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비천색마-409화 (409/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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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색초야신공(比色初夜身功)

성(性)!

유교가 뿌리 깊숙이 박힌 중원 땅에서 금기는 아니더라도 대놓고 좋아한다거나 장려할 수 없다.

- 사람이 어찌 색을 탐하고 살 수 있으리오!

따라서 수많은 이들이 몰래 성행위를 즐겼고, 성은 대부분 문란하고 음란한 것으로 규정하여 대외적으로는 좋지 못한 것으로 여겨지고는 했다.

그렇다면 남들 모르게는?

- 인간의 3대 욕구가 있다고 하더군. 식욕, 수면욕, 성욕.

혈교주는 말했다.

- 먹고 싶은 것을 참을 수 있나? 자고 싶은 것을 참을 수 있나? 하고 싶은 것을 참을 수 있나? 사람이 세 가지를 추구하는 것은 자연의 이치이며, 사람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정해진 운명같은 거야. 사람 인(人)자를 봐봐. 보이는 모양부터 다리를 벌리고 있잖아, 그치?

혈교주의 말이 무슨 말인지는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지만, 적어도 혈교주는 색을 탐하는 것이 크게 나쁜 행위라고는 하지 않았다.

- 그런데 그게 단순히 육욕에서 사랑으로, 통정으로 이어나가면 그것만큼 행복하고 조화로운 것이 없지. 사랑하는 사람과 속궁합까지 잘 맞는다? 그러면...어우야, 말 할 필요가 있어?

'혈교주, 역시 당신이 옳소.'

단순히 색을 탐하는 것은 육욕을 채우는 행위이나, 애정과 연(戀)이 함께하는 행위는 확연히 다르다.

- 인간이 자손을 낳고 후대에 이르기까지 번영하기 위해서는 성행위가 반드시 필요해. 이건 인류의 필수불가결한 행위라고.

적극 공감한다. 어디 씨 안 뿌려 태어나는 존재가 있단 말인가? 만약 그런 존재가 있다면, 그건 신적인 존재이거나 인간의 생각으로는 범점할 수 없는 고차원적인 존재이리라.

- 그러니까 성교육은 꼭 필요한 거야!

혈교주는 말했다.

- 성적 자기 결정권을 가지게 되는 시점부터, 자신의 성에 대해 자세히 알 필요가 있다고! 만약 모른채로 살다가는 인생의 절반을 싹다 손해보...흠흠, 잘못된 일이 벌어질 지도 모른다니까!

성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기 일쑤.

한 가지 예를 들어, 금슬좋은 부부가 신혼부터 매일 매일 사랑을 나눴다고 가정하자.

하지만 해가 지나도, 무려 4년이 흘러도 그들은 아이를 보지 못했다. 어느 한쪽에 하자가 있었던 게 아닐까? 두 부부는 용하다는 의원을 찾아가 자초지종을 물었다.

- 씨도 밭도 다 괜찮은데 뭐가 문제지? ......아니, 씨를 이상한 곳에다 뿌리면 어떡해?!

성에 대한 무지로 인해 벌어진 참극!

응당 넣어야 하는 곳이 아니라 다른 곳에 넣었다고 하더라! 두 부부는 서로가 서로 처음이었기에, 무엇이 잘못된 줄도 모르고 그냥 그렇게 거사를 치뤘던 것이다.

첫날밤의 혼란스러움은 혼란스러운대로.

이후의 행위는 타성과 배덕감에 젖은 쾌락대로.

- 그러니까 성에 대해서 무작정 덮어놓고 놔둘게 아니라, 적당히 아래에 피가 찰 때는 그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이 말이야.

'혈교주, 역시 당신이 옳소.'

교육의 필요성.

무림의 스승이 제자들을 상대로 무언가를 가르치듯, 성에도 교육이 필요하다.

그리고, 여류 고수이자 현모양처 양성을 주 목적으로 하는 검각은 성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을 함께 가르친다. 지금까지는 그저 모형, 각좆을 이용해 가르쳤다고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검각주는 검각의 제자들 중 평소 성에 관심이 있들에 대해서는 호기심의 해결을, 색마에게 당한 이들에 대해서는 정신적 충격을 극복할 계기를 마련하고자 했다.

이른바, 비색초야신공.

여인이 뭇 지아비를 상대로 첫날밤에 가져야 할 마음가짐과 몸가짐에 대해 가르치며, 성에 대한 교육도 함께 하자는 것.

마치 초식을 연마하듯 15초식으로 구성된 비색초야신공은 이제 막 색공에 발을 들인 여인들에게 크나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른바, 왕소현의 성교육 교실.

강사는 왕소현이오, 조교, 실물, 그리고 실전 체험 상대가 모두 나, 비천색마다.

하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 뭐든지 조금씩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한 법이며, 나는 그를 위해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었다.

15초식으로 구성된 비색초야신공의 마지막 강의는 '실전'.

즉, 검각의 제자들 중 비색초야신공을 연마하는 이들은 모두 나와 실전을 치르게 된다.

여기서 문제.

앞으로 하면 처녀를 잃게 되고, 나중에 검각의 여인들이 처녀가 아닌 것으로 판명되고, 그러면 검각의 명성이 땅에 떨어지는게 아닌가?

이에 검각, 현검마망은 선녀동맹의 군사 와봉 선생으로부터 한 가지 가르침을 전수받았으니.

실전은, 뒤로 한다.

* * *

"생각보다 많이 모였군. 서너 명만 모일 줄 알았는데."

왕소현은 의자에 다소곳이 앉은 일곱 명의 제자들을 보며 쓰게 웃었다. 다들 최소 이류 수준이었고, 높게는 절정인 여인도 있었다.

하지만 색공으로는 다 삼류, 아니 삼류보다 못하다.

"먼저 한 가지 약조를 하마. 너희들은 예습이 철두철미한 아이들이니 분명 비색초야신공을 처음부터 끝까지 훑고 왔을 터. 책 표지 뒤에 이번 특강의 계획서까지 남겨두었으니, 마지막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있겠지. 지윤아, 무엇이냐?"

"실습입니다. 각주님."

"그렇다. 실습이다. 모든 지식은 기술은 배우고 경험하며 사용해야 비로소 지혜가 되고 비법이 되는 법. 하지만 '실제'로 하는 건 어디까지나 희망자에 한해서 진행하겠다."

"네...?"

여제자들의 눈에 혼란이 스쳤다.

"실습을 하지 않는 겁니까...?"

"그렇다. 다른 것이라면 모르지만, 이건 개인의 위신이 달려있기도 한 문제. 너희들은 앞으로 비색초야신공의 비급을 보고 배우겠지만, 그것을 실제로 연마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왕소현은 눈을 지긋이 감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 선배들의 말에 따르면, 어차피 침대 위에서는 배운 거 다 까먹고 남자가 이끄는 대로 하게 된다고 하더구나."

"......."

몇몇 여제자들이 불만 어린 눈빛을 보냈다. 그들은 여제자들 중에서도 자신이 남자들에게 일방적으로 휘둘리는 것을 꺼려하는 이들이었다.

"하지만 제자들아, 비색초야신공을 배우면 침대라는 비무장에서 승기를 가져올 수 있다. 괜히 침대정치라거나, 베갯머리 송사라는게 있는 게 아니란다. 누군가 그런 얘기를 하더구나. 남자가 천하의 주인이라면, 여자는 침대의 주인이라고."

왕소현의 사심 섞인 말에 몇몇 이들은 감탄하고, 몇몇은 입술을 삐죽였다.

"스승님, 그러나 결국 이것도 남자를 기쁘게 하는 방법이 아닙니까?"

"좋은 지적이다. 비색초야신공에는 여인이 지아비를 상대로 어떤 행위를 해야하는가에 대해 정리해 놓은 색공서(色功書). 남자가 여인에게 하는 행위는 적혀있지 않지. 허나."

왕소현은 목소리에 힘을 주고 말했다.

"이 신공을 극성으로 활용하면 남자가 여자에게 목을 메고 살게 만들 수 있단다. 감히 다른 여자에 눈독을 들이지 않고 첩실 들이지 않게 하는 셈이지. 그들은 자신도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여인에게 종속되고 집착하는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다. 소위...."

"의처증?"

"그래. 과유불급이라고 하지만, 여인의 입장에서 남자가 자신의 치마폭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걸 보면 짜릿하고 쾌감이 넘치지."

왕소현은 헛기침을 하고 살을 붙였다.

"......라고, 이 교육을 듣고간 너희 선배들이 그러더구나."

"앗...."

"......."

잠시 침묵이 내려앉았다.

"스승님, 질문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강호에 더러 시집간 선배님들이 성교육을 받았다는 건 익히 들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성적 지식에 대한 것일뿐, 이렇게 무공과도 같은 식으로 배웠다고는 듣지 못했습니다."

"맞다. 이번이 첫 시도인 동시에...검각의 완벽한 체계를 잡고자 함이니."

왕소현은 쓰게 웃으며 손에 든 부채를 손바닥에 내리쳤다.

"검각의 제자들 중 중도포기하는 아이들 중 3할은 자유를 찾아 떠났지. 여기서 말하는 자유란...그래. 남자에게 혹해서 떠나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아이들 중 대부분이...색마에게 당했던 게지."

"아...."

"그래서 나는 생각했단다. 마냥 성에 대한 호기심을 억제하고 불가처럼 색즉시공을 읊는 것보다는, 들끓는 성욕을 어떻게라도 배출하는 방향으로 성을 알려주자고. 그리고 이왕이면 너희들이 언젠가 지아비를 상대로 쓸 방법도 대략 알려주자고. 그래, 굳이 개인적인 욕심으로 말하자면...."

왕소현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검각의 여인이 고작 자지가 박혔다고 패배 선언을 하는 일이 없도록!"

"아...."

"검각의 여인이 겉으로는 지아비를 모시고 사는 삶을 살더라도, 안으로는 집안의 안주인으로서 자존심을 가지고 살 수 있도록!"

"아!"

짝짝짝짝.

큰 박수가 울렸다. 왕소현은 제자들을 진정시키며 등에 불을 켰다.

"그래서 오늘부터 너희들에게 비색초야신공을 가르쳐 주실 강사님을 모셔왔다."

"네? 검각주께서 직접...."

제자는 바로 입을 닥쳤다.

"들어오시면 됩니다."

공손한 말투. 제자들은 과연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가 누구일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기다렸다.

끼이익.

문이 열리자, 방 안으로 향긋한 분내가 강의실 전체에 퍼졌다.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가워요."

"헉...!"

얼굴에 분칠을 하고 요염한 옷을 입고 나타난 여인, 진사월의 모습에 제자들이 모두 숨을 죽였다.

검각이 신세지고 있는 동안 여느 높은 이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당당한 모습을 보이던 여장부.

그랬던 그녀가 누가 봐도 남자 여럿 잡아먹은 듯한 여인으로서 완숙한 미를 뽐내자, 제자들은 침을 꿀꺽 삼키며 진사월의 미모를 훑었다.

"모두들 잘 알고 있을 거예요. 제가 과거에는 어떤 신분이었는지."

"......."

민감하고도 복잡한 상황에 제자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진사월은 다 이해한다는 듯 쓰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좋은 분을 만나서 이 자리에까지 이르렀죠. 오늘 저는 여러분들에게 건전하고 행복한 성생활이 어떤 것인가 보여드리기 위해 왔답니다."

"너희들에게 이 자리에서 있는 모든 가르침에 대해 함구하라고 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사락.

왕소현이 금줄을 잡아당기자 벽면을 덮었던 장막이 서서히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붉은 장막 뒤에는 얇은 면사포와도 같은 천이 또다른 가림막으로 펼쳐져 있었다.

"헉...!"

장막 너머에는 검은 그림자 하나가 비치고 있었다. 누가봐도 검은 인영(人影)은 남자의 것이었다.

꿀꺽.

제자들은 다른 의미로 침을 삼키기 시작했다. 왕소현의 허벅지 즈음부터 놓인 침대 위로, 다소 건방진 자세로 앉아있는 남자의 그림자는 여제자들의 얼굴에 홍조를 피어오르게 만들었다.

남자는 전라였다.

아무리 봐도 옷을 입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투명한 천 너머 당당히 나체로 앉아있는 남자의 그림자 속, 무언가를 상상한 여제자들은 벌써부터 눈을 껌뻑이기 시작했다.

"후우...."

"......."

호기심으로 온 이들은 계속 호기심을 자극받았고, 과거의 충격을 다독이기 위해 온 이들은 또다른 충격을 받았다.

"소개하겠습니다, 이 진가장의 진정한 주인이십니다. 여러분들의 교육을 위해 기꺼이 모습을 보이시기로 했답니다."

진사월은 슬며시 발을 걷고 침대 안으로 올라갔다. 왕소현은 행여나 색풍(色風)의 열기에 발이 떨어지지 않게 단단히 고정한 뒤, 제자들의 손에 들려있는 비색초야신공을 가리켰다.

"모두, 첫장을 펼쳐라."

비급의 첫장에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비급의 이해를 돕기위한 삽화는 지금 눈앞에 그림자로 펼쳐져있었다.

"너희들이 모두 언젠가는 겪게될 부부지연의 시작부터 고도의 상승 색공까지, 두 눈으로 똑똑히 새겨두거라. 그러면 두 분, 시작해주십시오."

왕소현의 말과 함께, 남자는 진사월을 향해 슬며시 손을 뻗어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몸을 일으키는 바람에, 남자의 아랫도리 근처에서 뭔가가 불쑥 그림자로 튀어나왔다.

"히익?!"

그것은, 버섯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거대했다.

"비색초야신공, 제 1초. 원시회귀. 남녀가 서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체로서 얼굴을 대면하는 초식이란다."

왕소현의 해설과 함께, 남자의 인영이 진사월의 가슴을 깨물었다.

[작품후기]

호북성 1타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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