건 이거예요."

제갈선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만약에. 정말 만약에 혈소예가 함께 난교를 하는게 아니라 견희를 제압해 묶어두고 옆에서 가주님을 범했다면, 그 때 기분이 어떠셨을 것 같아요?"

"......다들 우스갯소리로 그런 얘기를 하기는 했죠. 혈소예가 자기파멸적인 성적 욕구를 가지고 있어서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사공희는 쓴웃음을 지었다.

"정말 슬프고, 억장이 무너지고, 사랑하는 사람을 구할 수 없다는 자괴감에 마음이 무너질 거예요."

"음…. 역시. 알겠어요. 견희는 그렇게 생각하는구나...음…."

제갈선은 빠르게 서책에 글귀를 남겼다. 그녀의 세필이 빠르게 춤을 추며 먹향을 풍겼다.

"이번에 쓰면 제일 먼저 보여드릴게요."

"고마워요, 선."

"후후, 별 말씀을."

"...그런데 선, 하나 질문해도 될까요? 그거 나중에 아예 이름없이 뿌릴 거예요? 그건 아니죠?"

"음...가주님께서 천가장에 있는 분들과 지내는 이야기만 엮어도 수십 권이 나오겠죠? 그걸 똑같이 따라 만들려면 대규모 인력이 필요할테고."

"그거...제가 도와드릴 수 있을 것 같기도 해요."

"......네?"

사공희는 손을 뻗어 검을 들어올렸다. 네 개의 검이 수직으로 두둥실 떠올랐고, 사공희는 기다란 붓을 검에 단단히 붙였다.

"써주시면 제가 네 개로 필사해드릴게요. 이거...미세한 조정이 가능할 것 같아서."

"...선녀가 되시더니 엄청난 힘을 손에 넣으셨군요."

"그냥...연습을 하려다보니…."

"좋아요. 그럼 이 자리에서 불러드릴게요. 음...주제는 강호 무림에서 으레 있는 이야기로…색마에게 여주인공이 겁탈당하는 걸 눈 뜨고 봐야하는 남주인공이지만…."

찰싹!

제갈선은 부채를 펼치며 단호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 걸 원하는 남자는 소수에 불과! 하지만 이걸 뒤집으면 대중적으로 크게 득을 볼 수 있답니다."

"어떻게요?"

"간단해요. 여자가 주인공에, 연인인 남자가 다른 여자에게 겁간을 당하는 거죠. 특히 여주인공을 위해 몸을 파는 행위라면…."

"...씁."

두근, 두근.

사공희는 눈이 번뜩 뜨였다. 집중력이 살아나기 시작했고, 제갈선의 목소리가 귀에 쏙쏙 박히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정인이 다른 여인에게 강제로 안겨야 하는 모습을 본 그녀는 진정으로 미쳐버릴 것 같았다."

* * *

"누워라. 호호호, 그녀들에게 들었을 때만 하더라도 크게 기대가 되었는데...역시나."

"크윽…!"

자신의 음부를 빨게 했던 현검마망은 천무명을 강제로 눕혔다.

그리고 자신은 천무명의 하반신을 향해 엎드리고, 천무명의 얼굴은 고간을 누르며 달뜬 한숨을 내쉬었다.

"어딜 쉬려고 하느냐…. 계속 빨아."

할짝, 할짝.

"후으으…. 그래, 그럼 나도 빨아주마."

현검마망은 상스러운 소리를 내며 복면 아래를 슬쩍 들어올리더니,

츄르르르르릅.

일부러 격한 소리를 내는 것처럼, 바지를 벗기고 순식간에 입에 담긴 군침과 함께 천무명의 양물을 집어삼켰다.

츄르릅, 츕, 쮸으으읍, 쮸릅.

일부러 맛있는 걸 먹는다고 과시하는 듯한 소리에 모용란은 구역질이 치밀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는 곁눈질로 그 광경을 약간이나마 볼 수 있었다.

"웁, 우븝, 스으읍."

자신의 목젖까지 넣을 정도로 현검마망은 두꺼운 물건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하필이면 그 사이로 등불이 놓인 바람에, 모용란의 정면에는 거대한 그림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살랑거리는 머리카락 사이, 굳게 우뚝 선 굵은 기둥 하나.

아무리 그림자로 커졌다고는 하지만….

"하아아…."

현검마망은 달뜬 숨결을 기둥에 뿌렸다. 그러자 기둥이 한 번 움찔 거렸고, 현검마망은 깔깔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역시 남자란 다 똑같다니까. 보지에 깔리면 꼼짝도 못하지. 그러면 어디 그 대단하다는 좆맛 좀 볼까?"

스륵, 스륵.

현검마망은 단숨에 천무명의 위로 올라탔다. 기둥 위에 기둥을 덮듯 나타난 천장에서 굵은 물방울이 기둥을 타고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나의 즐거움을 위해 얌전히 좆을 세워라…. 그리고 안에...허?"

"하압…!"

천무명이 짧게 기합을 하며 손을 뻗었다. 하지만 현검마망은 천무명의 손목을 붙잡은 뒤, 각각 자신의 가슴과 골반에 올리게 만들었다.

"내게서 벗어나려고? 어림도 없지. 너는...내 뱃속에 네 아기씨를 주기 전까지는 안 돼."

찌걱, 찌걱.

현검마망은 하반신을 아래로 찧으며 요염히 웃었다.

"그래도...흐응, 갑자기 이런 힘이 나는 이유는 뭘까?"

"용 형…. 도망치시오! 당장! 내가 이 여자를 제압하고 있는 동안…!"

"제, 제압이라니…! 말을 똑바로 하거라…! 내가, 내가 너를 따먹는...아응…!"

철퍽철퍽철퍽.

숨소리가 거칠게 울려퍼진다. 등불에 비친 현검마망의 그림자는 커다란 가슴과 잘록한 허리로, 천무명의 위에 올라타 떡방아를 찧고 있었다.

"오호호…! 그래, 너 따위는 이제 아무래도 상관없다…! 가든지, 말든지! 대신...가면 이 남자는 내가 데리고 가마!"

"!!"

"어서 가시오! 어서!!"

모용란은 자신을 재촉하는 천무명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지금은 현검마망이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때이건만, 어째서 그는 자신보고 도망치라고 하는 걸까?

"만약 도망치지 않으면...그대가 이 마녀에게 범해질, 크윽…!!"

쯔어억.

"호호호, 아직도 모르는가 보구나? 뭐...상관없다. 어차피 자지는 이쪽이 더 커보이는 듯 하니."

화륵.

뒤에서 불이 붙나 싶더니, 아래쪽이 화끈거렸다.

"어…?"

옷은 하나도 타지 않았는데 다리의 점혈이 풀렸다. 상반신은 여전히 움직일 수 없지만, 보법을 사용하며 달릴 정도로 몸이 풀렸다.

"얘, 가버리렴. 내가 지금 엄청 기분이 좋은데, 네가 있으면 신경쓰이거든? 만약 그렇지 않으면…."

모용란은 몸을 돌렸다. 현검마망은 상체를 숙여, 두 손이 위로 묶인 천무명의 볼을 길게 쓸어올리며 모용란을 비웃었다.

"둘 다 죽여버릴테니까."

"...용 형."

천무명은 치욕을 참아내며, 하지만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반드시 살아서 만납, 크으윽…!!"

"천 형!"

"가시오! 제발!!!"

천무명은 울분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내가...이 여자를 붙잡고 있는 동안은…!!"

"안 가도 돼. 그냥 거기에 있다가...죽으면 되는 거 아니야."

현검마망은 몸을 일으켜 검을 붙잡으려했다. 하지만 천무명은 이를 악물고 현검마망의 허리를 붙잡았다.

"넌…못 간다…!"

"하하하! 내가 갈 수 있는지 없는지를네가 결정하는 것이냐? 좋다! 내가 못 가게 막아봐라!"

검을 바닥에 꽂은 현검마망은 그걸 지지대삼아 허리를 마구 돌리기 시작했다.

"제발...부탁이오, 용 형…!"

"천 형…!!"

모용란은 눈물을 글썽이며 소리쳤다.

"사람을 불러오겠습니다! 꼭, 반드시 살아계셔야합니다!!"

결국.

모용란은 도망쳤다. 동굴을 빠져나와 산길을 달렸다.

"이보시오!! 거기 사람 없소?!!"

모용란은 달리고 또 달렸다.

"여자 색마가, 여자 색마가 지인을 범하고 있소!! 도와주시오!!"

몸이 망가지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고통스러워질 때까지 앞으로 내달렸다.

"도와, 도와줘…."

발 아래는 이미 상처가 가득했고, 내공으로 피부를 보호할 수도 없었다.

쿵!

모용란은 바닥에 엎어졌다. 달려가다가 그만 앞으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크윽…!"

쏴아아아.

하늘에서 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모용란은 멍하니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어올리며 허탈하게 웃었다.

"하, 하하…."

만약 자신이 처음부터 역체변용술을 쓰지 않고 여자로서 모습을 보였다면, 그래서 역체변용술에 쓰는 내공을 허비하지 않고 현검마망의 점혈에 대처할 수만 있었다면.

천무명이 현검마망의 아래에 깔려 허덕이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나...때문에…!"

모용란은 얼굴을 쥐어뜯었다. 곧 몸 전체가 우두둑 소리가 나며 변하기 시작했고, 모용란은 어느새 완연한 여인의 몸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미안해요…."

진정한 연희봉이 된 그녀는 빗속에서 허망하게 사과할 뿐이었다.

자신이 역체변용술을 해제하지 않았어도, 분명 결과는 비슷했으리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용란은 죄책감에 도저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결국에는 천무명이 현검마망에게 납치를 당했다는 것은 변함이 없으니까.

"흑, 흐윽…. 아아….!!"

모용란은 빗속에서 소리없이 울었다. 목은 쉬어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미안, 미안해요…! 정말로…!!"

잘해보려고 했다. 천무명을 돕기 위해 여러모로 애를 쓰기도 했다.

사상누각과도 같이 위태롭게 움직이는 그를 돕고자 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

그에게서 지금까지 봐왔던 누구와도 다른 색다른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더이상 만날 수 없다. 만나고 싶어도 자신은 현검마망이라는 존재를 쫓아갈만큼 수준이 되지 않았다.

"...그래 추색살. 추색살의 도움을 받아야해…!"

모용란은 입술을 깨물었다.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고 추색살에게 지원을 요청한다는 것은 여러모로 문제가 많았다.

지금까지 숨겨져있던 연희봉의 위치가 노출될 수 있다.

빙색마인에게 노려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질 수 있었으나, 모용란은 결심했다.

"나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면...!"

반드시 그를 구하리라. 그가 독고연을 구하려고 하는 마음을 가졌듯이, 자신도 그를 구하고자 온 힘을 다할 것이다.

"모용세가의...힘을 이용해서라도…!!"

모용란은 주먹을 불끈 움켜쥐었다.

잠시 뒤.

하북에 모용란이 등장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사람들의 이목은 하북에 쏠렸다.

그러나.

그녀가 추색살을 이끌고 간 동굴에는 이미 아무것도 없었다.

"아, 아아…."

"연희봉? 정신 차리시오, 연희봉!"

털썩.

모용란은 그만 실신하고 말았다.

* * *

"씁. 저 얼굴로만 봤으면 진가장으로 들일 수 있었는데."

"어...안 들이시는 겁니까?"

나는 현검마망, 아니 왕소현과 함께 기절하여 실려가는 모용란을 주시했다.

"저 얼굴 전에 먼저 사내놈 얼굴부터 보지 않았더냐."

만약 모용란을 먼저 봤다면 나는 그녀를 품었을 것이다.

하지만 모용란은 내 앞에서 남자의 모습으로 보이는 때가 있어, 여인을 품을 때도 변한 모습이 때때로 생각이 나고는 했다.

'이게 이렇게 되는 구나.'

다른 사람으로 변하는 것은 내게 있어서 정체를 숨기기에 아주 좋은 방법이나, 그게 때로는 큰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에 절로 두려움이 느껴졌다.

"...당분간 변장은 최대한 그만둬야겠어."

"어머, 왜 그러십니까?"

"나중에 월아나 애들이 아빠 얼굴도 정확하게 모르면 어떻게 하지?"

"...새들은 태어났을 때 처음 본 아이를 어머니로 각인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주군께서 부친으로서의 도리를 다 하신다면, 아이들도 아버지가 여러 모습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되는 날이 있지 않을까요?"

"그렇군. 그래...당분간은 역체변용술을 자제하겠다."

우둑, 우두둑.

"월아를 보러가는데 이 모습으로 갈 수는 없지."

나는 원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더이상 천무명으로서 해야할 일은 당장 없었다.

"소현. 팽가에 잠시 몰래 들렸다가 바로 출발하도록 하지."

"역시...그곳으로 가는 겁니까?"

"그래."

나는 모용란이 추색살 무사들의 도움을 받아 떠나는 뒷모습을 구경하며 침을 삼켰다.

"요동으로 간다."

요동, 그곳에는 모용세가가 있다.

"약속은 지켜야지."

"...겁탈약속이 아닙니까."

"남자가 어디 한 입으로 두 말하면 되겠나?"

[작품후기]

약속!

표지는 기존캐 중 한 명이구요

제가 단발인 모습을 보고 싶어서 사리사욕을 채웠습니다. 아직 러프 중이라 완전히 완성되면 공개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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