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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용란, 탈주
"크윽...!"
천붕은 습격자의 검을 피해 뒤로 몸을 급히 날렸다. 하지만 완전히 공격을 피하지는 못했고, 습격자의 검은 천붕의 옷을 스쳤다.
서걱.
"오호호!"
습격자는 요녀처럼 음탕하게 웃으며 검끝에 스친 천붕의 옷깃을 만지작거렸다.
"살결이 아주 곱구나! 근육도 탄탄해! 밤일 잘 하게 생긴 몸이야!"
"이...!"
바닥을 구른 천붕은 급히 대나무를 꺾었다. 검의 대용으로 대신 들었으나, 습격자는 천붕을 비웃으며 자신의 검신을 손으로 쓸었다.
"그래서야 어디 나의 검에서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으냐? 나, 현검마망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
"이...색녀가!"
"색녀라고 불러도 좋다! 너를 범할 수 있다면! 오호호!"
스스로를 현검마망이라고 부른 여인은 다시 천붕을 향해 내달렸다. 천붕은 대나무를 움켜쥐고 현검마망의 검을 향해 초식을 펼쳤으나-
"소용없다!"
서걱.
대나무는 단칼에 잘렸다. 천붕은 급히 몸을 뒤로 빼며 공격을 피했다.
"크윽...!"
"호호, 이제 끝...?!"
서걱.
현검마망의 앞에 푸른 참격이 스쳐지나갔다. 현검마망은 고개를 뒤로 젖히며 몸을 뒤로 내뺐다. 다리를 크게 뒤로 젖히며, 허벅지를 간신히 가리는 다리 아래 부분의 붉은 속옷이 훤히 드러났다.
"...탕녀가."
모용란은 천붕을 지키듯 칼을 겨누며 이를 갈았다.
"어찌 여인의 몸으로 남자를 겁탈하려고 할 수 있소!"
"......."
현검마망은 한참동안 모용란을 노려봤다. 가면 아래 착 가라앉은 검은 눈동자는 수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듯 복잡해보였다.
"색을 탐하는 것이 어디 남자 뿐이더냐?"
"이...! 대화가 통하지 않는군! 지금 물러서지 않으면 베겠소!"
"그럴 능력이나 있고?"
"혼자서는 어렵겠지만, 둘이라면 가능하겠지!"
모용란은 뒤로 다른 손에 들고있던 검을 집어던졌다.
"미안하오, 천 형! 그대의 검을 멋대로 잡았소."
"아니오, 용 형. 그대의 도움이 없었다면...나는 필히 저 색녀에게 범해졌을 터."
천붕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힘이 빠졌는지 한 번 넘어질 뻔 했고, 모용란은 그를 지탱하기 위해 옆에서 급히 부축했다.
"호호호, 두 의협이 아주 우애가 깊구나.... 그래, 좋다."
현검마망은 검을 집어넣었다.
"언젠가 너를 범하겠다. 천무명."
"!!"
모용란은 현검마망의 말에 화들짝 놀랐다. 천붕, 아니 천무명은 입술을 깨물며 검을 겨눴다.
"...언젠가, 이 수모는 반드시 갚을 것이오."
"오호호! 자지로 갚는다면 대환영이란다! 다음에 두고보자!"
현검마망은 급히 자리를 이탈했다. 멀리서 소란을 듣고 달려온 무사들이 나타났고, 모용란은 복잡한 얼굴로 남자를 지탱했다.
"저 자가 한 이야기는...."
"...미안하오. 정체를 숨겨서."
남자는 몹시 미안한 얼굴로 멎쩍게 웃었다.
"본인은 천무명이라고 하오."
* * *
"하룻에 설마 두 번이나 자기 소개를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소. 다시 소개하지. 본인은 천무명이오."
"...이야기는 익히 들어 알고있습니다, 천 형."
어찌 모를까.
검각의 여제자들 사이에서도 상당히 반향을 일으켰던 이름이다. 여인이 가진 낭만을 실현한 남자.
자신의 목숨을 걸고 거대 문파를 상대로 사랑하는 여인을 구하러 간 사내!
하지만 그가 왜 홀로 하북으로 간단 말인가?
'혹시 거짓말을?'
빙백봉 유설라는 이미 하북에 있는 걸까? 아니다. 모용란은 검각에서 지내며 빙백봉과 염제가 호북 어딘가에 잠적한 것을 익히 알고 있었다.
아마도 제갈세가에 몸을 의탁하고 있을 터. 이미 강호에는 천무명이 세 명의 여인과 그렇고 그런 관계를 가진 것에 시샘하는 이들이 차고 넘쳤다.
"아까 전에 했던 이야기는...?"
"그건 사실입니다. 제가 구하지 못한 한 여인이 있고, 그 여인을 구하기 위해 저는 하북으로 실마리를 찾아 나섰습니다."
"그녀가 누구이기에?"
"......."
천무명은 말을 아꼈다. 모용란은 도대체 이 남자가 왜 빙백봉을 두고 혼자서 또 움직이는지 궁금했다.
"...용 형, 이 이야기는 부디 다른 곳에 알리지 말아주시오. 그대가 이 천 모를 구해주었기에, 믿고 말하는 것이오."
"물론입니다. 죽어도 말하지 않을 것입니다."
"본인이 찾는 자는...검희봉이오."
"연희봉?"
"검희봉."
"......."
모용란은 무안함에 숨을 잠시 크게 들이마셨다. 갑자기 들은 이야기에 자신도 모르게 자기 좋을대로 듣고 말았다.
'하긴, 천무명이 연희봉을 찾을 리가 없지.'
천무명과 모용란은 초면이다. 이전에 만난 적도 없고, 접점도 없었다.
그렇다면 검희봉은 누구인가. 오직 한 명 뿐이다.
"독고세가의 금지옥엽...을 말하는 것이오?"
"그렇소. 나는 무림맹주의 딸, 독고연을 찾고 있소.'
"......"
모용란은 할 말을 잃었다. 접점이 아예 없는 줄 알았으나, 그와 자신 사이에는 진한 접점이 하나 있었다.
"빙색마인이 납치한...독고 소저를 말입니까?"
"그렇소. 독고 소저...연이는 나 때문에 빙색마인에게 납치를 당했지."
천무명은 침통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모용란은 자신이 알지 못하는 비사가 있는 듯한 기분에 점차 들뜨기 시작했다.
알아봤자 좋을 것이 없다는 생각.
그래도 궁금한 건 못 참는다는 생각.
두 가지 상반된 생각이 교차하는 가운데, 모용란은 선택을 내렸다.
빙색마인에 대한 것을 자신이 알아서, 나쁠 것이 뭐가 있을까? 안그래도 빙색마인에게 겁탈 예고를 받은 입장에서, 모용세가로 돌아간 뒤에 안전하게 정조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정보를 얻어야했다.
"그런 참담한 일이.... 하지만 어째서 그게 천 형의 탓입니까?"
"빙색마인은 무림맹주, 독고자영에게 큰 원한을 가지고 있었소. 하지만 실력이...그에게 직접 원한을 갚을 만큼 따르지 않았지. 그래서 딸, 독고연을 납치하는 옹졸한 짓을 벌였소."
"그런...."
"참으로 악독하고 지질한 자요. 하지만 그가 독고연을 납치하는데 성공했지. ...나는 그 때, 그에게 이용을 당했소."
"예?"
쾅!
천무명은 주먹으로 책상을 내려쳤다.
"그는...설라를 납치하여 위협했소."
"?!"
"빙백봉을 인질로 삼아 나를 끌어냈지. 그래서 나는 그녀의 곁을 지키지 못했소. 비록 나는 그 때 무인이 아니었으나...설라를 지키고자 목숨을 걸고 설라를 찾으러 갔소. 그 바람에...자리가 잠깐 비게 되었지."
"설마...."
모용란은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천천히 천무명의 얼굴을 뜯어보며, 누군가와의 모습을 비교했다.
비슷하지만 다르다. 아니, 명백히 다르다. 하지만 그 눈빛이 왠지 모르게 비슷했다.
"신의님의...?"
"그만."
천무명은 칼같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는 지금 천무명일 뿐이오. 빙색마인이라는 거악(巨惡)에 대항하지 못하고 그저 다친 여인을 치료하는 것밖에 할 수 없었던...무력하고 나약한 의원은 이제 죽었소."
"!!"
모용란은 손으로 입을 막을 뻔했다. 오랜 시간동안 방윤과 단련한 '남자처럼 지내기' 훈련이 아니었다면, 아마 여인이 놀라듯 그런 모습을 보였을 터.
"그래서 나는 검을 들었소. 빙색마인에게 복수를...아니. 나로 인해 피해를 입은 한 여인을 구하기 위해."
"...검을 익힌지 혹시 얼마나...?"
"...진작 배우기 시작했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텐데."
천무명은 원통함을 내뱉으며 탄식했다.
"...지난 이봉결정전 이후부터, 침과 약 대신 검을 잡았소."
* * *
"......."
모용란은 결국 한 방에, 서로 다른 침대에 누웠다. 천무명은 그저 탄식만 하며 침대에 누웠고, 모용란은 천무명이 깊게 잠든 것을 인식하고 안도하며 반듯하게 누웠다.
천재.
진정한 천재가 여기에 있다.
고작 검을 든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불과 수 년 사이에 절정을 넘어 초절정에 이른 남자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강호인들은 알고 있을까?
그가 가지고 있는 원통함을.
그가 가지고 있는 슬픔을.
그가 왜 검을 들어야만 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
모용란은 독고연이 부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녀가 빙색마인의 아래에서 겪을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컸을테지만, 독고연이라는 여인을 위해 한 남자가 목숨을 거는 모습이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이것이 의협이 아닐까.
이런 모습이야말로 참된 무림의 모습이 아닐까.
여자랑 하룻밤을 자보려다가 꽃뱀에게 당하여 세가에 망신을 준 남자라거나, 진가장의 실세라고는 하지만 남들이 보는 앞에서 다른 여자의 처녀를 취하고 색을 탐하는 남자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성실함이었다!
두근, 두근.
심지어 그는 자신을 옆에 두고도 가만히 있었다. 야우오협이 자신을 노리던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안정감.
이 남자라면 다르다는 확신.
다른 누구도 아닌 천무명이라면, 적어도 이상한 짓은 당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그녀는 잠들었다.
스르륵.
그녀는 깊게 잠든 바람에, 옆에서 천무명이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 * *
"색마, 기상."
모용란은 잠들었다. 비록 지금 모습은 얼굴의 상태가 남자와도 같으나, 나는 마음을 다잡았다.
"흣차."
나는 내가 덮고 있던 이불로 모용란의 얼굴을 가렸다. 덮기 전에 수면향을 뿌려 깊게 잠들게 만들었으니, 호흡이 가빠서 일어나지 못하는 일은 없으리라.
"...그래도 혹시 모르니."
나는 코만 밖으로 내어놓은 채 그녀의 전신을 가렸다. 그러자 얼추 나름 보기 좋게 가릴 수 있었고, 나는 곧장 본색을 드러냈다.
"여자면서 어딜 남장을 하고 다니는 것이냐. 남장여자야말로 색마에게 범해지기 가장 쉬운 요소라는 걸 모르느냐?"
아무리 가리고 숨긴다고 한들 여인은 여인 특유의 행동거지가 있는 법이다.
'솔직히 알아채기 힘들기는 했어.'
아주 오래전부터 남자처럼 행동하는 것에 익숙한지, 내가 모용란인지 모르고 접근했으면 그냥 예쁘장하게 생긴 청년으로 오해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이 남자가 남자가 아니라 모용란이라는 것을!
"...후우, 색마야. 잘 들어라."
나는 나 스스로의 얼굴을 두드리며 심소흡했다. 일부러 말로써 스스로를 다독여야 할 만큼, 지금부터 내가 하려는 행위는 다른 곳에서 보기에 여러모로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사안이었다.
"너는 결코 남색이 아니다."
남장한 여인을 취하는 것일 뿐. 실제로 나는 바지 속에 있는 모용란의 골격을 눈으로 살폈다.
"상체만 가리면 완연한 여자가 아니더냐?"
비록 골반은 다른 여인들에 비해 순산형이라고 하기는 그랬지만, 적당히 잘록하고 길쭉하고 훤칠하게 빠진 다리는 전형적인 여류 고수의 체형이었다.
어려서부터 노력으로 갈고 닦은 여체. 바지를 천천히 벗겨내리니, 하얀 속옷 근처로 뭔가 튀어나온 것이....
"어으, 씨발. 놀랬네."
진심으로 식겁했다. 나는 하얀 속옷 사이에 자리잡은 솜뭉치 주머니에 오한이 들었다.
"잘못 보면 부풀어있는 줄 보이겠어. 으으."
이 여자, 정말 남자처럼 보이려고 발기까지 구현해낸 모습에 어처구니가 없었다. 꼭 이렇게까지 철두철미하게 변장하고 다녀야할까 싶을 정도였다.
'되게 미안하네.'
모용란이 이렇게 남장에 집착하게 된 것은 어찌보면 내 탓이었다. 나라는 색마가 그녀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바꿔버린 것이다.
'근데 비처녀는 용납 못하지.'
나는 바로 바지를 내렸다. 그리고 오직 모든 시선을 그녀의 하반신에 집중했다.
오직 그녀에게 있어 여인의 흔적이 남아있는 부분. 아무리 남장을 하고 인피면구나 화장 따위로 보이는 모습은 숨길 수 있어도, 여인의 골반과 음부는 바꿀 수 없었다.
"...후."
양물은 이미 충분히 달아올라있고, 나는 양물에 약을 발랐다. 애무조차 하지 않은 상태에서 끈적한 윤활액도 없으면, 아무리 수면향으로 재웠어도 중간에 깰 수 있었다.
"......."
찌걱.
나는 큰 맘을 먹고 양물을 집어넣었다.
"!!!!!"
그리고 식겁했다. 귀두에서부터 느껴지는 아기색마의 아우성이 전신을 짜릿하게 울렸다.
"설마...."
나는 직감했다.
아기색마는 직감했다.
"이런 반전을 선사하다니."
혈기가 들끓기 시작했다. 동시에 아기색마가 원망스럽기 시작했다. 이걸 눈치채지 못하다니, 나는 머저리였던 걸까?
"처녀를 눈앞에 두고 놓칠 뻔 했구나...!"
무림 여고수들 중 일부, 아니 약 3할의 경우가 그렇더라.
- 그거 알아요? 무림에서 여고수들은 3할이 처녀막이 없대요. 왜 그렇게요?
혈교주는 말했다.
- 보법 수련이니 무공 수련이니 몸을 험하게 쓰다가 처녀막이 찢어져서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그럼 처녀인지 아닌지는 어떻게 구분하냐고요? 먹어보면 알잖아요.
'혈교주, 역시 당신이 옳소.'
모용란은...처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