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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란 무엇인가
청해에 있는 무인들은 무사라고 하기보다는 도사에 가깝다.
다른 곳보다 더 도술을 닦는데 집중하고 있으며, 자연의 기운을 깨닫고 선인이 되어가는데 집중하고 있었다.
하지만 인간이 가지고 있는 태생적인 본능은 어찌할 수 없는 걸까?
"크으...오늘 진정으로 다시금 깨닫게 되었소. 무림 최강이 누구인가를!"
"현녀! 현녀! 현녀!"
도인들은 지금까지 겉으로 알려지지 않았던 장문인의 실력에 감탄했다. 언제나 항상 곤륜산의 정상에서 내려오지 않기에 지금은 약해진 줄 알았으나, 그녀는 강함이 감히 무림 최강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설마 천마가 아슬아슬하게 한 수 아래일 줄이야...!"
"그래도 천마, 최근에는 거의 따라잡지 않았던가?"
"천마도 참으로 놀랍군. 싸우면 싸울수록 강해진다니...!"
마교 또한 천마의 선전에 몹시 흥분했다.
"처음에는 지는 줄 알고 조졌구나 싶었잖소! 크흐흐."
"전설 속의 초마교인.... 그것은 천마를 두고 하는 말이었어!"
"생사결 속에서 강해지는 남자라.... 역시 내가 인정한 남자답구나!"
마인들은 휘황찬란한 금발을 펄럭이며 싸우는 천마에 환호했다. 현녀와 맞서 싸우며 천마신공을 극성으로 일으키자, 전신의 모발이 금색으로 반짝이며 현녀를 상대로 맞수를 보였다.
이제는 거의 대등.
그리고 모두가 현녀가 가진 '문제'를 알게 되었다.
"크으.... 곤륜산에 묶여있어야만 한다니...!"
"들리는 말에 의하면 과거에 악독한 마인을 상대하면서 금제가 걸리셨다더군!"
"아아, 안타깝도다.... 저 힘을 가지고 중원에 나가서 곤륜의 이름을 떨치면 얼마나 좋을꼬!"
현녀는 곤륜산을 벗어날수록 약해진다!
이는 천마의 말로도 입증되었다. 천마는 청해의 경계에서 현녀를 요격할 뿐, 직접 곤륜산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한 번.
현녀가 각혈하여 후퇴할 때.
천마는 신이 나서 현녀를 추격했다.
그리고 모든 이들은 곤륜산의 일부가 깎여나가는 것을 보았다. 천마 마저도 자신의 앞에 만들어진 만장단애에 발걸음을 되돌리고 말았다.
지금까지 13번을 싸워, 13번 결착이 나지 않았다.
천하 삼강으로 알려져있던 두 존재의 전력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면서 사람들은 청해의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관심도 점점 높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두들 처음부터 가지고 있던 의문도 심화되기 시작했다.
"근데 보통은 곤륜파가 마교의 진출을 막는 거 아닌가?"
"지금 모양새가...곤륜파 장문인을 천마가 막아세우는 거 아니오?"
모두가 의문을 가졌다. 하지만 누구도 이유를 알지 못했다.
현녀는 현녀대로 입을 꾹 다물었고, 천마에게는 그 누구도 물어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결국 청해의 격돌에 대해 사람들은 크게 네 가지 반응을 보였다.
"천마와 현녀의 싸움을 보셨소? 그야말로 가슴이 웅장해지는 비무였소. 진정한 현경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무인의 종착점이 어디인가를 보았소."
두 명의 비무를 눈으로 담아 자신의 무공 상승을 위해 노력하는 자.
"도대체 왜 현녀는 곤륜산을 나오려고 하는 것일까? 용봉지회라도 나가려고 하는 것일까? 왜 천마는 그걸 막아서고? 으아아, 궁금해 미칠 것 같다!!"
갑작스러운 청해의 정세에 끓어넘치는 호기심을 주체할 수 없는 자.
"몰라! 나는 그거로 재미나 보면 되지. 크흐흐. 그래서 이번에는 누구한테 걸겠소? 안정적인 배당의 천마? 아니면 이번에는 다르다, 현녀? 거시오!"
두 명의 격돌에 단순한 노름으로부터 시작하여 판돈을 크게 키워 싸우는 자들.
그리고.
"현녀 존나 예쁘네, 씨발."
"현녀 따먹고 싶다. 크으."
"검을 휘두를 때마다 중단전 흔들리는게....어우야."
자고로 남자라면 미인에게 눈이 돌아가게 되어있는 법.
모두가, 특히 마인들이 현녀의 미모에 다시금 반했다. 강호인들이 바라는 성숙미를 품고 있으면서도 단촐한 복색에서 드러나는 청초함, 그리고 선기마저 느껴지는 신비로움.
그리고 때때로 각혈하며 괴로워하는 병약함!
"내가 현녀의 남편이 되겠소!"
몇몇 마인들이 음습한 욕구를 가지기 시작하는 가운데, 또다시 천마에게 중원 진출이 막힌 현녀는 결국 다시 곤륜산의 정상으로 향했다.
"다음은 또 언제 내려오나?"
"요즘 내려오는 주기가 줄어들기 시작했지?"
"아이, 미치겠다. 월급 타고 난 뒤에 내려와주면 안 되나?"
하북에서 열리는 용봉지회 전.
청해의 무인들은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열기에 달아오르고 있었다.
* * *
"대공자님, 이번에도 잃었습니까?"
"......."
천마신교의 대공자, 주지는 비어버린 전낭에 울컥했다.
"내가 알기로는 말이야."
주지는 저 멀리, 후퇴하는 현녀를 보며 이를 갈았다.
"현녀는 최강 아닌가?"
"맞습니다. 그래서 천마께서도 쉬이 곤륜산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하시죠."
"...마화, 확실하게 해주시오."
주지는 천마의 여인, 마화를 향해 이를 갈았다.
"그대가 얘기한 대로, 현녀는 언젠가 천마를 상대로 길을 뚫을 것이라고 했소. 그게 도대체 언제 오는 것이오?"
"글쎄요.... 저도 천기를 읽기는 하지만 정확한 시기까지는 모르는 터라. 후후, 양해바랍니다. 제가 완전히 미래를 읽었다면 저도 잃을 리가 없잖아요?"
두 명은 현녀에게 걸었다.
이번에야말로 현녀가 천마를 꺾고 곤륜산을 탈출할 것이라고 확신했고, 둘은 제법 많은 판돈을 현녀에게 역으로 걸었다.
그리고 잃었다.
"남들한테 걸리면 패륜에 걸었다고 아주 난리가 나겠어."
대리인을 내세우기는 했지만 천마가 이기지 못한다는 것에 걸었으니, 대외적으로 알려진다면 곤욕을 면치 못하리라.
"다음에 또 내가 현녀한테 걸면 등신이지."
"어머, 빼실 거예요?"
"구멍난 장독대에 물을 계속 들이붓는 것 만큼 어리석은 짓도 없지. 나는 앞으로 효도에 걸겠다."
주지는 성을 내며 산을 떠났다. 마화는 성난 주지를 위로하지 않고 고개를 가볍게 숙인 뒤, 산 위로 달려올라갔다.
남들은 들어오지 않는 허름한 동굴.
아무도 모르는 곳에, 그가 있었다.
"아깝네요. 아슬아슬하게 이기실 수 있었는데."
"놀리냐?"
동굴 속에 있던 금발의 청년, 아니 천마는 가부좌를 튼 채 마화를 향해 이를 갈았다.
"젠장. 서로 전력을 낼 수 없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그럼 곤륜산 정상으로 가시면 되잖아요."
"안 돼."
천마는 단호한 목소리로 자신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이거 벗겨져."
스르륵.
머리에서 떨어진 금빛 머리칼은 금방 검게 탈색되기 시작했다. 천마의 눈썹도 흑색으로 돌아갔고, 천마는 동굴 속에서 한탄하며 침대에 누웠다.
"싸우다가 벗겨질까봐 더 강하게 힘을 내지 못하겠다."
"하지만 현녀도 마찬가지인 걸요. 현녀는 지상의 독기를 머금으며 싸우는데요?"
"그러니까. 쳇, 망할 놈들. 둘 다 전력이 아닌데 그게 진짜인 줄 안다니까...."
금제로 인해 곤륜산을 벗어나면 몸이 약화되는 현녀.
불상사를 대비하여 더 격하게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천마.
둘은 순수한 전력의 7할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현녀가 왜 굳이 곤륜산을 내려오려는지 알아는 보았나?"
"...아니요. 이건 천기에 없는 일이라."
"음? 뒤틀렸다는 건가?"
"네. 자세하게는 모르지만요. 알아내려면...현녀가 어디로 가는지 보면 되겠죠."
"그건 안 돼."
천마는 단호한 목소리로 이를 갈았다.
"사천만 가도 현경 중반으로 떨어지는 여자다. 그 이상으로 넘어가면? 요동까지 가면 아예 삼류보다 못한 수준이 될 지도 모르지. 그건 절대로 안 돼. 현녀는...내 손에 죽어야 한다."
천마는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누구에게도 넘겨줄 수 없지. 내 대에서 천마신교와 곤륜파의 악연을 끊음과 동시에, 내가 그녀를 쓰러뜨릴 것이다."
"후후, 쓰러뜨린 다음에 범하시기라도 하게요?"
"그게 무슨 소리냐."
천마는 질색을 했다.
"수백, 아니 수천 년도 더 산 노인네가 아니더냐. 천마신교의 시작보다 더 이전부터 살아왔을 지도 모르는 여자를 취한다고? 하! 나이 차도 정도가 있지. 내가 어디 그런 늙은이를...."
"......아, 갑자기 급한 일이 생각났어요."
마화는 검은 머리칼을 챙겨 몸을 일으켜세웠다.
"얼마전에 가발 다루는 인원이 빠져서 인력이 부족해졌거든요? 이거 고치고 올게요."
"...나 섰는데?"
"지금은 가리는 게 더 급하잖아요. 흥, 혼자서 손으로 빼시든가요."
마화는 가발을 들고 동굴을 벗어났다.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던 천마는 뚱한 얼굴로 동굴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내가 현녀보고 늙었다고 했지, 어디 본인보고 그랬나? 지가 현녀도 아니고, 왜 성질이야?"
천마는 한숨을 내쉬었다.
"...천마대수음."
탁탁탁.
* * *
그 시각.
곤륜산의 정상.
"......."
각혈한 옷을 새로운 소복으로 갈아입은 현녀는 정자의 난간을 붙잡고 한숨을 내쉬었다.
"망아."
"부르셨습니까."
현녀의 뒤에 서있던 도사가 포권을 취하며 고개를 숙였다.
"한 가지 부탁을 해도 되겠느냐?"
"하명하시옵소서."
"미안하지만 네게 아주 나쁜 부탁을 해야할 것 같구나."
"무엇이든 괜찮습니다. 장문인께서는 저를 어렸을 때부터 키워주신 분이 아니십니까."
'망'이라고 불린 여제자는 담담한 얼굴로 한쪽 무릎을 꿇었다.
"장문인께서는 제게 어머니와도 같은 분입니다. 어머님의 말씀을 따르지 않는 자가 어찌 큰 인물이 될 수 있겠습니까? 효행 또한 등선을 향한 또다른 길이지요."
"네가 내가 되어줘야겠다."
"......네?"
여제자 망은 표정이 굳었다. 현녀는 미리 준비한 물건을 펼쳤다.
"몰래 챙겨둔 나의 옷과 가모다. 이걸 쓰고 여기서 서있으면, 그 누구도 네가 나인지 모를 것이다."
"자, 잠깐만요. 장문인. 설마 저보고 장문인 행세를 하라는 겁니까?"
"그래."
"어째서...? 어째서 그렇게까지 중원에 나가려고 하시는 겁니까?"
망은 금방이라도 눈물을 떨어뜨릴 것처럼 글썽였다.
"지상의 독기가 스승님의 몸을 해할 것입니다. 지금도 청해 근처에는 스승님을 노리는 간악한 무리들이 차고 넘칩니다. 그런데 어찌 승냥이떼 속으로 가려고 하십니까?"
"그래야만 나의 원죄를 속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승님께서는 아무 잘못이 없으십니다!"
"아니, 네가 모르는 일이다. 나는-"
"재미있는 소리를 하네."
저벅, 저벅.
산 아래에서, 붉은 머리의 여인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망은 현녀를 지키듯 검을 뽑아들었고, 현녀는 노골적으로 인상을 찌푸렸다.
"여긴 또 무슨 일이지?"
"말벗이 되어주려고."
적발마녀, 혈소예는 망을 향해 손을 뻗었다.
"큭?!"
순식간에 제압당한 망은 정자 밖으로 튕겨나갔다. 허공섭물의 묘리를 마치 사람에게 쓴 것처럼, 망은 두 여인의 영역에서 쫓겨났다.
"겸사겸사 근황도 좀 알려주려고 왔지. '공작'은 다 펼쳐놓았거든."
"...이제는 놓치지 않는다."
"괜찮아. 여기서 묶여있어도, 용봉지회 때는 보내줄 거 아니야? 그래야 '순리'대로 흘러가니까."
혈소예는 키득거리며 들고 온 보자기를 펼쳤다.
"중최미봉 금소예가 혈교 소교주임을 만천하에 공표한다. 그것을 기점으로 십상련...월영신교의 부활, 아니 혈교로의 재탄생을 알린다. 지난 번에도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그렇게 되어야지. 그래야 천기대로 흘러가는 거 아니겠어?"
"이번은 다를 것이다."
"어머. 어떻게? 용봉지회에 곤륜파 사람이라도 보내게? 그럴만한 사람 없잖아. 아니면...그쪽이 나가려고? 흐흐, 양심이 너무 없는 거 아니야?"
"닥쳐라."
현녀의 손 아래에 푸른 검강이 맺히기 시작했다.
"나와 다시 싸우고 싶은게지? 내가 천마에게 계속 막힌다고 나를 얕보는 것이냐? 그렇다면 다시금 네게 위아래를 알려주마. 하늘과 가장 가까운 사람이 누구인가를."
고오오오.
현녀의 뒤로 강대한 기운이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본인의 말대로 누구보다도 하늘에 가장 가깝다는 말 답게, 그녀의 내력은 자연의 힘을 담고 있었다.
현경 이상의 경지.
생사경.
"그래? 하늘과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 마음대로 해. 나는 이미 하늘을 품었는 걸."
"뭐...?"
혈녀는 달뜬 얼굴로 아랫배를 쓰다듬었다. 열락이, 쾌감이 가득해보이는 눈에는 음기가 가득 차있었다.
"내 뱃속에는, 네 제자가 되었을 지도 모르는 남자의 씨가 있으니까."
"네 제자 쩔더라."
"혈녀------!!"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작품후기]
굳이 곤륜에 다시 온 이유 : 티배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