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비천색마-436화 (436/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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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용란, 탈주

실습이 끝난 뒤.

나는 두 여제자들을 방으로 돌려보낸 뒤, 왕소현과 강의 후 복습을 즐겼다.

"제자들이 보는 앞에서 앞으로 할 생각을 하다니, 놀랍구나. 이제 너 시집은 다 갔다."

"...제가 이제 또 어디로 시집을 가겠습니까."

왕소현은 퉁명스레 볼을 부풀렸다.

"주군, 요즘 천마망교가 불만이 많습니다."

"호오, 네가 대표로 말하고자 하는 것이냐? 어디 한 번 말해보거라."

"저희는 셋 다 화경인데, 임신해도 되는 거 아닐까요?"

"어허."

나는 왕소현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튕겼다.

"천가장의 둘이 아직 임신하지 않았는데, 어찌 먼저 아이를 가지려고 하느냐."

"염마도 빙마도 은근히 실망하던데요...."

"한 번 시도는 해봤으니까 됐지. 아니면 너희도 나를 상대로 정자를 갈취해보든가. 흐흐."

나는 삐친 왕소현의 몸을 이곳저곳 만져주며 그녀의 기분을 풀었다.

"걱정마라. 용봉지회를 거치고 나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야. 시아든 연이든 둘 중 한 명은 용봉지회에서 우승할 터. 이번 용봉지회에서 가장 우수한 성적을 거둔 이에게는 상을 주기로 했으니, 네가 바라는 때는 곧 오게 될 것이다."

상은 하나 뿐이다. 하지만 여전히 왕소현은 기분이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저는 용봉지회에 관람객으로서 참석하는 꼴이 아닙니까. 차라리 제가 직접 나서서 이기고 싶은 심정입니다."

"네가 작정하고 속이면 다들 20대 중반으로 속기야 하겠지. 하지만 외모는 속일 수 있어도 어디 무공을 속일 수 있겠느냐?"

"...말은."

왕소현은 슬며시 내게로 몸을 기대었다. 슬슬 기분이 풀려가는 것 같아, 나는 왕소현을 다독이며 내 품에 끌어안았다.

"네 불안감이 뭔지 잘 안다. 다른 아이들에 비해 많은 나이 때문에 괜히 쳐지는게 아닐까 걱정되겠지.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네가 나의 생각을 바꾸게 만들었으니."

"제가요?"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네가 알려주지 않았느냐."

".......기뻐해야하는 거 맞죠?"

"물론이지."

만약 왕소현의 적극적인 구애가 아니었다면 내가 30대 이상의 여인들을 상대로 마음을 열 일이 없었을 것이며, 류서시 같은 경우에도 그저 색벗으로서 연을 맺었을 것이다.

"나는 두 가지만 빼면 뭐든지 괜찮다. 하나는 성인이 아닌 자, 그리고 하나는 겉으로 보이기에 성인처럼 보이지 않는 자."

"의외로 그런 건 많이 걱정하시네요?"

"그런 쪽을 건드렸다가는 천기가 뒤틀려서 천하가 무너질 가능성이 있거든."

건드리기에는 여러모로 위험한 일이 많았다.

"네 제자들 중 그...세유라고 하던 아이도 만약 20이 아니었다면 중간에 쫓아내려고 했을 것이다. 애초에 20이하의 아이들은 이 수업에 참가조차 하지 못했지."

성적 자기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여제자들만이 스스로 강의 수강을 선택하여 성교육을 받으러왔다. 결국 마지막에 남은 사람은 두 명밖에 없었지만, 나는 한 명이나마 처녀를 취한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다른 아이들 중에 호기심으로 혹시 찾아오는 제자가 있거든, 나를 불러다오. 제자의 앞에서 너를 취하는 것으로 시범을 보일 터이니."

"...제가 주군을 독차지하려면 제자들이 주군과 하기를 바라야하는 겁니까? 하아...."

왕소현은 두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그래도 색마에게 당한 상처가 큰 아이들은 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 아이들은 양해해주세요."

"그거야 당연하지. 충격요법은 좋지 않아. 괜히 잘못했다가는 소림이나 아미에 들어갈 수도 있으니. 지난 번에...그런 제자가 몇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

"네, 그렇습니다. 몇 명은 아예 성교육 자체를 수강하지 않았고, 한 명은 처음부터 끝까지 배웠지요."

"끝? ......아, 란?"

"네, 그렇습니다. ...이 강의를 끝으로 검각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왜?"

"용봉지회에 참가하기 위함이 아닙니까?"

"......음?"

왕소현의 목소리에 뭔가 나는 이상을 직감했다.

그 목소리가 마치 내가 '란'이라는 여제자를 알고 있는 듯한 목소리라, 나는 등허리에 갑자기 오한이 들었다.

"용봉지회에 검각의 여제자로 참가하지 않고 따로 출전한다? 이유라도 있느냐?"

"그야 원래 가문의 이름으로 출전하기 위함이지요."

"...어딘데?"

"......어, 주군, 혹시 제가 뭔가 잘못했습니까?"

왕소현도 느꼈다. 우리의 대화가 뭔가 맞물리지 않는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이 간극을 메울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질문을 꺼냈다.

"란, 누구냐?"

"...연희봉입니다."

"......모용란이었다고?"

나는 전신이 짜릿하게 울렸다.

"걔가?"

* * *

그 시각.

야심한 새벽, 한 미청년이 도로를 따라 걷고 있었다. 그는 등에 작은 봇짐을 메고, 허리에는 잘 벼려진 칼을 차고 있었다.

"떠나는 것인가?"

청년의 앞에는 거구의 근육질 사내-가 아니라, 여인이 팔짱을 낀 채 길을 막고 있었다. 청년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며 뒤를 가리켰다.

"더 가르침을 받고 싶었어.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막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이런 이별은 처음일 뿐."

저벅, 저벅.

청년과 여인은 서로를 스쳐지나갔다. 불과 일 장이 되지 않는 거리를 등지고, 둘의 모습은 점차 바뀌기 시작했다.

근육질의 거인은 작은 체구의 미녀가 되었고, 청년은 시원시원한 이목구비의 미녀가 되었다.

"녹림을 조심해라, 란. 역체변용술을 익혔다는 것을 알면, 분명 녹림의 무리가 널 쫓을 것이다."

"걱정마, 윤. 설령 색마에게 들키는 한이 있더라도...이 모습, 이 얼굴로 당당히 요동으로 돌아갈 거야."

작은 여인, 방윤은 눈을 찌푸렸다.

"...수라의 길을 걷는 것인가."

"너 혹시 요즘 무슨 책 읽었어?"

"그렇다면 말리지 않겠다! 가라, 란! 무인은 등으로 말하는 법!"

"너 혹시 울어?"

"울지 않는다!"

방윤은 노성을 터뜨리며 뒤를 향해 주먹을 뻗었다.

"다음에 만날 때는...적이다! 용봉지회에서, 다시 만나자!"

"...그래, 그래. 용봉지회에서."

툭.

두 여인은 주먹을 부딪혔다. 그리고 둘은 바로 자신이 바라보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우둑, 우두둑.

다시 근육질이 된 방윤은 뒤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성큼성큼 나아갔다. 모용란 또한 갓을 눌러쓰며 앞으로 나아갔다.

"란!"

"윤!"

그리고 둘은 서로를 향해 동시에 뒤돌아봤다.

"하북에서!"

"꼭이야!"

방윤은 주먹을, 모용란은 칼을.

대나무숲 아래, 두 명의 여인은 멀리서 거리를 두고 서로를 향해 웃으며 헤어졌다.

* * *

왕소현 왈, 모는 모용란이고 방은 방윤이라더라.

"아니, 진짜로?"

"일부러 모른척하고 계시던게...아니었나요?"

"아니...었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그냥 검각의 여제자 중 한 명인 줄 알았다.

"이름부터 모랑 란이잖아요."

"모니 란이니 흔한 이름이라서.... 애초에 왜 나한테 말을 안 했냐?"

"안 물어보셨...."

"......."

왕소현은 제대로 표정이 굳었다. 뭔가 상당히 잘못되었다는듯, 그녀는 표정을 굳히며 초조함을 내비치기 시작했다.

"저, 저는...."

왕소현은 울 것 같은 얼굴로 내게 무릎을 바로 꿇었다.

"주, 주군께서 언제든지 취할 수 있으니 그냥 방치해두는 거로 알고...!"

"...음. 오해가 있었던 모양이구나."

나는 왕소현을 잡아 다시 일으켜세웠다.

"너는 그리 생각했겠지. 내가 저 모용란의 존재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알면서도 일부러 취하지 않은 건, 모용란 정도의 실력이면 내가 굳이 색마 짓을 하지 않아도 건드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일류에서 절정 사이의 여고수?

내게는 '고작'이라는 실력으로 평해도 이상할 게 없는 수준이다. 육봉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내가 용봉지회에서 꺾었던 수많은 꽃 중 한 송이에 지나지 않는다.

'오해할 법 했군.'

그리고 내가 일부러 취하지 않는 여인들이 몇 있다. 정확히는 밤에 몰래 찾아가 범한다거나 하지 않는 여인들이 있다.

검각의 여제자들.

나는 강호의 수많은 남자들을 위해 그들의 처녀는 범하지 않기로 했다.

물론 입과 손과 가슴과 허벅지와 뒤와 발은 내가 신세를 좀 지겠지만, 한 명은 내가 처녀를 취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첫날밤에 처녀혈을 흘리는 광경 까지는 남겨두지 않았는가!

모용란도 검각의 여제자로 지내고 있었다.

다른 검각의 여제자들처럼 지냈다. 자신의 빨래는 자신이 하며, 갖은 일은 스스로 해결하는 모범적인 모습을 보였다.

야심한 시각 물을 받아놓고 스스로 속옷을 빨래하는 여제자를 두고 누가 팔대세가의 금지옥엽이라고 생각을 할 수 있을까!

'특급 제자라고 할 수 있지.'

모용란은 직접 실기에 참여해 가장 적극적으로 색공을 배웠던 여자다. 비록 둔부 실기에 주저하다가 탈주해버리고 말았지만, 그녀의 어색한 입과 손 놀림은 제법 인상이 깊었다.

다만, 그녀는 가슴 실기는 참가하지 못했다.

"주군. 저는...제가 감히 주군의 한계를 속단하였습니다. 주변에 여인들이 많으니, 색마에게 당한 충격을 가진 두 명은 그저 두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냥 검각에서 배출하는 여러 여제자들로만 여겼을 것이다. 맞느냐?"

"...죄송합니다. 진정으로 육봉 모두를 취하려고 하신 건 몰랐습니다. 만약 알았다면 바로 말씀을…!"

"아니다. 그건 진짜로 아니야. 내가 왜 육봉을 전부 취하려고 하겠느냐? 육봉이 다들 예쁘니까 육봉을 취한 거지, 육봉이라서 취한 게 아니다."

당장 산주봉 방철수만 하더라도, 실체는 방윤이 아니던가! 그래서 방윤을 한 번 지나가다가 먹은 것으로 나름 만족하고 있었다.

"나뭇잎을 숨기려면 숲에 숨기라고 하더니.... 설마 색마의 표적이 색마의 집에서 지내고 있었을 줄이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아예 관심이 없었을 뿐더러, 딱히 취해야한다는 의지가 솟아나지 않아서 그냥 기억 속에서 묻어두고 있었다.

연희봉, 모용란.

'그다지 끌리지는 않아.'

근본적인 이유는 내가 꼭 저 여자를 취해야한다는 의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무공도 평범하고, 외모도 평범하고, 몸매도 평범하다.

그냥 그저 그런 중원 여인들 중 한 명. 무림세가에서 제법 얼굴이 반반하기는 하지만, 딱히 다른 여인들에 비해 특출난 바가 없는 존재였다.

그리고 모용란을 굳이 기억 속에서 지워버린 이유는....

-아기색마가 말하기를, 처녀의 냄새가 없다.

비처녀!

그 한 마디로, 내가 모용란을 취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음...."

고민이 된다.

굳이 모용란을 지금 취하기 위해 호북을 떠난다? 천가장과 진가장의 여인들과 즐기는게 더 내공을 쌓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아기색마에게 물어보면 답을 알고 있을 것이다.

나는 아래로 고개를 내렸다.

"...그렇군."

서기는 섰다. 왕소현을 향해.

아기색마는 말한다.

어차피 도망쳐봐야 모용세가로 가지 않겠냐.

못 먹어서 놔둔 것도 아니고, 더 맛있는 음식이 널리고 널렸는데 굳이 그걸 먹어야 한다고?

그럴 바에는 자기 멋대로 오해해서 알려주지 않은 왕소현부터 혼내주자!

스륵.

나는 표정을 굳히며 왕소현을 슬금슬금 밀었다. 왕소현은 뒷걸음질 치며 벽에 닿았고, 나는한 손을 벽에 짚으며 상체를 살짝 숙였다.

"검마여. 솔직히 말해라. 일부러 숨겼나?"

"...둘은 검각에 색마를 피해 온 아이들이었고, 특히 한 명은 겁간을 몹시 두려워하였습니다. 결코 숨긴 건 아닙니다. 저는 당연히 주군께서 아시는 줄 알았습니다. 벌이라면 달게 받겠습니다. 그러나 부디 내치지는-"

"아니. 괜찮다. 사실 방윤을 범한 것도 나니까."

"...네?"

왕소현의 표정이 굳었다. 나는 싱긋 웃으며 왕소현의 이마에 입술을 맞췄다.

"과거 견희와 함께 화산파에 가던 길이었지. 방윤이 녹림의 무리를 이끌고 나와 견희를 습격했단다. 그래서 내가 정의를 보였다. 나를 죽이고 견희를 범하려고 했기에, 내가 반대로 놈들을 죽이고 방윤을 범했다."

즉, 정당방위다!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왕소현의 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그래도 제가 주군을 속이게 된 것은 결론적으로 변함이 없습니다."

"그래. 아주 큰 실수를 했지. 다만 실수를 기회로 만들 계기가 되었구나. 그래...아주 좋은 기회로."

좋은 기회다. 이 기회를 살려서, '그 작전'을 시행한다면 딱 맞아 떨어진다.

"왕소현. 네가 이번 실수를 만회하고자 한다면, 당당히 색마부인...마망으로 출전해야 할 것이다."

나는 방 안에 놓아둔 물건을 꺼내들었다.

"이것을 입고 나를 따라오너라."

"......설마 월녀복...자, 잠깐만 기다려주십시오. 이게...옷입니까?!"

"옷이지. 가슴과 아래를 가리지 않느냐."

"팔과 어깨와 허벅지 아래가 전부 드러나지 않습니까!"

"허어, 그쪽만 드러나는 줄 아느냐?"

나는 월녀복, 동정살의를 뒤로 돌렸다.

"여기도 드러난단다."

"...지, 진짜로 입어야 하는 겁니까?!"

"그래. 당연하지. 이걸 입고…."

나는 왕소현에게 동정살의를 건넸다.

"모용란을 범하기 위한 색마부부단이 출격할 때이니라."

혈교주 왈.

- 계륵이라.... 먹고 토하든 뱉든 맛이라도 보는게 좋지 않을까?

'혈교주, 역시 당신이 옳소.'

모용란.

지금 범하러 간다.

"...한 3년 됐나?"

"거의 그렇게 됐죠?"

[작품후기]

아무튼 예고는 지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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