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처선녀
녹림의 무리가 몰살당하는 것은 딱히 이상한 일이 아니다.
황산의 경우처럼 한 세력을 건드렸다가 지나가는 의협에 의해 일검에 다 도륙당하는 경우는 무림에 으레 있는 일상이다.
"음...."
방득패는 입구부터 가득한 짙은 혈흔과 살기에 숨이 막혔다.
동굴 입구는 부하들이 이미 침입자의 흔적을 역추적하기 시작했고, 방득패는 딸과 몇몇 간부를 데리고 선두에 섰다.
"한 명...아니 여러 명인가?"
발자국은 여러 개가 있었다. 일정한 보법을 밟으며 걷는 두 명과 마구잡이로 내달리는 한 명.
"이 놈들은 무림인 같지?"
"예. 아주 태평하게 걸어와서 태평하게 나갔습니다."
그들은 딱히 자신의 정체를 숨길 생각이 없어보였다. 안쪽으로 깊숙하게 들어가기는 했지만, 다시 밖으로 빠져나온 흔적이 남아있었다.
"안을 보고 밖으로 나온 걸까요?"
"둘 중 하나지. 다 죽이고 나왔거나, 아니면 안에서 눈치조차 못 채고 밖으로 슥 빠져나왔거나."
"그러면...."
"그래. 엄청난 고수들이라는 거지."
보법과 흔적만으로 알아채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지만, 이들은 분명 고수다.
"문제는 다른 하나도 고수라는 얘기인데...."
보폭의 거리나 땅을 디디고 달리는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분명 절정 이상은 되는 존재들일 터.
"삼평아. 우리가 어떻게 하면 되겠느냐?"
"남자면 죽이고, 여자면 형님 먼저."
"그래. 마비침을 준비해라."
방득패는 도끼를 빙빙 돌리며 입맛을 다셨다.
"아직 안에 살아있을지 아닐지는 모르지만, 녹림의 동맹을 건드리고도 가만히 내버려 둘 수는 없지. 남자놈은 잡아다가 토막내고, 여자는 잡아서-"
"아버지."
"응?"
방득패는 뒤따르는 방철수의 표정에서 야릇한 미소를 보았다.
"남자가 혹시 한 없이 약해서 아버님의 도끼가 아까울 존재라면, 제가 가지고 놀아도 되겠습니까?"
"네가?"
방득패는 다소 복잡한 얼굴로 되물었다.
"가지고 논다는 것이 그런 쪽으로는 아니겠지?"
"저와 비슷한 무공을 가진 존재라고 한다면, 제가 직접 꺾어보고자 합니다. 용봉지회, 슬슬 준비해야하지 않겠습니까?"
"오호. 네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다. 다만 위험하다 싶으면 내가 죽일 것이다."
방득패는 드디어 동굴 안쪽에 이르렀다. 그의 도끼에 강기가 서리기 시작했고, 호흡은 점점 사나워지기 시작했다.
혈향이 짙은 만큼, 그도 서서히 흥분하기 시작했다.
"본좌가 왔노라!"
방득패의 목소리가 동굴 전체에 쩌렁쩌렁 울렸다. 그는 도끼를 앞으로 겨누며 주변을 빠르게 훑었다.
"크윽...."
살아남은 사람? 없었다.
이름은 모르지만 녹림 72채에 함께 이름을 올렸던 이들은 무참히 살해당했다.
몇몇은 알몸인 상태로 자다가 살해를 당한 것 같았고, 또 몇몇은 누가 죽어가면서 지른 비명에 놀라 저항하다가 베인 것 같았다.
"도객!"
날카로운 자상은 아무리 봐도 칼이었다.
"최소한...초절정."
죽은 이들의 상처에 남은 도흔이 말해주고 있다. 도를 쓰는 '여인'은 몹시 호리호리한 몸을 가지고 있으며, 가볍고 날랜 편이라고.
"쓰읍."
절로 군침이 돈다. 뒤에서 딸의 한심한 시선이 느껴졌지만, 방득패는 어깨만 으쓱이며 강기를 해제했다.
"근데 안 보이는군. 구평아, 안쪽에 혹시 숨어있는지 확인해보거라."
"예, 채주!"
간부들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며 침입자의 흔적을 살폈다. 방득패는 죽은 이들의 옷을 살핀 다음, 제법 두툼한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어-
"에잇, 쓰벌. 손 버렸군."
"아버지."
"왜? 너도 잘 알아두거라. 이렇게 동전 한 푼 알뜰살뜰 모아서 으리으리한 집 사고 그러는 거다. 이미 죽은 사람들이 돈 가지고 있어봐야, 여기서 썩어갈 뿐이란다."
방득패는 죽은 이들의 주머니를 털어 동전을 챙겼다. 객잔에서 탁주 한 사발은 들이킬 수 있을 만큼 모은 뒤, 달려오는 간부들을 기다렸다.
"채주. 큰일났습니다."
"뭔데?"
"이 동굴, 후장 털렸습니다."
후장이 털리다. 엄밀히 따지면 몹시 잔인하거나 악질적인 성적 은어이지만, 녹림의 무리에게는 다른 의미로 작용된다.
"어디가 털렸냐?"
"한 곳 뿐입니다. 저기 절벽 쪽으로 난 뒷 길 같은데...그쪽으로 두 남녀가 걸어간 흔적이 있습니다."
"...뭔가 이상한데?"
방득패는 공터의 입구 근처에서 서성이다가 다시 동굴을 빠져나간 두 사람의 걸음에 의아함을 느꼈다.
"동굴 안쪽을 보고 나간 이들이 굳이 또 뒷 통로로 왔다는 말이 아니더냐. ...잠깐, 이거 설마."
"녹림의 동굴을 한 두 번 털어본 솜씨가 아닌 듯 합니다."
방철수는 봉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이들을 죽인 여인의 시체나 흔적도 없군요."
"그거라면 이쪽에. 상당히 날뛴 흔적이 있기는 합니다만, 그 뒤로는 딱히 발자취라고 할만한 것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간부 중 가장 음흉하게 생긴 자, 육구가 자신의 코를 가리켰다.
"제가 후각이 조금 민감하지 않습니까? 혈향 사이에...여인의 육향이 납니다."
"그거야 당연하지. 여기서 난교하다가 지금 몰살당했는데."
"아니요, 채주! 저기 바깥으로 향하는 육향의 흔적이 있습니다! 특히 여기! 씹물 질질 흘러내리는 거 보이지 않습니까?!"
육구는 무거운 발걸음 근처에 짙은 흔적을 가리켰다.
"...보통은 발걸음에 주목하지 않나?"
방득패는 침을 꿀꺽 삼키며 물었다. 다소 굳은 목소리라 육구를 질책하는 듯 하여 간부들이 긴장했지만, 방득패는 다른 의미로 긴장하기 시작했다.
'초고수.'
어쩌면 자신과 맞수일지도 모르는 존재. 바닥에 무겁게 찍힌 발자국은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내딛을 때마다 강한 내력이 남아있었다.
마치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듯, 다른 모든 이들에게 자신이 다녀갔다는 듯한 족적을 남기는 힘자랑!
그게 목적이라고 한다면, 분명 통했다. 방득패는 분명히 긴장했고, 전의를 불태우기 시작했으니까.
"어딜 감히 녹림의 땅에서...."
"그러니까요! 이거, 아무리 봐도 여자를 납치해서 들고간 것 같습니다!"
"...뭐?"
모두의 어이없다는 시선이 육구에게로 모였다.
"두 남녀가 들어왔다가 밖으로 나왔고! 칼 쓰는 여자가 들어와서 이 놈들을 학살하고! 그 뒤에 뒷 길로 들어와서 공물을 털어간 남녀가 칼 쓰는 여자를 납치해 데려간 겁니다!!"
"말이 되는 소리를...잠깐. 나한테 바칠 공물을 털어갔다고?"
방득패의 눈에 살기가 어리기 시작했다.
"내 돈도 모자라서 내가 복수할 여자까지 훔쳐가? ...이 놈들이?"
쾅---!!
방득패는 발자국을 쫓아 앞으로 내달렸다.
* * *
색마군림보.
한 번 앞으로 발을 내딛을 때, 이미 양물은 끝이 하늘로 닿아올라있다.
이 기술은 내가 혈강시 시절 배운 것이 아니다.
남해.
이시아와 함께 단 둘이서 광마를 만나러 갔던 때.
아무도 없는 바닷가에서 이시아를 들고 그녀를 안아든 채, 바다를 구경하며 걸었던 기억을 되살려 색공으로 승화시킨 기술이다.
발 아래에는 천근추의 수를.
보법으로는 흔들림 없이 편안하게, 앞으로 우직하게 내딛는 수법을.
그리고 위에 들려있는 여인이 쉽게 몸을 들썩이지 못하게 붙잡는 금나수의 수법까지!
'거기에 모든 힘의 축이 되는 허리와 양물까지 추가.'
하단전의 내력으로 허리와 양물에 힘을 최대한 모아 박는다. 여인의 신체를 내 가슴과 복부, 치골에 닿게 만들어 무게를 분산시킨다.
찌걱, 찌걱.
"어, 허억, 흐어엉...!"
앞으로 걸을 때마다 양물이 여인의 가장 깊숙한 곳을, 천장을 두드리며 자극하려든다. 선녀는 벌써 반쯤 풀린 눈으로 내 쇄골에 얼굴을 묻었다.
"누가 개발해둔 건지 몰라도 정말 잘 해뒀군. 개인적으로 배우고 싶을 정도야."
"...상공이 색공으로 인정한 사람은 처음봐요."
"그러니까. 일생의 모든 색공을 이 여자에게 쏟아부은 것 같구나.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처녀와 느낌이 다를 바가 없지만, 나는 알 수 있다. 이 여자...한 남자의 물건에 딱 맞게 개발되었다는 것을."
색마군림보로 박으면 박을수록 더욱 진하게 느낄 수 있었다.
마치 남의 몸에 딱 맞게 맞춰진 옷을 강제로 입는 느낌.
"선녀가 한 남자에게 수 년 동안 박히고 산게 아니면 이 정도로 맞춰지지는 않지. 흐흐, 찐득하게 물어오는게...어휴. 선녀가 되기 전부터 명기였을 터."
"크으윽...!"
선녀는 내 쇄골에 자신의 앞니를 박아넣었다. 천으로 입을 막아놓았을텐데도 유일하게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는 입으로 나를 공격하려는 그녀의 적의가 정말이지 대단했다.
"소용없다. 금강불괴니까. 내 몸에 입술 자국을 낼 수 있는 여자는 내 아내 뿐이다."
"츄릅."
사공희는 바로 고개를 돌려 까치발을 든 뒤, 내 볼을 강하게 빨아당겼다.
"...희야?"
"기습이에요."
말 그대로 기습이었다. 아마도 내 볼에는 사공희의 입술 자국이 그대로 남아있을 터.
"......."
황당함에 할 말 조차 잃은 듯, 선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녀가 뭔가 말이라도 할 수 있게, 엉덩이를 붙잡고 있던 손을 좀 더 당겨 허벅지를 들어올렸다.
"좀 더 깊숙이 들어가지 않느냐?"
"어허엉...!"
엉덩이가 허벅지 위를 누르기 시작했다. 내가 딱 붙잡고 있다가 엉거주춤 들게 된 자세가 되니, 선녀의 몸이 아래로 떨어져 내 치골에 더욱 밀착하게 되었다.
"도착할 때까지 안 가면 놓아주도록 하지."
"......!!"
선녀는 눈을 꾹 감으며 쾌감을 참으려했다. 물론 자세가 더 아래로 내려온 덕분에 걸을 때마다 더 세게 박혔지만, 선녀는 눈을 까뒤집으면서도 쾌감 섞인 신음을 참으려고 애를 썼다.
'녹림황인지 아닌지는 아직 몰라도, 고맙소.'
박히자마자 바로 가버리는 여자라니. 어지간한 조교로는 불가능한 수준이다.
찌걱, 찌걱.
그리고 엄청 가기 쉽게 만들어진 덕분에, 선녀의 아래에서 흘러내린 조수가 내 다리에 튀었다. 구멍 뚫린 양동이를 들고 산보를 나가면 이런 꼴이 아닐까.
"슬슬 다 왔다."
"와...!"
기억을 더듬어 도착한 폭포는 기억대로 아름다웠다. 아래에 고인 물은 맑고 투명했고, 나는 선녀를 평평한 바위 위에 올렸다.
"어떠냐?"
"......."
선녀는 말이 없었다. 입에 물린 복면과 재갈을 풀어줬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 어떤 말도 하지 못한 채 부들부들 떨기만 했다.
"진짜 제대로 가버렸군. 하긴, 맞춰진 크기가 너무 작기는 했지."
"네?"
"이 여자...남자의 물건에 맞춰졌다고 하지 않았더냐. 엄청 작더라!"
일촌남근 수준은 아니더라도, 내 양물과 비교했을 때 몹시 작았다.
"그러니까 여자를 손가락만 넣어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몸으로 만들었지. 흐흐, 꼼수 쓰기는."
"설마...."
"양물로 승부가 안 되니까, 여자를 자신에게 맞춘 것이다. 불쌍한 놈."
작으면 작은대로 손이든 혀든 열심히 사용할 생각을 해야지, 여자를 강제로 자신의 양물에 맞춰 느끼게 만든다?
"그러니까 이렇게 다른 남자한테 박히니까바로 가버리는 것이다. 흐흐흐."
"아.... 안타깝네요. 상공의 맛을 봤으니, 이제 전 주인은...."
사공희는 울상을 지었다.
"호, 혹시 데려가실 건가요?"
"아니. 죽일 거다. ...직접 죽인다는게 아니라, 선녀를 죽일 거다."
"아, 연이처럼요?"
나는 고개를 끄덕인 뒤, 선녀를 묶어둔 모든 결박을 풀어냈다.
"헛차."
나는 선녀를 붙잡고 폭포가 만든 작은 웅덩이 속에 집어넣었다. 물이 허리까지 차올라 선녀를 옆으로 잡아 넣었다 빼기를 반복해야만 했다.
물에 딱히 영험한 효능이 있는 건 아니었다. 단지 선녀의 전신에 묻은 땀을 씻어내기에 적당했다.
"네가 누구인지는 전혀 관심없다. 내가 궁금한 것은 네가 녹림황의 유산이 어디있는지. 그것 뿐."
"마, 말할 것 같으냐...?"
"말하지 않으면? 여기서 계속 범해지다가 죽을텐데?"
"큿...죽여라! 그 어떤 고문으로도 나는 굴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여자의 대부분은 허세를 부리기 마련.
"오오. 진짜네."
하지만 나를 향해 증오어린 눈빛은 오직 진실만을 말하고 있었다. 선녀는 고통으로도 쾌락으로도 공략당할 사람이 아니었다.
'실토하지 않으면 방법은 두 가지 뿐이군.'
쉽지만 후환이 두려운 길, 어렵지만 확실한 길.
"견희야. 잠깐 발 좀 담그고 있거라."
"상공은요?"
"나는 좆 좀 담가야지."
어느쪽이든 그녀가 내게 범해지는 건 변함이 없다.
"아니면 도와주겠느냐? 내가 겨드랑이를 잡고 들어올릴테니, 너는 다리를 좌우로 벌려다오."
"혼자 물장구 치는 것보다 상공을 돕는 쪽이 더 좋을 것 같네요. 그럼."
꾸우욱.
사공희는, 색마부인은 내 뒤에서 나를 끌어안듯 손을 뻗어 선녀의 허벅지를 잡아당겼다. 덕분에 선녀는
"흐읏!"
나는 단숨에 허벅지 안쪽에 손을 넣었다. 그리고 두 손을 깍지끼듯 모았다.
어디에? 선녀의 목덜미에!
"이러면 뒤에서 더 박기가 쉽지. 흐흐."
"하...흐흐, 멍청한 놈...! 그러면 네놈이 더 박기 어렵다는 걸, 모르느냐!"
"선녀에게는 보지가 두 개 있다는 걸 모르느냐."
꾸욱. 꾸욱.
"히이잇?!"
처음으로, 선녀의 얼굴에 당혹과 수치, 그리고 충격이 엿보이기 시작했다.
"선녀의 후장을 안 털다니. 머저리인가?"
"아, 안 돼!! 거기는 그런 곳이-"
퍼-억.
"맞단다."
쏴아아아-
폭포는 맑은 물을 쏟아냈다.
[작품후기]
폭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