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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용란, 내토라레(耐討拏來)
정말 말도 안 되는 말로 거짓말을 하여 억지로 들러붙었다.
모용란은 천무명과 함께 동굴 안에서 조용히 시간을 보냈다. 그는 가부좌를 틀고 명상을 하고 있었고, 모용란은 가만히 천무명을 보기만 하며 시간을 보냈다.
잘생겼다.
모용란은 그걸 인정하지 않고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당위성을 부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토록 잘생긴 남자가 책임과 막중한 짐을 얹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모용란은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옆에서 지탱해주고 싶다.
설령 모용란이 아니라 모용안으로 평생을 보게 된다고 하더라도, 이 위태롭게 무너질 것 같은 남자를 옆에서 지켜주고 싶다.
"......."
처음에는 그저 호기심이었다. 도대체 어떤 존재이길래 강호에서 예쁘기로 소문난 세 여인의 마음을 훔쳤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이제 그는 또다른 여인의 마음을 훔쳤다. 비록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여인이 아닌 남자지만, 모용란은 이제 자신의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검각에서 지내면서 남자에게 범해질 뻔 했던 상처가 아물었던 걸까.
오랫동안 여자들 사이에서 지내며 이성에 대한 욕구가 높이 차오른 걸까.
그도 아니면 천무명을 만났기에 생각이 달라지고 마음이 변해버린 걸까.
어느 쪽이든 스스로에게 대답을 하기가 어려웠다. 모용란은 누군가에게 자신의 감정을 물어볼 방도도 없었고, 스스로 결론을 내려야만 했다.
"...안."
"예, 천 형."
"잠시 머리가 복잡하여 밖에서 무공을 수련하고 오겠소."
"앗...."
모용란은 막 따라나가려던 것이 무안하게 다시 자리에 앉아야했다.
무림의 철칙.
무공을 수련하는 모습은 원래 함부로 구경하는 것이 아니다. 그걸 눈으로 지켜보는 건 허락이 있어야 하는 것이며, 함부로 훔쳐봤다가는 크게 경을 칠 수 있었다.
"먼저 자시오. 제법 시간이 늦을 듯 하니."
천무명은 동굴 밖으로 나가버렸다. 모용란은 그를 뒤쫓으려다가 참았다. 모용세가에서 잘 배우고 또한 검각에서도 잘 배웠던 그녀였기에, 타인의 무공을 함부로 구경해서는 안 된다는 것 정도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
"......."
그리고, 솔직히 조금 지쳐있었다.
녹림의 무리에게 습격을 당한 뒤부터 자신을 구하기 위해 거꾸로 달려온 천무명을 본 순간부터, 심력의 소모가 너무 커서 마음을 다잡기도 힘들었다.
무엇보다도 마음이 생긴 남자를 상대로 남자로서 대해야한다는 것이 너무 어려웠다.
천무명은 자신이 모용세가의 연희봉이라는 것을 강조해도 다가가기 어려운 존재였다.
남자로서도 접근하기가 쉽지 않은데, 여인으로서 접근하기란 어쩌겠는가.
아미파의 장문인을 상대로 정면에서 하극상을 일으키며 빙백봉을 구한 남자다.
당가에서 염제라고 불리우는 여인을 목숨을 건 여행길에 함께 보낸 남자다.
제갈세가가 큰 은혜를 입은 남자다.
이런 와중에 검희봉 독고연까지 구하려고 애를 쓰고 있는데, 감히 자신이 어떻게 말이라도 붙여볼 수 있을까.
"......."
모용란의 자존감은 이미 바닥을 치고 있었다. 검각에서의 생활은 그녀에게 진일보할 성장의 시간을 마련했지만, 곳곳에서 들려오는 여러 여인들의 성장세는 자신의 자리를 충분히 위협할만큼 대단했다.
특히, 자신보다 살짝 아래라고 생각했던 와백봉 제갈선의 성장이 눈부셨다.
그들과 비교했을 때 자신은 성장이 더딘 것 같기도 하고, 무력하기도 한 것 처럼 느껴졌다.
"......."
모용란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자고 일어나면 말끔한 정신으로, 다시 천무명을 상대로 어떻게 대하면 좋을지만 생각하며 잠에 들었다.
"오호호."
잠에, 들어야만 했다.
"설마 이런 곳에서 자고 있을 줄이야."
"?!"
모용란은 자신의 입을 막는 우악스러운 손길에 화들짝 놀랐다.
"읍, 으읍…?!"
하지만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전신은 움직이지 않았다. 이미 정체불명의 습격자는 자신을 점혈해버렸고, 모용란은 손끝 하나 움직여지지 않았다.
"후후후, 안녕. 우리 구면이지?"
"현검...마망…!!"
"그래. 나 현검마망. 천무명을 범하려고 여기까지 쫓아왔는데...설마 꿩 대신 닭이 잡힐 줄이야."
가면 속 검은 눈동자를 샐쭉이며, 현검마망은 모용란의 옷을 스치듯 아래로 손을 뻗었다.
"우후후, 좋은...몸…?"
"......!!"
현검마망의 눈에 의아함이 스치기 시작했고, 모용란은 치욕과 당혹감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어머. 어머어머. 얘 좀 봐라…?"
현검마망의 손이 모용란의 바지 안으로 슥 들어갔다. 그녀는 음란한 손길로 모용란의 속옷 위를 쓰다듬었다.
"이건 자지가 아닌데…? 자지가 이렇게 딱딱할 수가 있나?"
스륵.
현검마망은 나무로 된 남성기 모형을 꺼내들었다. 모용란은 치욕스러움에 눈을 질끈 감았다.
"암컷이었어?"
"아, 암컷이라고…?"
"그럼 암컷이지. 남자를 낚아보려고 남장한 척 하는 여자. 흠...근데 생긴게 이렇게 남자같아서 이도저도 아니네. 남색가들은 좋아하겠다, 얘."
현검마망의 신랄한 말에 모용란은 울컥했다. 지금의 모습은 그저 역체변용술로 상반신을 바꾼 것이라고 강렬히 주장하고 싶었다.
"그래도 골반봐서는 애는 잘 낳게 생겼네. 후후, 그렇게 천무명이랑 어떻게 하고 싶었나봐? 남장여자라도 어지간하면 이렇게 둘이서 같은 공간에 자는 거 쉽지 않은데."
"틀려! 나는…!"
"뭐가 틀려, 이 암캐야."
꾸우욱.
"히끅…?!"
"공알이 이렇게 부풀어올라있는데 뭐? 여자면서 남자인 척 남자를 유혹하려고 하다니. 남자를 남색으로 빠뜨리려는 짓이지? 다 알아. 너같은 여자들은 이렇게 조금만 비틀어주면 아주 자지러지지."
"아, 아니야…!"
모용란은 울컥한 마음이 들었다. 색공을 연마하기는 했지만, 그건 양물을 상대로 하는 방법이지 이렇게 상대가 자신을 상대로 손을 휘젖는 건 배우지 못했다.
"후후, 원래는 너라도 범하려고 했는데, 범할 자지가 없으니 안 되겠는 걸. 우리, 조금 기다려볼까?"
현검마망은 모용란을 순식간에 무릎을 꿇렸다. 모용란은 조금도 움직이지 못했고, 현검마망은 싱글벙글 웃으며 검을 모용란의 어깨 위로 올렸다.
"흐흥,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크윽…!"
입구.
수련을 하다가 온 듯, 땀에 흠뻑 젖은 천무명이 험악한 얼굴로 소리쳤다.
"현검마망!!"
"그래, 그래. 그렇게 소리지르지 않아도 다 들려. 이거 보이지?"
스릉.
"내 말대로 하지 않으면 이 남자의 목숨은 없을 거야."
"천 형…!"
"안, 걱정말거라. 내가 너를 구해줄테니."
천무명은 검을 정면으로 세우며 찌르려는 자세를 취했다. 검끝이 떨리지 않고 곧게 땅과 수평을 이루는 모습에 현검마망은 탄성을 내뱉었다.
"대단하구나…! 정말...너무나 아름다운 검기야…!"
"......."
"...그, 그래! 검기만큼이나 자지도 멋지겠지!"
현검마망은 깔깔 웃으며 자신의 아래를 가리켰다.
"순순히 내 지시대로 하지 않으면 이 남자의 목숨은 없다."
"큭…! 인질이라니...그런 비겁한…!"
"색마가 비겁 따지는 경우가 있더냐? 후후, 이렇게 약한 녀석을 곁에 두고 다니니 이런 불상사가 생기는 것이다."
"천 형…!"
모용란은 눈물이 핑 돌았다. 짐이 되지 않겠다고 한 지 하루라도 지났던가?
"걱정마시오, 안. 내가 어떻게든 해볼테니."
하지만 오히려 천무명은 모용란을 안심시켰다. 날카로운 살얼음 낀 검기 사이에 따스한 춘풍과도 같은 미소에 모용란은 간신히 눈물을 삼켰다.
"시키는 대로 하겠소. 안을...놓아주시오."
"그럴 수는 없지. 정말로 내 지시대로 하는지 봐야할 것 아니야? 그러니까…."
현검마망은 모용란의 목에 다시 칼을 겨누며 비웃었다.
"벗어."
"...큭."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라가 되어 벗으란 말이야!"
"크으윽…!"
"천 형, 그럴 필요 없소! 나는-"
쿡.
현검마망의 전광석화같은 점혈에 모용란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심지어 고개조차 돌리지 못하게 되었다.
"벗으라면 벗으라지 말이 많아. 응? 안 벗어? 그러면 이 인간 머리부터 벗겨볼까?"
"...크윽."
사락, 사락.
천무명은 치욕스러운 얼굴로 옷을 하나하나 벗어야만 했다. 옷감이 하나 떨어질 때마다 모용란은 침을 꿀꺽 삼켰다.
미안함, 굴욕, 치욕, 하지만 그 가운데에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배덕의 호기심.
"오호호호! 역시 남자라서 화끈하구나! 손으로 가릴 생각은 마라!"
"크으윽…!"
천무명은 전라가 되었다. 모용란을 살리기 위해, 그는 여인의 앞에서 양물까지 드러내는 치욕을 감내해야만 했다.
"......."
압도적인 크기. 모용란은 자신이 익히 알고 있던 크기보다 더 거대하고 두꺼운 물건에 소름이 돋았다.
"오호호…. 역시 내가 사람보는 눈은 확실하다니까. 저게 몇 촌이야…?"
"어서 안을 풀어주시오!"
"그럴 수는 없지. 다음 명령이야. 내 앞에 무릎을 꿇어."
"무릎을…? 이, 이 여자가 감히."
"확 죽는 꼴 보고싶어? 응?"
"큭…!"
천무명은 얼굴을 와락 일그러뜨렸다. 그러면서도 조심스레 한발자국씩 앞으로 나아갔다.
"...걱정마시오, 안 형. 다 잘될 것이오."
천무명은 결국 무릎을 굽히는 선택을 하고 말았다. 곁눈질로 보이는 천무명의 뒤는 탄탄한 근육이 가득했다.
"......."
왠지 모르게, 모용란은 곁눈질로 보이는 천무명의 엉덩이를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이유는 모르지만 생리현상이 그랬다.
"남자를 무릎까지 꿇렸으면 이제 그만하시오…!"
"아니지. 내가 왜 무릎을 꿇렸겠어? 다 하 계획이 있으니까 그런 거 아니야. 후후."
스으윽.
뭔가 천 같은 것이 올라가는 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천무명이 숨을 헛들이키는 소리가 들렸다.
'뭐야?'
모용란은 고개를 돌리고 싶었다. 하지만 놀라서 잘게 떨리는 천무명의 뒷머리만 보일 뿐이었다.
"빨아, 개처럼."
"!!"
모용란은 깨달았다. 현검마망이 천무명에게 무엇을 시키려고 하는지 그만 알아채버리고 말았다.
"큭...!"
"어머, 싫어? 그러면 얘보고 빨게 할까?"
"......내가 하겠소."
"으읍, 읍!!"
모용란은 자신의 무력함에 울분이 치밀었다. 자신 때문에 그가 모진 수모를 겪어야 함에도,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함이 그저 슬프고 분노가 차오를 뿐이었다.
할짝.
"아흐응...."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모용란은 고막을 찢어버리고 싶었다. 너무나도 듣기 싫은 소리가 바로 뒤에서 울려퍼졌다.
토닥, 토닥.
모용란은 자신의 허벅지 쪽에 닿는 손길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보이지는 않지만 그가 무슨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지 훤히 느껴질 정도였다.
안심하라.
그는 그렇게 말하는 듯 했다.
"어딜봐. 내 보지 봐야지?"
"우읍...?!"
현검마망은 남은 손으로 천무명의 뒷통수를 눌렀다. 천무명이 괴로워하는 소리가 들렸으나, 현검마망은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천무명의 머리를 사정없이 자신의 고간에 비볐다.
"그래, 그래. 더 빨아. 개가 물을 핥는 것처럼. 더 빨리. 내가 다른 건 몰라도 보지 하나는 맛있다고 정평이 나있는 여자니까...흐흐흐."
할짝, 할짝.
"더, 더 빨리...."
할짝할짝할짝.
"헤으응...."
현검마망은 천무명을 상대로 마음껏 즐기고 있었다. 그러면서 검신으로 모용란의 어깨를 툭툭 건드리며 모용란을 도발했다.
"너는 거기서 그렇게 있어. 아니다, 보여주기라도 할까...? 흐히힛."
저 간악한 색녀의 웃음소리를 보라! 모용란은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하지만 분노와 울분만으로 점혈을 풀 수 있다면, 수많은 강호인들에게 슬픈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찌걱, 쯔어억.
"하아아...."
눈으로 보이지 않는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말해야 하는 걸까. 모용란은 서서히 코를 찌르는 여인의 냄새에 코를 막는, 아니 아예 후각을 태워버리고 싶었다.
"그래. 혀로 전체를 넓게 펴바르듯이...빨거라. 흘러내리는 것도 받아마셔라."
"윽...!"
강압적인 현검마망의 말에 천무명은 침음성을 흘렸다.
"아니면 저 놈의 피를 마시게 해주랴?"
"........"
츄릅, 츕. 츄릅.
"삼켜."
"......."
"어서."
모용란은 보았다. 눈을 최대한 옆으로 돌린 순간, 천무명의 목에서 침이 꿀꺽 넘어가는 것이 보였다. 그의 얼굴은 비록 보이지 않았지만, 발끝이 오므려지며 굴욕을 견뎌내고 있었다.
"아아, 그래. 그렇게...!"
푸슈우우웃.
뭔가.
투명한 액체가 천무명의 얼굴을 적시며, 뚝뚝 아래로 흘러내렸다.
주룩.
모용란의 눈에도 눈물이 함께 흘렀다.
[작품후기]
[모용세가의 연희봉이 되었다]
주인공 : 모용란
히로인 : 천무명
색마 : 현검마망
완벽한 NT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